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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76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01 13:43
조회
549
추천
8
글자
11쪽

진천 - 37화

DUMMY

전투는 곧바로 시작됐다.


진호는 앞서 화경의 고수들이 뿜어낸 강기가 저들 앞에서 무력해지는 걸 보았기에, 굳이 객기를 부리지 않고 처음부터 지독한 마기를 응축시켜 권을 내질렀다.


빠가아아악!


"....!!"


진호의 권 한방에 장수의 호신강기가 그대로 깨지며 황금 갑옷마저 반으로 갈라지자 성벽위의 무사들은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역시!! 마기는 통한다. 어쩌면 이놈들...’


당재진이나 이성조의 공격에는 전혀 타격이 없던 황군 장수의 강기가 진호의 주먹 한방에 깨지는 놀라운 광경은 그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관 만통살(魔貫 萬通殺)”


후욱!!!


파바바바박!


“...”


황군 장수는 진호가 쏘아낸 시커먼 화살 모양의 강기 다발을 자색 강기로 막아내며 몸을 뒤로 크게 뺐고, 진호가 곧바로 따라 들어가자 지체 없이 검을 치켜들어 쏘아져 오는 진호의 몸을 그대로 후려쳤다.


퍼어어어억!


“끄륵...”


검으로 막았음에도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며 진호의 호신강기가 모두 박살나기 직전이었지만,

진호는 곧장 발에서 형마연공(刑魔連攻)의 변초를 쏘아냈다.


파바바바박!


검은 구름이 비수 형태로 깎이더니 황군 장수의 하체에 그대로 박혔다.


황군 장수는 당황했는지 급하게 몸을 날려 자신의 동료 옆에 내려서서 진호의 마기를 몰아 내기 시작했다.


‘역시 현경이 아니다! 잘 쳐도 화경. 일반 강기에 대해 극의 상성을 가진 무공을 연마했을 뿐. 소림의 무공인가?’


진호는 자신의 마공에 꽤나 타격을 입으면서도 자연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품었던 의심을 확신 했다.


소림사나 포달랍궁 같은 불가계열의 무공 중엔 천지를 뒤집을 공력도 방어하는 금강불괴나 108나한권 같이 일반적인 강기를 무력화 시키는 무공비급이 존재했다.


그래서 같은 경지라도 이런 비급을 익힌 자는 상대를 아이 다루 듯 할 수 있다.


소림이 오랜시간 무림의 태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였는데, 사실 그런 특성조차 알려진게 거의 없어 구학영 정도나 되는 소수의 고수들 만이 알고 있는 비문이었다.


이런 계열의 무공이 오히려 반대로 상성의 약자가 되는 것이 바로 마공이나 혈공 같은 악기(堊氣) 계열의 무공이다.


대신 마기는 도가의 정순한 공력에 쉽게 깨지니, 서로 물고 물리는 삼원의 구도가 형성 돼 나름의 균형을 만들고 있었다.


진호는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자 더욱 자신감이 붙어 두 황군 무사를 향해 몸을 쏘아냈다.


‘그래도 상대는 화경. 저 옆의 놈이 어떤 수준인지 모르니... 기를 좀 죽여볼까.’


후웅!


뭔가 협공을 준비하려던 두 장수는 진호의 몸이 갑자기 뇌전에 휩싸이자 기겁을 하며 강기 덩어리를 쏘아내고는 좌우로 흩어졌다.


파사사사삭


진호의 뇌전에 닿은 둘의 강기가 순식간에 재가 되어 바스라졌고, 진호는 천뢰일검(天雷一劍)의 초식을 펼쳐 우측 황군장수에게 패도적인 전격을 쏟아냈다.


퍼억!


지지지지지지지직


진호의 전격에 적중당한 장수는 묵직한 폭음과 함께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게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그의 몸은 새카맣게 타버려 하얀 연기를 내뿜었고, 퀘퀘한 냄새가 꽤나 멀리까지 퍼져나가고 있었다.


'크크크. 이 놈들 현경으로의 단서는 전혀 없는 놈들이구만'


같은 신검합일 일지라도 초식으로나마 억지로 강기를 뽑는자와 그렇지 못한자의 승패는 자명한 것.


황군 장수 둘은 진호와 같은 화경이었지만, 구학영에 의해 일부나마 현경수준의 무위를 낼 수 있는 상승무공을 쓰는 진호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후악!


스걱.


진호는 곧장 그 시체위로 올라서 그의 목을 잘라내며 남은 황군 무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흐.”


진호의 덥수룩한 수염사이로 반월형의 이가 드러났고, 황군 무사는 잠시 진호를 노려보다가 곧바로 자신의 진영으로 몸을 날렸다.


“어딜!”


후악!


진호가 엄청난 섬광을 흘리며 황군무사의 앞을 선점하고는 검을 머리위로 올려 일자 베기를 준비했다.


황군 무사는 곧장 진호의 검격을 막고자 검을 들어 올렸지만, 시커먼 마기와 뇌전이 뒤섞인 진호의 검격이 내려쳐지자 그대로 검과 함께 두 동강 나버렸다.


빠른 속도로 달리던 터라 두 개로 나뉜 그의 시체는 잘린 후에도 약 2장 거리를 미끄러져 나갔다.


“젠장! 싱거운 자식들! 괜히 긴장했잖아!”


진호가 투덜대며 장수의 시체를 내려다 보고는 몸을 돌렸다가 멈칫 하더니, 다시 몸을 돌려 황군의 진영 쪽으로 냅다 달려가기 시작했다.


스치는 그의 눈길에 그를 몇주간 괴롭혔던 투석기와 쇠뇌가 보였기 때문이다.


“에라! 이 염병할 것들!”


번쩍!


꽈앙! 꽈아아앙! 퍼거거거걱!


진호가 50장 상공으로 뛰어 올라 쏘아대는 어마어마한 범위의 뇌전은 황군의 차량과 병사를 모두 터뜨리거나 감전 시켰고, 그 자리에 생겨난 화염은 황군 진영을 지옥도로 만들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했던 성채의 무림맹 무사들은 하늘에서 적의 진영으로 몰아치는 번개를 바라보며 그 어떤 생각도 못한 채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었다.


“저, 저것이... 사람의 무위란 말인가...”


“마교의 소교주가 진정한 현경을 이룩했구나...”


지난 몇 주간 고생한 분풀이가 어느 정도 끝나자, 진호는 살포시 땅에 내려 앉아 주변을 둘러 봤다.


웅장한 대열을 이루던 투석기와 쇠뇌틀은 모두 완파되었다.


그 뒤로 있던 수십만의 황군들 중 4할 이상이 시커멓게 변해 연기를 내뿜고 있었고, 나머지는 뿌연 흙먼지를 만들며 꽁지가 빠지게 후퇴 하고 있었다.


“후-! 젠장, 별것도 아닌 놈들이 사람 긴장시키고...”


생사를 건 대결에서의 깨달음을 각오했던 진호는 엄청나게 몰려오는 허무함을 겨우 진정시키며 경공을 펼쳐 성채위로 돌아갔다.


“소, 소교주.”


공진이 가장 먼저 진호에게 다가왔고 다른 무사를 비롯한 이성조와 당재진은 넝마가 된 몸을 추스르며 진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대는... 진정한 현경을 깨달았는가.”


진호는 그들의 유추를 일부러 부정하지는 않았다. 왠지 이 오해를 유리하게 써 먹을 날이 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들은... 현경이 아니었던가...”


허무함 가득한 당재진의 말에 진호는 괜한 동정심이 일었다.


“저들은 현경의 고수가 아니요. 불가 계열 비급 중엔 일반 강기를 무력화 시키는 상성 무공이 몇 있소. 하여 그대들이 무력하게 당했을 뿐, 실제 무위는 화경 정도...”


“...”


“... 그렇다 해도 그대가 아니었다면 우리의 전멸은 기정 사실이었겠군.”


“서로 좋은 사이도 아니니 인사치례는 됐소. 나도 저들이 현경인 줄 알고 호승심에 덤볐을 뿐 그대들을 살리고자 함은 아니었으니.”


“소교주... 어떻게 여기...”


아직도 얼떨떨해 보이는 공진의 물음에 진호가 답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지나가다 이율에게 붙잡힌 건 사실이오. 정말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쩝.”


이성조가 퀭한 눈으로 진호를 바라봤다.


“그대가 우리에게 적의가 없음은 알겠소. 무인이기 전에 연합군의 수장으로써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요.”


“내 신분을 알면 당장 죽이겠다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고맙군.”


“크흐. 이 꼴을 하고 무슨... 게다가 진짜 현경의 고수인 그대에게 달려들 만큼 어리석은 이는 이곳에 없소.”


“미안하오. 내가 조금 일찍 나섰으면... 정체를 밝혔을 때 그대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안되어...”


진호가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이성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혹 생각이 들면 후일에 본교에 찾아오시오. 천마신교의 지존께 부탁하면 잘린 팔다리를 다시 만들어 주실 수 있으니.”


진호는 후일 북적과의 전쟁에서 큰 전력이 될 둘을 위해 한 말이었지만, 이성조와 당재진은 다른 쪽으로 생각했는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크. 됐소. 시체의 팔다리를 이어 붙이는 사술을 받느니 이대로 사는 것이 낫소.”


“그런 사술이 아니오. 지금은 상세히 얘기해도 못 믿을 테니... 그냥 생명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 쯤 으로 이해하시오. 사악한 제물 따위 없이 천지자연의 기운으로 하는 일이니... 굳이 제물이라면 나무나 물쯤 되겠군.”


진호가 옅은 미소를 띄며 중얼거리자 둘은 멀뚱한 표정으로 진호를 바라보며 별 말을 잇지 못했다.


“뭐. 아무튼. 필요하면 찾아오시오. 그럼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진호가 몸을 돌려 성벽을 훌쩍 뛰어내리자 곧 이어 공진이 따라 붙으며 외쳤다.


“소교주! 잠시! 이대로 떠날 수는 없소!”


“음?”


“잠시라도 좋으니 본도와 술 한잔 하고 가시오!”


“도사가 왠 술을... 아. 이제 도사가 아니군.”


“흐흐흐. 술맛을 알고 나니 날 파문한 스승님께 감사하게 되더이다.”


둘은 성곽 근처의 한적한 숲속 공터에 자리를 잡고 각자 술을 한 병씩 잡고 병째 마시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왜 파문당한 것이오?”


진호의 물음에 공진이 씁쓸하게 웃으며 답했다.


“크. 이걸 어찌 말해야 할지... 소교주에게 본문 심법의 정수를 알려줘서 그리 됐소.”


“엇?”


“흐흐. 신경쓰지 마시오. 사실 어느정도 예감은 했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교의 차기 교주에게 천기를 누설 했으니.”


“아니, 아무에게나 알려줘도 상관 없는 것이라 하지 않았소?”


“아, 그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여기저기 알려주고 다니겠소? 그리고 소교주는 실제로 천하를 거머쥘 수 있는 천하제일기재. 마교의 범에게 날개를 달아준 죄가 파문 뿐이라면 아무 벌도 안 받은 거나 마찬가지요. 하하하!”


“흐흐 범이라... 나는 스라소니요.”


“엉? 그게 뭔 소리요?”


“크. 그런게 있소. 술이나 마십시다.”


진호는 공진에게도 북적에 대해 이야기 해줄까 하다가 말을 삼켰다.


아직 그를 설득하기엔 근거나 증거가 너무 부족했고, 괜히 마교 소교주에게 들은 정보로 맹을 설득하려 시도라도 하는 날엔 괜한 오해가 더해져 그가 곤란해질 수도 있단 생각에서였다.


둘은 그날 밤새 술병을 들이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새벽 동이 틀 무렵 진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공진. 훗날 내가 하는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시오. 이건 어제 그대의 목숨을 살린 값으로 요구하는 것이오.”


“크흐. 내가 거절할 길이 있나. 좋소. 언제든 말하시오. 내 두발 벗고 도울테니.”


“흐흐... 물리기 없기요. 후- 이제 진짜 가봐야겠소. 너무 지체됐군.”


“조심해서 가시오. 또 만나길 기다리지.”


“그럼.”


진호가 가볍게 목례한 후 몸을 날렸고, 공진은 그 자리에 드러누워 멀뚱히 눈알을 굴리며 밝아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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