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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바위89 님의 서재입니다.

십문(10-G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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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19.04.04 21:13
최근연재일 :
2019.05.19 18:30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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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74
추천수 :
20
글자수 :
222,905

작성
19.05.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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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제 44화> 암흑의 세계

.




DUMMY

암흑.


혹 여나 더듬으면 앞에 무엇이라도 있을까?

혁이는 주위를 몇 번이나 흔들어 본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암흑의 세상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완전한 어두움. 조금의 빛도 있지 않는 완전한 어두움이다.


나는 태어나면서 시신경이 퇴화되어서 완전한 어두움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그렇게 8년을 살았다.

나는 빛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리로 세상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완전히 그 때와 동일한 상태로 되어버렸다.

나에게는 소리만이 유일한 출구였다.


조용히 이 암흑의 세상을 소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점점 나는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은 정말 완전한 어두움이지만 모든 것이 있었다.


공기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이 느껴졌다. 살아있었다. 나는 살아 있었다.

배가 고팠다. 무언가 먹어야 했다.

그러나 어떤 생명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물론 눈을 뜨나 감으나 상관이 없었다. 빛을 내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가만히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소리에 민감했다.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그것을 느끼려고 했다. 어느 순간 그것이 가능했다. 아주 미세한 소리조차도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들리는 듯했다. 미세한 그러나 뚜렷한 그 어떤 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소리의 형체 같은 것이었다.


어떤 것이 나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분명히 나를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자세를 낮추었다. 나의 몸은 즉시 상대를 향해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녀석도 조금씩 나와의 거리를 줄이고 있었다.


녀석은 나의 빈틈을 노리고 있는 듯했다.

순간.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나는 그 쪽을 향해서 몸을 숙였다.


이건 분명히 녀석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다.

나는 촉수를 이용해 칼을 만들었다.

그리고 더욱 낮은 자세로 녀석의 다음 동작을 가늠해 보기 시작했다.


[ 슈 ~~~ ]

바람을 가르며 녀석은 나에게 날아왔다.


녀석의 형체가 소리를 통해서 가늠이 되었다. 나는 비스듬히 녀석을 피했다. 녀석의 냄새가 느껴졌다. 덩치가 작지 않았다. 어떻게 이곳에서 생존하는지 녀석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9문으로 들어오는 자들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날카로운 뭔가를 가지고 있었다.


[헉! 이건. 발톱인데.]


나는 순간 나의 가슴 옆으로 살짝 그으려는 녀석의 발톱이 느껴졌다. 그리고 녀석의 형상은 분명히 늑대나 이리와 비슷해 보였다.


[그럼, 이쯤이 녀석의 심장이겠군.]


나는 거리를 측정해 봤다. 그러나 참았다. 한번은 피하고, 두번째도 피하고, 녀석의 움직임을 조금 더 보기로 했다. 녀석은 멈추었다. 내가 만만하지 않게 느낀 것 같았다. 녀석도 빛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나의 미세한 숨소리를 이용해서 덤벼들고 있었다.


내가 좀 더 거칠고 힘들어 하는 숨소리에 따라서 녀석은 더욱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거의 미동이 없고, 오히려 녀석의 숨소리가 더욱 가빠오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씩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녀석은 나의 움직임을 느꼈는지 주춤했다. 그리고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나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분명히 공격을 했겠지만, 녀석은 나에게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에게 더욱 가까이 갔다. 이제 녀석의 숨통을 끊어 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왠지 녀석과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친 짓이지만 한 순간의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는 돼지보다는 말동무를 원하는 지식인이 되고 싶었다. 사실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 짐승을 내가 죽여서 먹기에는 내가 아직은 덜 배고픈 까닭일 것이다.


나는 으르렁거리는 녀석의 턱아래로 나의 손을 넣었다. 녀석도 감히 나의 손을 물지 못했다. 녀석은 이미 나의 움직임에 압도당한 것 같았다. 자신보다 빠르고, 침착하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 그런 자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녀석의 턱 아래의 목을 쓰다듬으며, 점점 머리로 올라가서 토닥거렸다.

게임은 끝이 났다. 녀석은 그대로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었다. 녀석의 모든 움직임은 반려견의 모습이었다. 주인을 향한 한없는 애정을 표현하고 있으리라. 그래 나는 너를 죽일 이유가 없다. 지금은 오히려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는 것이 이 어두움을 버티기에 좋을 것 같다.


어릴 때 키웠던 복실이가 생각이 났다.


“복실아.” 나는 녀석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쿠엉. 쿠엉.”

녀석은 그렇게 대답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지. 이곳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처럼 녀석도 어두움에 완전히 적응해 있는 것 같았다.

“복실아. 난 배가 고픈데··· “

녀석은 나의 말을 알아 듣기라도 하는 듯이 나의 주위를 한번 돌더니. 뛰어가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나를 데려가고 싶은 것 같았다.


“야. 천천히 좀 가라. 지금 난 힘이 없다고.”

나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와 내가 만들어 내는 소리에서 나오는 소리가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계산하면서 이 곳이 탁 트인 평지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달려갈 수록 점점 어떤 바위나, 단단한 무엇인가가 가까이에 주위에 거대하게 솟아올라 있는 것 같았다.


[제발, 어딘 가에 물이라도 있기를······]


며칠동안 물을 먹지 못해서 가장 먼저 갈증이 났다.


겨우 복실이를 따라잡았다.


녀석의 뜀박질이 조금씩 느려졌다.

어디선가 물 소리가 났다.


[설마. 물이 있는건가?]


나는 복실이가 인도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점점 물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순간 물 소리 때문에 복실이를 놓쳤다. 아직은 여러 복합적인 소리들이 들리면 쉽게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고주파 팔치나 리시버가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느정도 복실이가 어디쯤 있을 것 같았다.


“복실아.”

“쿠엉. 쿠엉.”


바로 앞에 있었다. 물로 뛰어 들어간 것 같았다.

나도 천천히 따라 들어갔다. 복실이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나도 같이 마셨다. 물은 무척 차가웠다. 하지만, 아주 맛있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생겨서 기뻤다.

암흑의 세계에서 나는 친구를 만났다.


물을 마시고 나니 배고픔이 덜했다. 뭐 라도 먹어야 했지만, 물을 마시고도 한결 나아졌다.


나는 다시금 주위를 살폈다. 물소리가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곳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히 나무나 식물들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은 바위들 사이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조금 춥고 완전한 어두움의 세상을 견딜 수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바위에 앉았다.


지나간 시간들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어떠한 감옥의 독방에 갇힌 느낌이다.


그러나 이곳에 빛이 들어온다면 아마도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곳에서 빛을 바라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복실이가 나의 옆에 왔다. 복실이도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사냥하고 먹고 먹히는 이 곳에서 복실이도 나를 처음 만난 것 같았다. 어떤 존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녀석도 느껴가는 것 같았다.


복실이는 어떻게 이 곳에 적응하며, 살았을까? 녀석의 어미는 누구고, 누군가에 의해서 길러졌을까?


“쿠쿠어.엉”


먼 곳을 보면서 짖는 듯했다.


녀석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눈이 있어야 할 그곳에는 눈의 흔적만 있고, 아무것도 없었다. 복실이는 이곳에 최적화되어 태어났고 자란 것이 분명했다.


복실이는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아가도록 창조되어진 피조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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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 46화 > 십문이 사라지다. 19.05.19 95 0 10쪽
45 제 45화> 생존하기 19.05.18 75 0 6쪽
» 제 44화> 암흑의 세계 19.05.18 75 0 8쪽
43 제 43화> 희생 19.05.15 77 0 16쪽
42 제 42화> 달아나야 해 19.05.15 83 0 11쪽
41 제 41화> 십문의 비밀 19.05.13 90 1 10쪽
40 제 40화> 5문 +1 19.05.11 86 1 8쪽
39 제 39화> 아스클론의 여자 19.05.11 81 1 10쪽
38 제 38화 > 세인트와 무술룸 19.05.09 84 0 14쪽
37 제 37화> 적진속으로 19.05.07 95 1 13쪽
36 제 36화> 비열한 음모 19.05.06 86 0 10쪽
35 제 35화> 부녀의 야망 19.05.06 89 0 10쪽
34 제 34화> 아시리아 19.05.05 86 0 11쪽
33 제 33화> 주쿠. 다시볼 수 있을까? 19.05.03 94 0 10쪽
32 제 32화> 위기에 처한 저항군 19.05.02 98 1 10쪽
31 제 31화> 저항군 19.04.30 93 1 11쪽
30 제 30화 > 최고 위원회 19.04.29 91 0 10쪽
29 제 29화> 방황의 끝 19.04.27 98 1 10쪽
28 제 28화> 방황 19.04.26 74 1 11쪽
27 제 27화> 함정 19.04.25 75 0 11쪽
26 제 26화> 빠실라 19.04.24 84 0 10쪽
25 제 25화> 짤루아 시장 19.04.23 87 0 13쪽
24 제 24화> 주쿠아 19.04.23 83 1 13쪽
23 제 23화> 첫 등교 19.04.22 81 0 10쪽
22 제 22화> 엄마, 아빠, 누나 19.04.22 86 0 10쪽
21 제 21화> 여루아 19.04.21 86 0 9쪽
20 제 20화> 4문으로 19.04.20 87 0 10쪽
19 제 19화> 아실라족 19.04.20 9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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