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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62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1 16:42
조회
485
추천
8
글자
11쪽

진천 - 50화

DUMMY

“들었지? 호북의 구지근이다.”


구학영이 서찰을 진천에게 들이밀며 말하자 진천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엇? 형님은 안가십니까?”


“음. 나는 네 나무패기 덕에 깨달은 것을 정리하러 갈 곳이 있다. 다음에 볼 땐 신마로써 보면 좋겠군.”


“아... 쩝, 네.”


“크크. 이젠 전쟁준비가 재밌어 지는구나. 그럼 간다.”


“네 형님. 몸 조심 하십쇼...”


후웅!


구학영은 7살 개구쟁이 같은 미소만 남기고는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며 사라졌다.


“허 참, 그나저나 저 개방 방주란 사람은 나중에 사기 당한거 알면 난리 나겠구만...”


진천은 곧바로 호북으로 이동해 근처에 보이는 거지 무리에게 다가가 엽전을 몇 개 던지며 물었다.


“여기 개방의 호북분타가 어디요?”


그중 한 거지가 진천이 던진 엽전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진천을 가만히 올려다 봤다.


“그건 왜 찾소? 그게 쉽게 말하고 그럴 것이 아니라...”


‘엉? 뭐지? 이 놈들은 내 얼굴을 못 알아 보나?’


진천의 용모파기가 한참 돈 것은 4년 전 잠깐.


실물은 못본 상태에서 대충 닮은 그림 따윈 금방 잊기 마련이었기에, 이 거지들은 진천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진천이 씁쓸하게 웃으며 엽전 꾸러미를 모두 꺼내 동냥 바가지에 던져 넣었다.


“허허, 정보를 조금 사려고 하니 알려 주시오.”


거지는 뭔가 만족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돌려 턱짓으로 한 곳을 가르켰다.


“이쪽으로 쭉- 가다보면 큰 객잔이 하나 나오는데, 그 객잔 옆에 있는 2층 짜리 전각이오.”


“고맙소.”


진천은 거지가 일러준 전각의 입구에서 이번엔 은자를 한 개 꺼내며 입구의 거지에게 물었다.


“분타주를 만나러 왔소”


“헉! 오, 올라 가시지요. 마침 자리에 계십니다. 헤헤...”


문지기 거지는 은자를 받자마자 꼬리 흔드는 강아지 마냥 샐쭉 웃으며 진천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구지근은 2층의 끝에서 서책 같은 걸 읽다가 진천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누구시오?”


“네가 구지근인가?”


진천은 그를 교로 데려가야 했기에 말투를 바꿔 제법 근엄하게 말했다.


“어... 어엇! 교, 교주!”


구지근은 일전 전장에서 진천의 얼굴을 자주 봤기에 금새 그를 알아보고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래층에선 구지근의 말을 들었는지 우당탕탕 거리며 뭔가 난리가 난 모양이었다.


“크흐. 그래, 일전 성채에서 여러번 마주 쳤던가?”


진천이 일부러 씨익 미소짓자 구지근은 얼마나 긴장했는지 이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교, 교주님이 여긴 어떻게...”


“긴장하지 마라. 필요한 것이 있어 왔으니.”


“마,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라면 뭐든 말씀 드리겠습니다.”


“흐. 정보가 아니다.”


“엇... 정보가 아니라시면 어떤걸...”


진천이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구지근에게 건내며 씨익 웃었다.


“너다.”


“억!”


금새 서찰을 읽은 구지근은 몸의 떨림이 더 심해지며 진천을 보고 숨까지 헐떡였다.


“네 방주에게서 직접 받아온 것이다. 못 믿겠다면 직접 가서 확인 한 후 본좌를 따라와도 좋다.”


“아닙니다. 저희 방주님의 인장과 필체가...”


‘엇.’


순간 울컥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구지근에 당황한 진천이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뒷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크흠! 너무 그러지 마라. 본교로 가면 확실하게 화경을 깨달을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멈칫.


진천은 그의 몸이 반응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또한 현재 본교에는 5명의 천마, 너희들 말로 화경의 고수가 현경을 깨닫기 위해 함께 수련중이다. 그 수련을 함께 하던 전대 교주는 이미 뭔가를 깨닫고 따로 수련을 떠났고. 너도 거기 합류하면 좋지 않겠느냐?”


“...!!”


구지근의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은 조금 전과는 다른 흥분의 떨림이었다.


구지근이 잠시 코를 훌쩍이더니 고개를 들어 진천을 바라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음.”


구지근은 자신의 방으로 가 간단한 짐을 몇 개 챙기더니, 진천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와 몰려있는 거지들에게 외쳤다.


“나는 잠시 떠난다. 다시 만날 때 까지 잘 먹어라.”


“부, 분타주...”


“미안하다. 내가 결정한 일이 아니니. 곧 다음 분타주가 방에서 나올 것이다.”


휙!


구지근은 그 말을 끝으로 단숨에 몸을 돌려 진천과 함께 전각을 나섰다.


그의 손에는 그 유명한 1척 반 길이의 두꺼운 족발뼈가 들려 있었는데, 얼마나 사람을 쳐댔는지 핏물이 베여 이미 시커먼 흑봉이 되어 있었다.


진천은 그를 데리고 한 번에 본교로 이동할까 하다가, 왠지 그에 대한 흥미가 일었기에 가벼운 경공으로 복귀하며 그에 대해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










화산파 장문인의 장남인 이도는 기암절벽으로 유명한 화산 중에서도 가장 높은 봉의 산맥을 가루로 만들 기세로 마구잡이의 강기를 흩뿌리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부친과 조부를 모두 마교의 손에 잃은 그는 자신이 무림맹에 파견되어 있느라 자신의 아버지가 살해당한 그 자리에 없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혀 거의 50일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화풀이에 가까운 수련만 반복하던 중이었다.


후웅!


자신의 전부를 쏟아 붓는 듯 한 강격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한바탕 화풀이를 한 그는, 약 반시진이 지나서야 검을 집어넣고 긴 호흡과 함께 기암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화산파 장원으로 내려섰다.


“장문인!”


거침없는 걸음으로 화산파의 연무장으로 들어선 그에게 화산파의 제자 하나가 달려와 깊게 허리를 숙였다.


"격호."


“보고드립니다. 오늘 3대 제자 20명의 입문식을 마쳤습니다.”


“음.”


“외부에 있던 1대 제자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습니다. 곧 정원이 100명... 은 될 듯 합니다.”


“...”


이도가 흘리는 침음성에 보고를 마친 격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땅을 바라봤보자 이도가 격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기운내라. 우리의 복수는 이제 시작이다. 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꼭 현경을 이루고 말겠다.”


“장문인...”


“갈 길이 멀다. 화산파는 많은 고수가 사라졌으나 그 뿐이야. 아직 멸문하지 않았다.”


“네. 장문인.”


격호는 이도의 격려에도 여전히 침울한 얼굴로 몸을 돌려 안쪽으로 사라졌고, 이도가 넓은 연무장을 바라보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려던 그 때 였다.


끼이이익-


“이도!”


“음? 네놈이 여긴 왜...”


화산파의 대문으로 들어온 종남파의 청의 도사들 중 이도의 이름을 외친 사내가 이도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오랜만이군. 상심이 클터인데, 내 이제나마 위로를 전하네.”


“흥, 어울리지 않게 왠 인사치례냐. 난 괜찮다.”


“거, 사람 참...”


“찾아온 이유나 말해라.”


“쩝. 우리 장문인이 보내서 왔네. 자네에게 사과를 전하신다더군. 이야기를 듣고 본문으로 찾아오면 정식으로 인사를 하겠다고 하셨네.”


“사과?”


“저, 그게...”


평소 이도와 친분이 있던 종남파의 장로 자운이 그간 전쟁에서 마교의 소교주가 이성조를 구해 준 일과 교주가 두 다리를 재생시켜준 일, 그리고 전쟁에서 큰 힘이 된 이야기들을 전하자 이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이 난 듯 대꾸했다.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일. 지금 내 앞에서 그 찢어죽일 놈의 공적이라도 치하 하려는 건가?”


“아니, 그런게 아닐세. 이거 본의 아니게... 미안하군.”


“됐네. 용건이나 말하고 빨리 가주시게.”


“그, 그게...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이 황궁이 아니라 그 배후에 황궁을 조종한 아라사 제국의 세력이라고 하네. 곧 그들이 대륙간의 전쟁을 일으킬 터. 그 때 마교와 정식으로 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큰데... 그리되면 교주에 의해 멸문 당한 화산파가 혹 무림에서 소외감을 느낄...”


챙!


“놈! 멸문이라니!”


우우우웅!


순간 이도의 검에서 시퍼런 강기가 솟구쳐 올랐고, 자운이 기겁하며 외쳤다.


“이도! 그런게 아닐세! 내가 말 실수를...!!”


화아아악!


멸문이란 말도 말이지만, 같은 구파일방으로써 화산을 멸한 마교와 두 번이나 연합을 맺는 다는 사실에 이도의 분노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이도는 반쯤 이성을 상실한 눈으로 자운과 종남파의 도사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도! 진정 하시게!! 내가 실수를 했네!”


“닥쳐라! 더러운 악귀놈과 붙어 먹은 네놈들은 더 이상 도사도 무인도 아니니! 오늘 내 손으로 그 비루한 생을 끊어주마!”


“이익! 젠장!”


콰아앙!


자운이 어금니를 꽉 물고 뽑은 검이 이도의 검과 부딪혔고, 강기와 강기가 부딪힌 충격이 화산파의 연무장을 뒤 흔들었다.


“너희는 뒤로 피해 있어라!”


후아아악!


이도가 내뿜은 시퍼런 강기의 파도가 자운과 종남파의 무사들을 덮치 듯 쏟아지자, 자운도 강기를 두른 검을 크게 휘둘러 그 파도를 헤집었다.


쾅!쾅!쾅!


느릿한 종남파의 검은 신기하게도 엄청난 쾌검인 화산의 검을 모두 받아내며 점차 그 강기를 상쇄시켜 나갔고, 이내 이도의 검로가 변하며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가 적운의 전면을 뒤덮었다.


후우우욱!!


‘젠장! 저놈의 매화!’


이도가 찔러대던 수 백번의 쾌검 끝에서 조금씩 붉은색의 강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손톱만한 붉은 강기는 어느새 수 천개로 불어나 만개한 매화 숲이 되어 공간을 가득 메웠다.


후우웅- 서걱! 서걱!


파바바박!


자운이 기겁을 하며 넓은 검로로 이도의 매화를 쳐냈지만, 매화는 끝도 없이 다시 피어 올라 엄청난 기세로 자운을 향해 몰아쳐 들어왔다.


자운은 점점 이도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 채 뒤로 밀리며 외쳤다.


“이도! 나에게 이런 살초를! 정신 차리게! 이러다간 둘 중 하나는 죽어!”


“닥쳐라! 마도로 들어선 네 놈은 이 손으로 직접 도륙해주마!”


“이런 빌어먹을! 종남파! 전원 후퇴해라!”


파아아아악!


자운이 엄청난 크기의 강기 덩어리를 이도와 자신 사이에 던져 놓고는 번개같이 몸을 날려 40여장 뒤로 멀어졌다.


콰아아아아앙!


자운이 던져 놓은 강기가 이도의 매화조각과 맞닿는 순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화산 전체에 진동을 퍼뜨렸고, 이도는 그 충격에 10장 뒤 까지 튕겨져나가 차가운 돌바닥을 거칠게 나뒹굴었다.


“쿨럭! 쿠욱!!"


먼지 투성이가 된 얼굴로 피를 토한 이도는 몸의 회전이 멈췄음에도 뭔갈 더 할 생각이 없는지 대자로 벌러덩 누워 하늘을 멍하니 바라봤다.


"..."


그 순간, 이도의 얼굴은 방금전의 노기는 찾아 볼 수가 없이 아주 평온해져 있었다.


‘마교가 어느새 종남파 까지... 무공 수련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장문인!”


“장문인! 괜찮으십니까!”


뒤에서 이도와 자운과의 대결을 지켜보던 화산파의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이도를 부축했다.


“난 괜찮다.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어.”


“그게 무슨 말씀 입니까?”


“쿨럭! 이미 무림맹의 일부 세력이 마교와 결탁하고 있다.”


“네? 그, 그런...”


“내게 생각이 있다. 너희들은 걱정말고 수련에 정진하라.”


무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처소로 든 이도는 복수의 대상이 단순히 마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또 다른 형태의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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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진천 - 56화 22.06.11 430 6 13쪽
56 진천 - 55화 22.06.11 427 7 12쪽
55 진천 - 54화 22.06.11 426 6 14쪽
54 진천 - 53화 22.06.11 447 6 14쪽
53 진천 - 52화 22.06.11 46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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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진천 - 41화 22.06.03 547 7 11쪽
41 진천 - 40화 22.06.03 55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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