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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49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6 22:59
조회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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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악몽의 형상(1)

DUMMY

전화가 왔었다. 담당형사 배정에 대해 경찰서에서 온 전화였다. 일주일 전 이미 담당형사는 배정이 된 상태였으나 내가 신고를 취소했었다고 한다.


아니라고 했다. 나는 신고를 취소한 적도 없고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

경찰은 내가 직접 전화를 해서 신고를 취소했고, 장난전화라고 인정하며 사과한 사실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벌금이 나올테지만 많아봐야 20만원 정도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와 장난전화에 대한 주의를 주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두통의 메일을 받았다. '진' 의 메일이었다.




[ 제가 숨겨놓은 칼을 찾으셨네요 ]




담담하게 다음 메일을 읽어나간다.




[ 혹시라도 제가 보낸 메일을 경찰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은 하지마세요. 저는 우리가 주고받은 메일을 전부 삭제 할 수 있습니다. 또 거짓말 쟁이가 되고싶지는 않으시죠? 아마 지금 쯤이면 경찰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셨을거라 믿습니다 ]




새벽에 수신된 메일이었다. 이제는 두려움보다 의문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진' 은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걸까, 아니면 '그들' 중 한명일까. 집에들어와 칼을 숨긴걸로 봐서는 전자일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던 간에 시작은 '진'의 메일이다. 내가 이상한 일을 겪고 있는 것도, 규칙적인 일상을 깨버린 것도. 분노, 두려움을 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할때가 되었다.

지금 내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그리고 나와 소통이 되는 사람, '진' 뿐이다.




[ Re : 만나서 얘기해요,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을게요 ]




메일을 보내고 나서 하나씩 문제를 풀어보기로 했다. 우선 도어락 비밀번호를 바꿨다. 4자리의 간단한 숫자에서 7자리의 나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숫자를 비밀번호로 설정해놓았다. 집 비밀번호를 알고있던 한나에게도 당분간은 변경된 비밀번호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책장의 책을 모조리 빼 제대로 꽂아두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두었다. 나중에라도 증거라 될 수 있을 것 같아 집안의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다.

며칠동안 밖으로 나와있던 공구함까지 창고에 넣어 사진을 찍어두고 평소처럼 식사를 한다. 노랫소리를 크게 틀어뒀다.


며칠 새 집이 낯선 공간처럼 느껴져 즐겨듣던 음악이라도 틀어놓지 않으면 정말 집을 뛰쳐 나갈 수도 있었다.




" 아, 저번에는 죄송했어요, 제가 아는 분이랑 좀 많이 닮아서 "




꽉 찬 쓰레기 봉투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멀리서 부터 보이는 익숙한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기가막힌 우연인 것 같으니 다음에 쓰레기 버리러 나올때는 눈치를 봐야할 것 같다.

재빨리 쓰레기를 멀리 던지고 몸을 돌렸지만 남자는 날 알아본 듯 내 어깨를 붙잡았다.




" 괜찮아요, 헬갈릴 수도 있죠 "


" 제 친구중에 수연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거든요, 가까이서 보니까 진짜 똑같이 생겼는데 .."




지방에 있다가 서울에서 아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구구절절 혼잣말을 이어가던 남자가 이웃인 것 같은데 자주 보자는 예의상의 말을 남기고 멀리 걸어가다가 뒤돌아 이쪽을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흔한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닮은 사람이 있기는 하나보구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맨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다가 남자가 앞건물로 들어가는 걸 보고나서 자리를 떴다.


잠시 나갔다 온사이에 한나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있있다. 전화를 왜 안 받냐는 문자까지 확인하고서 한나에게 전화를 건다.




" 응, 왜? "


- 어디 갔다 왔어?


" 아니? "




한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일일이 한나에게 이랬다, 저랬다, 쓰레기 버리고 온 것 까지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 그래?




짧은 침묵 뒤에 이어진 대답이었다.




- 무슨 일 없지?


" 옆집에서 밤마다 망치질 하는 것 빼고는 없어 "


- 세상 참, 또라이들 많다




한나는 어울리지 않게 비속어를 섞어가며 내 이야기에 공감한다. 내 생활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았지만 어떻게 설명해 줄 방법이 없어 시종일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10일동안 녹화한 파일은 전부 없어졌고, 책장에 제대로 꽂아둔 책들은 또 뒤집혀 꽂혀 있었고, 경찰에 신고한 내용은 내가 허위신고라고 자백해 벌금형을 받았다 하고, '진' 과 주고받은 메일은 누군가에게 알리는 즉시 삭제해 버린다고 하니,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진' 의 얘기를 숨기고 어떻게 저 많은 얘기를 풀어나가야할지 모르겠다.


더 중요한 건, 나는 한나를 믿지 않는다.




- 무슨 일 생기면 꼭 연락줘, 그 전에 한번 들릴게




전화를 끊고나서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눕는다. 내가, 나를 도와준 은인같은 한나를 의심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한나도 아마 알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한나도 믿어선 안됐다.


새벽 늦게까지 노트북을 들여다봤다. 막 2시가 넘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망치질 하는 소리라도 들리면 당장 현관을 열고 뛰쳐나가 옆집을 두드려 끝장을 볼 셈이었지만 매일같이 들리던 그 소음이 오늘은 이상하게 들리지 않고 노트북 톡톡 건드리는 소리만이 방안을 가득채운다.

막 눈이 감기기 시작 할 때 노트북을 덮고 이불을 들춰 침대에 드러누웠다. 끄지않은 조명들을 보고서 머릿속으로는 몇번이나 꺼야한다고 말했지만 이미 침대에 누워버린 몸은 젖은 솜처럼 축 늘어져 힘이 없었다.


10분정도 졸았던 것 같다. 쾅, 하고 방문을 닫는 소리에 몸을 움찔거리며 잠에서 깼다. 분명 조명등을 끄지 않았는데 떠지지 않는 눈꺼풀 너머의 집 안은 깜깜한 어둠이었다.

잠시 무거운 것들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탕,탕, 하고 망치질 하는 소리가 이어 들린다.




' 물 안에서 박수치는 소리 '




언젠가 한번 꿈에서 들었던 적이 있다.

이상하게 느린 박수 소리와 울림소리.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이 들었던 그 날, 지금과 같은 망치질 소리를 들었지만 잠에 취해 물 안에서 박수칠 때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소리는 엎드려 가위에 눌린 내게 ,밤새도록 물속에서 박수를 치는 섬뜩한 사람의 형상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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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력자(2) 19.09.13 21 0 7쪽
9 조력자(1) 19.09.09 25 1 7쪽
8 악몽의 형상(2) 19.09.07 23 0 7쪽
»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5 그들은(2) 19.09.04 32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2 낌새 19.09.02 37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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