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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나 아포칼립스에서 전당포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4.02 22:15
최근연재일 :
2024.04.14 22: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11
추천수 :
3
글자수 :
76,713

작성
24.04.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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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식구

DUMMY

부상에서 회복하는 동안 전당포를 닫기로 했다.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기간은 약 2주.

따분한 시간이나 녹일 겸 췤지피티에 접속했다.


⌜시스템에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쇼.⌝


⌜췤지피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실시간 핫플*

.제주 수복 가능성 [116]

.감자로 제과하는 법 [78]

.싱글벙글 헌터 초대석 [694]

.ㅋㅋ 이거 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랑께요 [351]


⌜싱글벙글 헌터 초대석⌝

이 새끼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돈 안 줬다고 보고만 있는 꼬라지 보소 ㅋㅋㅋ

첨부 파일: 헌강도 새끼들.JPG


-왜 보고만 있는 거?

ㄴ(작성자) 의뢰비 체불로 인한 방관.

- 헌터들이 무료 봉사자냐. 입금을 안 해줘서 가만히 있겠다는데 뭔 상관.

ㄴ의사가 죽어가는 환자 코앞에 두고 병원비 입금 따지는 거 봤냐?

ㄴㄹㅇ. 일단 살리고 봐야지.

ㄴ아 님아 ㅋㅋ 우리 헌터느님들은 워낙 고매하신 존재라 의사 따위랑 비교할 수 없다고요.

ㄴ어딜 의사 명예직 따위가 자본주의의 화신인 헌터님 앞에서.

ㄴ자본 > 명예. ㅇㅈ?

ㄴ자본> 명예가 아니라 폭력 > 명예 아님?


⌜ㅋㅋ 이거 다 짜고치는 고스톱이랑께요.⌝

정부에서 헌터 패악질 냅두는 이유가 있다니깐.


-응? 정부에서 헌터 기강 잡는다고 혈안이지 않나?

ㄴ자기들끼리 쇼하고 자빠진 거지 ㅋㅋㅋㅋ

ㄴ왜?

ㄴ붉은 좌파 오적단이 현 정부의 근간인데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바라겠냐?

ㄴㄹㅇ 옛부터 좌파는 나라가 뒤숭숭 해야 기화만사성이제!

ㄴ헌터들이 패악질 친다. -> 서민들 하루살이 신세로 전락 -> 좌파 민심 떡상. -> 정권 세습.

- 윗댓놈들 바다 건너에서 왔냐. 우리나라 대통령 보수 출신인 거 모르는 새끼도 있음?

ㄴ현 대통령 좌파계열 아님?

ㄴ보수 정당 출신인데 야당 합세로 표 받아 먹고 당선된 거임.

ㄴ합세한 야당 주축 중에 하나가 전 좌파 정권에서 분열된 송화권 라인인 거고.

ㄴ아하. 대통령은 보수 출신, 내각 핵심은 송화권 라인 인사?

ㄴㅇㅇ.

ㄴ좌파고 우파고 야당이고 여당이고 ;;

ㄴ걍 총제적 난국임.

- 병신들아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부를 가진다는 말도 모르냐.

ㄴㅋㅋㅋㅋ 네들이 선택한 정부와 국회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

그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사회성이고, 사회성은 조직의 소속감에서 만개한다.


하지만 노동자는 직장을 잃었다. 학생은 학교를 잃었다. 가족은 가정을 잃었다.


조직이 무너진 요즘, 시민들의 소속감은 오로지 국가를 통해서만 실현됐다.


그래서일까. 정부의 자그마한 움직임 하나에도 시민들은 평상시보다 날 서게 반응했다.


정치와 사회 현상이란 게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지라 누구의 말이 딱히 옳다 정의할 수 없는 법.

나도 나랏일을 걱정하며 벌스 한 소절 뽑고 싶다만, 머리가 지끈거리는 관계로 키보드 위에서 손을 뗐다.


역시 인생을 인생답게 즐기려면 철학이 아니라 쾌락을 선택해야 한다.


[ㅇㅎ. 배달은 요기요 운동은 요가요. gif ]

첨부파일: 요가하는 누나. gif


-작성자님 실례지만 영상 속 누나 존함 좀 알 수 있을까요.

ㄴ ㄷㄱㅂㅇ

ㄴ ㄷㄱㅂㅇ? 독고ㅂㅇ? 초성이란 초성을 죄다 대조해봤는데 안 나오네요 ㄷ

-혹시 작성자님 본인입니까?

ㄴ(작성자) ㅇㅇ

ㄴ이제부터 당신이 이곳 주인입니다.

-병신들아 AI 영상이잖아.

ㄴ와.. 요즘 AI는 손가락도 완벽하게 구현되냐?

ㄴ시발 누가 현실을 알려달래? 난 뒤져도 좋으니 파란약 먹고 환란에 취하겠다고.


[ㅇㅎ. 힙 40인치 즐라탄. gif ]

첨부파일: 이름만 즐라탄. gif


-모델 이름이 즐라탄임?

ㄴ파라가이 출신 모델.

ㄴ이분 아웃스타그램 알 수 있을까요?

ㄴwww.outstagram.com/iamgod

ㄴ선생님의 휴지끈에 고개를 조아립니다.

ㄴ아이 엠 굿? 역시 즐라탄답군.

ㄴ아 님아.. i am god.. 갓이요 갓..


[집단 탈출]

좆됨. 부산에서 또 게이트 봉쇄 실패한 듯.

첨부파일: 부산풀코스.JPG


-사람이 잡아 먹히고 있는데.. 첨부파일명 그게 맞냐?

ㄴ뭐.

ㄴ아니 생각을 좀..

ㄴ어쩌라고.

ㄴ에휴


오늘따라 도파민의 목넘기 시원찮다. 좀처럼 나를 취하게 하지 못한다.


그동안 너무 도파민에 절여져 있던 탓에 면역이라도 생긴 건가. 하기야 암만 맛있는 음식도 허구헌날 먹으면 질리는 법인데 인스턴트 쾌락이라고 다를까.


접속을 종류하고 멍하니 기본 화면을 바라봤다. 인내심이 부족한 내게는 가만히 있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따분함을 놀리려 지뢰찾기를 시작했다.


억지 하품이 쏟아졌다.


히즈가 곁에 있지만 혼자 있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먹고 살만한가 보다. 외로움을 다 느끼고 말이야.


"주인장 무슨 일 있어? 안에 있으면 문 좀 열어 봐."


딸배의 목소리다.


"뭐하길래 일주일이 멀다하고 가게 문을 닫고 있는 거?"


문이 닫힌 가게에 찾아온 손님.

나는 주인장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모른 척 숨어 있어야 할까. 번거롭지만 손님을 맞이해야 할까.


이곳은 선비의 나라, 격식의 요충지, 동방예의지국이다.


손님은 못 본 척한다면 반도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없다.


"주인장 안에 없어? 어디 이사라도 간 거야? 내가 군부대 주소를 괜히 알려줘서 무슨 사단이 난 건가 걱정스러워서 그래. 안에 있으면 얼굴이라도 보여줘봐."


나를 걱정했다라.. 난 기특한 딸배를 맞이하러 몸을 일으켰다.


아차 거울과 눈이 마주쳤다.


떡진 머리, 부러진 코, 늘어진 오른팔, 흉터진 얼굴, 절뚝이는 다리.


내가 봐도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건 되려 실례다.


안 해도 될 짓은 안 하는 게 맞고 해본 적도 없는 짓은 괜히 했다간 욕만 먹는다.


사람은 하던 대로 살아야 하는 법이므로 나는 쥐 죽은 듯 숨어 있기로 했다.


"안에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없기 뭐가 없어요. 내가 엊그저께 불 켜진 거 봤는데. 아저씨 비켜봐요."


딸배의 목소리에 이어서 이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이 왜 같이 있는 거지?


"비키는 거야 비키는 건데 뭐하려고?"

"문이라도 부실듯이 두들기면 나오겠죠."

"주인장 쉬고 있는데 우리가 방해하는 걸 수도 있잖아. 성가시게 굴지 말고 내일 다시 오자고."

"애새끼도 아니고 언제까지 기분 맞춰줘요. 손님이 왔으면 고마운 줄 알고 튀어나와야지."

"아이 그래도 그렇지 손님이 왕인 시대도 아니고.."


이지원이 자기 성질을 못이겨서 남의 집 대문을 걷어 찼다.


저러다가 경첩이 뒤틀리면 어쩌려는 건지.


수리비라도 청구해야 하나.. 하기야 이지원이 수리비가 무서워서 성질 죽일 여자도 아니다.


여러모로 진상들이 들이닥친 것 같다.


"주인장 아저씨!!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어디 아프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하고 쉬던가. 손님 기다리는데 미안하지도 않아요? 주인장으로서 최소한의 직업적 사명감도 없어요?"


감히 내게 직업적 사명감을 들먹이다니.


역시 저년은 겁이랑 엿이랑 바꿔 먹은 게 틀림 없다.


옛날 같았으면 주리를 틀어 매운 맛을 보여줬..


"주인장 아저씨 밥 안 먹었죠? 챙겨먹을 사람 아닌 거 다 알아요."


갖은 실험으로 오감이 발달한 난 단번에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찌개였다.


"계집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구석에 찌그러져서 토라져 있을 거예요. 좀 나와 봐요...가 아니라 네.. 나오셨네요."

"문."

"뭐요."

"문.. 부서집니다."


***


히즈가 꼬리를 좌우로 뒤흔들며 손님을 반겼다.


내내 1인분만 올려져 있던 식탁에 다인분이 차려졌다.


사람은 셋인데 의자는 하나. 지금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의자가 부족했다.


"어째 내 입맛에 국이 좀 짜다? 안그러냐 주인장."

"동감합니다. 소금의 풍미가 지나친 경향이 있습니다."


이지원이 수저 머리부분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주면 주는대로 드시죠, 아저씨들."


세상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들 내일 먹을 끼니도 부족한 판국인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끼리 식탁을 공유하고 있다니.


나누면 나눌수록 부족해지고, 부족하면 부족해질수록 살아남기 힘든 게 상식이 된 세상인데.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미련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거 아가씨. 남는 밥 좀 더 없나?"

"없어요."

"이왕 챙겨올 거면 넉넉히 좀 가져오지 그랬어.."

"원래 주인장 아저씨하고 둘이 먹을 생각에 넉넉하게 3인분만 챙겨온 건데요? 딸배 아저씨가 꼽싸리 낀 거잖아요?"

"어휴 밥 한 숟가락 더 먹겠다고 했다가 안 먹어도 될 욕이나 처먹게 생겼네. 드럽고 치사해서 내가 수저를 내려놓고 말지.."


이렇게 마냥 냅뒀다가는 딸배의 앓는 소리에 천장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 난 찬밥을 꺼내왔다.


이런 아무래도 미련함이 옮은 것 같다. 마냥 퍼줬다가는 나의 생존도 위협받을 수 있을 텐데.


모르겠다. 내일의 생존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련다.


"거 주인장 얼굴은 대체 왜 그런 겨? 어디서 쌈박질이라도 한 거?"

"19대 1로 한바탕 했습니다."

"네가 19요?"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다음부턴 나도 불러."


딸배가 내 밥그릇 위에 계란말이를 올려줬다.


"19대 1보다는 19대 2가 할만하잖아. 안 그려 주인장?"


내 생에는 세 개의 식탁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실험실 동기들과 일렬로 앉아 밥숟가락을 뜨던 복도식 식탁.


두 번째는 할멈과 마주본 채 쭈그려 앉던 접이식 양은 밥상.


세 번째는 지금 우리가 앉고 있는 여느 가정집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사각 식탁.


"주인장 저녁에 한 잔 할까?"

"딸배 아저씨 저도 껴도 되죠?"

"딸.. 배?"

"주인장이 맨날 그렇게 부르던데요?"

"딸배라고 하는 건 좋은데, 거 웬만하면 오빠라고 하지?"

"으~ 지랄."


첫 번째 식탁을 공유했던 인물들은 거진 다 죽었다. 어쩌면 완전히 다 죽었을지도 모르고.


두 번째 식탁에 서로를 마주보고 앉아 있던 할멈은 이젠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다, 흙이라는 이불을 덮은 채.


과연 세 번째는 어떻게 될까.


이대로 영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 팔자대로 또 그 망할 식탁이 무너질까.


"저녁에 한잔들 하자고!"

"저녁에 한잔들 하죠 뭐~"

"넵. 저녁에 한 잔 하겠습니다."


또 무너질 식탁이라면. 그래서 또 식구를 잃게 된다면.


난 더 이상 상실감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고로 난 식탁을 떠받치는 거인이 되기로 했다.


비록 함께 둘러 앉진 못하겠지만, 나란히 마주볼 순 없겠지만,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는 음지에서 너희들의 식탁을 지탱해주고 싶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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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잘 먹고 잘 살아라. 24.04.14 8 0 14쪽
10 내막 24.04.14 4 0 13쪽
» 식구 24.04.12 8 0 11쪽
8 버려진 과거 Ⅱ 24.04.11 8 0 15쪽
7 버려진 과거 Ⅰ 24.04.10 11 0 11쪽
6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 24.04.09 13 0 12쪽
5 애미 없는 둘리들. 24.04.08 12 0 25쪽
4 동네 바보. 24.04.06 16 0 15쪽
3 췤지피티. 24.04.04 26 0 25쪽
2 약육강식. 24.04.03 32 1 15쪽
1 나 전당포 한다. 24.04.02 7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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