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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위89 님의 서재입니다.

십문(10-Gat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19.04.04 21:13
최근연재일 :
2019.05.19 18:3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682
추천수 :
20
글자수 :
222,905

작성
19.04.06 18:56
조회
327
추천
1
글자
10쪽

제 2화> 입학식

.




DUMMY

“혁아! 오늘은 무슨날?”

“내 생애 가장 험난한 날.”

“크크”

“엄마는 혁이가 자랑스러워. 가장 멋진 눈을 가진 아이가 이 세상에 처음 나가는 날이잖니.”


엄마는 뭔가를 감추었다가 나에게 주기 위해서 무척이나 머뭇거렸다. 마치 오랫동안 준비한 무기를 자신의 신하에게 선사하는 게임의 군주처럼 나에게 눈을 감게 했다.


“엄마. 꼭 이렇게 해야 해. 내가 눈을 감아야 하냐고.”

“넌, 눈이 너무 예뻐서 정말 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 눈을 감아줘.”

나는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첫날부터 지각할지도 모른다. 눈을 감았다. 나의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의 오른쪽 다리를 들어 보라고 했다.

“옳지. 그렇게 다리를 들고··· 그렇지.”


엄마는 나를 어떤 원반 위에 올려 놓았다.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이 최근에 가장 핫 한 ‘무중력 전동휠’ AW-X70 시리즈이다.


“와. 엄마. 이거 AW-X70 이야.”

“아니. 정확히 AW-X90 이야.”


헉, 70보다 더 최근에 나온 모델이다. 엄청 비쌀 텐데. 역쉬 엄마는 통이 크다. 이 모델은 미리 사용자의 모든 정보를 입력해서 사용자의 이미지가 스캔 되어진다. 미리 입력된 사용자가 아니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강제로 훔치려고 한다면, 즉시 위치 추적이 되도록 되어 있다. 도난방지 시스템이 완벽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뽀뽀 했다. 너무나 신이 나서 즉시 X90에게 나의 몸을 맡겼다. X90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가고, 내가 서려고 하거나 가려고 하는 속도와 방향을 미리 캐치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확히 사물을 보는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기기이다. X90은 내가 눈으로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멍청한 Smart한 기기임에 확실하다.


학교까지는 걸어서 20분이 걸린다. 그러나 X90을 이용하면 5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무중력으로 가고, 때로는 20m 혹은 50m까지는 오를 수 있지만, 안전복을 착용하지 않는다면 X90은 2m 이상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안전복을 나에게 착용시켰다. 혹시나 모를 일이니 항상 안전하게 다니도록 교육을 시켰다. X90은 자체에 조그마한 드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별도의 드론이나 무선기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통이랑, 드론이랑 모바일을 다 합쳐 놓은 것보다 더 똑똑한 녀석이다.


녀석은 나의 목소리에만 반응한다. 그리고 나의 모든 질문에 통과 똑같이 대답해 준다. 충돌방지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서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한다. 하여튼 엄청 똑똑한 녀석이다.


안전복은 중력의 작용으로 동작한다. 중력이 세지면 그 강도에 따라서 낙하산처럼 동작하지만, 약할 경우에는 그냥 완충해 주는 작용을 한다.


중력을 거슬러서 X90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항상 걸어가는 길을 떠다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따뜻한 봄 바람을 느끼며 아침 햇살이 참 기분 좋게 나의 앞을 비춰주는 것 같았다.


잠깐 따라 나오던 복실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언덕을 지나 조그마한 다리를 지났다. 이제 곧 학교가 나올 것이다. 1년동안 이 길을 가기 위해 100번도 더 넘게 왔다 갔다 했던 길이지만, 왠지 이 녀석을 타고는 처음이라 참 낯설어 보였다. 팔찌에서 나오는 고주파를 통해 계산했던 거리도 약간은 차이가 났다.


하지만 금세 적응되었다. X90의 속도가 오히려 너무나 정확히 일정하기 때문에 걸음걸이 보다도 좀 더 안정적으로 거리파악이 되었다.


이제 1분 후면 학교 정문에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이쯤이면 아이들도 많이 보일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도 있을 거다. 나처럼 혼자 오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초록색 모자를 쓰고, 푸른색 잠바를 입고, 노란색 바지를 입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소리를 낸다면 나는 다 알아들을 것이다. 어떤 소리를 내는지, 어떠한 감정으로 나에게 말하는지를 나는 알게 될 것이다.


가까이에 누군가가 다가온다. 비슷한 속도이다. 녀석도 AW-X 시리즈를 타고 가는 것일까? 휙. 지나쳐가며, 거의 슬쩍 어깨를 스치고 간다. 뭔가 약간은 위협적이지만 그렇다고 나쁘 지만은 않았다. 나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이들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30분은 일찍 도착했기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는 듯했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계단으로 올라가서 처음으로 나오는 문이 1층 로비 현관문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X90은 나에게 S1200 초등학교 정문을 통과하고 현관에 이르렀다고 알려 주었다.


1층 현관문을 지나 뒤편으로 가면, 강당으로 연결된 문이 있다. 그곳에는 커다란 향나무가 두 그루 서 있다. 향냄새가 진하게 느껴진다. 강당으로 들어가는 문에는 이미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시끄러운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와. X70이다.”

옆에서 내 또래로 되어 보이는 장난끼 섞인 한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니거든, 90이거든.]

나는 빨리 어디든 앉고 싶었다. 너무 피곤했다.


“여러분 이곳 S1200 초등학교에 입학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안전과 평안한 학교생활에 도움을 주기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교장 E9200 입니다. 물론 모두들 아시겠지만, 이곳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친구들과 인간들이 함께 학습을 배우는 곳입니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들도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인간인 분들은 로봇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법적으로도 로봇에게도 차별을 주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함부로 로봇을 차별하여 왕따를 시키거나 로봇에게 ‘바보’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구구절절 참 식상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다. 아니 E9200의 훈시이다. 나에게 아직은 말을 건네는 친구들이 없다. 나의 모습은 어떨까?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내가 정말 어떻게 생긴 것인지 참 이해하기 힘이 든다. 얼굴을 열심히 만져봤지만, 그냥 평범할 것 같다.


“자. 이제 모두들 각 반으로 올라가 주시기 바랍니다. 각자에게 반과 학번이 부여되어 있으니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AW 를 타고 오신 분들은 AW가 안내해 줄 테니 그냥 가시면 됩니다. “


빨리 반에 가서 앉고 싶었다. 정말 힘든 순간이다. 강당을 지나서 다시금 향나무의 진한 냄새를 맡고, 다시 현관문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다가 90이 나를 1학년 2반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나의 자리에까지 데려 다 주었다. 드디어 앉게 되었다.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서 있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나의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특이한 향기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이다. 엄마에게서 나는 냄새이다. 그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그런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넌. 옆에 누가 와도 인사도 안하니!”

매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말투였다.

“아. 미안해. 그렇지만, 너도 내가······.”

“그런 변명은 필요 없어. 나는 아주 익숙하거든. 누가 나를 무시할 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얘기하거든. 너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란 거지.”


무척 무례한 여자애다. 내가 어떤 상황인지. 내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정말 모두 엄마 같은 여자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안해. 나 손혁이라고 해. 나는 앞을 볼 수가 없어.”

“······”

“······”


갑자기 침묵의 시간이 지나간다. 잠깐이지만 10년은 지난 것 같았다.


교실에서는 웅성거리는 아이들의 잡담과 학부모들의 소근거리는 소리들이 가득했다.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1-2반을 맡게 된 담임 이보라 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뒤에 있던 몇몇 학부모들이 조용히 ‘네. 저도 반가워요.” 라고 대답했다.


“아. 이반에는 많은 다양한 친구들이 모였네요. 서로 인사할까요? 그리고 짝은 2주에 한번씩 바뀝니다. 그리고 자기 반 친구들의 이름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내일부터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주시고, 서로에 대해서 애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해 볼 거예요.”


보라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나가셨다. 오늘 처음 입학식은 이렇게 끝나는 거다. 모두들 일어나서 각자의 집으로 향해 떠나는 것이다.


“혁아. 난. 금숙이야. 그냥 숙이라고 불러줘.”

“아. 그래. 반가워.”

나는 소리나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정확히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숙이의 눈을 찾을 수가 없었다.


“넌. 어디 사니.”

“M1200 중턱에 살아. 여기서 한 20분 걸으면 돼. AW로는 5분이면 갈 수 있어.”

“넌. 거기서 계속 살았니?”

“응.”

“그래. 난 반대편에 살아. 마을에서 가깝지. 서울에서 살다가 얼마전에 이사왔어.”

“아.”

“그럼. 내일 보자.”


숙이는 그렇게 제갈길로 갔다.

나는 그 향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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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45화> 생존하기 19.05.18 75 0 6쪽
44 제 44화> 암흑의 세계 19.05.18 75 0 8쪽
43 제 43화> 희생 19.05.15 77 0 16쪽
42 제 42화> 달아나야 해 19.05.15 83 0 11쪽
41 제 41화> 십문의 비밀 19.05.13 90 1 10쪽
40 제 40화> 5문 +1 19.05.11 87 1 8쪽
39 제 39화> 아스클론의 여자 19.05.11 82 1 10쪽
38 제 38화 > 세인트와 무술룸 19.05.09 84 0 14쪽
37 제 37화> 적진속으로 19.05.07 95 1 13쪽
36 제 36화> 비열한 음모 19.05.06 86 0 10쪽
35 제 35화> 부녀의 야망 19.05.06 89 0 10쪽
34 제 34화> 아시리아 19.05.05 86 0 11쪽
33 제 33화> 주쿠. 다시볼 수 있을까? 19.05.03 94 0 10쪽
32 제 32화> 위기에 처한 저항군 19.05.02 98 1 10쪽
31 제 31화> 저항군 19.04.30 93 1 11쪽
30 제 30화 > 최고 위원회 19.04.29 91 0 10쪽
29 제 29화> 방황의 끝 19.04.27 98 1 10쪽
28 제 28화> 방황 19.04.26 74 1 11쪽
27 제 27화> 함정 19.04.25 75 0 11쪽
26 제 26화> 빠실라 19.04.24 84 0 10쪽
25 제 25화> 짤루아 시장 19.04.23 88 0 13쪽
24 제 24화> 주쿠아 19.04.23 83 1 13쪽
23 제 23화> 첫 등교 19.04.22 81 0 10쪽
22 제 22화> 엄마, 아빠, 누나 19.04.22 86 0 10쪽
21 제 21화> 여루아 19.04.21 86 0 9쪽
20 제 20화> 4문으로 19.04.20 87 0 10쪽
19 제 19화> 아실라족 19.04.20 9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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