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누군가의 일기
내가 7살 때쯤이었을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그곳에서 아버지를 마주쳤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아마도 길을 잃으셨던 것 같다. 아버지는 날 알아보지 못하셨다. 아버지의 얼굴은 조금 젊어 보였지만 나는 아버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곳에서 아버지를 계속 기다렸지만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아직도 길을 잃고 헤매고 계신 걸까?
나는 그곳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두려움을 무릅쓰고 다른 공간에 발을 내디딘 것은 아버지를 찾겠다는 마음과 다른 공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언젠가 그렇게 가게 된 낯선 세계에서 나와 같은 이방인을 만났다.
그는 나 또한 자신과 다름없는 '진짜'라는 것을 깨닫고서는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길을 잃었니?"
나는 내가 자발적으로 그곳에 간 것이기 때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그의 목에서 빛나고 있는 초록색 보석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서 돌아가."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내가 그를 어리둥절하여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내 어깨를 잡고 반복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눈을 떠. 눈을 떠. 눈을 떠. 눈을 떠. 눈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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