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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나 아포칼립스에서 전당포 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4.02 22:15
최근연재일 :
2024.04.14 22:3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10
추천수 :
3
글자수 :
76,713

작성
24.04.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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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췤지피티.

DUMMY

⌜시스템에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쇼.⌝


⌜췤지피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포칼립스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췤지피티.

인공지능형 웹사이트로 전 지구를 둘러싼 1만 여개의 인공 위성이 지구 자기장을 토대로 전파를 주고 받으며 온라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마정석을 에너지원 삼아 구동되므로 전력이 현저히 모자란 시국에도 원활한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다만 서버 불안정의 문제로 국가 간 서버가 격리되어 있으며 각 국의 기지국을 축으로 운영된다.


췤지피티의 시조를 두고 세간에서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아래와 같다.


오픈 AI의 선지자 잼미니 올드먼과 민간 우주 발사체의 권위자 일롱 마스크.

두 거인의 합작으로 췤지피티가 탄생했다는 풍문이다. 허나 그 어떤 썰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실시간 핫플*

.항문에 대한 집착과 열망 해소법. [316]

.재난 특수형 스피또 이중 발급 받는 팁 [117]

.이석태 교수 생존 특강 일정 및 내용 요약 [79]

.귀접(귀신이랑 응가응가) 썰 txt [222]


각종 가십거리부터 독도법, 수질 관리법, 게이트 생물체 도감, 등등 생존에 필요한 정보들이 공유된다.


교양과 지성을 중시하는 나는 시대에 걸맞는 인재가 되고자 갖가지 똥글의 유혹을 뿌리치며 생존 지식을 탐독하고자 했다.


⌜항문에 대한 집착과 열망 해소법⌝

췤붕이들은 어떻게 해소함? 나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

작성자: ****


(ㅇㅇ1) 사람은 집착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 집착하게 됨.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질 때까지 더 깊이 집착하는 것도 방법임.

ㄴ(작성자) 오오 신기.

ㄴ(ㅇㅇ1) 옛날에 컴플렉스가 있어봐서 잘 앎. 더 깊이 파면 팔수록 공허함만 커지고 실증 나기 시작하는데 이때 관심사에서 제외해야 함.

ㄴ(작성자) 많이 파봤구나..

ㄴ(ㅇㅇ1) ㅇㅇ 심할 때는 하루종일 파기도 함. 의자에 하도 앉아 있는 바람에 엉덩이에 종기가 난 적도 있었음. 근데 아무리 매진해도 집착 자체는 해소되지 않더라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임.

ㄴ(작성자) 구멍이 컸나 보네.

ㄴ(ㅇㅇ1) 내가 생각해도 구멍이 컸음. 지금은 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조금씩 메꾸는 중임.

ㄴ(작성자) 첨언 고마워. ㅇㅇ1도 컴플렉스에 너무 매료되지 말고 일상 잘 살기 바랄게.

ㄴ(ㅇㅇ1) ㅇ? 그래도 나름 관악 출신이라서 만족하고 사는 중이야. 지방대 출신이었으면 여자도 제대로 못 만나고 열등감에 시달렸을 듯.

ㄴ(ㅇㅇ1) 글쓴이 게새꺄.

ㄴ(ㅇㅇ2) ㅋㅋㅋㅋㅋ 원제 '학문적' 아니었냐. 제목 언제 바꿨냐? ㅋㅋㅋㅋ

ㄴ(ㅇㅇ3) ㅇㅇ1님 쪽지 보냈습니다. 바텀 듀오 하실 생각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ㄴ(ㅇㅇ4) 항문대 출신 명문 집착남이라 이거 좀 귀하군요.


오늘은 부디 건전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자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정신을 차려서야 똥글에 허우적 거리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가히 똥글의 무익함이란 마약에 필적하지 않을까.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 본 사람은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말 읊읊*

.바람의 조국 클래식 v.623 다운로드 [56]

.서울 현황 [37]

.췤붕이들아 니네는 이런 거 피지 말아라 [77]

.서울 사는 애들아 좀 도와줘라 [2]

.인간 녀석들아 계몽해라. [17]


'핫플 게시판'이 메이저 리그라면 '아무말 읊읊 게시판'은 마이너 리그였다. 그것도 상당히 박터지는 마이너 리그였다.

수많은 익명의 유저들이 관심에 목말라하며 천하제일 어그로 대전을 펼쳐댔고 댓글과 추천을 갈구했다.


⌜서울 현황⌝

갈수록 맛탱이 간다. 췤붕이들 상경할 생각말고 지방에 알 박아라.

첨부파일: 서울 맛집. jpg


(ㅇㅇ1) 돌았네 크립이 어디까지 퍼진 거야?

ㄴ(작성자) 서울 중심부는 답 없어진지 오래고 이젠 김포까지 뻗쳐가는 중.

ㄴ(ㅇㅇ1) 글쓴이 서울 사냐?

ㄴ(작성자) ㄴㄴ 나는 경기 남부 끝자락에 거주 중임. 서울 인근 정찰할 겸 산 정상에 올랐다가 찍은 사진 공유한 거.


(HER) 글쓴이님 실례지만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ㄴ(작성자) d?

ㄴ(HER) 여자친구가 서울에 살아서요.

ㄴ(작성자) 기만하지마 병신아.

ㄴ(HER) 기만 아닙니다. 제 게시글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진짜 간절해서 그래요.

ㄴ(작성자) ㅇㅇ 게시글 확인했음. 발정난 연어 새끼도 아니고 이 시국에 여친 찾아 서울로 역주행하겠다고?


똥글 속에 피어난 진정성이라.. 이거 좀 귀했다.


난 HER의 진정성에 구미가 당겼는지 그의 게시글 목록을 열었다.


.서울 사는 애들아 좀 도와줘라 [2]

.쉘터 표시된 서울 지도 있는 분 계신가요. [1]

.서울에서 군경이나 헌터분들 활동하시나요? [1]

.같이 서울 상경하실 용감한 시민분 구합니다. [11]

.서울 진입 경로 토론회 [0]


서울을 향한 집착이 느껴지는 게시글 목록이었다. 하지만 어그로가 순한 탓에 유저들의 관심은 저조했다.


하물며 11개의 댓글이 달린 게시글마저 '서울 가신다면서요. 살자 동호회에서 소식 듣고 왔습니다.' '우리는 서울로 간다! humba humba!' '님 왜 캐삭하려 함?' 등의 조롱과 멸시뿐이었다.


동정이었을까. 연민이었을까. 웃음거리로 전락한 게시글에 12번째 댓글을 달고 로그아웃했다.


(ㅇㅇ12) 일반 도로를 이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진입시 전철 지하로를 이용하십쇼.


***


세면을 끝낸 나는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췤지피티에 로그인했다.


?


편지 모양 이모티콘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HER]: 무슨 전철로를 이용하면 되나요?


[HER]: 서울에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사례하겠습니다. 답장 부탁드려요.


HER이 보낸 쪽지였다. 아무래도 어제 올린 댓글이 그의 흥미를 돋군 듯했다.


[HER]: 쪽지 보신 거 확인했습니다. 꼭 좀 도와주세요.


쪽지에 수신자 확인 서비스가 있었던가.. 안읽씹 코스프레를 하려 했더니 난처하게 됐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질색이므로 적당히 둘러대고 돌려 보내는 게 상책이겠지.


[금니빨]: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별뜻 없이 드린 말씀이니 무시하십쇼.

[HER]: 별뜻 없어도 상관 없어요!! 정보가 유용한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테니 조언해주세요!!

[금니빨]: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입니다. 서울에 가지 마십쇼. HER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곳입니다.


이 대화를 끝으로 난 쪽지에 답장하지 않았다. 아니 답장하지 않으려 했다.


[쪽지가 왔습니다.]

[쪽지가 왔습니다.]

[쪽지가 왔습니다.]

[쪽지가 왔습니다.]

[쪽지가 왔습니다.]


내가 무시할수록 HER의 집착은 커져갔고 광기에 가까운 쪽지가 쏟아졌다.


[금니빨]: 적당히 하십쇼.

[HER]: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그게 무엇이든 간에 구해오겠습니다.

[금니빨]: 도와드리고 싶어도 아는 게 없습니다. 정 급하시면 커뮤니티에 도움글을 올려보십쇼.

[HER] 제 게시글 목록을 보시면 알겠지만 다들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금니빨님이 유일하게 정상적인 댓글을 올려주셔서 그러니 꼭 좀 도와주세요.

[금니빨]: 당신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애먼 사람 붙잡고 늘어져서야 되겠습니까? 그리고 관심이 필요하면 어그로를 끄십쇼. 괜한 사람한테 도움 따위나 구걸하지 말고요. 사람이 자존심 좀 챙기면서 삽시다.


나도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알았다, 내 말이 너무 심했다는 걸.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삶의 유일한 낙인 췤지피티에 너무 과몰입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까 현타가 몰려온다.


미안한 마음에 타이핑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사과문을 써내려가던 중 현관문의 종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장사 안 하나?"

"손님 오랜만에 오시네요. 어쩐 일이십니까."

"전당포에 올 일이 하나밖에 더 있으려고."

"들어오세요. 바로 물건 봐드리겠습니다."

"아뇨.. 콤퓨터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데 바쁘면 나중에 와도 되고."


나는 잠시 멈칫하며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 봤다. 아니나 다를까 편지 아이콘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쪽지가 왔습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윈도우 창을 닫았다.


"손님, 추운데 얼른 들어오세요."


***


다음날이었다.


*실시간 핫플*

.항문 인증합니다. [717]

.개인 소장 히토미 9종 공유 [230]

.국회의원들 탈출하는 거냐? [122]

.여자친구 교복샷 [500]


평상시보다 댓글수가 많은 점을 빼고는 핫플 게시판은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영양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게시글들로 꽉 차 있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점이라면..


⌜항문 인증합니다.⌝

ㅁㅌㅊ?

작성자: HER


⌜개인 소장 히토미 9종 공유⌝

작성자: HER


⌜국회의원들 탈출하는 거냐?⌝

작성자: HER


⌜여자친구 교복샷 ⌝

작성자: HER


온 세상이 HER이었다.


다른 게시글이야 그렇다 쳐도 항문 왁싱 비포 에프터 사진까지 박제시킨 저의가 무엇일까.

과연 인지도만 쌓을 수 있다면 인간의 존엄성 따위 기꺼이 저버리겠다는 의지일까.


(ㅇㅇ1) 작성자 항문 안 본 눈 삽니다.

ㄴ(ㅇㅇ2) 처음 그 감격 다시 한 번 느껴보시게요?

ㄴ(ㅇㅇ1) ??? 미친놈이세요?

(ㅇㅇ3) 사람이기를 포기한 겁니까 휴먼?

(ㅇㅇ4) 미공개 히토미 있으면 교환 신청합니다.

(ㅇㅇ5) 더 줘. 더 줘. 도파민 듬뿍 줘.


단숨에 커뮤니티계의 교내 최고 금발 미녀로 둔갑한 HER은 모든 유저의 관심을 독식하며 상승가를 달렸고 그의 입김 한 방이면 식은 떡밥마저 뜨슨밥이 되어 불타올랐다.

하지만 꽃이 향기로울수록 벌레가 꼬이는 법.


(ㅇㅇ**) 이 새끼 존나 유명한 혐성 어그로꾼임.

(ㅇㅇ77) 항문 사진 퍼왔으면 출처라도 남겨라.

ㄴ(ㅇㅇ78) 저거 퍼온 사진임?

ㄴ(ㅇㅇ77) 포인트 따먹으려고 주작질하는 거.

(ㅇㅇ**) 항문 떡밥 지겹지도 않냐. 고만 우려 먹자.


뜨거운 감자가 된 HER을 시기 질투하며 근거 없는 소문을 생산하는 무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사진 무단 사용 떡밥 반박합니다.⌝

첨부 파일: HER 항문 인증. JPG


(ㅇㅇ4) 작성자 항문 좀 여몄으면 좋겠습니다.

(ㅇㅇ5) 고만 찍어 올려라 정들겠다.

(ㅇㅇ6) 믿어 믿는다고. 반박하지 말라고.

(ㅇㅇ7) HER님 항문 지지 청원 모집합니다.(0/1000)

ㄴ(ㅇㅇ8) 0명부터 시작이라는 건, 님도 지지 안 한다는 거잖아요;;


좌측 궁둥짝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은 인상적인 사진.


그 포스트잇에는 H.E.R 석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가히 항문 실명제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논란을 정리한 HER은 단숨에 승자가 되었고 커뮤내 영웅(?) 취급을 받기까지 했다.


⌜여자친구 치파오 착샷⌝

첨부 파일: 워쓰 한꿔런. JPG


-어째 피부가 쓰잘때기 없이 곱다? ㅋ?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여자 어디서 만남?

ㄴ만날 수 있으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긴 해 ?

ㄴ그냥 물어봤습니다..

ㄴ만날 수 있으면 뭐가 돼?

ㄴ그냥.. 물어..

ㄴ만날 수 있으면 되냐고?

ㄴ워워. 우리 췍붕이 기 죽이지 말아라.

-작성자님 스펙 공개좀요.

ㄴ 0/0/240

ㄴ키/몸무게/곧휴 순인가요?

-왜 목 밑만?

ㄴ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커뮤에 여자친구 얼굴을 올려.

ㄴ자기 항문은 올리면서?


인기를 등에 업은 HER은 자선 행사를 벌이며 정점을 찍어 올렸다.


⌜재난 스피또 11장 나눔⌝

오후 9시에 램덤 뽑기로 추첨할게요.


-HER님 항문 지지 청원 모집합니다.(1/1000)

ㄴ와.. 설마 이 새끼 스피또 때문에 지지하냐?

ㄴ(2/1000)

ㄴ(3/1000)

ㄴ췤붕이들아 스피또 때문에 영혼을 파는 건 아니지 않냐.

ㄴ그래서 안 팔아?

ㄴㅎ (4/1000)

-장당 쌀 반 가마니 값 아님? 작성자 0/0/240에 성공한 사업가 출신인 듯.

ㄴㄹㅇ?

ㄴㅇㅇ 아마도.

ㄴ출처 없는 소문 좀 만들지 마세요..

ㄴ이 순간부로 이미 기정사실화 됨.

-0/0/240에 성공한 사업가 출신에 미모의 여자친구를 둔 헌터라고 들었습니다. 부디 굽어 살펴주십쇼.


명망, 관심, 인기, 지지를 독식한 HER은 스피또 당첨글을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과연 박수칠 때 떠난 걸까. 글만 올렸다하면 추천과 댓글을 긁개로 쓸어가던 HER이 사라지자 커뮤엔 한동안 지지부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렇게 닷새가 흘렀다.


⌜췤붕이들아 어떻게 하냐. 약혼자 가출했다.⌝

저 좆된 건가요.

작성자: HER


-여자친구 아니었음?

ㄴ(작성자) 결혼 전제로 만나기로 했고 약혼까지 갔습니다.

ㄴ헐 근데 왜 도망감?

ㄴ(작성자) 서울에 계신 부모님 찾겠다고 떠났습니다..

ㄴ그래서 어떡게 하실 예정?

ㄴ(작성자)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

-죄송한 얘기지만 지금 서울로 간다는 건..

ㄴ자살 아님?

ㄴ윗대아 제발 눈치 좀..

-아무리 부모님 찾겠다고는 해도 거기에 약혼자를 보냄?

ㄴ(작성자) 만류해봤지만 듣질 않았습니다. 저도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지라 함께 갈 수 없었고요.

ㄴㅇㅇ 듣는 귀가 없으니 듣질 못하지. ㅋㅋㅋㅋㅋ


HER의 복귀작 '여자친구 찾아 삼만리'는 커뮤를 뜨겁게 달궜다.


과거의 HER이었다면 무관심에 묻혀 아무런 공감도 받지 못할 주제였지만 오늘날의 HER은 달랐다.


유명하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고 극히 사적인 주제로도 유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결정했습니다.⌝

약혼자 찾으러 서울로 가겠습니다.

작성자: HER


-살자 동호회 신청 링크 www.saljamoim.com

-작성자야 선택은 네 몫이라 참견은 안 하겠지만 신중하게 결정하자.

-이제 도파민은 누가 주입해주냐?

-응원합니다. 서울 도로 현황하고 게이트 집중 출몰 지역 공유해드리겠습니다.

ㄴ(작성자) 쪽지 보냈습니다.

ㄴ(작성자) 감사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서울 도심 내 운영되는 쉘터는 없다고 하는데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ㄴ(작성자) 약혼자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는 것보다 혼자라도 구하러 가는 게 마음 편할 듯합니다.

ㄴ가족들은 허락하셨나요?

ㄴ(작성자) 가족들하고는 얘기를 끝내놔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

ㄴ응원하겠습니다. 현재 서울 내 모든 쉘터가 철거되었지만, 철거된 자리에 남아있는 물자가 있을 거예요. 필요하시면 쉘터 거점 알려드리겠습니다.

-작성자와 함께 할 인서울 던전팟(0/100)

ㄴ일단 너부터 미참여?


시작은 저급할지라도 그 끝은 관대하리라.

비록 항문 어그로에서 시작한 HER이었지만 그간 보여준 선행으로 커뮤 유저들에게 호감작을 해둔 상태였다. 덕분에 다수의 유저들이 서울 상경에 도울될만한 팁들을 공유하며 준비를 도왔다.


⌜준비는 끝마쳤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간간히 인증 사진 올리겠습니다.

-HER-


-멋지다. 진심으로 응원할게 HER.

-약혼녀와 HER의 생존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거길 진짜 간다고..? 아무리 약혼녀라지만 목숨까지 거는 건 이해가 안 간다.

ㄴ초 치지 말고 갈 길 가쇼.

ㄴ아니 진짜 나만 이해 안가? 애기 엄마도 아니고 와이프도 아니고 고작해야 약혼녀인데? 네들 다 첫댓 따라서 무지성으로 동조해주는 거 아냐?

ㄴ윗대 성격 존나 꼬였네. 약혼녀든 여친이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 찾으러 가겠다는데 뭔 상관임?

ㄴ나랑 상관 없는 일은 맞는데.. 현실적으로 납득이 안 가잖아.


⌜서울 진입 중입니다.⌝

췤붕님들 조언대로 경기남부 순환도로 대신 강원도를 경유해서 진입하려 합니다.

-HER-


-서울 진입하는 순간부로 진짜니까 몸 조심해.

-거기까지 간 것도 대단. 괴물하고 마주친 적 없음?

ㄴ(작성자) 괴물보다 약탈자 때문에 곤란한 적은 있었어요ㅠ

ㄴ약탈자 시바사키들..

ㄴ원래 어딜가든 사람새끼가 가장 무서운 법이지.

-지랄맞은 현생에서 오랜만에 만난 순애. 응원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떡밥은 시간이 흐를수록 열기가 식고 종래에는 맛탱이가 가는 법인데 HER의 순애는 그 흐름을 거슬렀다.

서울 상경이 진행될수록 유저들은 더욱 열광했고 도파민에 절여진 뇌를 순애로 정화하는 듯 했다.


⌜쉽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한강 다리는 전부 폭파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강북에서 변이체가 몰려오는 바람에 오늘은 꼼짝도 못하고 숨어 있었습니다.

-HER-


-멋지다 HER.

-최고다 HER.

-야메뗴 HER.

-스고이 HER.


⌜쉘터에 도착했습니다.⌝

폐허가 된지 오래라 시설 이용은 불가하지만 통조림과 건조 식품이 남아 있었어요!

-HER-


-시발 생존왕이세요? 을 등급 헌터도 혼자서는 서울에서 살아남기 빡셀텐데..

-식량도 식량인데 배터리는 어캄?

ㄴ(작성자) 고스펙 배터리를 휴대해서요. 핸드폰은 평상시에 꺼둬서 최대한 전력 소모를 아끼고 있슴돠!

-진짜 헌터 출신이세요?

ㄴ(작성자) 민간인입니다.

ㄴ민간인이 서울에서 여지껏 버틴거면 기행 수준인데 갔다 오시면 여행기 좀 남겨주시죠.

ㄴHER의 서울견문록. 절찬리에 출간 중.

-이 양반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대단한 일을 한걸지도? 일반인이 버틸 정도면 서울 수복도 영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ㄴ새시대의 희망봉 같은 건가.

ㄴㅇㅇ. 막말로 현시국에 누가 서울에서 생존 여부를 시험해. 헌터들은 자기 잘 먹고 잘 살기 바쁘고 군경들은 개판인데.

ㄴ약혼녀 찾으러 갔다가 서울의 봄 발견한 썰 푼다.(Feat 후추를 찾아서)


세기말 컬럼버스, 희망봉, 순애계의 고트, 나는 나라를 팔아먹어도 순애야!

수많은 별칭이 HER을 따라다녔으며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그의 하루를 기다렸다.


응원과 성원만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만 빠가 많아질수록 까도 많아지는 게 커뮤계의 불문율 아니겠는가.


⌜그래서 HER이 뭐하는 놈인데?⌝

그 새끼가 인증다운 인증한 건 자기 똥구멍 말고 더 있냐?

-xxx-


-혐성꾼 새끼야 꺼져.

-이런 새끼들은 판만 깔아졌다하면 비관론이야.

-님아 제발 눈치 좀 챙기세요.

-내가 네 같은 놈들 잘 아는데 꼭 끝에 가서 관상 운운하면서 예언자 놀이하더라. 정작 자기는 뭐 하나 제대로 실천해본 적 없으면서 남 잘되는 꼴은 못 보는 졸렬한 인성들.


헐-까의 무지성 극딜 대 헐-빠의 순애 수호 운동.

어느샌가 췤지피티는 순애라는 성전을 둘러싼 빠와 까의 숨막히는 격전지가 되어 있었다.


⌜목적지가 코앞이에요!⌝

조금만 더 힘내보겠습니다! 응원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HER-


-약혼녀와 재회하면 꼭 인증 남겨라. 넌 전설이다.

-내가 괜히 더 두근거리면 정신 이상자냐?

ㄴ삐빅 정상입니다.

-어쩌면 서울 지옥설 거품일지도?

-"사랑은 위대하다." -아인슈타인-

ㄴ이 근본없는 명언은 어디서 나온 거임?

-약혼녀랑 결혼 갈끄니까!!


화력이 정점에 오른 순애 떡밥은 댓글/추천 숫자가 1000/1000을 기록하며 전대미문의 천천 클럽을 달성했다.


씨부랄! 정말이지 온 세상이 HER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HER입니다.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고 합니다. 긴말 없이 인증 갑니다.

첨부 파일: 재회.JPG


-????

-?????

-시발 지금 내가 뭘 본 거야.

ㄴ안 본 눈 또 삽니다.

-장난이지?

-네가 사람 새끼세요?

-어..어.. 취향 조..존중.

ㄴ해주고 싶겠냐?

ㄴ이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고 기만의 문제임.

-ㅋㅋㅋㅋㅋ피부가 곱더니ㅋㅋㅋㅋ

-내가 지금껏 이 새끼 편들어줬다는 게 한심하다.

-장난치는 거지? 아니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래. 이거 개꿀잼 몰카 같은 거지?

ㄴ췤붕아.. 울지마라.

ㄴ말이 안 되잖아. 이러면 안 되잖아.

-아... 이건 좀?

-발기부전 올 거 같아.


HER이 재회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올린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에는 HER과 약혼녀가 얼굴을 나란히 맞대고 있었다.


-약혼녀가.. 그.. 그게 맞아..?

-님 성인돌 얼마에 사셨음?

-대여.. 아.. 아닙니다.

ㄴ줄 서봅니다.22

ㄴ333


약혼녀의 얼굴이 공개된 이후 커뮤니티는 어느 섬나라에 떨어졌다던 리틀보이마냥 송두리째 폭파되었고 그날 순애의 세상은 무너졌다.


⌜솔직히 좀 좆 같습니다.⌝

응원해주실 땐 언제고 인제와서 다들 태도가 변하시나요? 사람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중요한 건 진심과 마음 아닌가요?

췍지피티 일동 여러분은 사랑의 본질을 깨우쳤으리라 믿었는데 실망이네요.

그리고 제 약혼녀의 정체를 운운하며 손가락질 하는 그 이중적인 잣대를 함부로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HER-


-태도와 진심 운운하는 양반이 약혼녀가 리얼돌인 건 왜 마지막까지 말 안함??

-처음부터 거짓말로 시작한 새끼가 본질 타령이야 개잣같은거.

-HER님 혹시 약혼녀 매각하실 생각있으면 쪽지 주세요. 구매 의사 있습니다.

-븅신 찐따 새끼가 사람들한테 관심 좀 받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지?

-아 이상성욕자. 존나 말도 섞기 싫다.

-췤지피티의 수치다.

-내가 말했잖슴. 하는 짓이 음흉하다고.

ㄴㅇㅇ 쌔한 구석이 있긴 했제?!

-애초부터 말이 안 됐잖아. 내 목숨도 아까운 판국에 약혼녀 운운하며 사람 구한다는 게.

-그래도 타인을 위했다는 마음은 진심 아니냐? 이렇게까지 매도 당할 필요가 있나?

ㄴㅇㅇ 매도 당할 필요 있음. 애초에 정보 자체가 거짓되었고 순전히ㅜ자기만족을 위한 쇼를 만든 거임.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박수를 보낸거고.

ㄴ작성자도 지가 매도 당할 거 알고 숨긴 거임. 찔리는 구석이 없었으면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겠지.

-소신발언) 약혼녀 은근 내 스타일임. 구매 링크 점.

ㄴ와.. 윗댓님 혹시 거주지가 심연의 끝자락이세요?


그동안 몰입하고 응원했던 게 순애가 아니라 이상성욕이었다면.. 과연 어느 커뮤 유저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HER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는 꼴은 가여웠지만, 나도 군중심리에 휩쓸려 순애에 극적으로 몰입하고 있었던지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핫플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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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슬레이어 원정대 (11000) [1400]


진성 빠와 극성 까의 대결은 단숨에 까의 승리로 귀결되었고 핫플 게시판은 HER의 악담으로 가득했다.

하물며 몇몇 유저들은 약혼녀와 전연 상관없는 HER의 과거 글을 들춰내어 제 입맛대로 짜집기 하고는 비난 여론에 박차를 가했다.


⌜야이 개 같은 쌔끼놈들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사랑해서 네들한테 피해줬냐? 왜?! 왜???? 왜???!!!! 나한테만 지랄이냐고!! 네들은 섹스할 여자친구 없어서 질투하는 거지? 그래서 시기하는 거잖아? 이 시발 루저 새끼들아. 엄한 사람 붙잡고 지랄하지 말고 좆 잡고 딸이나 쳐. 아니 그냥 뒤져버려. 사회를 좀먹는 벌레 새끼들. 범죄자 새끼들. 사람한테 아무렇지 않게 상처 주고 네들은 잘 먹고 잘 살 거 같아? 제발 싹다 뒤져라.

-HER-


-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성자님 열폭 2탄 기다리겠습니다. 돈 내고 읽을 의향 있습니다.

-와 글에서 찐따 냄새 꾸득한거 보소?

ㄴ담당 일진 우데갔노.

-내 웃음벨 ♥


까가 빠를 역전했다.


미담은 사라졌고 악담이 판을 쳤다.


응원 대신 조롱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처럼 커뮤니티 내 여론은 한순간에 뒤바뀌었지만 유일하게 딱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여전히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애이든 이상성욕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HER을 보며 웃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재밌으면 그만이었을지 모르겠다.


***


이슈는 더 큰 이슈에 묻힌다고 HER의 떡밥은 연이어 터진 다른 사건사고에 묻혀서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식어버렸다.


물론 HER은 그 사건 이후로 활동을 중단했고 그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 했다.


[쪽지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받은 쪽지가 없습니다]


[보관된 쪽지를 확인하시겠습니까?]


[보관된 쪽지가 1통 있습니다.]


[HER: 지금껏 저를 진정성 있게 대해주신 분은 금니빨님이 처음입니다. 혹시 제가 서울에 가면 제 고양이 좀 맡아주시면 안 될까요? 차마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곳에 함께 갈 수가 없어서요. 만약 근교에 사신다면 꼭 좀 부탁드립니다. 제 주소는 xxx.xxx.xxx입니다.]


쪽지는 진작에 읽은 뒤였고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HER 집을 찾아갔었다.


"냐옹."


적절하게 분배된 2주치 물과 사료. 방 하나를 통째로 개조해 만든 고양이 화장실.


고양이를 발견 당시 건강과 위생상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집을 비운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눈물자국과 털 엉킴도 양호한 상태였다.


환경과 외형만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사랑받고 컸구나."


주인 잃은 고양이가 내 다리맡을 훓고 지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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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버려진 과거 Ⅰ 24.04.10 11 0 11쪽
6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 24.04.09 13 0 12쪽
5 애미 없는 둘리들. 24.04.08 12 0 25쪽
4 동네 바보. 24.04.06 16 0 15쪽
» 췤지피티. 24.04.04 26 0 25쪽
2 약육강식. 24.04.03 32 1 15쪽
1 나 전당포 한다. 24.04.02 7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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