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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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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5.02 12:59
최근연재일 :
2024.05.21 20: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76
추천수 :
20
글자수 :
92,147

작성
24.05.07 23:05
조회
5
추천
1
글자
2쪽

DUMMY

다시 현실이다.


그녀가 있는 안방에서부터 소음이 들려왔다. 눈을 뜨려했지만 눈곱이 속눈썹에 눌러 붙어 굳어있는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상당히 기분 나쁜 기상이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자 그녀와 함께 소음을 합주하는 무리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 전날에 그녀가 기도를 예약한 듯 했다. 그녀의 안방에서 성경책을 든 사람들이 눈물 젖은 찬송가를 읊으며 그들만의 감격을 찬양하고 있었다. 가납사니들이 모여 신앙을 방문 판매하고 있는 그림이 우습게 여겨졌다. 그들의 몰입을 방해하고자 인기척을 냈다. 이내 그들은 인기척에 눈치를 살피더니 소음을 멈췄다. 의도한 바를 이뤄냈다. 뿌듯하다.

“교회 사람들이 심방 오셨어.” 그녀는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 대답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가납사니들의 신앙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으레 지켜야 할 예의가 있기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가벼이 인사를 보내며 애써 환영해 주었다. 손님들은 답례로 으레 하던 칭찬을 늘어놓았다. 역시나 피륙에 지나지 않은 경례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기류에 못 이겨 그렇게 현관을 나섰다.

담배를 태우며 곧게 자란 나무를 봤다. 초록이 무성했다. 빛을 받아 제 색을 뽐내는 초록이 기특하게 여겨졌다.


‘아, 얼마나 뿌듯할까.’


매미가 나무에 기대어 힘껏 목청을 높였다. 훌륭한 성악가의 무대가 되어준 나무였다. 바람이라는 리듬에 몸을 맡기며 이파리가 흔들흔들 떨어졌다. 나무의 머리카락은 빗자루로 집 앞을 쓸고 있는 노인에게 일용할 일과가 되어주었다. 또한 담배 한 모금을 피우러 나온 한량에게 벗을 자처하기도 했다. 외로운 화가에게 모습을 내어주어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는 나무였다. 괜스레 부러움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초라해보였다. 고작 나무만도 못한 삶이 아닐까. 회의감에 젖어 한숨을 내뱉었다.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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