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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들보얀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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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보얀
작품등록일 :
2022.10.08 17:10
최근연재일 :
2022.11.13 23: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78
추천수 :
9
글자수 :
58,448

작성
22.10.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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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DUMMY

정민은 옆을 돌아보았다.

땅속으로 내려앉은 건물들이 보였다.


'꿈속에서 본 풍경이야···그런데 정확히 이 장소는 아니야.'


전에 보았던 건물은 아파트였다. 하지만 지금은 빌라 또는 상가 느낌의 건물이었다.


정민은 전에 보았던 풍경과 정확히 일치할 때까지 무작정 걷고 또 걸었다.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정민은 꿈속에서 마주쳤던 남자와 여자를 떠올렸다.

만약 이곳이 그때의 장소와 같다면, 그때 만났던 남자와 여자도 이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먼 미래에 와버린 걸지도 몰라.'


어느 날 갑자기 땅이 푹 꺼지는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모든 건물이 밑으로 내려앉았다면? 잠이 들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몇백 년 뒤 인류가 얼마 남지 않은 멸망한 지구에 와버리게 된 것이라면···

정민은 진지하게 정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곳이 외계인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일 수도 있어. <트루먼 쇼>처럼 어딘가에서 날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났다.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벽이 만져지지 않을까.'


정민은 고개를 들어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끝도 없이 멀게만 보이는 길이었다.


'아무도 없어.'


정민은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바람만이 정민의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정민은 이제는 땅밑으로 꺼져버린 건물들을 공허하게 바라보았다.


'왜 나는 여기 있는 거지?'


끝도 없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혼란하게 했지만 나오는 답은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모든 건물이 밑으로 꺼져버린 기묘한 공간 안에서 정민은 홀로 남겨져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문영원은···'


정민은 지하철에서 마주쳤던 문영원과 중년의 남성이 어디로 갔을지 궁금했다.


'같이 그 전철에 탔어야 했어.'


만약 그들이 간 곳이 옳은 길이라면, 자신은 그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었다.


'난 왜 항상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걸까.'


정민은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터널이 막혔기 때문에 다시 지하철로 갈 방법은 없었다.


'집으로 가고 싶어.'


정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정민은 절망스런 기분으로 땅을 보며 힘없이 걸었다.

어디로 가든 어떻게 되든 이제는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느낌에 우울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정민은 목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에 고개를 들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정민은 흥분하여 눈을 크게 떴다.


'그 아파트야.'


꿈에서 봤던 길. 어느덧 그 장면 속에 서 있었다.

아파트의 맨 꼭대기, 옥상, 엄청나게 거대한 구덩이 안에 처박힌 아파트.

정민은 이 광경을 보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민은 천천히 다가가 구덩이 아래를 살펴보았다. 얼마나 깊은지 알 수가 없었다.

정민은 뒤이어 아파트의 옥상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파트는 붕괴된 곳이 없이 멀쩡했다. 다른 건물들처럼 멀쩡한 모습으로 바닥 깊숙이 처박혀있을 뿐이었다.


'누군가 살고 있을까.'


정민은 아파트에 아직 누군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허황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꿈에서 봤던 곳에 도착했어. 그럼 이제···'


정민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다를까 저 멀리 다가오는 한 쌍의 연인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정민은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여자와 남자는 정민을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바라보며 가까이 다가왔다.

조금의 간격을 두고 정민의 앞에 선 그들은 정민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더 해야 하나?'


정민은 당황스럽게 그들을 바라보며 할 말을 찾았다.


"저기···"


정민이 입을 열려는데 여자가 손가락으로 아파트 쪽을 가리켰다.


"저기에 사시나요?"


정민은 아파트를 한 번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아니요. 저곳에 안 살아요··· 혹시 저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있어요?"

"글쎄요."


정민은 모호한 대답에 진절머리가 났다.


'문영원도 그렇고 다들 왜 이렇게 답답하게 대답하는지 모르겠어.'


"전혀 사람이 살 것 같지가 않은데요."

"맞아요. 그런 느낌이죠. 하지만 사람이 살고 있을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가보면 알죠."

"저기로 갈 수가 있나요?"

"네. 그럼요."


정민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정말요? 어떻게 가는데요?"

"가는 길이 있어요. 저희도 그쪽으로 가는 길이에요."


정민은 그들을 따라 지나왔던 길을 다시 천천히 돌아갔다.

두 사람의 걸음이 너무 느려서 정민은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죄송한데, 조금만 더 빨리 가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여자가 뒤돌아보며 정민에게 물었다.


"급한 일이 있으신 건가요?"

"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두사람은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정민도 하는 수 없이 그들을 다시 뒤따라 걸었다.

몇시간 뒤쯤, 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자 정민은 조금 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내려가는 길이 어디에요? 안 보이는데요."

"거의 다 왔어요."


'도대체 어디라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의아하게 생각하던 정민은 곧 두 사람을 따라 걸음을 멈췄다.


"다 왔어요."


정민은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바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는 네모났고 큰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계단이 있었다.

여자는 품 안에서 작은 손전등을 꺼내 들더니 그것을 정민에게 건네주었다.


"저기가 아파트로 내려가는 길이에요?"


정민은 어리둥절해하며 여자에게서 손전등을 건네받았다.


"맞아요. 어두우니 벽을 짚고 내려가세요."

"잠시만요. 손전등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요?"


여자는 아무 대답도 없이 앞장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열심히 불빛을 비추며 따라가던 정민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에 불안감이 들었다.


'언제까지 내려가야 하는 거야?'


정민은 멈춰서서 어정쩡한 자세로 뒤돌아 멀어져가는 밖을 바라보았다.


'저기로 누군가 떨어지지는 않으려나.'


그러고보니 길을 가다가 이곳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길 한가운데에 맨홀처럼 뚜껑도 덮여있지 않은 구멍이 있었는데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그냥 지나쳐갔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두 분은 사귀는 사이세요?"


조용한 적막을 참을 수 없었던 정민이 입을 열었다.

남자와 여자가 대답하지 않자 뻘쭘함을 느끼던 정민은 다시 물었다.


"아까부터 남자분은 말이 없으시네요. 엄청 조용한 편이신 거 같아요."


그럼에도 남자가 말이 없자 정민은 혹시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닌지 신경 쓰였다.


"두분 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그때 칠흑같이 어두운 계단 밑 공간에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은 순간 몸이 경직되어 보이지 않는 깊은 곳을 불빛으로 비춰보았다.

정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그제야 여자는 멈춰서서 물었다.


"어떤 소리요?"

"뭔가 스치는 듯한··· 이상한 소리요."

"잘못 들은 걸 거에요."


여자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잘못들은 거겠지.'


정민은 그들을 따라 다시 움직였다.


한참을 내려가니 드디어 끝이 보였다.

정민은 손전등으로 동굴 안을 이리저리 비춰보았다. 앞에 세 군데로 갈라진 길이 보였다.


탁-


그때 손전등의 불이 나갔다. 정민이 전원을 재차 껐다가 켜보았지만, 손전등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손전등이 나갔어요!"


정민이 다급히 소리쳤다.

잠시 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아."


남자가 울자 여자는 그를 다독이며 안심시켰다.


'젠장. 설마 우는 거야?'


정민이 불안함에 휩싸여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 누군가가 정민의 손을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여자의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느껴지자 정민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잠시 뒤 다행히 손전등의 불이 다시 들어왔다.

정민이 손전등으로 두 사람을 비추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던 남자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죠?"


정민은 갈림길을 이리저리 비추었다.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어요?"


조금 생뚱맞은 여자의 질문에 정민은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이곳이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저도 그저 꿈속의 인물일 뿐인가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잖아.'


정민은 지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보다 지금은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여자의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주저앉아 다시 울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또 왜 저래?'


"불안에 떠는 거예요."


여자가 그런 남자를 옆에서 토닥이며 말했다. 하지만 정민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예요?"


그러나 여자는 남자를 달래기에만 바빴다.


스슥-


어디선가 벽면을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정민이 더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려고 했지만, 남자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그를 방해했다.


"죄송한데, 조용히 좀 해주세요.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나 남자는 정민의 말을 무시하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탁-


다시 손전등의 불빛이 꺼졌다.

정민의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용히 좀 하시라고요."


정민은 초조한 마음에 또다시 제자리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공포감에 휩싸인 가운데, 남자의 울음 소리가 점점 더 정민의 신경을 건드렸다.


"조용히 좀 하라고요."

"불안해서 그런 거에요."


정민이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여자가 그런 정민을 말렸다.


"울음 좀 그치라고 해요. 시끄러워서 주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잖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멈춰요."

"기다릴 수가 없어요. 그 남자 좀 어떻게 해봐요."


그럼에도 남자가 계속 울어대자, 정민은 소리쳤다.


"좀 닥치라고!"


그러자 남자의 울음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적막이 감도는 가운데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정민은 무엇인가 자신의 앞에 있음을 감지했다.

그가 거의 본능에 따라 괴물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자, 괴물의 몸뚱이가 바닥과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정민은 거칠게 숨을 들이쉬었다. 주먹을 쥔 손에 경련이 일어나고 목덜미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거지? 쓰러졌나?'


괴물은 다시 달려들지 않았다. 정민은 괴물이 자신의 일격에 정통으로 가격당해 나가떨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저기요. 괜찮아요?"


정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손전등이 깜빡이며 다시 불이 들어왔다.

손전등을 들어 앞을 비춘 정민은 믿지 못할 광경에 숨이 턱 막혀왔다.

정민은 불빛을 비춘 곳을 향해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여 보려고 애썼다.


바닥에 쓰러진 여자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정민은 조금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지만, 여자는 호흡을 위해 몸을 들썩이는 것 따위의 미세한 움직임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


정민은 뻣뻣한 고개를 돌려 우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절망에 빠진 정민 또한 그처럼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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