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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59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1 16:51
조회
405
추천
7
글자
12쪽

진천 - 58화

DUMMY

눈을 질끈 감았던 진천이 이내 울상이 돼버린 얼굴을 다시 치켜들며 물었다.


“마, 말씀 좀 해주십시오. 대체 왜 그러는 거고,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지...”


“음? 이놈아 그걸 왜 막냐. 그냥 두면 될 것을. 역시 너무 어리다. 인간에 가까워.”


“어르신. 그냥 두라니... 저희 아버지와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제가 사는 세상이자 수천만의 생명입니다. 그런 대학살을 그냥 둘 수는...”


대학살 이라는 진천의 말에 제노사이드는 왜인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흐! 아이야. 겉모습은 다르지만 너와 나의 본질은 똑같다. 쓰는 힘의 크기나 종류도 거기서 거기지. 그건 우리가 이 세상의 관리자기에 그렇다.”


“...네.”


“아까 말했듯 차이라면 우리 드래곤은 자연을. 너희 사방(四方)인의 수장은 인간을 관리한다는 것. 너희 북인은 좀 특별한 경우긴 하지만 뭐 어쨌든.”


제노사이드가 잠시 입맛을 다시고는 진천을 설득하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동족의 관리자가 자신의 후손을 거두겠다고 한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 어스... 지구라고 하자.”


“지구요?”


“그래. 네가 사는 대륙과 이 대륙. 모든 땅과 바다가 담긴 행성을 뜻한다. 세계라고 봐도 좋다.”


“네...”


“이 지구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졌어. 이대로 가면 이천년 이내에 자연에 떠도는 마나, 너희들의 자연진기 까지 소모시키게 된다. 자연진기는 무한에 가깝지만 진짜 무한은 아니야. 지구가 가진 총량을 소비하면 이 행성 자체가 말라 비틀어지게 된다.”


“그, 그렇다고 수천만명을 하루에...”


“말이 전멸이지, 실제로 10분의 1정도는 남는다. 다소 과격해도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 이게 우리들의 결정이다.”


“우리들이요?”


“한 백년 쯤 전에 사방의 수장들과 우리 쪽 수장이 이 일을 논했다. 그 때 동족의 관리자가 자신의 후손들을 거두기로 했다더군. 인간도 중요하지만 지구가 사라지면 그 수십배의 생명이 모두 멸절한다. 인간도 포함해서.”


“...”


“내 이름 제노사이드는 너희 말로 대학살 이란 뜻이야. 그래서 우리 쪽 어르신이 나보고 도우라더라. 내가 가면 반나절도 안돼서 너희 동방 대륙의 인간 반절은 사라지거든. 하하하.”


뭔가 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진천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 미약한 침음성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하아...”


“너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잠깐이다. 네가 아끼는 인간들은 네가 원하는 만큼 살게 해줄 수 있으니 너무 신경쓰지 마라. 이런 일이 또 있을 것도 아니고.”


“인간이 또 늘어나면 다시 생길 문제 아닙니까?”


“아냐. 지금 이 대륙에서는 과학 이란게 생기기 시작했다. 마나... 너희가 말하는 내공이 필요했던 힘이나 능력들을 인간의 기술력과 자원만으로 해내는 거지. 몇백년만 지나면 인간들은 내공 없이도 하늘을 날고 엄청난 화력을 가지게 될 거다. 그럼 이 지구에 마나는 흘러 넘치게 되고 그만큼 더 오래 유지되겠지.”


“그럼 굳이 중원인을 전부 멸할 필요는... 내공만 안쓰면 되는 것 아닙니까?”


“시기가 안 맞아. 이 서역은 마나를 쓰는 기사나 마법사의 수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이미 예전부터 그를 대체하는 기술이 상당히 발달 돼 있다. 과학도 빠르게 발전 중이고. 반면 너희 동쪽 대륙은 마나를 쓰는 자들이 너무 많은데다가 다른 지구의 자원을 쓰는 기술도 전무하다. 이대로면 인간의 기술이 자리를 잡기 전에 너희 대륙의 무인들이 지금보다 몇배, 몇십배로 불어나 지구의 진기가 크게 소모되기 시작 할거다.”


“...”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직 인간에 가까운 너는 이해할 수 없다. 아직도 네가 원한다면 너의 시간을 재촉해주마. 헤츨링을 벗어나면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일거다.”


“제가 힘을 갖추면 어르신과 싸울 수도 있습니다.”


“흐흐. 맘대로 해라. 겨우 웜급의 힘으로는 날 막을 수 없기도 하지만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울 일도 없을거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전 어떻게든 그 대학살을 막을겁니다.”


“그건 때가 되면 안다.”


“... 아버지도 어르신도 다들 때가 되면 안다는 말씀만 하시는군요.”


“그게 전부니까.”


“...제가 어르신과 맞서도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흐흐! 좋다.”


제노사이드의 손에서 하얀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의 앞에 기이한 문자들이 원을 이루어 빙글빙글 돌아대다가 이내 진천의 몸속으로 천천히 흡수되어 사라져버렸다.


웅-


"..."


그리고 아주 잠깐의 정적이 지난 후.


진천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엄청난 열기가 쏟아져 나오며 주변에 진한 아지랑이를 피워내기 시작했다.


‘힘이... 넘친다!!! 팔만 휘둘러도 천지가 부숴질 것 같아!!!’


“흐흐. 힘이 넘쳐나지? 그게 겨우 웜급이 가지는 힘이다. 에이션트 급으로 크면 지금의 두배는 넘는 힘이 생기지.”


“허면 어르신은...”


“크크 벌써 이길 방법 궁리하고 있냐? 안타깝지만 난 이미 카이저에 가까운 에이션트급인데.”


“아...”


“허 참, 이놈 순진하게 생겨서는 순 싸움꾼이구만. 가만 보니 네 선조가 너에게 기억을 심어 놨다. 때에 맞춰 너에게 들어가게 돼있으니 곧 느낄 수 있을거다.”


‘아, 그때 아버지가... 응? 잠깐.’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약간의 희망이 담긴 눈빛을 반짝인 진천이 제노사이드를 바라봤다.


“어르신! 혹시, 만약 저희 중원인들 중 내공을 쓰는 이들만 사라진다면...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됩니까?”


갑작스런 그 물음에 제노사이드는 미간을 잔뜩 찌뿌리며 자신의 턱을 슬금슬금 문질러댔다.


“흠... 너희 무인들만 모두 죽이겠다고? 아니면 그 기를 모아두는 구슬... 단전? 그걸 없앨 생각이냐?”


“맞습니다. 단전을 폐하면 더 이상 무공을 쓰지 못하니 자연진기도 더 이상 소비되지 않을 겁니다.”


“끄응... 글쎄. 안될 말 같진 않다만... 허면 이렇게 하지. 내가 특별히 동족의 관리자에게 물어는 보마. 곧 그쪽으로 가기로 했으니.”


“가, 감사합니다.”


“물어보고 네게 텔레파시를 보내주마. 크흐. 참 친절하지?”


“예? 태래...파가 뭡니까?”


“아, 보자... 너희 말로 전음이다.”


“전음이요? 그걸 설마 아라사에서 보내주시는 겁니까?”


“북극이겠지.”


“그만한 거리에서 전음을...”


“그 정도는 너도 할 수 있다. 슬슬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 될거야.”


“아...”


“흠. 어쨌든 미래의 적이 될 수도 있으니 서비스는 여기까지. 이건 알아둬라. 네가 날 막는다면 적당히 져주지는 않는다. 100년은 잠들어야 정신이 들 만큼 혼내주마. 크크크”


“서비...?”


“호의.”


“네. 어르신. 아직 정리는 안되지만... 여러 가지로 감사드립니다.”


“크크. 가봐라.”


“네. 그럼...”


팍!


허리를 크게 굽혀 인사한 진천의 신형이 곧장 사라짐과 동시에 제노사이드의 머리속으로 누군가의 텔레파시가 날아들었다.


[적룡 어르신. 철없는 제 아들놈이 무례를 범한건 아닌지...]


[괜찮다. 오랜만에 보는 새끼라 귀여워서 그런거니.]


[아까 제 아들놈이 말한 방안은 제가 동족 어르신께 건의해 보겠습니다.]


[그래라. 그 양반이 그걸 몰라서 안했겠냐만...]


[그렇긴 하지요. 그럼, 곧 오시면 인사 드리겠습니다.]





***







마교로 돌아온 진천은 사마의와 구학영에게 제노사이드와 나눈 이야기들을 전했고, 사마의는 거기서 작은 희망을 느낀 듯 얼굴에 약간의 화색이 돌았다.


“동족의 수장이 받아 들이기만 한다면... 전쟁을 막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자 구학영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 아니야. 그건 동족의 수장이 동의 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무림맹 놈들이 동의 하냐가 문제지.”


“아...”


“사마의, 너는 무인이 아니라 모르겠지만 단전을 폐하고 사느니 죽는게 낫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단전이 부숴지면 엄청난 비참함을 견디며 계속 살아가야 하지. 나도 그렇고.”


“...”


“이 얘길 하면 무림맹 놈들은 물론이고 본교의 마인들까지 우리의 적으로 돌아서게 된다. 교주가 있으니 그들에게 패할 일은 없겠으나... 교주와 내 손으로 그들을 모두 멸해야겠지. 그 또한 대학살이다.”


둘의 말을 가만히 듣던 진천이 눈을 게슴츠레 좁히며 입을 열었다.


“전 중원인이 말살되는 것 보다는 그게 낫지 않습니까?”


“...”


그 말에 구학영과 사마의 모두 뭔가를 곱씹는 듯 말이 없었고, 진천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단전을 폐하는 것에 동의하는 자들은 살릴 수 있으니... 끝까지 반대하는 무림인 정도만 죽이고 전 중원인을 지킬 수 있다면 나쁜 얘기는 아닙니다.”


“그럼 동인이 황궁을 움직여 무림맹을 말살하고자 했을 때 굳이 막을 필요가 없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습니까. 현경의 고수 60명만 해도 벅찬 상대인데 거기에 용까지 온다면...”


“네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글쎄요. 저는 이제 15살 이나 다름없는 아이... 어렵습니다.”


“그건 내가 방법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마라.”


“음...”


“일단 두고 보자. 동족 수장의 반응도 봐야하고, 지금은 맺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천. 네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니 이참에 세상 구경이나 더 하다 와라.”


“네? 이런 중요한 때에 무슨...”


“지금 넌 딱히 할 일도 없지 않나. 누구한테 무공을 가르칠 것도 아니고... 세상을 돌아 다니면서 중원의 고수들과 비무도 많이 하고. 물론 무공만 써서.”


“무공이 무슨 소용입니까. 적들은...”


“소용 있다. 네 힘이 커졌으니 더더욱 무공을 익혀라. 이유는 나중에 말해주마.”


“네...”


“일류고수나 신검합일 수준의 고수들과 붙으면 딱 맞을거다. 단순 무공만으로 절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라.”


“윽. 네 형님...”


“난 그럼 다시 애들 가르치러 간다. 곧 장적소가 천마를 이룰거다. 황제 놈도 성취가 남다르고... 확실히 전쟁 이후에 고수들이 경지를 넘는 속도가 빨라졌어.”


그 말을 듣던 사마의가 왠지 걱정스런 눈빛으로 구학영을 바라봤다.


“정세의 변화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그러니 더더욱 따라 가야지.”


“알겠습니다. 교주님. 어르신, 저는 내일 다시 무림맹으로 출발합니다. 당분간 저 대신 사마소가 교내의 일들을 볼 것이니 필요하시면 제 아들놈을 찾아 주십시오.”








***






30일 후, 사마의는 진천대의 호위를 받으며 무림맹의 연합지도부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 하자마자 잠시 쉴 시간도 없이 곧장 긴급회의에 소집되었는데, 회의장에는 뭔가 평소와는 다른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먼 길 고생 많으셨소이다."


"하하. 아닙니다. 중한 시기에 오래 자리르 비워 송구합니다."


"별 말씀을. 자, 어서 앉으시지요."


"네."


사마의가 자리에 앉자 맹의 장로 팽선랑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사마부주. 이번에 본인이 아주 걱정스런 이야기를 들었소이다."


"무엇입니까?"


"지금껏 마교가 우리와 연합한 이유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내용이더군요."


"다르다니요? 대체 무슨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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