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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8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5 21: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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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REC

DUMMY

“ 헉..! 허억....! ”




심하게 갈증이 난다. 누군가 목을 졸라 숨이 막혔다가 이제 막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해가 뜨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새벽인 듯 했다. 책장은 그대로다. 내가 들었던 것처럼 책이 어지럽혀 있지는 않았다. 협탁에 놓여진 물을 들이키며 이마를 짚는다.


식은땀으로 옷이 젖어있었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귓가에 들리던 그 목소리가 너무 생생했다.


침대 맡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슬리퍼를 신고 매일 아침 하던 것 처럼 노트북을 열고 그 앞에 자리를 잡는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우선 경찰에 누군가 침입한 것 같다는 신고 전화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 9월 3일 금요일, 새벽 5시 4분이다. 어제 누군가 내 집에 들어왔었던 것 같다. 방금 경찰에 신고를 했고 근처에 경찰이 있으니 도착하는데 그리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하지는 않았다 "




밤사이 삐죽 튀어나온 머리를 정돈해 묶는다. 땀을 얼마나 흘린건지 인중에 송글송글 맺혀 있는 땀을 거칠게 손등으로 문지른다.



계속해서 책장에 시선이 간다. 책들이 꽂혀있기는 했지만 내게 메세지를 남겼을거라고, 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


마지못해 책장쪽으로 걸어가는 내 슬리퍼 소리가 어젯밤 들었던 '쩌억' 하는 발자국 소리와 똑같다.

생각해보니 바닥은 목재로 되어있고 맨발로 걸어다녀도 그런 기괴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슬리퍼를 신고 움직였다? 내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맨발로 조심히 움직였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잠시 멈춰섰다. 내 직감이 틀렸길 바라며 조심조심 책장 앞으로 다가선다. ' 감시 ' 이전처럼 책 앞글자만 따서 단어를 만들어 놓았다. 다른 책들은 전부 뒤집혀 꽂혀진 채다.

어제 그놈들이 내게 남긴 메세지가 틀림 없었다. 허리를 굽혀 책하나를 뽑으려다가 뒷목에 쓸리는 서늘함에 책장으로 가져가던 손을 멈춘다. 누군가 내 뒤에 서서 같이 책장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냥 내 느낌이길 바랄 뿐이다.




똑똑똑 -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책장에 몸을 부딪혔다가 주저 앉는다.




" 경찰입니다 "




아무도 없었다. 괜히 오싹해진 뒷목을 손바닥으로 만지작 거리다가 한번 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슬리퍼 소리가 유난히 듣기 싫어 신발장 안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린다.




" 신고 하셨죠? "




여유로움은 경찰들의 공통된 특징인가 보다. 느리게 신발을 벗고 집안으로 들어온 경찰이 한번 쭉 훑어보더니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본다.




" 밤에 누가 들어왔었어요 "


" 밤에, 언제요? "


" 제가 잠들기 전에... "


" 근데 왜 이제 신고 하셨어요, 그 때 하시지 "




경찰은 허위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짧게 혀를 차더니 간단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말해달라며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남자목소리였는데 나중에는 여자랑 같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계속해서 책장을 뒤졌다. 나중에는 내가 깨어있다는 걸 알고 서로 수근거리더니 나를 재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책장에 다른 책들은 전부 뒤집혀 꽂혀있고 ' 감시' 라는 단어가 남아있다, 식으로 간단하게 밤 중 겪었던 일을 설명했지만 경찰은 내 말에 흥미가 없는건지 쓰고있던 펜을 모자안에 넣어 머리를 긁적인다.




" 이전에도 신고하신 적 있으시죠? "


" 네, 그런데요? "


" 아시겠지만, 책장에 메모를 남겼다.. 이런걸로는 수사를 진행 할 수가 없어요. 명확한 증거가 있거나 사건이 있어야 우리도 위에 보고를 하고 위에서 사람을 내주고 그러는거지"




경찰이 책하나를 꺼내 바르게 꽂아놓는다. 모자를 벗어 다시 고쳐쓰며 일이 마무리 된 사람처럼 메모장을 가슴팍에 있는 주머니로 집어넣는다.




" 무슨 사건이 있어야 움직인다는 말이 좀 이상하네요 "


" 그런 게 아니고 아무것도 없이 우리도 뭘 할 수가 없다는 거죠 "


" 그럼 제가 직접 증거를 찾아서 신고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




내 물음에 경찰이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두 손을 들어올리며 침착하라는 몸짓을 취한다.




" 신고자분 마음은 충분히 아는데, 물증이나 단서가 없으면 저희도 움직일 수가 없어요. 물론 오늘 신고된 사건에 대해서는 서에 가서 보고드려야죠 "




담당 형사 배치에 대해서는 한번 더 확인 후 연락을 준다고 했다. 경찰이 다녀갔지만 그닥 달라진 게 없었다. 뭘 발견 한 것도 없었고 뭔가를 해주겠다는 얘기도 없다.




" 경찰이 왔다갔는데...사건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고 한다 "




이미 다 닳아버린 마우스패드를 손톱으로 뜯는다. 10초정도 침묵을 유지하고 나서 음, 하고 짧게 목을 울렸다.




" 사실 요새 좀 많이 무섭다. 그동안 한번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은 없었는데 조금..많이 무섭고..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단다... 만약에 내가 죽으면.. "




화면의 내가 웃는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건지 좋아서 웃는 건지 흐릿한 캠화면으로는 판단을 할 수가 없다.




" 죽는 건 조금 무서우니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영상이 조금 도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주일정도 지금 녹화한 것 같고 앞으로도 녹화는 계속 할거니까 혹시라도 ㄴ... "




없다. 녹화 분량이 없었다. file > cam > record, 다시 한번 확인해봐도 내가 녹화한 영상은 없었고 텅빈 레코드 파일 안에는 그 동안의 동영상 대신 4시간 29분 정도의 동영상이 녹화되어 있었다.


밤에 녹화한 것 처럼 화면이 어두운 이 영상을 재생하기가 꺼려진다. 영상파일 위로 몇번 마우스를 가져다 대 클릭 해보려 했지만 화면의 커서가 움직일 정도로 손이 떨린다.


집안의 모든 불을 껐다. 어두운 영상을 보기 위해 방안에 빛이 들어오지 않게 하고 마지막으로 심호흡을 한다.

노트북 옆 스탠드까지 끄고 집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재생버튼을 누른다. 아마 지금 노트북 위치대로라면 침대는 찍혀있지 않겠지만 목소리 정도는 녹음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화면이었지만 공포영화처럼 뭔가 튀어나올 것 같아 몸을 최대한 뒤로 빼 영상을 본다.


4시간 가량의 영상을 전부 다 보고 있을 수가 없어 10초씩 천천히 앞으로 돌렸다. '치이익-' 하고 들리는 노이즈만 있을 뿐 2시간이 지나 갈 때 까지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동영상을 앞으로 돌리는 손이 점점 빨라진다.

조금씩 긴장감이 풀려 별다른 일 없이 영상이 끝났으면 좋겠다 싶었을 때, 노이즈 속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쿵- 쿵- 쿵-



벽에 못질을 하는 소리.



쩌-억, 쩌-억, 쩌-억



슬리퍼를 신고 걸어다니는 소리.



탁...탁.. 탁...



책장에 책을 정리하는 소리.



혹시 남자의 목소리가 녹음 되어있지 않을까, 다시 영상을 돌려봤지만 목소리는 녹음 되어있지 않았다. 곧 책장을 정리하는 소리가 멈추고 침묵이 이어진다.

내 기억상으로 내가 깨어있다는 걸 알아채며 여자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꽤 오랫동안 노이즈만 들릴뿐이었다.


긴 동영상은 그렇게 끝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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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 REC 19.09.05 39 0 8쪽
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8 0 8쪽
2 낌새 19.09.02 3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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