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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0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9 21:56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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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7쪽

조력자(1)

DUMMY

뜬 눈으로 밤을 샜다. 얼마나 커피를 마셨는지 이젠 그 쓴 맛 때문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든다. 막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을 때 손만 움직여 알람을 끄고 느리게 침대에서 일어난다.

남아있는 커피를 싱크대에 비우고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 입안에 물을 한가득 머금고 수면제를 복용한다. 지금의 상태도 충분히 기절한 것 처럼 잠에 들 수 있었지만 어떤 방해로 인해 중간에 깨버리지 않을까 겁이 나서였다.


간만에 푹 잠이 든 것 같았다. 이상한 소음도 없었고 방해도 없었다. 잠깐동안 집 안에 우박이 떨어지는 것 같은 꿈을 꿨던 것 같다. 그게 꿈이 아니라는 건 밖에서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는 한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알아챘다.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여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나가 집안에 발을 들이며 내게 무언갈 말하고 있었다.




" 비밀번호 바꿨어? 전화도 안 받고 "




아직 잠이 덜 깼는지 한나의 목소리가 공기를 먹은 것 처럼 느리게 들린다. 다시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다 뭔가 생각이라도 난 것 처럼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내다본다.

한나가 내 손목을 잡으며 왜 그러냐는 둥의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한나의 손을 뿌리쳤다. 혹시 '그 남자' 가 지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창밖으로 위험하게 고개를 빼 주변을 둘러본다.

엄마의 손을 잡고가는 유치원생, 그리고 오피스텔 건물에서 가방을 매며 급하게 나오는 젊은 여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건너편 건물에 하얀 옷을 입은 누군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한참이나 눈이 마주쳤으나 그 사람은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괴상하게 몸을 흔들고 있었다. 커튼에 몸을 숨기고 한나에게도 숨으라는 손짓을 한다.




" 너 좀! 왜 그래? "




뒤에서 소리치는 한나의 말이 들렸지만 무시하고 커튼 사이로 여전히 이쪽을 보고있는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 저기 저 사람 보여? "




멀리 떨어져 날 보고 있던 한나가 천천히 다가온다.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한나의 표정에도 긴장이 서려있었다.




" ..누구? "


" 하얀색 옷, 이상하게 몸 흔들고 있는 사람말이야! "




창문에 몸을 기대고 건너편 건물을 빤히 쳐다보던 한나가 힘을 잔뜩 주고 있던 몸을 축 늘어뜨리며 짧게 무거운 숨을 내쉰다.




" 그냥 널어놓은 옷이야" " 아니야, 사람이잖아! " " 이리와, 여기서 봐봐 "




억지로 어깨를 잡아 날 창문 앞에 세운 한나가 똑바로 보라며 소리를 내지른다. 아까와는 다르게 살짝 흔들리던 옷이 이제는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나와 눈이 맞추고 있던건 분명 사람이었다. 내가 아무리 이제 막 잠에서 깼어도 그냥 바람에 흔들리는 옷을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가 없었다.




" 요새 왜그래, 말을 해야 알 거 아니야? "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턱을 괸 채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한나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난다.

그래, 말하고 싶을 때 해. 난 집정리나 하고 있을게.

이제 막 기운이 없다는 목소리로 어지럽혀져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모아 정리하는 한나의 등 뒤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에게 눈길이 간다. 책장에는 뒤집혀 꽂혀 있는 책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제 책을 볼 때 책이름의 앞 글자만 보는 버릇이 생겼다.




'수여아 '




맨처음에 꽂혀있는 책들의 앞글자를 딴 것이었다. 아마 '수연아' 라는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나 보다. '연' 이라고 시작하는 이름의 책이 없으니 그나마 비슷한 글자의 '여' 라도 꽂아놓았을 것이다. 저 메세지 대로라면 나를 '수연' 이라고 불렀던 그 남자가 범인이 확실했다.




" 처음엔 널 의심했어 "




앞 뒤 없이 내뱉은 말에 물건들을 가득 안고있던 한나가 행동을 멈춘다.





" 계속 이상한 일이 생기는데 너는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하니까 "


" 근데? "




한나가 다시 물건들을 정리한다. 죄인마냥 고개를 숙인 채 테이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창고문을 조심히 닫은 한나가 끼익 하고 의자를 당겨앉는다.




" 지금은 ,의심 안 해? "


" 그 남자가 범인인 것 같아 "


" 그 남자 누구? "


" 날 '수연' 이라고 불렀던 남자말이야 "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설명 할 수 있어? "




고개를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한나의 시선을 피한다. 한나는 내 행동 만으로도 내가 무언갈 숨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테지만 난 아직 '진' 의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리하지 못했다.

아마 내가 한나에게 그 메일의 존재를 얘기하게 된다면 내 메일함에서 '진' 과 주고받은 메일은 모조리 사라져있을 것이다.


건너편 남자가 정말 나를 괴롭힌 범인이라면 나는 한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괜히 메일에 대한 얘기를 해서 날 망상증 환자처럼 보이게 할 필요는 없었다.




" ..며칠 전에 그 남자를 우연히 만났는데 그냥... 그런 느낌이 왔어 "


" 난 지금 좀 고민중이야 "


" 뭘? "


" 네가 하는 거짓말에 속아줄지, 아니면 조금 더 캐물을지 "




한나의 미간이 잠시 찌푸려져 주름을 만들었다가 금새 원래대로 돌아온다. 톡톡, 나무 테이블을 손톱으로 두드리는 일정한 소리만이 집안을 울린다. 한나가 나를 잘 알듯이, 나도 한나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한나는 그동안의 일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았지만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넘치는 궁금증을 자제하고 있었다.




" 더 안 물어볼게 , 그래도 이제 네 계획이 뭔지는 알아야겠다 "


" 지금은 그 남자가 옆건물에 산다는 정도 밖에 몰라 "


" 설마 만나보려는 건 아니지? "




한나는 자기가 질문 하고는 곧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흔들어 내 대답을 막는다.




" 안 돼, 그 사람이 진짜 칼을 숨긴 사람이라면 직접 만나는 건 더 위험해 "


" 그래도 일단 얘기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




기어코 답답하다는 듯이 얼굴을 가린 한나가 후우, 하고 긴 한숨을 내쉰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한나의 표정이 현재 심경을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 곧 가방에서 펜과 메모지를 꺼내 뭔가를 써내려 가다가 내 시선을 집중 시키려 펜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드린다.




" 그것보다, 나한테 더 좋은 방법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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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력자(2) 19.09.13 21 0 7쪽
» 조력자(1) 19.09.09 26 1 7쪽
8 악몽의 형상(2) 19.09.07 23 0 7쪽
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5 그들은(2) 19.09.04 32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2 낌새 19.09.02 37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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