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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 님의 서재입니다.

아바타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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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lowerday
작품등록일 :
2018.05.13 11:42
최근연재일 :
2018.05.18 12:52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927
추천수 :
0
글자수 :
42,415

작성
18.05.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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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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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아바타 패밀리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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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그렇게 한상구는 오후가 돼서야,

그 환상적인 우주 비행을 마치고 꿈에서 깨어났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꿈에서 깨어난 그는

아직도 자신이 이런 유치한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에

왠지 자책감이 먼저 들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나서,

그는 먼저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여러 사람과 전화 통화를 했고,

그중 일부와 약속을 잡았다.

그중에는 형식적이나마 반갑게 맞아 주는 친구도 있었고

오랜만에 힘 빠진 목소리로 연락을 해온 한상구에게

경계하는듯한 말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조언 같은걸 하는 사람, 쉽게 농담하는 사람,

역시 대충 그렇다.


그는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들어가,

컴퓨터를 켜놓고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거실 한쪽에 스탠드 만이 훤히 밝혀져 있는 PC 책상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또각 또각 바둑을 두고 있었고,

그 주위엔 생동감 없는 담배 연기 만이 뭉게 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어제 새벽까지 바둑을 두고 어렵게 잠이 들었지만,

20년간의 회사생활로 다져진 버릇이자 긴장감 때문에,

아침이 되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눈을 뜨고 한상구는 이제 자신이 이 아침에 눈을 떠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걸 알게 된 후,

반쯤 일어난 몸을 그대로 뉘며 아침잠을 청하였다.

운동해볼까도 생각했지만,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을 갑자기 한다는 건

많은 준비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늦게 일어난 그는

조그마한 수첩을 보며 어제 통화후

체크한 지인들을 찾아다녔다.


그 일부는 한상구의 고민과 넋두리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대화해주었지만,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힘든 것 같은

친구와 소주 한잔을 걸치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온 한상구는

거실의 컴퓨터 앞에서 이력서를 써보려 했지만,

이력서를 너무 오랜만에 써보니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고,

자신의 나이에 이렇다 할 경력도 별로 없는

이력서를 쓴다는 게 한편으론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직원 20명 남짓한 소규모 유통사에서 20여 년간을

총무팀의 일원으로 보낸 것이,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보니 정말 아무 이야깃거리도

안된다는걸 느끼면서,

중간쯤 작성하던 이력서를 꺼버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당신의 능력을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일주일간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그들은 말하는 뉘앙스나 방법만 달랐을 뿐 결론은 똑같았다.

간혹 지인 중에 무엇인가를 알아봐 주겠다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 안에 공짜나 특별한 요행 같은 건 없다.

이 세상은 단 한번도 불경기가 아닌적이 없다.


그렇게 얼마 정도가 지나자

한상구는 더는 지인들에게 사업이나 취업상 도움을 받고자

만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그리곤 스스로 조그마한 뭐라도 해야겠다는 쪽으로 결론지으며

오랜만에 아들 태인이를 만나러 나가는 참이다.

아들과 아내는 아직 그가 퇴직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한상구에게는 그나마 없던 자신의 자존감을 그런 사실을 알림으로써

더 잃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이제는 자신의 키와 엇비슷 할 것만 같은 아들을 보니

한상구는 기분이 좋아졌다.

형식상 건성건성 대답하는 아들에게,

최근 문제나, 진로 문제, 취미생활, 이성 문제 등에 대해

햄버거를 사주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혼자만 즐거운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아들 태인이의 친구들로 보이는 애들이 우르르 들어와 아는 척을 한다.


한상구는 그들을 불러 자신이 태인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뒤에

그들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태인이와 친하게 지내라고 당부했지만,

아들 한태인은 그런 자신의 친아빠가 부담스러워 얼굴이 빨개졌다.

실지로 학교에 오거나 같이 사는 아빠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태인이에게 그런 사실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불편한 프라이버시였기 때문이다.


이런 아들의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상구는 그네들을 보며 마냥 웃으며 좋아했다.

그런 중에 태인이 친구 중 한 명이 태인이에게 말을 건넨다.


"태인아 너 내일 스페이스 할 거야?"

" ....... "

"내일 오픈이래! 우리 반 애들 전부 하기로 했어."

"우리 반 모여서 함대를 구성해서 같이 키울 거야.."

태인이도 내심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함대? 함대 이름이 뭔데? "

"우리가 3반이잖아 그래서 이름은 "광진 일삼회" 로 지을꺼야.

"광진일삼회?"

"응"

기대에 찬 그 친구의 표정과는 달리 태인이는 핀잔을 준다.

"촌스러워. 무슨 조폭도 아니고 일삼회가 뭐냐?"

"아무렴 어때 암튼 내일 하는 거다!"

"먼저 키우는 사람 끌어주기.!"

앞에 한상구는 개의치 않고 이놈들은 천진난만한 고등학생들답게,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는걸

보며 한상구는 미소를 지었다.


자리가 끝나고,

한상구는 아들을 바래다주며 물었다.

"스페이스가 뭐니? "

".... "

대답 없는 아들과는 달리 어떻게든

아들에게 말을 붙여보고 싶은 한상구.

"그거 게임 아니니? 더 스페이스 온라인이라고 그러던가?

세계가 당신의 능력을 기다리고 있다던가 뭐라던?"

그러자 태인이는 한상구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아니. 아빠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한상구는 아들이 자신에게 질문해주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 그거 워낙에 광고를 많이 하더라고.

아빠도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란다. "

한태인이 살짝 웃음을 진다.


"게임 같은 거 많이 하니?

엄마가 뭐라고 그럴 텐데? "

"뭐라고 그래도....

그냥 스트레스 해소로 하는 거죠.

다른 애들도 다하고.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만 해요. 주말엔 좀 더 하구요."

'그래, 하루에 한두 시간이면 괜찮겠지'

"그래도 엄마 속상한 일 없도록 조심조심하려무나"

"네. 알았어요."


태인이가 기다리던 버스가 무심하게 도착한다..

"아빠 저 가볼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오냐. 너도 잘 들어가라. 태인아."

그렇게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맘껏 풀지 못한 미련이 찹찹하게 밀려온다.

아들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에 올라타려고 등을 보이며 줄을 서고 있다.


" 태인아! "

태인이가 고개만 돌려 한상구를 바라본다.

"광진일 삼회. 이름 멋지더구나!"

그러자 태인이가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한상구는 그렇게 이제 막 떠나가는,

아들이 탄 버스를 말없이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길을 건너 지하철을

타고 가는 한상구,

지하철내 간판들을 무심히 바라보니 그곳에도

역시 그 광고판이 붙어 있다.


"당신의 능력을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그 광고판을 보면서 바로 전에,

아들과 길지 않았던 공유감에 가슴이 따뜻해 짐을 느꼈다.

'광진일 삼회.... 훗훗. 귀여운 녀석들.'

한상구는 그렇게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혼자 배시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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