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사과.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5.02 12:59
최근연재일 :
2024.05.21 20:0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71
추천수 :
20
글자수 :
92,147

작성
24.05.05 19:05
조회
10
추천
1
글자
6쪽

DUMMY

공터로 걸음을 옮겼다. 낡아빠진 차를 향해 달려갔다. 오직 홀로 있는 이 공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공간, 마음에 안심이 새며 들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 평화를 만끽하고 싶어.’


의자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며 필사적으로 평화를 유지했다. 누군가에게는 죽치고 앉아 시간이나 보내는 허황한 모습이겠지만 상관없다.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이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 더욱 더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호흡마저 아껴가며 평화를 가둬 둔다. 강압적인 태도에 놀랐는지 평화가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어림없다. 사슬을 가져와 문을 굳게 잠근다. 억압하고 핍박하더라도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평화를 위한 평화는 없다. 어느 곳을 가든 힘의 세기가 곧 이치다. 야만적이라고 나무라지 말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정 없는 평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뜰 것이다. 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가 걸어 자근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고는 더욱 거세게 반항했다.

‘질 수 없다 지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치열한 공방전 끝에 평화는 반항을 멈춘다. 하지만 낌새가 좋지 않다. 무슨 이유에선지 평화가 몸을 떨며 시름시름 앓아갔고 기침을 마구잡이로 내뱉었다. 가슴을 쥐고 표정을 구기고 있다. 점차 통증이 심해졌는지 고통에 말문이 막혀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규했다. 그제야 뒤늦게 깨달았다. 컴컴한 방 안에 갇혀 빛을 보지 못 한 평화는 금방 시들어 간다는 것을. 덜덜 떨던 평화는 마지막 떨림을 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망할 놈의 평화가 시들기 직전까지 몸을 떨어대며 울림을 준 탓일까. 평화가 두고 간 진동이 심장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진동은 동맥을 타고 전신을 헤엄쳤다. 가장 먼저 손이 반응했다. 이윽고 골반, 허벅지 순으로 내려온다. 이마에 맺은 식은땀이 볼따구니를 적셨다. 최면을 걸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


“버틸만해 이 정도면 괜찮아.”


불안감이 온 몸을 뒤덮는다. 가령 한증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열기가 몸을 감싸 안아주듯 한 포옹이다. 따뜻했고 불쾌했다. 얼굴, 손, 발목처럼 피부가 바깥에 노출되어 있는 부위에는 더욱 와 닿았다. 땀은 갈수록 양을 더해가며 흘러내렸고 방울 하나하나까지 피부로 느껴졌다. 이윽고 불쾌한 열기가 흥에 겨워하며 열을 올리자, 역으로 살갗에 스며든 땀이 시원하게 느꼈다.

이제 곧 찾아올 것이다. 심장을 세로로 쭉 잡아당겨 놓듯이, 그 느낌이 익숙해질 때쯤 반대로 심장을 가로로 쫙 넓혀 놓듯이 그렇게 통증이 찾아올 것이다. 불안함이 몰고 온 혼란에 이어 찾아올지 모르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합세한다. 더욱 초조해진다. 자, 찾아왔다. 누군가가 아이 장난감처럼 심장을 조물딱 거린다.


‘버틸만해 이 정도면 괜찮아’


버티고자 계속해서 최면을 걸었다. 이런 버틸만하지 않다. 아니 버티고 싶지 않다. 찾아오는 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가슴을 부여잡고 고개 숙여 몸부림쳤다. 중간 중간 입에서 욕이 새어 나왔다. 동공의 초점이 자리 잡지 못하자 세상이 돌아가려 했다. 이 어지러움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눈을 질끔 감았다. 이쯤 되면 불신했던 신을 찾게 된다.


‘계신다면 부탁드립니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고통을 덜어주세요. 당신을 부정해서 죄송합니다.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며 다시는 존재를 훼손하지 않겠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간약한 의도가 담긴 기도였다. 무의미할지라도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비굴하게 비는 것뿐이다.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면 내내 비굴해도 좋다. 자존심을 챙길 처지가 아니다. 신발 밑창을 핥으라면 능히 그러하겠다. 괴로움에 몸서리칠수록 숨을 죽여 기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통은 가실 줄을 몰랐다.

시간이 흘러 고통에 적응할 때쯤이 되자 여유가 생겼다. 신발의 앞코가 보인다. 그 옆으로 언제 죽은 지 모를 날벌레가 보인다. 점차 시야가 뚜렷해진다. 가슴에 결집한 고통이 순간적으로 멎었다. 익숙한 침묵이다. 허나 이는 태풍 전 고요와 같다. 고로 방심할 수 없다. 역시나, 곧이어 심장이 재차 진동했다. 그러더니 약점을 찾아 온몸으로 퍼졌다. 정찰병이 약점을 찾았는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진동이 한 곳을 향해 힘을 모았다. 타겟은 머리였다. 두개골 양쪽에 위치한 N극과 N극이 서로를 밀어내며 좌뇌와 우뇌를 짓이겨 놓는다. 머리가 하얗게 핑 돌아버렸다. 이미 몸을 포기했지만 고통은 몸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발 그만- 제발 좀 그만-제발 그만 해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해 몸부림치자.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얼마나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까. 고통이 점차 줄어들고 줄줄 흐르던 땀이 식어갔다. 어느덧 여유를 찾아 주위를 둘러볼 여력이 생겼다. 고개를 들어 세상을 봤다.


‘여전히 흘러가고 있어.’


***


여기서부터는 꿈이다.


남자가 보인다.


꿈이 깨졌다.


***


ㄹ.pn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24.05.02 21 0 -
20 F 24.05.21 4 1 1쪽
19 E 24.05.20 8 1 32쪽
18 D +1 24.05.19 10 1 12쪽
17 C 24.05.18 8 1 5쪽
16 B 24.05.17 7 1 5쪽
15 A 24.05.16 5 1 14쪽
14 24.05.15 6 1 32쪽
13 24.05.14 8 1 8쪽
12 24.05.13 6 1 13쪽
11 24.05.12 6 1 3쪽
10 24.05.11 6 1 9쪽
9 24.05.10 7 1 11쪽
8 24.05.09 6 1 23쪽
7 24.05.08 6 1 6쪽
6 24.05.07 5 1 2쪽
5 +1 24.05.06 8 1 10쪽
» +1 24.05.05 11 1 6쪽
3 +2 24.05.04 15 1 7쪽
2 +1 24.05.03 14 1 3쪽
1 +2 24.05.02 26 1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