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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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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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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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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252

작성
23.07.2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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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0화. 터널 개통

DUMMY

드디어 날이 풀리고 파종이 가능한 시기가 찾아왔다. 한달 전부터 일궈놓은 밭에선 퇴비가 잘 부숙되어 좋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건 파종기라는 거다. 여기에 씨앗을 넣고 밀고 다니면 씨앗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지.”


나는 농부들에게 파종기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파종기는 바퀴가 달린 작은 수레처럼 생겼는데 긴 손잡이를 잡고 걸으면 일정한 간격으로 씨앗이 떨어지게 만드는 간단한 장치였다.


“이건 씨앗의 크기를 조절하는 부분이다. 여기를 돌리면 구멍이 작아지고 반대로 돌리면 구멍이 커져서 다양한 크기의 씨앗을 담을 수 있지.


그리고 여기에 있는 레버를 당기면 씨앗이 파종되는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나는 파종기에 옥수수 종자를 담은 다음 계속해서 시범을 보였다.


“옥수수 종자 정도의 크기라면 구멍은 이정도가 적당할 거야. 구멍이 너무 크면 씨앗이 한 번에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씨앗 낭비가 크고 나중에 솎아주기도 귀찮아지니 적당한 크기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농부들은 내 설명을 진지한 얼굴로 듣고 있었다. 그들 중엔 타영지에서 온 농노들도 섞여 있었다.


“에밀이라고 했나?”


내가 대뜸 말을 걸으니 에밀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네? ㄴ···네! 영주님.”


“자네가 한 번 해봐.”


나는 그를 불러내어 파종기를 건네주었다. 타지에서 와서 주눅들어 보이는 이 젊은 농부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청년이었다.


나는 타영지의 농노들이 영주에게 지고 있던 빚을 다 갚아주는 조건으로 그들을 내 영지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기계를 만지더니 잘 갈려있는 밭이랑 위로 파종기를 밀고나가기 시작했다.


달그락! 달그락!


파종기 안에 내장되어 있는 나무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파종기의 구멍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사이 옥수수 씨앗이 밭 위로 점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잘했어. 다들 에밀에게 박수!”


짝짝짝!


그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농부들을 향해 한가지를 덧붙여 설명했다.


“다좋은데 파종 간격은 조금더 넓게 잡는 게 좋을 거야 이정도는 되어야 나중에 옥수수가 커져도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거든.”


나는 기계의 레버를 당겨 간격을 더 늘려주며 말했다.


"파종 간격은 수확량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요소다. 너무 가까우면 영양분을 과도하게 나눠가질 뿐아니라 서로 잎들이 겹치게 되면 햇빛도 골고루 받지 못하지.


반대로 간격이 너무 멀어도 수확량은 떨어져. 다들 옥수수는 처음 키워보는 거겠지만 앞으로 농사 경력이 쌓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길 거다.”


“영주님! 그럼 이걸로 감자도 파종할 수 있나요?”


한 농부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못해. 감자는 너무 커서 파종기의 구멍을 통과할 수 없어.”


“으윽! 그럼 감자는 이전처럼 손으로 심어야겠군요.”


“힘들겠지만 감자는 예전처럼 손으로 심어라. 씨감자 조각은 크기가 제각각인데다가 싹눈이 위로 올라가게 심어야 하기 때문에 기계로 심기 어렵거든.


파종기를 쓸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옥수수나 콩처럼 균일하고 적당한 크기를 갖는 씨앗만이다.”


한창 설명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을 마구 휘젓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더지 마수 바쿠의 전음이었다.


[으아아아! 드디어 다 뚫었다아아!]


[아 깜짝이야! 갑자기 뭐야?]


[다 뚫었다고오오! 빌어먹을!]


[아 터널?]


[그래! 이 악독한 주인아! 아무리 그래도 바위산을 뚫는 일을 시키면 어떡해?! 나 죽는줄 알았다고!]


터널을 뚫은 곳은 산기슭 어딘가에 있는 가장 두께가 얇은 지점이긴 했지만 칼날산맥의 산들은 기본적으로 돌산이었다.


부드러운 흙속이라면 빠른 속도로 파고들 수 있지만 단단한 돌산을 뚫는 건 아무리 그라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공사했다면 10년은 걸렸겠지···.’


“자... 파종기는 각마을 촌장들 편으로 한 가정당 하나씩 나눠줄테니 늦지 않게 파종을 끝내도록. 그럼 나먼저 갈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터널 공사가 완공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길가에 대기 중이던 코니를 불러 등에 올라탔다.


“가자!”


녀석은 내가 신호하자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코니에게 울프문트에서 칼날산맥의 기슭까지의 거리는 아침 산책 코스보다도 짧은 거리였다.


“더 빨리!”


펜릴 늑대의 어마어마한 속도에는 이제 어느정도 적응 된듯 했다. 내 목소리에 코니는 더욱 속력을 내어 거의 지면으로부터 떠서 나는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



산기슭 터널 입구.


두더지 마수 바쿠가 대자로 뻗어 있는 게 보였다.


“나왔어.”


바쿠는 간신히 머리를 들어 내 모습을 쓰윽 살피더니 이내 철푸덕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힘들었다고 시위하는 군...'


나는 놈을 지나쳐서 커다란 동굴같은 터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터널의 폭은 꽤나 넓어서 말 네마리가 끄는 마차도 너끈히 지나갈 수 있는 크기였다.


나는 발광 이끼를 뿌려 어두운 터널 안을 밝히며 들어가기 시작했다. 터널의 벽은 아직 잘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그건 차차 하면 될 일이었다.


‘중간 중간에 기둥을 세우고 조명을 설치해야겠군. 조명은 볼칸의 동굴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구해 달라 하고···. 개통까지는 며칠 더 걸리려나?’


아무리 바쿠가 강한 마수라고 해도 이건 정말로 큰 공사였다. 단단한 돌산을 관통하는 이 거대한 터널을 통해 앞으로 얼어붙은 땅과 리안은 사람과 물건을 쉽게 교환할 수 있게 된다.


“바쿠! 잘했다. 오랜시간 정말 수고 많았어.”


내가 칭찬하자 누워있던 바쿠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어?”


그러더니 놈의 몸집이 더 지면서 털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 닳아 없어지다시피한 발톱이 빠지며 새 발톱까지 나고 나서야 녀석은 정신을 차린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어라?]


녀석도 놀란듯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우오오오!]


“왜그래?”


녀석은 붉은 눈을 빛내며 내게 말했다.


[진화했다!]


“너··· 진화도 해?”


[물론이지! 소환수는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면 경험치를 쌓는다고. 그리고 그 경험치가 충분히 쌓이면 이렇게 상위종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야.]


“뭐야? 난 소환수가 진화한다는 건 처음 알았어.”


[흥! 그야 물어본적 없으니까.]


“너 내가 일 더시킬까봐 일부러 말 안했지?”


녀석은 정곡을 찔린듯 내 시선을 피했다.


“그럼 넌 이제 뭐가 된거냐? 두더지 마수가 아닌 다른 종이 된거냐?”


[아니다. 두더지 장군에서 두더지 왕으로 진화한 거 뿐이다.]


“풉!”


[뭐··· 뭐가 웃기냐!]


“하하하! 이름이 그게 뭐야! 두더지 왕이라니! 진짜 왕인 거야? 지나가던 두더지들이 네게 절이라도 하고 가냐?”


내가 비웃기 시작하자 녀석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두더지 왕은 최상급 마수다! 실제로 나는 이 근방의 두더지들을 전부 소환할 수도 있고 마음대로 부릴 수도 있어. 두더지 왕은 그런 엄청난 존재라고!]


나는 생각난 김에 물었다.


“야. 그럼 새로운 스킬은 뭘 터득한 거냐? 너네 마수들은 고유의 스킬이 있잖아?”


[방금 말한 두더지 소환술이랑 공허 파고들기 두 가지가 전부다. 원래 알고 있던 스킬들은 위력과 범위가 더 커질뿐 크게 바뀌는 건 없어.]


“음··· 두더지 소환술은 이름만 들어도 무슨 스킬인지 알겠고··· 다른 하나는 무슨 스킬이야?”


[공허 파고들기··· 이 스킬을 쓰면 내 발톱이 공간을 찢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허공에도 구멍을 뚫어서 아공간에 숨거나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오! 생각보다 좋은데?”


공간에 균열을 일으켜 그 틈에 몸을 숨기거나 먼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타입의 능력자는 예전 세상에서도 드물게 만날 수 있었다.


시대와 세계를 불문하고 공간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이 능력이라면 아공간 창고를 만들수 있다!’


바쿠를 시켜 곳곳에 커다란 아공간을 만들어두면 막대한 양의 무기나 식량등을 숨겨 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아공간의 터널, 즉 예전 세상에서 포털이라 부르는 구멍을 뚫어 두어 여기 저기를 쉽게 이동할 수도 있게 된다.


나만 아는 순간이동용 포털을 갖게될 뿐아니라 막대한 양의 비밀 창고가 생기니 공간이 절약되고 보안성도 높아진다.


농업에서 공간은 곧 비용.


막대한 식량을 쌓아둬도 썩지 않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농사꾼에겐 꿈이나 다름 없었다.


“좋았어! 앞으로 넌 내 전용 창고가 되어줘야겠어.”


바쿠는 수염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거 제발 소환수 좀 작작좀 부려먹어라! 이번 일만해도 발톱이 몇번이나 빠졌는지 알기나 해?]


“하하! 그래 이번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혼자 터널 뚫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이만 들어가봐.”


녀석은 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허공을 파고들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나는 코니를 향해 말했다.


“코니! 너도 힘들게 산을 넘지 않아도 되니까 좋지?”


컹!


“좋아! 그럼 우리 이길로 쭉 달려서 얼어붙은 땅으로 가볼까?”


컹!


나는 녀석의 등에 올라타며 말했다.


“달려!”


이것으로 얼어붙은 땅과 리안과의 접근성 문제도 해결했다. 앞으로 이 터널을 통해 많은 양의 물자가 이동하고 사람들의 교류도 활발해지겠지. 그럼 머지 않아 영지가 몰라보게 발전할 것이다.



***



일주일 뒤. 유리 온실.


나는 두 장의 잎 사이로 단단하게 여문 튤립의 꽃망울을 확인하며 최종 검수를 끝냈다.


“흠··· 꽃망울이 제대로 여물었네! 이정도면 리안나 왕태후께 납품할 수 있겠어.”


튤립은 따뜻한 온실 덕분에 노보스로 납품할 수 있는 상태까지 자라 있었다. 나는 화분에 심은 튤립들이 다치지 않게 나무 상자에 일일이 포장하며 노보스로 떠날 준비를 했다.


지켜보던 집사장 다니엘이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영주님! 그런 일은 저희한테 시키시지···.”


그는 최근 헥토르 마이어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늑대성의 새로운 집사장이 되었다.


헥토르에게 새롭게 맡긴 일은 바로 대륙에 뿔뿔이 흩어져 숨어 사는 마법사들을 찾아내어 규합하는 일.


자신의 전 스승이자 대마법사이며 아카데미의 원장이었던 볼칸 아주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부터 헥토르 마이어는 몰라보게 왕성한 의욕을 보여왔었다. 볼칸의 존재가 죽어 있던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것이다.


“다니엘, 이건 그 리안나 왕태후께 바칠 꽃이라고! 혹여라도 잎에 상처라도 나면 튤립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 중대한 일을 종사자에게 맡길 순 없지 않겠어?”


“그럼 어쩔 수 없죠.”


“넌 어서 떠날 채비나 서둘러. 갈 길이 멀다. 옷이랑 도시락이랑 이것저것 챙길게 많아.”


“엑? 근데 저도 가나요?”


“물론이지.”


“오오!”


그는 왕도로 간다는 말에 두 눈을 빛냈다.


"저야 기쁘긴 한데 왜 저를 데려가세요?"


"그야 기사단장이란 녀석은 얼어붙은 땅에 있고, 재무관은 아직 발란에서 뒤처리 중이라 없고, 그래도 명색이 내가 영주인데 혼자갈 순 없잖아?"


"아.. 역시 저는 그저 머릿수 채우기용이었군요."


"뭐 어때? 왕도에 도착하면 맛있는 거나 많이 사주마."


"오오! 역시 영주님! 왕도엔 예쁜 여자들도 많겠죠?"


"거긴 인구가 많으니 당연히 예쁜 여자들도 많겠지."


"오오오!"


다니엘 집사장은 그 어느때보다 잽싼 몸놀림으로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 여행길은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즐거운 여행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지금의 아프락사스 궁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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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터널 개통 +3 23.07.20 1,121 51 12쪽
70 69화. 농지를 개간하다 +3 23.07.19 1,255 51 13쪽
69 68화. 교역을 시작하다 +3 23.07.18 1,359 56 17쪽
68 67화. 온천의 발견 +9 23.07.16 1,727 65 17쪽
67 66화. 향유고래 +2 23.07.15 1,886 68 18쪽
66 65화. 인재 등용 +1 23.07.14 2,112 67 15쪽
65 64화. 마석의 사용법 23.07.13 2,147 73 13쪽
64 63화. 마석 수집 +1 23.07.12 2,181 71 16쪽
63 62화. 내가 영주라니 23.07.11 2,325 73 17쪽
62 61화. 결착 +3 23.07.09 2,359 80 14쪽
61 60화. 불꽃 놀이 +1 23.07.08 2,381 76 17쪽
60 59화. 복수 +4 23.07.07 2,474 75 21쪽
59 58화. 세이렌의 바다 +2 23.07.06 2,376 68 13쪽
58 57화. 최강의 기사 23.07.05 2,485 74 16쪽
57 56화. 신경전 23.07.04 2,576 7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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