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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2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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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낌새

DUMMY

잠을 설친 것 치고는 굉장히 개운하게 일어났다. 밖은 곧 비가 올 것 같이 우중충 했지만 차라리 밝은 것 보다 이런 어둡고 칙칙한 날씨가 훨씬 좋았다. ​ ​ ​


“ 어제 커피 마시고 안 씻어뒀나... ” ​ ​ ​



아침마다 커피를 따라 마시는 컵이 책상에 올려져있다. 사용한 물건들은 바로바로 정리해서 치워두는 편이라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어제의 그 이상한 남자때문에 정신없어 미처 설거지를 못 해뒀나 싶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 ​ ​



[RE : 선생님께서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 놈은 제가 어떤사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저를 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 ​ ​



가만히 자판에 손을 올리고 어떤말을 해줘야할지 고민했다. 이를 바득바득 갈고있다는 것이 이 짧은 문장에 고스란히 담겨져 노트북 화면 너머로 느껴지고 있다. 하지말라고 하는 것은 자극 이될 수 있으니 하지말라는 말을 어떻게 풀어써야 하는 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답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 ​



딩동- ​ ​ ​



유리창을 내리친 것 같이 날카롭게 들리는 초인종소리에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가 편다. 긴장을 풀고 있을때는 항상 큰소리만 나도 평균이상으로 반응하게 된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채 인터폰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모자를 쓴 남자가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 발소리가 나지않게 조심히 인터폰 앞으로 걸어가 화면을 확인한다.


기다림이 지루하다는 표정의 남자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한번 초인종을 누른다. 반응하지 않을까 하다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 ​ ​



“..누구세요?” ​


“택배요, 조수안님 맞으시죠? ​


“네, 맞는데..” ​ ​ ​



배송업체의 큰 로고가 박힌 모자를 고쳐쓴 남자가 다시한번 문을 두드린다. 이제 짜증이 섞인 그 표정에 수화기를 내려놓고 살짝만 현관문을 열어 까딱 인사를 건넨다.



“육류라고 기재되어 있으니까 빨리 냉동보관 하셔야지, 안 그럼 다 상해요” ​


“육류요?”


​“여기” ​ ​ ​



<육류, 진공포장> 이라고 적혀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르켜 알려준 택배기사가 무거워 보이는 스티로폼 박스를 집안에 들여주고 볼일이 끝났다는 것처럼 자리를 떠난다. ​


보내는 사람이 따로 적혀있지는 않았다. 받는 사람 정보에는 정확히 우리집 주소와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발로 박스를 툭 건드려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은지 밀리지가 않는다.


이 박스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냥 먹어 치우면 될 일이지,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나의 취향을 모르고 보냈을 선물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게 선물에는 작은 쪽지들이 끼워져있기 마련인데 그런 종이는 찾아볼수도 없고 흰 스티로폼 박스에 적혀있는 건 내 주소와 이름 뿐이다. ​


오피스텔을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나눠주기에 내 성격은 그렇게 친화력 적이기가 않고 뜬금없이 찾아와 고기를 나눠주는 날 보며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상상이 안간다. 결국 그 무거운 박스를 들고 1층까지 내려와 경비아저씨를 찾는다. ​ ​ ​



“이거, 제 앞으로 온건데 잘못 온 것 같아요” ​


“아가씨 이름이 조수안 아녀요?” ​


“맞는데.. 제가 주문한 건 아니라서요” ​


“잘못 왔어도 누가 찾으러 와야 보관하고 있다고 하지, 그러고 냉장보관 해야하는 건 우리쪽에서도 보관이 안 돼” ​ ​ ​



손을 휘저으며 가져가라고 하는 경비 아저씨를 보며 곤란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다. ​ ​ ​




“제가 채식주의자라..” ​


“아이구, 저런..” ​


“괜찮으시면 가져 가실래요? 제가 가지고 있어 봤자 음식물 쓰레기 밖에 안되잖아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박스를 건네받으신 경비아저씨 표정이 싱글벙글하다. 막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서늘해지는 것 같아 팔뚝을 문지른다. 우연히 본 우편통에는 우편물이 와있었지만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갔다. ​


워낙에 걱정이 많은 한나는 내가 이런 것 하나하나 다 말해주길 바라겠지만 어제의 일로 날 애취급하는 게 확실해진 것 같아 전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 ​


집으로 돌아오자 화면이 꺼진 노트북이 보인다. 그 옆으로 싱크대에 담궈두지 못한 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머리가 아프다. 갑작스레 짜증이 몰려와 손바닥으로 마른 얼굴을 문지른다. 내공간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요근래 일어나는 일들이 내 공간을 침범하고 규칙적인 내 일상을 깨뜨리고 있다. 노트북 화면에 비친 게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아 한참을 보다가 소리나게 노트북을 닫는다.



“그냥 스트레스성 두통이네요”


“스트레스성이요?”


“최근에 이상한 일들을 많이 겪으셨다고 했잖아요, 뭐 그런..”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내 얘기를 들어보고서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얘기를 했다. 내가 겪었던 일을 사소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 차트를 넘겨본다.


내 균형을 깨는 경험들이었는데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듯이 말하는 말투는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외에 딱히 특별한 진료내용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인 것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말 없이 진료실을 나왔다.


나는 ‘진’ 이라는 남자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사실 못 했다는 말이 맞겠다. 요 며칠간 나는 벽에 못을 박는 소리에 밤에 제대로 잠든 적이 없었고 항상 선잠으로 설쳐댔다.


몇 번 옆집에 찾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상하게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몸이 가위눌린 것처럼 몽롱해 매번 소음 속에서 잠이 들었다. 아침에는 알 수 없는 두통에 머리를 쥐고 그냥 통증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한나가 준 두통약이 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나는 병원을 왔고 스트레스성 두통이라는 뻔한 진단을 받았다.


“늦었네, 어디 다녀 왔어?”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구두와 함께 한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 같았으면 장난식으로라도 깜짝 놀랐다는 말을 했을텐데 그렇게 말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다.



“벌써 수요일이야?”



“세미나 다녀와서 늦을까봐 부랴부랴 왔는데 집주인이 없더라”



“오늘 왔으면 좀 쉬지, 피곤 할텐데”



좋은말이 나오지 않는다. 냉장고에 물을 따라 벌컥벌컥 마시는 나를 가만히 보고있던 한나가 어깨를 으쓱인다.



“날 환영해줄 기분은 아닌가보네”


“요새 잠을 좀 못 잤거든”


“그런 것 같아”



한나가 방안을 둘러보는 것으로 뒷말을 대신한다.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이불, 씻지 않고 싱크대에 쌓아둔 식기들, 컴퓨터 옆에는 사용했던 것 같은 컵들이 모여있다.


전부 다 기억에 없는 것들이다. 아마 두통이 심했을 때 내가 해놓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 일 것 이다. 나는 가방 안에 있는 약봉투를 깊숙이 숨겨두고서 의자에 가방을 조심히 내려놓는다.


한나의 시선이 가방을 따라왔지만 가방 앞에 자리를 잡고 앉으므로써 그 시선을 차단한다.


“세미나는? 잘 다녀왔어?


“그냥 똑같았지, 젊은 친구들이 없으니 재미도 없고”


여전히 방안을 둘러보고 방안의 소품을 들여다보는 한나의 행동이 오늘따라 불편하다. 다시금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수안아, 이건 뭐야?”



책장을 서성거리던 한나가 허리를 구부려 책한권을 뽑아든다.



“왜 책을 다 뒤집어 놨어?



책 한권을 바르게 꽂아둔다. 책을 한권씩 뽑아 바르게 정리하던 한나의 손이 멈추고 이내 빨리 와보라는 손짓을 한다.



“이거 좀 소름 돋는다, 그치?”



‘날 돌아보는 시간’ ‘보는 사람의 차이’ ‘고요함 속의 침묵’ ‘있는 자와 없는자’ 책들이 차례대로 놓여있다. 한나는 손가락으로 책들의 앞글자를 동그라미 치다가 쭉 그으며 천천히 따라 읽는다.



“날..보고있..?”



한나의 손에는 ‘지정론책’ 이라는 이름의 책이 들려있다.



‘날 보고있지’



우연치고는 꽤 과한 우연이 아닐 수 없다. 한나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웃음기 있는 말로 상황을 넘기며 책을 정리한다.


며칠 전에 발견했으면 나도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다. 하지만 꽤 예민하게 날이 서있는 지금, 저런 말도 안되는 우연도 나를 긴장하게 했다.


한나는 꽤 오랜 시간을 내 집에서 보내다가 갔다. 마지막까지 내 안부를 걱정해주는 말에 한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내 자신이 조금 미안해졌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더 이상 못 박는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했다. 몸을 옆으로 돌려 이불에 파묻힌 채 무거운 눈꺼풀을 깜박이다가 메일 알림으로 인해 노트북 화면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눈을 감았다.



수면제 덕분인지 그 날은 시끄러운 망치질 소리를 듣지 못했다. 대신, 물속에서 박수를 치는 듯한 무거운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잠이 들었다.


작가의말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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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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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 낌새 19.09.02 38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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