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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5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2 19:09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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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3. 선물

DUMMY

[ Re : 요새 저를 감시하는 그 놈이 조용해졌습니다. 마음이 편하기는 하지만 언제 또 갑자기 저를 조여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



‘진’의 메일이었다. 나는 형사가 아니다, 단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일 뿐. 물론 내가 사소한 일이 생긴다면 말해달라고는 했지만 한 사람이 위험에 처해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메일에 대해 답장을 할지말지 몇 번이고 고민했다. 처음에야 나를 찾았고 나에게 자신의 얘기를 꺼냈으니 몇 번의 답장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었지만 이전 메일부터 계속해서 위험해질 상황이 생길 것 같아 나는 이 일에 대해 손을 떼기로 했다.



[ 진씨, 당신의 얘기를 제게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지금 같은 생활이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당신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환각이나, 환청을 겪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또 당신의 얘기를 들어드릴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줄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신고가 어렵다고 하신다면 제가 대신 이 내용을 경찰서에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



답장을 보내고 나서 책상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커피잔들을 집어들었다, 책꽂이가 신경쓰이지만 굳이 들여다보지는 않기로 했다. 기억에도 없는 식기, 커피잔들을 물로 헹궈내다가 메일 알림 소리에 곧장 노트북을 확인한다.



[ Re : 저는 선생님을 압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저를 모르죠. 제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한 순간부터 그들의 타겟이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나와 같이 감시를 받으며 살고, 당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그들에게 통제됩니다. 경찰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직접 이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제 존재를 알리지 마세요 ]



모니터에 떠있는 몇 문자의 글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해하고서도 몇분이 지나서야 온몸에 소름이 미친 듯이 돋았다. 겁먹은 것처럼 방안을 둘러본다. 아직 대낮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벽에야 오는 그 남자의 답장은 내가 메일을 보내고 나서 몇분 지나지 않아 바로 왔다, 내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경찰에게 알리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


노트북 자판위로 올린 손이 떨린다. 심장이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다. 손가락 끝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 같아 주먹을 쥔다.



[ 당신은 누구죠? ]


[ 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한명’이 아닌 ‘여러명’ 인가요? ]


[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저는... ]



자판을 놀리던 손을 멈춘다. 길게 답장을 보낼 필요가 없었다.



[ 장난치지 마세요, 한번만 더 이런 식으로 장난치는 메일을 보내면 신고할 겁니다 ]



그냥 심심한 누군가가 정성스레 며칠에 걸쳐 장난을 쳤다고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문제다. 나는 지금 예민한 상태다. 장난을 장난처럼 넘기지 못하는 상태라서 그런 것 뿐이다.


가만보니 물건들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로션도, 탁상시계도, 안경, 핸드폰 충전기, 드라이기, 창고에 있어야할 공구함까지.. 하나씩 자리를 찾아 정리해간다. 물건을 자리에 두면서도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다른 것들이야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자리에 두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공구함은 최근에 사용한 적이 없었고, 문구용 칼을 쓸 일도 없었다. 썼다 하더라도 이렇게 칼날을 밖으로 꺼내놓은 채 연필꽂이에 꽂아 두지는 않았을거다.


책장의 책의 경우도 이사를 한 후에는 한번도 책을 꺼내 본적이 없었다. 확실히 내가 한 게 아니다. 한나가 만지고 제자리에 두지 않은 거겠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장난치는 걸 거야. 내 물건을 만지고 아무렇게나 두는 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 애니까.



“ 왜 전화를 안 받아.. ”



몇 차례 다이얼이 울려도 한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상담중인 경우 바로 자동응답기로 넘어가기 때문에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노트북 앞을 어지럽게 서성이며 전화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남기고 다시 연결을 시도해본다.



- 무슨 일 있어?



오랜만에 한나의 목소리가 반갑다. 어제의 지루함과는 다른 목소리다.



“ 집에 누가 있는 것 같아 ”


- 왜?



그 많은 얘기를 어떻게 풀어서 설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진’ 이라는 남자의 존재부터 이야기를 해야할까. 아니면 다 건너뛰고 최근에 겪었던 사소한 일들을 말해야 할까. 어제 그 책의 메시지는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진’의 이야기를 한나에게 말해야 한다.



“ 그냥.. 물건들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 ”


- 그건 집에 귀신이 있어서 그래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단순히 물건들의 위치가 바뀌고, 옆집에서는 늦은 밤마다 못을 박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옆집을 욕하면서 웃어넘길 말이었다. 내 상황을 설명하려면 ‘진’의 존재를 알려야 했지만, 그 마저도 한나는 장난 메일이라고 치부할 가능성이 높았다.



“ 내가 유난히 예민하긴 하지만.. 알잖아, 평소 같았으면 그냥 내가 쓰고 기억을 못하는 거겠지 하고 넘기는 거. 이번에는 좀 꺼림칙해서 그래 ”


- 뭐가 꺼림칙한데? 자세히 좀 말해봐, 이제 막 흥미가 생기려고 해



어떤 걸 예시로 들어줘야 한나가 공감할지 모르겠다. 방안을 둘러보다가 밖으로 서랍장 밖으로 나와있는 아령에 시선을 고정한다.



“ 이전에 너가 서랍장에서 발견한 아령, 난 그 아령을 받은 기억도 없고 거기에 넣어둔 기억도 없어 ”


- 그 때 선물 받은거라고 했잖아?


“ 기억이 안 나니까 선물 받았다고 한 거지 ”


- 그래? 아령을 선물로 주는 사람이 있다니 조금 신기하기는 했지. 그게 2kg 이었나, 4kg 이었나?



휴대폰 너머로 한나가 무언가를 끄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령을 발로 살짝 들어보지만 의외로 무게가 많이 나가 들리지 않는다.



“ 4kg이네 ”



시시한 얘기가 전화의 주제와 멀어져간다.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거기 잘 숨겨둬, 나중에 운동할 때 필요할 수도 있잖아


“ 숨겨두기는, 그대로 두고갔잖아 ”


- 그 때 서랍 안에 넣어 뒀잖아,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서랍 안에 정리 좀 해




한나는 아령을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아령은 서랍장에서 두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 밖으로 나와 있던데? ”


- 나는 분명 안에 넣어놨어, 서랍 안에 뭐가 있었는지도 기억하는데?


“ 봐봐, 이상하잖아. 네가 안에 넣어 놨으면 이걸 누가 밖으로 꺼내놔? ”


- 무의식 중에 또 자랑하고 싶어서 꺼내 놨겠지, 뭐가 문제야? 다시 넣어두면 되잖아



한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아령을 넣기 위해 서랍을 연다.


작가의말

벌써 3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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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 3. 선물 19.09.02 28 0 8쪽
2 낌새 19.09.02 38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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