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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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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5.02 12:59
최근연재일 :
2024.05.21 20:0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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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추천수 :
20
글자수 :
92,147

작성
24.05.17 22:05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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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5쪽

B

DUMMY

피가 끓었다. 안구가 돌출될 것 같았다. 어지러웠다.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다가 쭉 당기는 감각이었다. 안식처로 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전등이 꺼져있는 방은 어두웠다. 천장을 봐도 검은 벽이었다. 옆으로 돌아누워도 검은 벽이었다. 엎드려도 온통 검었다. 사방이 검은 벽이었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아 반듯하게 누웠다. 손깍지를 끼고 가슴에 얹혔다. 심장이 웬일인지 세차게 뛰지 않았다. 그 어떤 박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열병을 깨우친 것일까. 드디어 열병을 손아귀에 지고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육신은 번듯했다. 전에 보이던 이상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대를 품어봤다. 아, 아무래도 전이가 됐나 보다. 비록 육신은 미동도 않고 부동의 자세를 갖췄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뜬눈으로 계속해서 천장을 바라봤다. 마치 천장과 간격이 좁혀진 것 같았다. 인중에서 새어나온 숨결이 천장에 부딪혀 금세 다시 얼굴로 되돌아오는 거리였다. 비정상을 자각하고 있었지만 달리 이를 개선시키고자 다른 방도를 찾을 생각은 없다. 그냥 놔두는 것이 전부였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하이안 아지랑이가 설핏 주위를 맴돌았다. 아지랑이를 눈에 담고자 시선을 맞추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천장을 보며 멍을 때리자 재차 아지랑이가 나타났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시간을 보냈다. 반복하기도 잠시 이 짓거리도 질려왔다. 빛과의 추격전을 그만두었다.

‘기부다. 콩 한 쪽 나눠먹으려는 바른 심성이다. 그녀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과연 옳은가?’

혼란스럽다. 그녀가 행한 일은 틀림없이 긍정이다. 칭찬해주질 못할망정 선행의 발목을 잡아채다가 질타를 하려 하다니 천하의 불한당이었다. 자조 섞인 성찰, 허나 이 또한 성에 차지 않았다. 이 매스꺼운 비위를 파훼할 방책이 필요했다. 지금, 놀랍도록 침착했다. 이성이 완전하게 뿌리를 박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눈을 감았다. 평온했다. 옆방의 남자가 외출을 했는지 늘상 건너오던 소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슴에 얹어놓은 손과 지그시 감은 눈, 검은 방, 소리의 여백 그리고 평온함. 죄를 고백하기 좋은 순간이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를 필히 고백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와 공간이었다. 깨우쳤다. 이곳은 관이었다.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기념할 관이었다. 그렇다며 결론은 무엇인가. 고백해야 했다. 숨을 거두기 전 최후의 고백을 바쳐야 했다. 죄를 고백해야 했다. 말문이 막혔다. 일제히 목구멍에서 죄가 터져 나오려 하자 병목현상이 일렀다. 막힌 목구멍을 비집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차마 죄를 뱉어낼 수 없었다. 부끄러움 많은 생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모조리 쏟아낸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모조리 쏟아낸다면 미련마저 토해낼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된다. 미련 없이 떠난 자리에 돌아올 이유는 없다.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여하한 족적을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능을 증명하는 볼썽사나운 끝이다.

가슴팍에서 통증이 왔다. 심장이 지나치게 뛰었다. 뒤꿈치를 수직으로 올려다가 마른자리를 내려찍었다. 발버둥쳤다. 발버둥쳤다. 팔꿈치로 벽을 치대며 발버둥쳤다. 그럴수록 몸을 떨며 시름시름 앓아갔고 점차 통증이 심해졌다. 고통에 말문이 막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규했다.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컴컴한 관 안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인간은 금방 시들어 간다는 것을. 덜덜 떨던 인간은 마지막 떨림을 끝으로 결심했다.


“도둑에게 복수해야 한다.”


***


여기서부터는 꿈이다.


남자가 보인다. 그가 반석 위에 가부좌를 겯고 앉아 있다. 그의 뒤로 공중에 창문 하나가 걸려있다. 붉은 달이 은은한 빛을 내며 그를 비춘다.


그가 낮게 읊조린다.


“금, 죽은 바위.”

“금, 죽은 바위.”


후광이 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감히 그를 알려 고개를 들 수 없다. 오로지 그의 갈색의 두 점만이 정면을 응시한다. 그가 낮게 노래한다.


10)“물에서 올라 뭍에서 자라니

이슬에 맺혀 내리는 청우에

뛰치어 나와 연을 이뤄 살았다.

부리로 조알 세가며 탐하던

영고의 생도 이만 지려한다.

타오르던 불이 극을 다하여

사그라지니

재만이 지여에 서린다.

갈증이 가시지 않으니.

길마다 엉키어 헤매니.

이슬 속을 떠나 흙 속으로 가는

속절없는 유랑이어라.“


그가 이르시되.

11)“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알라.”


은총이다!

말씀을 듣고,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며 그를 등졌다.


12)“아여, 우리 모두 여자에게서 왔다.”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꿈이 깨졌다.


***


B.png


작가의말

10) 귀천, 천상병

11) 헌터x헌터, 토가시 요시히로

12) MAMA, 자메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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