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들보얀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악몽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들보얀
작품등록일 :
2022.10.08 17:10
최근연재일 :
2022.11.13 23: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85
추천수 :
9
글자수 :
58,448

작성
22.11.13 23:00
조회
5
추천
0
글자
11쪽

11

DUMMY

"서은아!"


정민은 미끄럼틀 뒤에 숨어있는 서은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굳은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있는 서은은 정민이 옆에 다가와도 그저 바닥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왜 혼자 간 거야? 혼자 있으면 위험해."


정민의 말에 반응이 없던 서은은 잠시 뒤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나타나고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

"무슨 말이야?"

"나 혼자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런데 네가 오고 나서 자꾸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


정민이 기분 나빠하며 그런 서은에게 물었다.


"그래서 지금 이 모든 일이 내 탓이라는 거야?"

"네 탓이라는 건 아니지만···"


서은이 말끝을 흐렸다.


"그럼 뭔데? 넌 지금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이 다 내탓이라는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

"화내지 마. 나는 네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사실이라고? 그래 좋아. 그럼 넌 여기 있어."


정민이 등을 돌리고 가려 하자, 서은이 다급히 그를 멈춰 세웠다.


"어디 가는 거야?"

"할아버지가 나한테 종이를 줬어. 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거야."

"그 할아버지가 너한테 종이를 줬다고?"

"그래."


정민은 아파트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서은도 눈치를 보다가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정민은 고개를 홱 돌리고는 자신을 따라오는 서은에게 말했다.


"왜 따라오는 거야? 나랑 있으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 텐데."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던 서은은 난감한 표정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민은 콧방귀를 끼며 출입문 앞 계단을 올랐다.


"3, 2, 1··· 나머지 숫자는 0이겠지."


정민은 단순한 추측을 통해 나온 숫자를 망설임 없이 번호 키에 입력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민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다른 숫자들을 차례대로 번호키에 입력해보기 시작했다.

마지막 자리에 '3'을 입력하자 철컥 이며 공동현관문이 열렸다.


"왜 3이지?"


'뭐, 열렸으니 된 거지.'

정민은 조금 의아했지만, 어쨌거나 덕분에 세 사람은 다행히 열린 문을 통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아파트 내부의 풍경은 생각보다 허름했다. 벽 군데군데 균열이 가 있었고, 허공에는 먼지가 한가득 떠다녔으며, 어둡고 조용했다.


"이곳에 사람들이 있을까?"


건물 안을 둘러보던 정민은 서은의 목소리에 조금 놀라 짧은 경련을 일으켰다.


"잘 모르겠어."

"너무 조용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일행은 맨 왼쪽 첫 번째 집인 101호의 집 문앞에 섰다.


"어떻게 할 거야?"


정민의 뒤에 서있던 서은이 조금 걱정된 얼굴로 물었다.

정민은 긴장된 얼굴로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보았다.

아무런 반응도 없자 정민은 다시 조금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아무도 없나 봐."

"다른 집들도 다 두드려보자."


정민이 옆집으로 이동하려 하는데, 서은이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

"왜?"

"문이 열려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은은 이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아 돌려보았다.

문고리가 완전히 돌아가고 이내 현관문이 열렸다.


"안 잠겨있어."


세 사람은 문틈으로 고개를 빼 슬며시 집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집안은 휑했고 불은 모두 꺼져있었다.


"들어가자."


세 사람은 서둘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정민이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잠갔다.


"문이 열려있어서 다행이야."


서은이 말했다. 그들은 각자 방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 어쩌면 좋지?"


숨을 곳이 생겨서 다행이기는 하나, 이제 마땅히 할 것이 없었다.

정민은 자신이 왜 이곳에 온건치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집을 찾아 헤매다가 이곳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우리 이곳을 아지트로 삼자."


정민이 서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어."

"왜?"

"집으로 돌아가야지."


서은은 잠시 아무 말도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어. 그렇지만 계속 이곳에 머무를 수는 없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아."

"나도 그래. 그래도 돌아가야 해."


정민은 불현듯 불안감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온 곳이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똑똑똑


"누구지?"


정민과 서은은 갑작스러운 문소리에 놀라 튀어 오르듯 몸을 일으켰다.

서은이 천천히 현관문을 향해 발을 떼려 하자, 정민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만히 있어."


서은은 어리둥절하여 그를 쳐다보았다.


"왜? 밖에 사람이 있어."

"누군 줄 알고? 그냥 가만히 있어."


똑똑똑


그러는 동안 문밖의 존재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나가보자."

"안돼.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 문밖의 있는 게 괴물일지도 몰라."

"괴물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만약 괴물이라면 우리는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


두 사람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현관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잠시 뒤 점점 멀어지는 듯한 발걸음소리를 끝으로, 더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서은이 원망 섞인 목소리로 정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가버렸어.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냥 가버린 거야."


정민 또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서은의 말대로 문을 두드린 존재가 괴물이 아니라 그저 선하고 평범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만약 문을 두드린 게 괴물이었다면, 너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될걸."

"만약 괴물이 아니었다면, 나는 널 원망하겠지."


정민은 자신을 노려보는 서은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잘 들어. 바깥의 존재가 뭐든 그건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이곳에 괴물들이 산다는 거야. 여긴 이상한 사람들도 많아. 그래서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해. 알겠어?"


서은은 그를 노려보는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이곳에 우리 외에 누군가 있다는 건 인정할게."


정민은 이렇게 말하며 서은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그들은 잠깐 아무 말 없이 서로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은이었다.


"너는 좀 이상해."

"뭐가?"

"그냥··· 뭔가 계속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


서은의 말에 기분이 상한 정민이 다시 물었다.


"내가 말이야?"

"그래. 꼭 트라우마라도 있는 사람처럼."


정민이 헛웃음을 지으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네가 더 이상한데. 꼭 겁없는 사람처럼 굴잖아."

“...됐어. 너 좋을대로 해.”


서은이 등을 돌리자 정민이 서은을 붙잡았다.


“어디 가는 거야?”

“난 우릴 도와줄 사람들을 찾을 거야.”


‘완전 제멋대로야.’

정민은 하는 수없이 서은을 따라 문밖으로 나섰다.

서은은 옆집 102호의 벨을 눌렀다. 그러나 벨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똑똑똑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려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쿵쿵쿵


서은은 조금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반응은 없었다.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뒤에서 보고 있던 정민이 말했다.


“쉿.”


서은은 문 가까이에 자신의 귀를 밀착시키고는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정민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누가 있나 봐.”

“누가 있다고? 확실해?”


정민도 문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댔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아니야. 분명히 누가 있어. 내 생각에는 이 안에 있는 사람도 우리처럼 일부러 문을 안 열어주는 것 같아.”


정민은 서은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인기척이 들렸어?”

“그렇다니깐. 이리 나와봐.”


서은은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에게 소리쳤다.


“저희 나쁜 사람 아니에요!”


정민이 놀라며 그런 서은을 말렸다.


“조용히 해. 괴물들이 들으면 어떡해?”

“...안에 분명히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분명히 내가 소리를 들었어.”

“너 말대로 안에 누군가 있다고 쳐. 그런데 어쩌겠어? 문을 열어주지 않는데. 우리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안에 있는 사람이 우릴 더 의심할거야.”


서은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문에서 떨어지더니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집들도 다 두드려보자. 어쩌면 우릴 도와줄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정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서은이 조금 안쓰러워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일행이 103호로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정민과 서은은 화들짝 놀라 뒤를 쳐다보았다. 열린 102호의 문틈으로 한 초췌한 얼굴의 나이 든 여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괴물이 있어.”

“네?”

“이곳에 괴물이 있어. 숨어야 해.”


정민은 서은을 한 번 쳐다보고는 여자에게 말했다.


“무슨 괴물이요?”

“괴물이 있어. 숨어야 해.”


여자는 같은 말만 반복적으로 할 뿐이었다.

정민과 서은은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숨어야 해. 우리 집으로 어서 들어와.”


여자의 말에 정민이 얼른 대답했다.


“아니요. 저희는 가볼게요.”


왠지 꺼림칙한 느낌에 정민은 여자의 집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일행은 그렇게 여자를 뒤로하고 103호로 향했다. 102호의 여자는 그들을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사람같아.”


정민의 말에 서은도 동의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103호와 104호를 차례대로 모두 두드려보았으나,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문에 귀를 대어보아도 이번에는 인기척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2층으로 올라가 볼래?”


서은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그냥 다시 돌아갈래?”


서은은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대답했다.


“올라가보자.”


정민은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하는 수없이 서은과 함께 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민과 서은은 계단 앞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이지?”


중앙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 섰다. 곧이어 안에서 하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내렸다. 그들은 다행히 숨어있는 일행을 알아채지 못했다.


“102호로 들어갔어.”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잠겨있지 않은 102호로 다급히 들어갔다. 뒤이어 여자의 비명이 들리고, 102호의 여자가 그들에게 붙잡힌 채 끌려나왔다.


“이거 놔!”


여자는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여자를 끌고 다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잠시 뒤 그들을 태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서은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어디가?”


갑작스러운 서은의 행동에 정민은 놀란 눈이 되어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그 세계의 이름은 악몽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1 22.11.13 6 0 11쪽
11 10 22.11.12 6 0 12쪽
10 9 22.11.06 9 0 11쪽
9 8 22.11.05 11 0 12쪽
8 7 22.10.30 11 0 12쪽
7 6 22.10.29 11 0 12쪽
6 5 22.10.23 15 1 12쪽
5 4 22.10.22 12 1 12쪽
4 3 22.10.16 13 1 12쪽
3 2 22.10.15 17 2 12쪽
2 1 +1 22.10.08 33 2 12쪽
1 0. 누군가의 일기 22.10.08 42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