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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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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5.02 12:59
최근연재일 :
2024.05.21 20: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79
추천수 :
20
글자수 :
92,147

작성
24.05.18 23:05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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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5쪽

C

DUMMY

다시 현실이다.


13)‘모든 것의 열쇠가 그녀에게 있다.’


관짝에서 달아나 그녀에게로 향했다. 생계의 연명을 위한 노동과 그날의 과욕을 제외하곤 바깥은 없던 생활이었다.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형제와 같은 자동차도 신이 났는지 유독 흥을 냈다. 밖은 추웠다. 진실로 추웠다. 그 동안의 떨림은 날씨 탓이 확실해졌다.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었다. 달리는 내내 입에서 연기가 났다. 제 숨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숨을 쉬고 있어.”


공터에 도착했다. 이별의 시작이자 종착이었다. 그녀를 만나러 왔다. 눈에 닿는 전부가 골목이었고 낭만이었다. 달빛은 구름에 가려져있었다. 제과점도 문을 닫았다. 식당의 영업은 막을 내렸다. 붉은 빛을 보았다. 정지였다. 기다렸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됐다. 다가오는 파란 빛에 잽싸게 길을 건너야 했다. 목적지까지 단숨에 가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붉게 물들 것이다. 가벼웠다. 생기가 돋았다. 생기가 돋았어. 파란 빛이다. 먼지와 때, 발목은 먼지와 때만큼이나 가벼웠다. 횡단보도를 건넜다. 저만치 보였다. 고작해야 5분 정도의 거리였다. 아니, 이런 발놀림이라면 3분도 아까웠다.


“집 앞이다.”


마음이 들뜨고 두근거렸다. 얼마만의 집인가. 밖에서 훔쳐본 집은 어두웠다. 그녀는 자고 있을 것이다. 방심한 자에게 어울리는 습격이다. 소리 없이 다가가서 자고 있는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 볼 것이다. 그녀는 인기척에 눈을 뜨고는 눈앞의 나타난 의문의 불청객을 보고 놀라자빠질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이 활력 앞에 담배는 무용했다. 호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버리고는 짓밟았다. 누구도, 무엇도 필요로 하지 않는 궁극이었다.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한 영광은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었다.

문 앞이다. 비밀번호가 바꿔져있으면 안 됐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초연해져야 했다.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계획을 세웠다. 이 터전에서의 전성기가 떠올랐다.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끊임없이 복기했던 그리고 치열했던 승부를 기억했다. 몸이 경험과 연습으로 갈고 닦은 것들을 기억했다. 삽시간에, 아니 찰나에! 전략이 머리에 샘솟았다.


1. 대의명분

2. 신속 정확

3. 도덕적 우위

4. 위협의 과시

5. 집중 공격


과거로부터 교훈을 도출하라! 핵심만 파악했다. 너무 구체적인 계획은 예상 밖의 변수에 취약했다. 유연해져야 했다. 상황에 맞게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면 됐다. 긴장됐다. 하지만 괜찮다. 할 수 있다. 우발적인 실천 탓에 사전준비가 부족했지만 과연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완전한 준비를 마치고 실행하는 이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단 한 명도 없다.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결단코 행하는 자 중에 준비가 되어 행하는 자는 없다. 경제적 어려움, 가정의 불화, 개인의 자신감. 타인의 시선, 무슨 일이든 발목을 잡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맹점은 전진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 무엇도 이룩할 수 없다. 생의 마지노선이다. 사수해야 한다. 이 결심의 고지를 지켜내야 한다.


“X X X X"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삐리릭”


문이 열렸다. 성공적인 개시였다. 최대한 은밀하게 다가가야 했다. 신발을 벗었다. 아차, 양말을 신지 않은 탓에 걸음마다 찰척이는 소리가 났다. 어쭙잖은 어려움 앞에 굴해서는 안 됐다. 최선을 다했다. 몸을 최대한 수그리고 속력을 낮췄다. 고작 1m를 가는데 분 단위의 시간이 필요했다. 불편한 자세로 인해 허벅지와 종아리가 피로했다. 버텨내야 했다. 불굴의 의지다. 문을 닫고 자지 않는 습관은 여전했다. 방문을 소리 없이 열어야 하는 임무를 피할 수 있었다. 노력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횡재였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워있는 사람의 형체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수그린 허리와 굽힌 무릎을 개방했다. 마치 관대한 통치자라도 된 것처럼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 봤다.

‘방이 춥네.’

방이 추웠다. 이불만으로 외풍을 감당할 수 없는 계절이었다. 보일러는 장식이 아니었다. 쓰라고 있는 것을 쓰지 않음은 이 또한 낭비다. 일자로 쭉 피워낸 전신, 그 중 유일하게 고개만이 앞으로 기울었다. 차마 고개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제멋대로 절로 숙이고 있었다. 무음의 돌격은 끝났다. 당당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바로 코앞이었다. 여전했다. 세상물정 모르고 자고 있었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웠다. 무릎을 꿇고 그녀와 조금 더 밀착했다. 이만하면 깰 법도 한데 그저 자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길을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의 밝은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안아줬다.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C.png


작가의말

13) 미성년, 도스토예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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