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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9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3 21:30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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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그들은(1)

DUMMY

TV에서 보면 보통 형사들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던데 그건 드라마 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나 보다. 신고를 받고 막 달려온 건지 야광 순찰 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내 서랍장 안을 들여다보며 어깨에 달린 무전기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집안의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는 듯 했다.


나는 멀리 떨어져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얘기가 끝난 건지 고개를 막 끄덕인 경찰 한명이 내게 다가온다.




“ 저 칼들은 본인이 사용하던 칼인가요? ”


“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제 칼들은 아닌 것 같아요 ”


“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한번만 더 설명 해주실 수 있을까요? ”


“ 그러니까 친구랑... ”




아령을 넣으려고 열어본 서랍장 안에는 수많은 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나는 한나와 통화중인 것도 잊은 채로 소리를 질렀다. 한나가 휴대폰 너머로 무슨 일이냐고 놀란 듯 물었지만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고 곧장 112로 전화를 걸었다.


계속해서 말을 더듬는 바람에 나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가 없었고, 집안에서 칼이 발견 됐다는 말을 하고 나서야 경찰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요약하자면 친구가 이 아령을 서랍장 안에 넣어뒀었는데 밖으로 나와 있었고, 오늘 전화를 하다가 아령을 넣어두려고 서랍을 열었는데 칼이 들어있었다 이 말씀 맞으시죠? ”


“ 네, 맞아요 ”


“ 최근에 누가 집에 들어왔던 적이 있나요? ”


“ 친한 친구가 자주 놀러 오기는 하는데, 그 친구는 칼을 넣어둘만한 이유가 없어요 ”


“ 친한 친구 말고는 따로 들어온 사람이 없다는 거죠? 주변에 수상한 사람도 없고요? ”




대답을 생각하는 그 짧은 순간에 메일, 그리고 육류를 배달한 택배기사, 날 아는 체 했던 남자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메일 빼고 분명 수상한 사람들은 아니다, 평범한 택배기사, 그리고 친구를 착각한 남자.


고개를 저었다, 장난 같은 메일로 인한 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경찰의 입이 쿵쿵대는 요란한 노크소리에 막혀버린다. 문을 열어도 좋다는 듯 고개를 한번 까딱인 그를 뒤로 하고 조심히 문을 열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경비아저씨가 모자를 벗으며 인사를 한다.




“ cctv 확인 부탁하셔서요, 2주 정도 용량이 저장되어 있으니 확인 하셔도 됩니다 ”


“ 아, 네 감사합니다 ”


“ 아, 그리고.. ”




말을 머뭇거리며 모자를 고쳐 쓴 경비 아저씨가 경찰들의 눈치를 보더니 잠시 귀를 가져 오라며 손짓을 한다.




“ 오피스텔 내에 경찰이 들락날락 하는 건 주민들 항의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다음부터 이런 일은 저한테 먼저 연락 주세요 ”




경비아저씨가 넉살 좋게 웃음을 흘리며 수고하라는 인사를 남기고 문을 닫는다. 문이 완전히 닫혔다는 멜로디가 들릴 때까지 문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지 않았다.


이제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 아니라 분노가 되어가고 있었다.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았지만, 제대로 따지지 못한 응어리가 박혀 입안을 맴돈다.



경찰은 꽤 오랫동안 집에 머물러 있었다. 담당 형사가 배정 되는대로 재방문을 할 수 도 있으며 배정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고 cctv는 혼자 확인해도 되지만 무섭다면 경찰을 동행해도 좋다고 하셨다. 그게 다였다. 단순히 집안에서 칼이 발견 됐다고 해서 경찰이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우선 칼을 가져가서 지문인식으로 인적조회 등은 해볼 수 있다고 하셨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경찰이 움직일 수 없다, 간단하게 이런 얘기였던 것 같다.


경찰들이 가고 열려있는 서랍장, 밖으로 나와있는 아령, 집 안에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집 한가운데에 가만히 서있었다. 느리게 침대 밑을 본다. 아무도 없다. 옷장을 열어 그 안으로 손을 헤집는다. 역시 아무도 없다. 평소와 같은 집인데 누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안전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 수안아! ”




요란하게 문을 두드리며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한나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경찰이 왔을 때와는 달리 재빠르게 문을 열어주었고 한나는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고 걸쇠를 걸어 잠군다.




“ 갑자기 전화가 끊어져서 놀랬어 ”




한나의 셔츠자락이 치마를 벗어나 삐져 나와 있다. 시선을 확인한 한나가 거칠게 셔츠자락을 안으로 집어넣고서 구두를 벗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 누가 집에 들어왔다고? ” “ 아니, 집에 들어온 건 아니고 집에 들어 왔었던 것 같아 ”




한나는 칼을 발견했다는 얘기를 듣고도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원래 알고 있었다는 사람처럼 서랍장 문을 열어 그 안을 확인한다.




“ 칼은 다 가져 간거지? ”


“ 응, 가져 가시라고 했어 ”


“ 신분증 검사는 했어? ”




컵에 물을 따르는 내 손이 잠시 멈춘다. 물이 가득찬 컵을 건네받은 한나는 물을 마시면서도 내게 눈을 떼지 않는다.




“ 그냥 이름이랑 핸드폰 번호 적어가셨어 ”


“ 얼마나 놀랬는지, 네가 경찰에 신고 하자마자 달려왔어 ”




잠시 정적이 흐른다.




“ 난 너한테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한 적 없는데? ”




굳어 있던 한나가 표정을 풀며 컵을 내려놓는다.




“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전화를 끊었으니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겠지 싶잖아? ”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정말 한나가 집에 들어와서 서랍장 안에 칼을 넣어뒀고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 놓은 거라면. 한나는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니까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와 칼을 넣어둘 수 있었다.




“ 너 좀 많이 예민한 상태야, 너도 알지? ”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요 근래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건 알고 있다. 한나는 어제 내가 집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집에 와있었다. 하루 종일 집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내가 집에 들이는 유일한 사람은 한나였고 한나는 내가 없을 때 미리 와서 칼을 넣어둘만한 시간이 있었다.




“ 그래, 내가 넣어뒀어. 내가 어떻게 넣어뒀는데? ”


“ 너 어제.. ”


“ 너보다 먼저 집에 와있었지, 근데 난 어제 네가 집에 없는지도 몰랐어. 넌 항상 집에 있잖아? 네가 집에 있는 줄 알고 왔는데 그 많은 칼을 챙겨왔다고? 말도 안 되지 ”




네가 없는 줄 알았으면 챙겨 왔을 거야. 그리고 너 없는 동안 서랍장에 넣어뒀겠지. 그 무거운 칼들을. 베이는 게 무섭지도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난 너를 놀래켜야 했거든.


한나가 숨도 쉬지않은 채 쏟아붙이는 말을 이어하다가 속이 타는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소리 나게 탁자에 쾅 내려놓는다. 이제는 해탈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보이며 대답해 보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 그 외에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계속 너랑 같이 있는데 내가 언제 칼을 넣어둬? ”


“ ..그치? ”


“ 널 괴롭히는 게 재밌기는 한데, 내가 그 정도로 사이코는 아니야 ”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몇 마디가 오가는 짧은 순간에 나는 정말 한나가 범인은 아닐까 의심하고 막 확신을 하려던 참이었다. 얼마나 주먹을 쥐고 있었는지 하얗게 질렸던 손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한 느낌이 든다. 손바닥에 남은 손톱자국들이 내가 얼마큼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 일기 써보는 건 어때? ”


“ 일기? ”


“ 손으로 쓰기 싫으면 영상이라도 남겨서 그 날을 기록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내 환자들 중에서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영상이나 녹음으로 있었던 일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아, 실제로 도움도 좀 되고 ”


“ 나는 그냥 깜박깜박 하는 거지, 그 정도는 아니야 ”


“ 네가 알츠하이머(치매)라는 얘기가 아니라, 물건의 위치라던가 그런 건 네가 쓰고 정리를 안 해둔 걸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 사소한 걸 남기라는 거지, 그래야 누가 들어 왔었다는 확신이 생기지 않을까? ”




한나는 나름 진지하게 권유하는 것 같았지만 그 말을 흘려듣기로 했다. 내 기억력이 좋지 않은 건, 내 직업 때문이다. 한나도 그렇게 말했었고 나도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항상 긴장되는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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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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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 그들은(1) 19.09.03 26 0 9쪽
3 3. 선물 19.09.02 2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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