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리도 같은 민족인데
대한민국과 일본에서 많은 장비와 사람들이 북한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모든 언론조차 놀라서 북한으로 향하는 차량과 장비 행렬을 취재하기 바빴다.
모든 차량과 장비에는 ‘밝은 세상’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기술자를 태운 버스에도, 기술자들이 입고 있는 옷에도 모두가 공통으로 ‘밝은 세상’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건설과 토목, 건축과 관련해서는 일자리가 차고 넘쳤다.
기술학원, 공고, 공대 출신으로 한창 일자리를 찾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기술자의 보조로 채용되었다.
그러고도 인력이 부족할 정도였다.
북한 전역의 항구도 몸살을 겪기 시작했다.
남한에서, 일본에서 수많은 화물선이 몰려왔기에 낙후되어 있던 항구가 제대로 짐을 받아주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마누스가 마법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백여 명의 마법사들이 다시 공장을 떠났다.
현재 삼십여 명의 마법사들이 식재료와 생필품을 북한 전역에 나르는 중이었다.
공장에 남은 이백칠십여 명의 마법사들은 정해진 연구에 집중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여유가 있었다.
이들 중 백여 명이 다시 밖으로 외유를 나가게 되는 것이었다.
마누스는 떠나는 이들에게 지도와 지침서를 건넸다.
거기에는 개인별로 해야 할 일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항구로 날아간 마법사들은 지침에 나온 대로 우선 사람들을 분류했다.
공사 구간별로 사람들을 모이게 한 것이다.
그들에게 모일 때 각자의 짐도 다 챙겨오라고 지시했다.
부산을 떨며, 짐을 끌고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동작은 서둘렀다.
누구 명이라고 굼뜬 행동을 보일 수 있겠는가.
그중에서 장비 담당자를 따로 불렀다.
그 담당자들에게 서로 손을 잡게 했다.
모두 손을 잡은 것을 확인한 마법사가 끝에 선 한 사람의 목덜미를 잡고 하늘을 날았다.
처음에 마법사, 즉 해골 사람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 했고, 다음으로 장비 담당자들을 부를 때 무서워했다.
그러다 장비담당자 모두 손을 잡게 하자, ‘이게 뭐하는 일인가.’ 해서 의아해했다.
하늘에 떠 있던 존재가 갑자기 옆에 나타나 목덜미를 잡자 화들짝 놀라 목을 움츠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 손을 뿌리치지도 못했다.
그저 몸을 바르르 떨기만 할 뿐.
그랬는데 손을 잡고 있던 모두의 몸이 갑자기 두둥실 떠오르는 것이다.
놀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들 짧게나마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그 해골이 ‘무서워하지 마라.’고 말한다.
물론, 이들도 다들 알고는 있다.
‘지킴이’라는 것을.
그래도 TV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어디 같은가.
거기에 이런 기적을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이야.
아직 항구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 외해에 있던 화물선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날아갔다.
그들을 앞세우고 이 사람들이 가야 할 공사 구간에 가져갈 장비들을 확인했다.
그들이 찍어주는 장비들을 하나하나 아공간에 담았다.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린 채 그저 시키는 일만 할 수밖에 없었다.
해골 모습을 한 ‘지킴이’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다음은 뭔가?”
“이겁니다요.”
그렇게 하나하나 가져가야 할 장비와 차량, 물건들을 찍어주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떨려 나왔다.
마법사는 그저 당연한 일인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겼다.
‘지킴이’가 ‘이게 단가?’라고 묻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놀란 가슴을 달랜 이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어서 자신들의 수첩을 꺼내거나, 손바닥 컴퓨터를 꺼내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확인이 끝나서 ‘지킴이’에게 ‘네. 다 끝났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지킴이’가 ‘다시 서로 손을 잡아라.’라고 말했다.
한번 해 본 일이라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서로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끝에 섰다.
서로 끝으로 가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았지만, 누군가는 끝에 서야 했기에, 그나마 가장 젊은 사람이 양 끝에 서게 되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몸이 두둥실 떠올라 하늘을 날았다.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와 땅에 내려섰다.
비록 두 번째 하늘을 나는 경험이었지만, 여전히 무서워서 심장이 벌렁거렸다.
땅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모두도 몸을 떨었다.
그렇게 몸을 떠는 중에도 탄성을 빼놓을 수 없었다.
신기한 모습은 영화에서나 봤지,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온 마법사는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에게 최대한 밀착하라고 지시했다.
짐을 들고, 끌고, 메고 사람들이 바짝 붙어 섰다.
마지막으로 마법사가 다시 물었다.
“혹시 빼 먹은 것이나, 아직 안 온 사람 있나?”
“...?”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현장 소장이 입을 열었다.
“김과장, 빠진 사람 없지?”
“네. 인원수가 맞습니다.”
그러자 소장이 마법사에게 대표로 말했다.
“지킴이 어르신. 다 모였답니다.”
“그래. 그럼 이제 가지.”
“...?”
이렇게 빽빽하게 붙어 서게 하더니, 이제 가자는 건가?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마법사를 올려다보았다.
마법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지침서에 나와 있는 좌표를 확인했다.
잠시 후 마법사의 손에서 밝은 빛이 쏘아져 나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덮쳤다.
여러 사람이 ‘으헛!’하며 놀란 비명을 토해냈지만, 잠시 후 모두가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그 마법사도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사라졌던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 환경이 변해 있자 또 한 번 놀랐다.
그중에 어떤 젊은 사람이 놀라서 소리쳤다.
“우와! 공간이동 마법이다!”
“으잉? 그게 뭔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인이 그 젊은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 사람이 신이 난 목소리로 떠들었다.
“환상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요. 마법사들이 사람이나 물건을 먼 곳으로 이동시키는 마법이에요.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직접 경험해 보다니... 우와!”
“허허허. 이게 정말 마법인가?”
그렇게 놀라서 서로를, 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었다.
잠시 후 마법사도 하늘에 다시 나타났다.
그러자 모두가 ‘우와!’하고 탄성을 터트렸다.
마법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제 할 일을 서둘렀다.
“이제 장비들을 꺼내야 하는데, 어디다 내려주면 좋겠는가?”
그 말에 사람들이 조금씩 거리를 벌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중에 장비담당자들이 소장을 비롯한 몇 명과 잠시 회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도면도 꺼내 보면서.
마법사는 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봐 주었다.
주변을 지나던 북한 주민들도 깜짝 놀라서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하늘에 떠 있는 마법사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회의를 마쳤는지, 장비담당자들이 마법사에게 말했다.
“지킴이 어르신. 일단 모든 장비를 저 빈 곳에 꺼내 주시면, 저희가 알아서 정리하겠습니다.”
“그러세.”
그 말에 따라 마법사는 빈 곳으로 날아갔다.
여전히 하늘 위에 떠서 그곳에 장비와 차량, 컨테이너까지 하나하나 꺼내놓기 시작했다.
기술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구경하던 주민들조차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물건이 하나씩 튀어나오자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게 항구에서 사람과 짐을 옮기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과 달리 육로로 움직이는 차량과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임진각과 고성을 통해 북으로 올라가야 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가 두 곳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남에서부터 북으로 올라가는 길을 더 열기로 했다.
첫째는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부터 황해북도 장풍군에 나 있는 도로와 연결하는 도로를 뚫기로 했다.
둘째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사거리에서 북쪽의 철원읍에 가장 가까운 도로와 연결하는 도로를 뚫기로 했다.
셋째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에서 북쪽의 평강군에 있는 가장 가까운 도로와 연결하기로 했다.
넷째는 양구군 해안면에서 북측에 있는 양구군 동면으로 도로를 뚫기로 했다.
새로 뚫기로 한 모든 도로는 기존의 길을 넓히는 공사도 필요했다.
또한, 아예 없던 길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도 했고.
특히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의 철책을 치우는 공사도 대대적으로 벌여야 했다.
공사구간마다 동물들이 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고가다리는 필수였다.
그것도 사 차선 이상의 넓이로.
특히 비무장지대는 동물들이 도로로 들어설 수 없도록 도로 양옆으로 빼곡히 투명 가림 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임진각과 고성으로 날아간 마법사들은 우선 네 곳으로 보낼 기술자와 장비들을 모았다.
장비와 차량은 아공간에 담았다.
사람들은 빼곡하게 모아서 공간이동을 시켜버렸다.
처음 경험해 본 공간이동에 많은 사람이 속을 게워내기도 했다.
마법사는 그러거나 말거나 소장 등 지휘자들에게 이제부터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한참이나 속을 게워내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래도 남한의 첫 공사 시점에 내려주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지도를 꺼내보고, 마지막으로 GPS까지 확인한 후에야 사람들이 감탄했다.
그 먼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해 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고속도로에도 이런 장치를 만들어주면 정말 좋겠네.”
그러자 그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누군가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네. 특히 연휴 때는 정말 좋겠네. 도로에서 시간을 덜 버릴 수 있으면, 고향에도 자주 다닐 수 있을 텐데.”
어느 마법사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기억에 담아두었다.
아예 상시 공간 이동 마법진을 만들어주면 좋긴 하겠다고.
그렇게 도로, 철로, 전기, 수도, 하수도 등의 공사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기적을 보였다.
임진각에 나와 있던 많은 언론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과 장비, 차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 장면도 전 세계에 숨김없이 전해졌다.
세계에서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는 더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만약 한국의 군인이 저런 방식으로 자기 나라 주요 지점에 갑자기 나타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파견 나가 있는 대한민국 국군 부대 주변에는 수많은 피난민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자기들이 사는 땅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대한민국 국군이 주둔하는 곳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국군은 때아닌 호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나마 한국군이 나타나면 그들을 막거나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어쩌다 한 번씩 발생하던 테러도 깨끗하게 사라졌다.
많은 피난민이 몰려와도 부대와는 약간의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와 부대 주변을 가득 채우자 지휘관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본국에서도 이에 대한 훈령을 내려주지 못했다.
그저 ‘사고만 안 나게 하라.’라는 지시만 반복될 뿐.
마누스 조에서는 수시로 공사 현장에 작업 지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위성으로 확인한 도로, 철로 등의 구체적인 공사 구간과 그 내역까지.
상수도, 하수도, 전화선, 전기선, 도시가스 등까지도.
마법사들은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자재까지도 일일이 챙겨서 날라주기 시작했다.
다리 공사 구간에서는 사전에 만든 다리 조각들을 아예 마법으로 들어서 옮겨주기도 했다.
그렇게 다리 조각을 공중에 띄워서 맞춰주면, 인부들이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사람들까지 하늘에 띄워서 작업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전 설명도 없이 사람을 하늘에 띄워서 공사구간으로 데려가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부렸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떤 위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부터는 그저 ‘또 하늘을 나는구나.’ 생각하면서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 돌아가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하늘을 날며 공사하는 기술자라니.
크레인이나, 하늘 사다리차에 올라타서 공사해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하늘을 날아서 공사해 보는 것은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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