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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들보얀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의 이름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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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보얀
작품등록일 :
2022.10.08 17:10
최근연재일 :
2022.11.13 23:00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82
추천수 :
9
글자수 :
58,448

작성
22.10.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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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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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5

DUMMY

정민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뒤돌았다.

의문의 남자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서서 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민은 불쾌한 감정을 느끼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뒤돌아 걸었다.


뒤에서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이 멈추면 똑같이 남자도 멈췄고 정민이 걸으면 똑같이 남자도 걸었다.

정민은 더는 참지 못하고 남자에게 노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왜 자꾸 쫓아와요?"


그러나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늘이 져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왜 자꾸 쫓아오느냐고!"


남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정민은 만약 이곳이 꿈이라면 앞에 있는 남자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허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뒤돌아 가라. 뒤돌아 가라··· 아니면 차라리 없어지던가.'


그러나 남자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모든 게 꿈이라면 대체 왜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데?'


정민은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곧 자신이 공포감에 휩싸인 상태라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포라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가장 좋았지만, 감정은 제 마음대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저한테 이러지 마세요. 제발···."


정민은 남자의 뒤로 서서히 다가오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어요."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정민은 남자에게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진짜 여기가 꿈속인 것인지··· 아무튼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절 해치지 마세요."


남자는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정민에게 다가왔다.

위협을 느낀 정민은 남자에게 소리쳤다.


"야, 야, 멈춰. 멈추라고!"


정민은 달려드는 남자를 피해 뒤돌아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민은 어두운 골목길을 이곳저곳 드나들다가 마침내 유일하게 불이 켜진 한 단독주택을 보고는 그곳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선 정민은 집의 현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이 문 좀 열어주세요!"


공포심이 목을 죄어올 찰나에 다행히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왔다. 정민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문 닫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멀뚱히 정민을 바라본 채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 너머로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후드 쓴 남자가 보였다.


"문을 닫으라고요!"


정민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직접 달려가 현관문을 닫았다.


'뭐야?'


그런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잠금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바깥에서 남자가 현관문을 잡아당기고 정민은 문이 열리지 않도록 최대한 버텼다.


"도와주세요!"


정민이 소리쳤으나 집안의 사람들은 제 할 일만 할 뿐이었다.

유일하게 정민에게 관심을 두고 쳐다보는 이는 부부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소년뿐이었다.


"젠장, 좀 도와주란 말이야!"


정민이 그러거나 말거나, 소년을 제외한 중년의 남자와 여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현관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정민이 기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힘이 빠진 정민은 뒤로 물러서고, 활짝 열린 현관문을 통해 후드 쓴 남자가 들어왔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정민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남자는 현관문을 닫고 후드를 벗었다. 앳된 얼굴의 그는 자연스럽게 정민을 지나쳐 소파에 앉았다.

정민은 어리둥절하여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중년의 남자와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상황은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쫓던 남성이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으니 정민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민은 회색의 콘크리트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집안 풍경을 둘러본 정민은 깜짝 놀랐다.

집은 도배도 해놓지 않은 채 모두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었고, 네 식구가 사는 집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물건들이 적었다. 책꽂이나 서랍, 찬장 같은 곳은 모두 비어있었고 집은 전체적으로 휑한 분위기에 창고 같은 느낌을 풍겼다.


‘뭘 보고 있는 거야?’


정민은 소파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까부터 집중한 채 바라보고 있는 아날로그 텔레비전에는 아무것도 나오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 눈을.’


정민은 다시 한 번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만약 이게 진짜 꿈이라면.’


정민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꼬집어보기 시작했다. 느낌이 생생했기 때문에 이곳이 꿈인지 생시인지 조금 더 오리무중인 상태가 되었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중년의 남자가 정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민은 조금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뭐하는 거지?”


남자가 물었다. 정민은 뭐라 대답할지 몰라서 잠시 말없이 눈알을 굴렸다.

계속해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남자에게 정민은 왠지 거부감이 들었다.


“근래 잠을 못 잤어. 몸이 영 안 좋아서 말이야.”

“아··· 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잠이 들려고 하면 꼭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말이지. 정말 큰 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요?"


남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다시 고개를 돌리고 텔레비젼에 집중했다.


'별 이상한 아저씨를 다 보겠네.'


정민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옆에 있던 소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몇 살이야?"


정민은 무릎을 굽히고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정민을 빤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가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의 뒤로 숨었다.


탁탁


정민은 다가가 여자가 아무것도 없는 도마 위를 썰어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소년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여자의 품에서 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소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여자가 뒤돌아서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정민은 여자의 번뜩이는 눈을 보고는 조금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여자는 식탁 위에 빈 그릇들을 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부엌으로 다가왔다.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었던 정민은 식탁에 둘러앉은 그들의 옆에 뻘쭘하게 섰다.


"여기에 앉아요."


여자가 일어서더니 정민에게 말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정민이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웃으며 자신의 그릇을 들고 정민을 지나쳐 소파로 향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민을 쳐다보았다. 하는 수없이 정민이 식탁에 앉자 세 사람은 그제서야 숟가락을 들었다.


그들은 그릇 안에 든 빈 공기를 떠서 입안으로 가져다 넣고 우물거리기를 반복했다.


'피터 팬이라도 된 기분이야.'


정민은 이렇게 생각하며 빈 밥그릇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그들만의 식사시간이 끝나고 다시 모두 정해진 위치로 돌아갔다.

여자는 그릇들을 모두 싱크대로 옮겼다.


"설마 설거지하실 건 아니죠?"


정민이 식탁에서 그릇을 가져가는 여자에게 물었다.


"설거지는 필수죠."


여자는 웃으며 이렇게 말하더니 싱크대 앞으로 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아무것도 묻히지 않은 수세미로 그릇을 닦고 나오지 않는 수돗물로 그릇을 헹군 뒤 그것을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미친건지 모르겠어.'


꿈이라면 너무나도 기묘하고 기괴한 꿈이었다.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합쳐진 느낌이었다.


툭툭


소년이 정민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정민은 무릎을 굽혀 소년과 시선을 맞추고는 물었다.


"그래. 무슨 할 말 있어?"

"잘 시간이야."

"지금이 몇 신데?"

"지금은 밤이야."


댕-

댕-

댕-


그때 어디선가 괘종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정민은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괘종시계가 어디 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두 사람이 일어나자 소년은 다급히 정민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어서."


정민은 소년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년의 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자 등 뒤로 탁 소리가 나며 거실의 불이 꺼졌다.

소년은 다급히 방문을 닫아 잠갔다.


창문을 통해 은은한 달빛이 들어와서 다행히 방안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콘크리트벽과 바닥은 여전했다. 그 가운데 책꽂이와 장롱, 작은 침대가 놓여 있었다.


"내가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줘."


소년은 이렇게 말하며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정민은 조심스럽게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동화책 읽어줘."


정민은 난감했지만 이내 일어나 동화책을 꺼내오기 위해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두꺼운 사전만 몇 개 있을 뿐, 동화책은 보이지 않았다.


"동화책이 없는데."


소년은 아무 말 없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정민을 쳐다보았다.

다시 소년의 옆에 앉은 정민은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한 나그네가 길을 걷다가 두 갈래의 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나그네는 두 갈래의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다가 마침내 평탄해 보이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똑똑


'내가 잘못 들었나?'


정민은 이야기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정민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날씨가 우중충해지고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나그네는 불어난 강물 앞에서 고민하다가 이내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선 나그네는 이번에는···"


스윽

스윽


정민이 귀를 기울이자 소리는 장난이라도 치듯 오히려 희미해졌다.

정민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조금 험한 길로 들어선 나그네는 너무 힘겨운 나머지 다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자리에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며칠을 기다려도 비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쿵!


정민은 조금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서 잠긴 문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세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정민은 문밖에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다시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어머님이세요?"


만약 누군가 있다면, 집안사람 중 한 명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했지만, 정민은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들어서 쉽사리 문밖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소년은 잠든 듯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미동이 없었다.


쿵쿵


'도대체 무슨 소리야?'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오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어쩌면 방안에서 들려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일어나."


정민은 소년을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소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더 세게 흔들어봐도 소년은 요지부동이었다.

잠시 뒤 방안의 공간이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했다.


"눈을 떠! 눈을 뜨라고!"


정민이 소년을 잡아 흔들며 소리쳤지만, 소년은 깨어나지 않았다.


끼익-


장롱의 문이 열렸다.


‘더는 못 참겠어.’


패닉에 빠진 정민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지붕을 타고 정신없이 굴러떨어진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소년의 방을 올려다보았다.


창문 안으로 어두컴컴한 공간이 보였다. 몇 초뒤, 그 안에서 여자의 비명과 뭔지 모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정민은 도망치듯 마당을 가로질러 골목길로 빠져나왔다.


'미안해. 미안해.'


정민은 죄책감을 느끼며 오묘한 빛이 내리쬐는 좁은 오르막길을 정신없이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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