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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들보얀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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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보얀
작품등록일 :
2022.10.08 17:10
최근연재일 :
2022.11.13 23: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75
추천수 :
9
글자수 :
58,448

작성
22.10.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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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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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DUMMY

"아들, 일어나. 면접 11시까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히 게임을 하다가 잠이 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정민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휴대폰을 찾았다. 그가 휴대폰을 잡기 전에 어머니 현숙이 말했다.


"지금 9시야. 얼른 씻고 면접 갈 준비해."


정민은 그럼에도 굳이 휴대폰을 켜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온몸이 찌뿌둥하고 정신은 멍했다.


"엄마가 컴퓨터 끊거야?"

"무슨 소리야? 원래 꺼져 있었어."


정민의 기억으로는 컴퓨터를 하다가 잠이 든 것 같은데, 도무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꿈속의 꿈이었단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했다.


"빨리 안 일어나?"

"아직 시간 남았잖아. 5분만."

"일어나 빨리."

"알았어."


정민은 마른세수를 한 후 몸을 일으키고는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어찌 됐든 꿈이어서 다행이었다. 아직 면접을 볼 기회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정민은 샤워기의 물줄기를 맞으며 정신을 차렸다.

잠시 뒤 샤워를 마치고 팬티만 입은 채 나온 정민은 정장을 입기 좋게 정리하는 현숙에게 말했다.


"엄마, 나 요즘 꿈을 자주 꾸네."

"뭔 꿈?"

"자꾸 이상한 꿈을 꿔."

"조상신 나와서 숫자 불러주는 거 아니면 다 개꿈이야."


현숙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정민은 동조하면서도 반응이 미적지근한 현숙에게 내심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엄마 진짜라니까. 뭔가 불길해."

"불길하긴. 면접 떨어질까 봐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굳이 따지자면 면접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저 기묘하고도 기괴한 꿈이 불쾌했을 뿐이었다.


‘차라리 말하지 말 걸 그랬어.’


정민은 면접에만 집착하는 것 같은 어머니에게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무슨 꿈인데?"

"헤매는 꿈이라고 해야 하나. 좀 뭔가 꿈이 이상해."

"네가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고 걱정이 많아서 그래."


현숙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근래 정민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깊은 잠이 들지 못하고 평소 무의식적으로 보고 들은 것들이 꿈에 나온 것일 수도 있었다.

꿈이란 것은 결국 꿈꾸는 자가 만들어내는 허상이니 말이다.


"셔츠가 좀 작네."


정민이 셔츠의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


"내가 그러니까 새로 맞추자고 그랬잖아."

"뭣 하러 새로 맞춰."

"어머 얘는. 그거 맞춘 지가 벌써 언제 적이야. 네 몸이 예전이랑 지금이랑 같니?"

"내가 살이 이렇게 많이 쪘나?"

"너 지금 배 좀 봐. 예전에는 홀쭉했어. 지금은 돼지야 돼지."


'그 정도는 아닌데.'


현숙의 말에 정민은 가늘게 뜬 눈으로 입술을 내밀었다.


"너 내일 엄마랑 정장 새로 맞추러 가자."

"아 뭣 하러 그래."


그러면서 정민은 바지에 왼쪽 다리를 밀어 넣었다.


"바지 작을 거 같은데. 단추는 잠기냐?"


정민은 말없이 배를 집어넣어 일단 바지 단추를 잠그는 데에는 성공했다.


"벨트 안 해도 되겠다."


입고 보니 확실히 예전에는 헐렁했던 바지가 지금은 조금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너무 딱 달라붙는데. 의자에 앉다가 터지는 거 아니야?"

"에이, 좀 작네."

"내가 그러니까 한 번 입어보랬잖아. 엄마 말 안 들어서 후회되지?"


솔직히 후회되긴 됐지만 정민은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었다.


"이래서 내일 정장 사러 가자는 거야."

"됐어. 면접이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지금 안 되더라도 다음에 또 면접 갈 때 입어야 하잖아. 잔말 말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

"알았어."


정민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는 옷걸이에 걸어져 있던 넥타이 두 개 중 하나를 가지고 와 목에 걸었다.


“야, 그건 너무 화려하다. 이걸로 해.”


현숙은 다른 하나를 가지고 와 말했다.


“아무거나 하면 되지.”

“누가 면접 갈 때 그런 넥타이를 해? 이걸로 하라니까. 빨리 풀어.”


정민은 유난을 떠는 현숙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민이 넥타이를 풀자 현숙이 그의 목에 다른 넥타이를 걸어 주었다.


“봐. 이게 훨씬 단정하고 좋네.”

“그게 그거구먼. 엄마도 참.”


정민은 거울에 비친 네이비색 넥타이를 이리저리 매만지고서는, 마지막으로 재킷의 단추를 잠갔다.


“잘하고 와.”


현숙은 현관으로 가는 정민을 따라 나오며 말했다.


“큰 기대는 하지 마. 엄마.”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경력도 없고 스펙도 안 좋은데 누가 나 같은 놈을 뽑겠어?’


정민은 현숙이 잘 닦아놔 반짝거리는 정장 구두에 한쪽 발을 집어넣었다.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도 일자리를 못 구하는 판국인데 뭘.”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지.”

“됐어. 다녀올게.”

“그래. 갔다 와.”


계단을 내려가는 정민의 뒤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는 요즘 세상을 너무 몰라.’


그는 골목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구두를 오랜만에 신은 터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발목 양말을 신었음에도 갔다 와서 보면 뒤꿈치가 쓸려있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야!”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진탕 술을 먹고 취한 나이 든 남성이 고함을 내질렀다.


쨍그랑


남자가 내던진 소주병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다.

이 소리를 듣고 나온 편의점 주인이 남자에게 삿대질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하아.”


‘거지 같은 동네.’


신호등의 불이 바뀌고 정민은 횡단보도를 건넜다.

정민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고성을 내지르며 싸우는 두 사람을 멀찍이 지나쳐갔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정민은 자신이 탈 버스의 번호가 몇번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면접장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111번 단 한 대였다. 앞으로 5분 뒤면 올 예정이었다.

잠시 후 정민은 마침내 도착한 111번 버스에 올라탔다.


이미 출근 시간이 지난 터라 버스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앉을 자리가 충분했다.

정민은 의자에 앉아 창 너머를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


덜컹거림과 동시에 정민은 잠에서 깼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스 안에 승객은 본인을 제외하고 출구 쪽에 서 있는 아주머니뿐이었다.

그는 어두워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가 이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신용카드였다.

버스가 정차하고 출구에 문이 열리자 정민이 내리려는 아주머니를 급히 불러세워 물었다.


“혹시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아주머니는 카드를 받아 정민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고마워요. 복 받으실 거예요.”


그는 그러고서는 버스에서 내려 어두운 길가 속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고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정민은 기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가 어디예요?”


기사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운전에만 집중했다.

잠시 뒤 버스가 정차하고, 기사는 고개를 돌려 정민을 올려다보았다.


‘내리라는 건가?’


버스의 입구와 출구가 모두 열렸다.

정민은 어리둥절하여 기사를 바라보다가, 이내 버스에서 내렸다.

정민이 내리자 버스는 그대로 출발해버렸다. 그는 저 멀리 사라져가는 버스를 멀뚱히 지켜보다가 낯선 동네를 둘러보았다.


“저기요, 여기가 어디예요?”


정민은 길을 가던 행인 한 명에게 물었다.

그는 챙이 넓은 모자에 녹색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었다.


“여기 어디냐고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서는 가 버렸다.

정민은 표지판이나 가게의 간판을 통해 이곳이 어디인지 추측해보려 했지만,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찾아도 표지판은 없었고, 가게의 간판들에 글자가 모두 이상한 외국어로 쓰여 있어 해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디예요?"


정민은 마침 지나치는 여자를 붙잡고 물었다.

여자는 겨울이 아닌데도 빨간 털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멀뚱히 정민을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정민은 조금씩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려 애썼다.

하지만 여자는 말이 없었다.


"말 안 들려요? 대답 좀 하라고요!"


여자가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뭐라고요?"


여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정민은 고개를 기울여 여자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번 정류장은······"


***


눈을 뜨자 먹먹했던 귀가 뜨이고, 내릴 곳을 알리는 버스의 안내멘트가 거의 끝나갈 즈음이었다.


'또 꿈이야!'


정민은 다급히 창밖의 풍경을 살펴보며 현재 버스가 지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살폈다.


잠시 뒤 다행히 도착 장소에서 내린 정민은 곧장 면접을 볼 회사로 향했다.

정류장으로부터 5분 정도만 가면 되는 거리였다.

가는 길에 정민은 면접에서 무슨 질문이 나올지,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그러나 머릿속이 붕 뜨고 어지러워서 도통 집중이 되질 않았다.


정민은 조금 긴장한 채로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회사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앵글에 있는 옷들을 책상에 가지고 와 포장하느라 바빴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정민에게 직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다가와 물었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이쪽으로 오세요."


정민은 여자를 따라 유리 벽으로 되어있는 방에 들어섰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여자가 나가고 정민은 의자에 앉아 벽 너머의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잠시 뒤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오고 정민은 인사를 한 후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 앉았다.


"혹시 의류 쪽에 일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없습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대로 면접은 망했다.

뻔한 질문들과 뻔한 대답의 연속이었고 정민이 대답한 후에는 항상 조금의 침묵이 뒤따랐다.

정민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회사를 나오며 그제야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새 정장을 사봤자 아무 소용도 없을 터였다.

그 불길한 꿈들도 지긋지긋했다. 잠만 자면 꿈을 꾸니 말이다.


'지금도 꿈이었으면 좋겠어.'


버스정류장에 다 와갈 때쯤 휴대폰이 울렸다.

친구 동윤에게서 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정민아 일 구했냐?"

"아니. 왜?"

"여기 사람 한 명 빠졌는데 너 올래?"


동윤은 가구를 배송해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무거운 것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민은 썩 내키지 않았다.


"너 온다 그러면 내가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하지만 이것이 기회일 수도 있었다.

일단 이번 면접은 망했고, 또 언제 면접이 잡힐지 모르니 차라리 그 시간 동안 노는 것보다는 나았다.


"할 거야 말 거야?"

"그 일할만해?"

"할만하지."


'웃기고 있네.'


전에 동윤은 정민과 함께 술을 마시며 일이 힘들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할게."

"알았어. 그럼 사장님께 말씀드린다?"

"그래."

"야 근데 언제 술 한 번 마셔야지?"


'이 녀석은 맨날 술타령만 하네.'


아르바이트마저 관두고 백수로 지낸 기간이 길었던 정민은 친구들과의 술자리도 피하고 있던 중이었다.


"부르면 좀 나와라. 너 계속 안 나오면 우리도 너한테 이제 연락 안 한다?"

"알았어."

"그럼 이번 주말에 나올 수 있냐?"


결국 정민은 마지못해 친구들과의 술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도착한 버스에 올라탄 정민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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