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우주 시대와 먼치킨 대한민국
25. 우주 시대와 먼치킨 대한민국
마누스는 마누스 조의 마법사와 기사들을 모았다.
엉덩이를 들썩이며 언제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네들도 이제는 이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을 것이라 생각하네.”
“...”
모두의 두 눈에 밝은 빛이 맴돌았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의 안전을 지키고, 우주마저 관리해야 할 이 일을 포기할 수는 없네.”
다시 그들의 눈빛이 흐려진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인공지능과 마법을 잘 섞으면 자아를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듯하네. 물론 그걸 관리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겠지만.”
다시 밝아지는 눈빛들.
“나야 딱히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일도 없고, 이렇게 컴퓨터 프로그램의 세계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으니, 그 일은 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진행해도 될 것 같네. 물론, 누군가 나와 함께 해 준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좋고, 없다면 나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네. 자, 그럼 이제부터 자네들이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마법 인공지능 자아를 만들어 보세나. 나보다 컴퓨터 언어와 프로그램 개발, 인공지능까지도 더 잘 만들 수 있을 테니까. 거기에 가능하면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뛰어난 해커들도 끌어와 보세나. 어떤가, 그리해 볼 텐가?”
“네!”
누가 반대할 생각을 하겠는가?
그동안 이 일도 재미있었지만, 10여 년이 넘어나니 지겨웠을 텐데.
그때부터 세계의 골방이나 많은 프로그래밍 회사에서 사람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남겨진 자리에는 똑같은 쪽지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다.’
창의성이라고는 단 1도 없이 똑같은 문장이었다.
그렇게 모인 이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1,217명.
언어도 다르고 하고 있던 모습도 다 달랐지만.
서로는 서로 알아보았다.
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세계에서 나름 유명한 이들이었으니.
그들은 마누스 학파 마법사 중에서 그나마 자아를 가진 호문클루스 제작에 가장 뛰어난 인물이 맡았다.
그는 일단 그들이 머무는 공장 전체에 통역 마법을 걸었다.
추가로 건 마법은 활성화 마법을 걸었다.
이곳에서는 늘 머리와 몸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대신 먹는 것을 예전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먹게 된다.
잠은 하루에 4시간 정도만 자게 되겠지만, 대신 숙면을 취하게 된다.
이 안에서는 언제나 서로의 언어에 상관없이 대화할 수 있었다.
어차피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들의 공용어였으니, 상관이 없었고.
그때부터 그 마법사는 이들이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마법으로 자아를 만드는 이론을 설명했다.
아울러 그 마법으로 만든 자아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덧씌우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자력 학습 프로그램을 포함하고.
거기에 절대 법칙을 만들어 입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마누스 조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마음에 드는 마법 자아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꼭 그들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에.
그들이 작품을 완성하면, 이곳에서 있었던 기억을 지우고 각자의 자리로 돌려보내 지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마누스 조의 마법사, 기사, 세대교체 실험 대상자들은 돌아가며 세계와 우주의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우주 학파에서는 아예 새로운 마탑을 위성 궤도에 올려버렸다.
지상에서 만들었던 거대한 건물에 마법으로 떡칠한 다음에 위성 정지 궤도, 즉 대한민국 서울 하늘 위 궤도로 옮겨 버린 것이다.
마법사 다섯 명과 초대형 마나 발전기 15대가 동원된 대단위 작업이었다.
이 모습은 전 세계의 방송국에서 취재해서 생방송으로 송출했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 지킴이의 새로운 위대함을 널리 알리려는 조치였다.
마법사들조차도 이런 초대형 규모의 마법 행사는 본 적이 없었기에 모두가 모여들었다.
지하 50층, 지상 107층 높이.
축구장 네 개를 붙여둔 넓이의 어마어마한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행사였다.
방법은 대규모 공간이동 마법이었다.
한 달여 전부터 전 세계에 광고하기 시작했다.
건물 공사가 끝나고도 7개월이 넘게 걸린 대규모 마법진 준비였다.
전 세계의 사람들 대부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법 행사가 시작되었다.
삼백여 지킴이들이 건물을 중심으로 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그 모습부터가 장관이었다.
커다란 건물 주변을 마법사와 기사들 모두가 둥그렇게 감쌌다.
그들은 온몸에서 붉은, 푸른, 초록, 노란, 하얀색의 빛을 만들어 건물에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건물에서도 초록빛이 밝혀져서 주변을 물들여 갔다.
그러길 삼십여 분.
한 지킴이가 건물 맨 위에 솟아올랐다.
그가 두 팔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그의 양 손바닥에서 짙은 초록빛이 건물로 쏘아졌다.
그 빛을 받은 건물이 꼭대기에서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큰 건물이 한 층씩 사라져가는 모습에 지켜보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약 십여 분 후 땅속까지 사라지고, 축구장 네 개는 들어갈 만한 커다란 구덩이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 모습을 확인하자, 이번에는 많은 카메라가 우주의 한 점을 향하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우주 유람선과 왕복선에 빈자리가 없었다.
특별기까지 모두를 긁어모았음에도.
이런 우주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신청했기 때문이었다.
우주 한 곳에 나타날 마탑을 보거나 찍기 위해 일정 범위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는 유람선과 왕복선이었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유람선과 왕복선 내부 여기저기에 설치된 초대형 모니터를 보며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다 건물 전체가 사라진 것을 보고는 한쪽 창가로 몰려들었다.
미리 우주 마탑이 들어설 자리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곳에 나타날 마탑을 보기 위해서였다.
십여 분이 흐르고 서서히 한 곳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연한 초록색의 빛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사라졌을 때와는 반대로 건물이 아래에서부터 한 층씩 쌓여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람선, 왕복선에 탄 채 구경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TV를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함성을 지르며 그 모습을 확인했다.
그 함성은 차라리 비명에 가까웠다.
그래도 옆에 있던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지 않았다.
그들도 함성을 지르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지킴이를 찬양하기 바빴다.
오죽하면 이 시대를 살아있는 것이 이전 시대를 산 선조들보다 얼마나 큰 축복이냐는 말까지 쏟아냈을까.
우주 학파에서는 다음 작업으로 달에 연구기지를 설립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여러 안건이 나왔는데, 그중에서 선택된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우선 지름 10km, 중앙 높이 500m를 아우르는 반구형 보호막 마법을 임시로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그 보호막 안에서는 외부의 어떤 영향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안에 지구의 공기와 같은 농도와 원소를 포함한 공기를 생성하는 마법기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 안을 채우는 것은 각 마탑의 달기지 지부였다.
각 마탑에서 건물과 시설을 채워넣는 것이다.
물론 사람이 살고 활동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각종 생활시설을 설계하는 일은 테라니우스 조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지구에서 달기지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나는 우주왕복선을 이용하는 방법이었고.
또 하나는 우주 학파의 건물이 사라진 곳에 초대형 순간이동 마법진을 만들고, 그곳에서 마법으로 달기지의 대응 마법진으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다시 세월이 흐르고.
세계는 두 가지 세력으로 나뉘고 말았다.
대한민국권과 비대한민국권.
공식적인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만주, 우랄산맥 동쪽, 옛 일본 땅 중에서 본토 서쪽의 섬과 그 서쪽이다.
그 외에 대한민국령이라고 국민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의 지배력 안에 들어온 나라들이다.
민주 국가들은 국민투표로.
아직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한 국가들은 시민 폭동으로.
그렇게 대한민국에 지배를 요청하는 국가들이 생겼다.
그런 경우 대한민국 국무회의에서 일차로, 국회에서 이차로 가부 결정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마누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받아들여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어차피 마누스나 지킴이들은 항상 전 세계를 손바닥 보듯 관리하고 있었기에 상관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대한민국의 지배를 원할 경우에는 모두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세계의 70%가 대한민국령으로 자리 잡았다.
그 국민들도 대한민국 국민 못지않은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살게 되었다.
전쟁, 기근, 굶주림, 무지,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전 지구는 갈수록 초록색으로 덮여갔다.
그런데 심각한 세계 문제가 생겨났다.
갈수록 사람들이 결혼하지 않게 되었다.
다들 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그러다 보니 신생아 출생이 팍 줄어버렸다.
그래서 요즘은 신생아 출생 연구가 새로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제 지구에서뿐만 아니라, 달, 화성까지도 대한민국이 앞장서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
대한민국령의 나라건, 그렇지 않은 몇 남지 않은 독립국이든.
우주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영역을 밟지 않고는 어느 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다시 세기 귀찮은 시간이 흐르고.
시운의 가족들은 손자 세대만 남고 모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시운은 그저 허허로운 마음으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댄다.
오라는 곳도 많지만, 할 일이 왜 그리도 많은지.
시운의 오늘 하루도 쉬는 시간이 없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몸이 자꾸 마나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이 세상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남아있다.
2020. 3. 7. 마침.
- 작가의말
흐지부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재미있는 글로 찾아뵈어야 하는데.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갈수록 글이...미안합니다.고마웠습니다.행복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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