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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354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7 20:57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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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악몽의 형상(2)

DUMMY

창고에 넣어두었던 공구함이 밖으로 나와있었다. 잠에서 막 깬 상태로 공구함을 발견하고 어제 창고에 넣어둔 게 내 착각이었나 기억을 더듬어본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켜보지만 밧데리가 없어 막 꺼질 것 처럼 화면이 깜박이고 있었다. 급하게 충전기를 찾아 잭을 연결한다. 기억대로라면 분명 공구함을 창고에 넣고 사진을 찍었었다. 그리고 사진첩에 집 안을 촬영한 모든 사진, 동영상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어제 집안을 찍은 사진은 단 한장도 존재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협탁에 내려둔다. 진의 말대로 충분히 증거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었다.




[ 저는 선생님을 자주 만납니다, 선생님이 그닥 저를 달가워 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저는 선생님 편이니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우선 지금쯤이면 '그들'이 눈치를 챘을 수도 있으니 평소처럼 행동하세요 ]




계속해서 같은 문장에 눈길이 간다. '선생님을 자주 만난다, 선생님은 나를 달가워 하지 않는다 ' 요근래 만났던 사람이라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 마다 마주친 그 남자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그 남자를 마주할 때 마다 살갑게 대한적이 없었다.




" 이름이 뭐였더라... "




처음 마주쳤을 때, 서로의 부모님이 잘 아는 사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 것 같았다. 보름이나 더 지난 얘기이기도 하고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빠져나왔으니 기억을 못하는 건 당연했다.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모자를 쓰고 소매가 긴 점퍼를 걸친다. 내가 알고있는 건 옆건물에 산다는 게 다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경비실 밖에서 택배를 정리하던 경비아저씨가 반갑게 인사한다. 고개를 까딱여 보이고 그냥 지나 치려다가 옆집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 아가씨가 401호던가? "


" 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에는 새벽마다 들려서요 "




아저씨가 택배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이제 9월의 초가 다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저씨에게는 아직도 땀 특유의 짠내가 났다.




" 401호면은...옆집이 402호? "


" 네 "


" 거기는 아직 비어있어요, 자주 집보러 들락날락하고 그래 "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한번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검은색의 두꺼운 서류를 들여다본 경비아저씨는 확실히 집이 비어있다고 했다. 몇번이고 새벽에 망치질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들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공구함, 분명 창고에 넣어뒀었다. 공구함을 정리하고 창고를 찍을 때 굳이 여기도 찍어야하나 몇번이나 고민을 했으니까. 넣어둔 게 확실했다.

내가 사용하지 않은 공구함이 창고 밖으로 나와있다는 건 누군가 들어와 공구함에 있는 도구를 썼다는 얘기가 된다. 어제의 그 '쾅' 하고 문닫는 소리도 공구함을 꺼내고 창고 문을 닫았을 때 나는 소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12층에 멈춰있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비상구를 통해 4층으로 뛰어 올라왔다.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사실을 깜박한 채 두어번정도 틀리고 나서야 제대로 된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게 그냥 망상이길 바랬다.




" 이게..왜... "




왜 그동안 발견을 못했을까. 책장옆 벽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많은 밤들의 소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얀색 벽지에 수많은 검은색 구멍들. 내 집에서 못을 박는다, 다 박은 못을 빼내고 다른 곳에 다시 못을 박는 남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손가락으로 작은 구멍들을 하나씩 스칠때마다 자고 있는 내 옆에서 못을 박았을 사람의 형상이 보여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구멍의 갯수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한나의 말이 맞았다.


그렇다면 이건 한나의 장난일까. 내가 내 앞의 수많은 증거를 부정하려고 한다. 실소까지 터져나왔다. 역시 한나의 장난이었다.

한나는 집에 놀러올 때마다 내게 자신이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렸지만 나는 눈치가 없어서 알아채지 못한거다. 그게 아닌거면 옆집에서 밤마다 망치질을 하는 게 맞다. 이 구멍들은 내가 이사오기 전부터 있었던 게 틀림없다.




" 아니야 "




아닌 걸 알고있다. 벽에 기대앉아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다. 왜 하필 나인지,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고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데 왜 나를 감시하고 위험하게 하는건지. 팔사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소리가 귀신의 곡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전부 다 그 메일 때문이라고. 내가 그 메일을 답장하지 않았으면, 차라리 그냥 그런 메일따위 휴지통에 쳐넣고 읽지 않았더라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눈앞에 보이는 공구함을 발로 걷어차니 발가락 끝부터 고통이 밀려든다. 충격으로 뚜껑이 분리된 공구함에서는 넣어둔 공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난히 눈에 띄는 망치를 집어 들어 창고 안으로 집어던진다. 망치와 부딪힌 물건들이 끈 소리를 내며 우르르 무너져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 Re : 사람 피말리고 싶으면 직접 칼을 들고 찾아오던가 해, 이 미친새끼야! ]




오로지 분노로 행한 행동들이었다. 집을 엉망으로 만들며 격한 감정을 조금 사그러 들고 나서야 내 행동들을 돌아본다. 진은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었고 심경이나 주변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답장을 해달라고 한 건 나였다. 지금은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나를 도와줄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부정 > 분노 > 타협, 우리의 용어로는 분노의 단계라고 한다. 그 다음은 우울함이었다. 꽤나 빠른 시간에 이 단계들을 거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모든 감정이 사라지며 우울함보다는 막막함에 가까운 감정이 불쑥 찾아온다.


지금까지 가장 안전하고 편하다 느꼈던 집이 이젠 내게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됐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은 한가지다.



우리집 창문에서는 오피스텔 입구가 내려다 보인다. 앞건물의 입구도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내려다 보고 있으면 언젠가 한번은 그 남자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남자가 '진' 이고 나와 메일을 주고 받은 사람이 맞다면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그 남자를 만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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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조력자(1) 19.09.09 26 1 7쪽
» 악몽의 형상(2) 19.09.07 24 0 7쪽
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5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2 낌새 19.09.02 38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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