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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리

Re : 그림자 주인

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고댈리
작품등록일 :
2019.09.01 18:23
최근연재일 :
2019.09.14 23:09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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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추천수 :
1
글자수 :
39,761

작성
19.09.0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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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그들은(2)

DUMMY

어젯밤엔 옆집이 조용했다. 평소에는 엄청난 소음으로 들리던 것이 또 안 들리니까 불안했다. 옆집 사람이 외출을 했나, 그럼 오늘 옆집에는 아무도 없는 건가, 두꺼운 벽에 귀를 대고 있다가 환하게 방 전체에 불을 켜고 침대에 누웠다.


솔직히 겁이 나서 잠을 못 잘 줄 알았다. 냉장고가 작동하는 소리에도 몸을 움츠릴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눈을 떠보니 거짓말처럼 아침이 되어있었고 햇빛이 집안에 들어올 수 있게 활짝 커튼을 쳤다.




“ 8월 27일 금요일, 10시에 일어났다. 어..10시 보다는 조금 늦게..? 커피를 마시려다가 그냥 안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




모니터에 비친 내 표정이 조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말을 더 이어나가지 못했다. 잠시 녹화를 중단시키고 집안을 둘러본다.


집 안에 나 혼자 있지만 누군가 날 보고 비웃고 있을 것 같은 민망한 느낌이 온몸을 지배했다. 작은 녹음기를 하나 사서 차라리 녹음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나가 일기처럼 하루를 녹화하라는 말을 했을 때 사실 귀담아 듣지 않았다. 환자 취급하는 게 아니라며 설명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게 내 기억력이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 지금은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고 날씨는 좋은 것 같다 ”




인정하기 싫지만 한나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계속해서 물건이 다른 곳에 가있는 걸 내가 썼다가 깜박 잊었겠지 하고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카메라를 켜놓은 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녹화를 시작했다가 중지 시키기를 반복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사용하지 않은 식기들은 건조대 안에 있었고 옷걸이에 아무렇게나 걸어놓은 옷들, 책상위의 필기용품, 가방도 그대로 의자위에 놓여있었다.



특별히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하니 마땅히 할 말도 없다.




“ 별다른 일이 없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물론 아무 일도 없으면 좋겠지만... 그 때 또 녹화 해야겠다 ”




횡설수설 1분이 조금 넘는 영상을 녹화하고 저장한다. 뭐라고 말했는지 확인이나 해볼까 하다가 얼굴이 화끈거릴 것 같아 화면을 닫았다.


일주일정도 똑같이 녹화를 했다. 시간을 채우기 위해 사소한 얘기로 1분을 간신히 채우던 녹화시간은 이제 10분이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 9월 2일 목요일, 저녁 7시 16분. 녹화 6일째다. 녹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별로 이상한 일이 생기지가 않는다. 내가 많이 예민했던가 싶기도 하고.. 한나는 어제 이거, 과일주스세트를 주고 그냥 가버렸다. 녹화에 대한 얘기를 좀 하려고 했는데 많이 바쁜 모양이다 ”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처럼 노트북 카메라에 대고 마시던 주스를 보여준다. 처음에야 어색했지만 지금은 혼자 중얼거리는 것도 꽤 재미있게 느껴진다.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니터에 녹화되고 있는 내 얼굴도 낯설게 보여 정말 친구랑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어.. 내일은 이때까지 찍은 영상들이 잘 저장이 됐는지 보고 내가 말한 것들 중에 뭔가 달라진 게 있는지 확인 해보려고 한다. 아마.. 없을 것 같기는 한데.. ”




칼이 왜 서랍장에 들어있었는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다고 경찰이 말하기는 했지만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담당형사가 배정되었다는 소식이 없었고, cctv 확인도 못하고 있는 채다.

사건현장을 건들면 안 되는 것처럼 서랍장은 여전히 비워 놓은 상태로 손도 대지 않았고 아령도 그 자리에 그대로 세워두었다.


더 이상 그 이상한 메일은 오지 않는다. 장난 메일이었던 게 분명해졌다. 내가 만약 경찰들에게 메일에 대해 말했다면 난 지금쯤 웃음거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메일 하나가지고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람은 구경꾼 입장에서 꽤 흥미로운 코미디언과 다름 없을거다.


녹화를 끝마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나는 희미하게 들리는 망치질 소리에 귀를 막으려 했다.




“ 죽..가는..이건 아니고.. ”




곧 소리가 멈추고 선명하게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가위 눌린 사람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탁, 하고 책상에 뭔가를 내려놓는 소리와 슥, 하고 책을 넘기는 소리, 방안을 왔다 갔다 하는 묵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 여깄다 ”




그 목소리는 소름끼칠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누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고 느낄 만큼 가까웠다. 10평이 안 되는 오피스텔이기는 했지만 책장은 침대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있다.


심지어 남자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버퍼링 걸린 사람처럼 말을 더듬었다.




“ 요, 편, 아닌데...감,,감.. 왜 없지... ”




급하게 무언가를 찾는 듯 했고 소리가 날까봐 조심히 하던 행동도 이제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와르르 쏟아내고 다시 책장에 다시 책을 꽂아 넣는다.

눈을 떠서 확인하고 싶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움직이지 않고 내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기는 일이었다.


쩌억, 하고 발과 바닥이 떨어질 때 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느리게 한참을 걸어 다녔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들린다. 저 사람들이다. 저 사람들이 내 서랍장 안에 칼을 넣어놨을 게 분명했다.





“ 잠깐만 ”




여자목소리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 아니면 남자, 여자 둘 다.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내 집에 누군가 들어와 있다는 거였다. 쩌억, 하는 듣기 싫은 발자국 소리가 멈추며 정적을 만들어 내더니 이내 빠르게 내게 다가온다.




“ 이 년 깨있다 ”




직접 보지 않았지만 ‘이 년’ 이라는 게 나를 지칭하고 있음을 알았다. 당장 일어나서 문을 박차고 나가야 했지만 포박되어 있는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침묵이 공간을 조여 온다, 이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 걸 생각하니 털이 곤두선다. 간신히 손가락을 까딱여 보지만 그게 다였다.




“ 언제부터? ”


“ 그건 모르지 ”




남자는 이제 말을 더듬지 않았다.




“ 어떡할까? ”




여자가 대답한다.




“ 재워야지 ”


작가의말

벌써 5화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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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조력자(2) 19.09.13 21 0 7쪽
9 조력자(1) 19.09.09 26 1 7쪽
8 악몽의 형상(2) 19.09.07 23 0 7쪽
7 악몽의 형상(1) 19.09.06 26 0 7쪽
6 REC 19.09.05 38 0 8쪽
» 그들은(2) 19.09.04 33 0 7쪽
4 그들은(1) 19.09.03 25 0 9쪽
3 3. 선물 19.09.02 27 0 8쪽
2 낌새 19.09.02 37 0 10쪽
1 Re : 19.09.01 5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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