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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위89 님의 서재입니다.

십문(10-Gate)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19.04.04 21:13
최근연재일 :
2019.05.19 18:30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5,673
추천수 :
20
글자수 :
222,905

작성
19.04.04 21:36
조회
671
추천
7
글자
10쪽

제 1화 > 소리로 세상을 보는 아이

.




DUMMY

나는 소리에 민감하다.


어차피 나는 처음부터 소리만 들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볼 수 없다고 해서 이 세상이 캄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캄캄하다는 것 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빛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캄캄하다는 것은 또 어려운 단어였다.


엄마는 나를 데리고 갓난 아기였을 때부터 밖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많은 소리들을 들려주고 싶어했다. 때로는 가까운 산이며, 시냇가에, 그리고 한적한 둘레 길을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것은 무엇인지 저 소리는 어떤 것인지를 나에게 너무나 자세히 많은것을 설명해 주려고 했다.


내가 5살이 되었을 때, 엄마는 소리가 나는 '통'을 하나 선물했다. 엄마는 그 '통'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통'에게 무엇을 묻는지 너에게 최대한 정확한 답을 해 줄 거라고 했다.


나는 배우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그 모든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태초에 소리가 있었다는 말이 맞다. 먼저 소리가 있고, 빛이 있었다. 소리가 세상을 창조했다. 그것은 나에게는 진리이다. 나에게는 그 말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소리를 통해서 나는 빛이 어떠할 거라는 것. 어둠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 평상에 걸터앉아서 하늘을 바라보며 빛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빛은 따가웠고, 빛은 나의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빛으로 나의 온몸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빛에서 나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물에서 나는 소리와 잠자리가 날아다니는 소리와 개가 짓는 소리와 그 소리들이 부딪혀서 각각의 사물들에게서 반사되어 나의 귀에 도달할 때에는 나는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공간에 있으며, 각각의 사물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반사되어 오는 소리들을 계산해 봤다. 개가 있는 위치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 나는 복실이를 불러 보았다. 복실이는 나의 음성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짖었고, 나는 복실이의 소리의 높이가 얼마나 되고, 나에게 도달하기 까지를 계산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주위의 사물들에 부딪히는 그 작은 소리까지도 계산했다.


처음에는 그런 짓이 무척이나 힘들었고, 그런 계산을 하다 보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시간이 너무나 많았다. 그 많은 시간을 나는 그렇게 보냈다. 처음에는 집에 놓인 모든 사물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내가 평상에서 일어나서 걸어가면서 복실이를 부르면서 사물들이 얼마나 나에게 가까이 왔는지를 나는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내가 보내는 소리를 통해서 사물에 부딪혀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했다.

의외로 쉬웠다.


점점 계산은 빨라지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만 잡으면 그 사물과 나의 거리는 거의 정확히 계산되었다. 나의 걸음으로 달려도 될 만큼이 되었다. 그러나 그 사물들은 모두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고, 1년이란 세월 동안 내가 수도 없이 부딪혀보고, 나의 실험들을 완성해 간 덕분에 얻은 것이다. 나는 소리에 미친 놈이다.


집안에서는 누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화장실을 가고 손을 씻고, 복실이를 만지고 함께 놀 수도 있다. 숨바꼭질 놀이도 가능했다. 정말 복실이가 나를 찾지 못하는 곳에도 나는 숨을 수 있었다. 일곱살이 되어 내가 마당을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엄마는 무척 놀라는 듯했다.


“어머!! 혁아! 너 지금 혼자 걷고 있는 거니”

“네. 엄마. 난 엄마가 어디쯤 있는지도 알고, 엄마한테 갈수도 있어요.”

“······”

한동안 엄마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내가 연구한 모든 것들을 엄마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엉터리 같았고, 뭔가 완성이 되지 못한 실험작품 같았다. 그래서 그냥 놀이처럼 엄마에게 신기한 뭔가를 보여주듯이 복실이를 불러보고, 내가 다가가서 안아보고, 혼자서 수도가에 가서 물을 마셔 보기도 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할 수 있었니?”

“1년 됐어요.”

“정말 대단하구나.”

나는 엄마에게 뛰어가 안았다. 정확히 계산된 거리였다.


그 이후로 엄마는 나에게 더 이상 내가 물건을 잡다가 쓰러지는지, 아니면 걷다가 넘어지는지를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칠 교제에 몰두하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너무나 힘든 직업이니까.


나는 이 집을 나가봐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도 내 힘으로 가야 한다. 눈을 보지 않고도 나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차피 이 세상은 소리가 만들어 낸 산물이 아닌가?


내년에는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나는 꼭 내 힘으로 세상에 나가고 싶었다. 오직 소리만을 가지고 세상을 나가고 싶었다.


엄마는 오늘도 어김없이 잠들기 전에 함께 기도를 해 주었다.

“엄마. 정말 하나님이 있어?”

“그럼.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단다.”

“그럼 왜 나는 그 분의 소리를 못 듣는 거야.”

“음. 혁이가 나중에 들을 수 있을 만큼 크면 말해 주실 거야. 잘 자라 우리 아기.”


이마에 뽀뽀를 해 주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엄마의 입술은 항상 따뜻했다. 엄마의 품은 항상 아득했다. 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엄마는 이불을 나의 목 아래까지 덮어주고, 나는 엄마를 꼭 끌어안고는 “굿. 나잇.” 이라고 말해 주었다.


하루의 일상이 다 끝나간다. 눈을 감고 생각해 봤다. 눈을 뜨고, 감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나의 눈은 누구보다도 맑고 아름답다는 엄마의 말처럼 그렇게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생각하기에 내 눈은 전혀 쓸모가 없다. 오늘 하루 동안 내가 한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봤다. 장독대가 어디쯤에 있고, 수도꼭지가 어디쯤에 있고, 복실이가 있는 곳 ( 엄마가 복실이 집을 새로 지어서, 이전에 있던 장소와 1미터 50센티미터 거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 대문과 평상과의 거리, 다시 잔디밭의 가장자리에 놓인 바비큐 그릴은 또 오늘 엄마가 조금 옮겨 놓아서 내가 자주 앉아 있는 의자에서 4m 57cm 떨어졌다. 다른 것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제이콥 아저씨를 소개시켜 줬다. 아저씨는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의 교수님이시고, 소리 연구에 저명하신 분이라고 했다. 내가 지금껏 시도한 많은 것들을 이해해 주셨고, 특별히 나에게 고주파 발신기와 수신기를 선물로 주었다. 발신하는 것은 내 손에 착용한 팔찌에서 보내도록 되어 있고, 수신기는 내 양쪽귀의 아래에 밴드처럼 붙이기만 하면 되도록 설치해 주셨다. 참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무엇이든지 물어 볼게 있으면 '통'으로 이메일을 보내든 전화를 하면 도와 주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혼자서 소리를 내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거리를 측정했다. 그러나 이제 고주파 발신기와 수신기를 통해서 공기중에서 최대 1km 내의 모든 사물들의 거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되었다.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오늘은 복실이랑 같이 동네를 산책하고 올 거라고 했다.

“그럼 오늘은 첫날이니 엄마가 뒤에서 따라갈까? “

“아니요, 대충 다 알 것 같아요. 얼마나 자주 나가는 걸 상상했는지 몰라요. 그냥 나 혼자 복실이랑 가게 해 주세요.”

“알았다.”

엄마는 내 목을 꼭 끌어안고, 내 볼에 뽀뽀를 했다. 그것은 엄마가 많이 불안해할 때 하는 행동이다.


복실이의 끈을 2m 30cm 로 맞추어 놓고, 나는 내 뒤에 드론을 띄우고 나를 따라오게 했다. 엄마가 아무래도 불안해하실 것 같아서 드론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엄마 폰으로 나의 걸어가는 모습을 전달해 주도록 설정해 놓았다.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나의 힘으로 가면 된다. 복실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고 복실이를 끌고 가는 것이다.


드론을 통해서 보여지는 모든 장면들은 ‘통’을 통해서 나에게 들려지게 했다. 나는 거리를 계산하고 사물들의 위치를 느끼고, 지나가는 잠자리나 나비의 움직임까지도 계산했다. 그리고 주위의 풍경들과 맞추어 보았다. 거의 대부분이 맞아 들어갔다. 거의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나의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학교에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복실이가 영역을 표시하는 동안에 나는 주위를 한번 돌아보았다. 바람이 나의 뒤를 스쳐서 지나갔다. 산의 언덕을 감싸고 지나가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바람이 아니라 소리였다. 조용한 울림이었다. 누군가가 속삭이는 듯 그리고 간절히 뭔가를 바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손을 뻗어서 그 바람을 만져보았다. 나에게만 느껴지는 평안함 그것이다.


“혁이 아이가. 이렇게 멀리 나 왔나. 혼자 걸어다니는 기가. 대단하네. “

이장 아저씨다. 마을의 굳은 일들을 다 하시고, 특별히 우리 집의 일이면 어떤 일보다도 가장 신경을 많이 써 주시는 분이다.


“괜찮심더. 바람쇄러 왔어예.” 나도 이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같이 사투리를 한다.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참 영악하다.


“아. 저거 드론이제, 저게 있어서 그래도 안심이다. 저게 니 한테 다 말해 주나. 여기 뭐 있고, 저기 뭐 있고.. 이렇게··· “

이장님의 손짓 발짓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 네.. 아저씨. “

내가 뭐라고 설명을 한다고 이장님을 이해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쪽은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저리로 마을로 가래이.”

아저씨는 한마디 남기고 가셨다. 아마도 걸어가는 방향과 소리로 봐서는 읍내로 가시는 것 같다.


이제 마을은 다 돌았다.

나는 이제 세상으로 나왔다.


가을의 햇살이 너무나 밝게 내 눈을 비춰주었다.




.


작가의말

이 글은 내가 상상하여 시작한 이야기이고, 그냥 계속 상상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없다.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보다도 많은 삶을 나누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78 하무린
    작성일
    19.04.13 04:05
    No. 1

    좋은 글 마니마니 쓰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1바위89
    작성일
    19.04.15 10:00
    No. 2

    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tron
    작성일
    19.05.09 09:42
    No. 3

    주인공은 눈이 안보이나요?설정이 좀 모호하네?줄거리로 봐선 맹인같은데.통으로 이메일을 보낸다?글자를 점자로 보내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1바위89
    작성일
    19.05.11 21:35
    No. 4

    네. 주인공 혁이는 맹인으로 태어났어요. 그런데 소리로 거리를 측정하고, 자신이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요. 소리에 민감하고 소리로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에요. 통은 구글 홈 같은 거죠. 훨씬 진보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제가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아서.. ㅎㅎ. 글자는 점자나 이런 것 보다도 언어로 전달합니다. 메시지도.. 모두다.. 소리로 듣고.. 앞으로 좀더 읽어보시면 이해가 갈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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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화> 적진속으로 19.05.07 95 1 13쪽
36 제 36화> 비열한 음모 19.05.06 86 0 10쪽
35 제 35화> 부녀의 야망 19.05.06 89 0 10쪽
34 제 34화> 아시리아 19.05.05 86 0 11쪽
33 제 33화> 주쿠. 다시볼 수 있을까? 19.05.03 9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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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제 31화> 저항군 19.04.30 93 1 11쪽
30 제 30화 > 최고 위원회 19.04.29 91 0 10쪽
29 제 29화> 방황의 끝 19.04.27 98 1 10쪽
28 제 28화> 방황 19.04.26 74 1 11쪽
27 제 27화> 함정 19.04.25 75 0 11쪽
26 제 26화> 빠실라 19.04.24 84 0 10쪽
25 제 25화> 짤루아 시장 19.04.23 87 0 13쪽
24 제 24화> 주쿠아 19.04.23 83 1 13쪽
23 제 23화> 첫 등교 19.04.22 81 0 10쪽
22 제 22화> 엄마, 아빠, 누나 19.04.22 86 0 10쪽
21 제 21화> 여루아 19.04.21 8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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