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악랄한 채권 추심 - 전범 기업 털어먹기
후쿠오카 섬 남서쪽 끝 부분부터 오키나와 남서쪽 끝 부분의 섬들로 이어지는 띠 모양의 섬들에 거대한 해일이 들이닥쳤다.
미리 예보도 없었다.
연쇄 지진과 화산 폭발, 해일까지 일어나자 작은 섬들이 하나둘씩 주저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저앉는 섬 중에는 무인도도 많았지만, 유인도도 많았다.
그나마 산이 높은 섬은 반 정도만 가라앉았다.
그렇지 않은 작은 섬들은 물 위로 점 하나 보이지 않게 가라앉아 버렸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이 싸워댔던 작은 섬들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가라앉아 버렸다.
오키나와도 반 이상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덕분에 졸지에 미군들마저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었다.
그날 온 세계의 뉴스는 이번 대규모 화산 폭발과 해일, 섬이 가라앉는 상황을 방송했다.
대부분의 방송에서는 그 원인으로 대규모 지진을 지목했다.
북쪽 아무르 강에서부터 시작된 지진의 충격이 아래로 내려와 해양판에 충격을 주어 그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아주 나라 전체가 들썩거렸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방송을 즐겨보던 일본인들이 한국 방송에서 지진 시간표를 발표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로서는 이해도 가지 않았고, 한국은 개그도 국가 단위로 하는구나 웃어넘겨 버렸었다.
그랬는데 시간이 지나 일본에 이런 큰 손해를 끼쳤다고 하니, 온 일본 국민들이 들고일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들끓어 올랐지만, 정부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일부 의원들이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환심을 사보고자 대한민국을 성토하는 기자회견과 담화문 발표를 하기도 했다.
거기에 재일 한국인들이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돌아와서 위성이 보내준 화면을 보게 된 모든 마법사는 그 모습에 입을 떡 벌렸다.
물속 지질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저런 피해가 생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비록 마족 같은 놈들이라고 욕한 일본이긴 했지만, 힘없는 백성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물벼락을 맞게 했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케토토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웃음을 흘렸다.
“끌끌끌. 이런 걸 보고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건가? 끌끌끌.”
“그렇군요. 남의 나라의 기운을 죽이려고 그런 악랄한 짓을 벌이더니, 저렇게 되돌려 받게 되는군요.”
“저 정도로는 너무 약하지요?”
“아암. 약하지. 약하고말고.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약하지. 아예 저 해양판을 연구해서 일본의 섬들 삼 분의 일 정도 가라앉혀줄까?”
말들은 그렇게 해도 다들 씁쓸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케로마가 대표로 말했다.
“에혀. 확실히 우리 때나 이 세상에나 지도자를 잘 만나야 백성이 편한 건 일맥상통인가 봅니다, 그려.”
“그러게나 말일세. 그런 것 보면 이 나라는 복 있는 나랄세.”
케토토의 말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케토토는 특유의 켈켈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비록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시운이 크라시리우스에게 소환되고 천신만고 끝에 우리까지 데리고 이곳에 오게 된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켈켈켈. 너무 억지가 심한 말씀이긴 합니다만, 뭐 듣기에는 좋습니다, 그려. 켈켈켈.”
늘 케토토와 각을 이루던 원로 마법사도 동의하며 웃어 보였다.
그제야 마법사들의 씁쓸함이 가셔지는지 다시 분위기가 밝아졌다.
시운은 여전히 입을 딱 벌린 채 화면과 케토토 등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지막 말에 얼굴을 붉혔다.
정말 죽기 살기로 노력했고, 마지막에는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생각에 벌였던 일이었다.
그랬던 일이 이렇게 이 나라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도움이 되고 있으니.
그동안 뉴스를 통해 보게 되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참 많이도 욕했었다.
그럼에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조국인가 보다.
자신은 이 나라를 위해 뭘 할지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이 형님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야 할 나라라고 이렇게 강력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그때 거대 마법진 학파의 수장인 파이톤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
다들 잠시 조용해진 상황에서 파이톤의 목소리는 모두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케토토가 먼저 물었다.
“뭐가 말인가? 저 원인을 파악했는가?”
“아, 네. 아무래도 이 반도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지기가 확장되는 형세인가 봅니다. 우리가 지진 마법을 쓰면서 내려올 때 여러분들도 느끼셨겠지만, 우리 뒤를 지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았습니까?”
“그렇더군. 처음에는 아주 약했었는데, 갈수록 강해지기에 이게 뭔 조환가 했었지.”
“네. 바로 그겁니다. 이 반도는 대륙에서부터 기가 몰리면서 아래로 내려오며 더욱 강성해지는 지형인 듯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땅을 흔들면서 지기를 활성화하니까, 그 지기가 갈수록 강해지다가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일본 쪽에서 폭발한 듯합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마법사들이 한목소리로 끌끌 거렸다.
“끌. 끌. 끌. 재수가 없어도 저렇게 없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우리가 지기를 흔들지 않을 수도 없었는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말 한마디로 재수가 없었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려. 그런 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이 땅의 지기가 막혀 있었다는 건가? 에잉. 우라질 놈들.”
“앞으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있으니까요. 헐헐헐”
“그도 그러세. 우리가 있으니까. 헐헐헐.”
시운도 뒤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절로 고개를 끄덕여지는 것을 느꼈다.
‘형님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가 일단락되는 듯하자, 마누스가 모두에게 입을 열었다.
“지금 일본에서는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재일 한국인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조처를 해야 할 듯합니다만.”
“크흠. 그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이 땅 위에 사는 사람만을 챙겨서는 지킴이라는 이름이 울고 갈 테니까. 크흠.”
“그럼요, 그럼요. 명색이 지킴이인데. 컬컬컬.”
다시 침묵의 시간이 돌아왔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게 되었다.
결국, 어떠한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지,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게 되었다.
이번에도 뒤르칸트에게 일을 맡기게 되었다.
이번에는 일본어였다.
뒤르칸트는 이러다 전 세계 언어를 통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뒤르칸트가 일본의 TV를 점령했다.
그날 하루는 일본의 모든 TV에 뒤르칸트만 보였다.
그것도 괘씸죄의 하나로 48시간을 가득 채워서.
“나는 대한민국 지킴이들과 함께하는 뒤르칸트다. 이번에 일본 규슈 남서쪽 지역이 큰 손해를 입었다고 들었다. 그 손해들은 화산과 해일, 지진으로 인해서라고 하더구나. 그 원인을 이번에 대한민국 전역을 흔들었던 지진이라고. 그런데 혹시 그건 아는가? 우리가 왜 그리해야만 했는지? ...”
뒤르칸트는 역사 강의를 시작했다.
임진왜란 때 나라 이름조차 없던 왜족들이 조선을 침공해서 많은 백성을 납치해 갈 때, 풍수지리사도 보이는 대로 잡아갔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때부터 일본에서는 건물이나 묘지를 쓸 때 풍수지리를 필수로 살피게 되었고, 그것이 현대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강탈하면서 식민지로 만들 때, 이 나라의 정기를 말살하려는 시도를 여러 가지로 실시했었다.
그것은 술, 도박, 게으른 민족이라는 세뇌까지 가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던 일본 정치가들은 일본 내의 유명하다는 풍수가들을 모아서 비밀 특명을 내렸었다.
바로 대한민국 땅이 특별하게 기가 강해서 특별한 인물들이 잘 태어나니 어떻게든 그것을 막게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이 바로 지기를 막거나 흐트러뜨리는 일이었다.
이 일만큼은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기란 신이 만드신 섭리 중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흘러야 한다.
만약 이번에 이 지기를 다시 원래대로 돌리지 않았다면, 이 지구에는 어떤 대이변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만 했다.
만약 이번 일로 인해 대한민국과 그 국민에게 해를 끼치는 인간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극도로 분노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멋모르고 대한민국과 그 국민을 욕하고, 해를 끼친 인간은 지금이라도 속히 용서를 빌어라.
피해를 준 일이 있다면 몇 배가 되었든 손해 입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배상하라.
만약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우리가 도울 것이다.
참고로 우리의 인건비는 무척이나 비싸다.
우리에게는 일본 정도는 하루 만에 바닷속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번에 전국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우리가 일본을 그나마 봐 주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일본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우리가 다시 한 번 힘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열도 침몰’이라는 대재앙을.
그런 방송이 일본 전국에 이틀 동안 끊임없이 흘렀다.
정신병에 걸릴 것처럼 쉬지 않고 반복되는 그 음산한 모습과 목소리에 일본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했다.
그 방송 덕분에 더는 대한민국을 욕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아울러 재일 대한민국 국민도 손해 보는 일이 사라졌다.
이미 손해 입었던 사람이어도 그 몇 배나 배상을 받았다.
심지어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제 특별한 일이 한 가지 더 남았다.
“자. 이제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마누스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지! 이렇게 한 가지에 모두가 힘을 합하는 것도 참 재미있구먼. 이번에도 한꺼번에 처리함세. 어떤가?”
케토토의 말에 이번에는 기사들이 발끈했다.
“아니. 이번 일은 우리 몫이지 않습니까? 이번 일은 우리에게 맡겨주시지요.”
그러나 한번 맛을 들린 마법사들이 이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래간만에 마법사와 기사들이 패를 나눠 옥신각신하게 되었다.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그런 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누스가 다시 말을 뱉어냈다.
모두의 정신이 집중되도록.
“크흠. 흠.”
마누스의 크지 않은 기침 소리에도 모두의 눈이 쏠렸다.
그렇게 조용해지자 마누스가 다시 잔잔하게 말을 토했다.
“전에도 얘기했었습니다만, 상시 조직으로 박멸 조를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기사들의 눈빛이 더욱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게 바로 자신들이라는 뜻으로.
하지만 마누스의 말은 기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박멸 조는 일상 활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충 박멸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고통받는 백성들이 적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여, 이번에는 전국 해충 일제 박멸 특별 행사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기사님들에게는 미안한 말입니다만, 해충이라는 것이 처음 한 번은 일제 박멸을 해 줘야 앞으로 덜 생기기도 하고, 또 생기는 족족 바로 처리하기도 쉽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러세. 이번에는 모두가 한꺼번에 처리하고, 다음부터는 자네들이 알아서 하는 걸로 하자고.”
“뭐, 그 말이 옳게 들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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