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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72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1 16:38
조회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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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진천 - 45화

DUMMY

막사에 누워있던 진천에게 마영의 전음이 들려왔다.


[교주님, 장적소 어르신께서 찾아 오셨습니다.]


[스승님이? 모셔라.]


[존명.]


진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막사 밖의 호위무사에게 말했다.


“들어라.”


“네. 교주님.”


“술과 안주거리 몇 개를 가져오고 소군사를 불러라.”


“존명.”


후욱


무사가 몸을 날리는 소리가 들린지 얼마 안되어 마영과 장적소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고, 곧이어 조촐한 술상이 차려지며 사마소가 들어왔다.


“스승님. 한잔 받으시지요.”


“그래”


장적소가 술잔을 들이키자 진천이 물었다.


“야밤에 어쩐 일이십니까?”


“황제놈이 지원군을 또 보낸다길래 대체 무슨 생각인가 궁금해서 왔다.”


“아, 그러셨군요. 으음... 이걸 어찌 말해야 할지...”


사마소가 조심히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포권 했다.


“교주님. 괜찮으시다면 속하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음.”


진천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마소가 장적소에게 북적과 황제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고, 이야기를 다 들은 장적소는 생각보다 덤덤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켰다.


“스승님. 오신 김에 교로 복귀 하시지요. 그간 황군에서 고생하셨는데...”


“아니다. 몰랐으면 몰라도 황제의 목적을 알았으니, 더 남아서 뭐라도 할 일이 없겠느냐?”


장적소의 시선을 받은 사마소가 멋쩍게 웃고는 답했다.


“네 어르신. 소인도 내심 말씀드리기 죄송했으나... 황궁 내부에서 자중지란을 만들어 주실 수 있을는지...”


“말해봐라.”


“황궁의 지원군은 저희가 중간에 끊어낼 수 있습니다. 그간 무림맹이 못했던 황군의 지원과 보급로를 본교가 모두 끊는다면 황제는 잠시라도 군을 물릴 수 밖에 없겠지요. 하여 궁으로 들어가셨을 때, 아주 작은 소란만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황궁 내부에 반란 분자가 있다는 의심을 심어주는 것이니...”


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마소에게 물었다.


“그냥 황제를 암살 해버리면 안되나?”


“지금의 황제를 암살한다고 해도 곧 다음 황제가 나올 것이며 그들 또한 동(東)족 수장의 명을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황조 자체를 멸하자면... 동족 수장이 어떤 수를 둘지 모르는 일이기에...”


“음.”


“지금은 어떻게든 황제의 손발을 잘라 황제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좁혀야 합니다.”


진천이 팔짱을 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황군의 병사가 죽어 나가도 동(東)족의 힘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 인데...”


“그래서 무림맹이 아닌 황궁을 치는 것입니다. 동족 수장의 목표는 중원인의 수를 줄이는 것. 전쟁에서 저희가 수십만의 황군을 죽인다면 동족의 수장으로써도 목표를 이룬 것이나 다름 없으니 큰 변수는 생기지 않을 것 입니다. 또한..."


사마소가 잠시 좌중을 둘러보며 숨을 골랐다.


"무림맹과 본교의 무사들도 분명한 동족. 중원인이 줄어들면 본교 고수들과 무림맹 고수들의 힘도 함께 커집니다."


"음! 그럼 모두의 경지가 한단계씩 올라 갈 수도 있겠군."


진천의 말에 장적소가 순간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허면 노부가 정확히 뭘 하면 되겠나? 반란을 일으키란 건가?”


“그런 정치적인 움직임은 짧은 기간엔 어렵겠지요. 황실 군부와 군사부 중 중요인물 몇을 암살 해주시고, 가능하다면 한 두군데 방화를 해주시면 족합니다.”


“방화?”


“황제에게 불만을 품은 세력이 궁에 존재한다는 것만 알려주면 성공입니다. 아무리 동족의 수장이 그를 이용하고 있다고는 해도, 결국 황제 자신이 죽으면 아무 소용 없는 일. 생에 대한 집착으로 대학살을 하려는 자이니 당장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 어느 정도는 움츠려 들겠지요.”


“이 나이에 불장난이라니. 헛.”


“죄송합니다. 어른신이 아니면 군부의 고위직에 그토록 빨리 오르는 것이 불가능 했기에...”


“입바른 소리는 됐다. 그런 말 않아도 교에 필요한 일이라면 해야지”


“감사합니다.”


장적소가 사마소에게 손짓하고는 진천에게 말했다.


“참, 내가 적검대로 오니 꽤 쓸만한 아이들이 몇 있더구나. 그저 전쟁의 희생양이 되기엔 아까운 아이들인데 교로 데리고 가도 되겠느냐?”


“엇. 스승님이 원하시면 그리 하셔야지요. 허나 그들이 본교로 올까요?”


“음. 그간 나와 정도 꽤 들었고, 적검대는 대부분 연고 없는 자들로 구성해 뒤 없이 싸우게 하는 비수. 괜찮을거다.”


“네 스승님.”


장적소가 황군진영으로 돌아간 뒤 사마의가 진천에게 말했다.


“교주님. 계속 이곳에서 수성을 하는 것과 직접 황군의 지원을 끊으러 나가시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마영, 넌 뭐가 맘에 드냐?”


“속하는 모두 좋습니다만... 음. 매복이 속은 시원하겠습니다.”


“그럼 매복으로 하지.”


“네 교주님. 허면 내일 하오문주에게 이를 알리고 출발 준비를 하겠습니다.”


다음 날, 진천은 전 병력을 이끌고 낙양에서 오는 황궁의 지원군을 기습하기 위해 호북성을 떠나 하남의 성도로 이동했다.



-----------



그 사이. 이성조와 정덕을 비롯한 맹의 장로들은 성채의 임시 막사에서 암울한 분위기로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교주가 한말은 분명 빈말이 아니었소.”


백여년간 무림 최고의 정보문파를 만들며 수만의 사람에게서 온갖 정보를 파악한 정덕이 확신에 찬 의견을 내놓자, 이성조가 침음성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으으음... 문주. 허나 그것은 상상하기 조차 두려운 힘... 대체 아라사가 어찌 그런 고수들을...”


“장문인도 아시겠지만 그들의 골격과 힘은 남다릅니다. 우리 중원인 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수련을 시작한다고 하면... 없을 말도 아니지요.”


“대륙간의 정복 전쟁이라니... 이를 황제에게 알려야 하는 것 아니오?”


“교주가 말하기로 소림에서 이 내용을 알리기 위해 황궁으로 갔던 지율대사가 목이 잘려 돌아왔다고 합니다.”


“뭣!!!”


“어, 어찌 국교인 불교의 대사를... 황제 이노오오옴...!!”


종남파의 장로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자 정덕이 침울한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입으로 옮겼다.


“어떻게든 빨리 이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허어... 대체 이 중원의 미래가 어떻기에 이런 난관이 끊이질 않는가...”


“일단은 맹주와 상의해봅시다. 이미 본문과 무영문의 연합대가 조사를 위해 아라사로 떠났으니... 지금쯤 몽골의 국경은 넘었을 겁니다.”


“흐음...”


“황제라... 황제... 허어...”


그 때, 개방의 구걸개 지근이 실눈을 뜨며 말했다.


“황궁을 칩시다.”


“!!!”


“구장로! 그게 무슨!”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우리는 이미 천하의 역도입니다.”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교주의 말이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대로 전쟁이 계속되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습니까? 마교가 없었다면 진즉에 패했을 전쟁입니다. 그들이 섬서와 호북에 전력을 투입하는 것도 산동 위쪽에 있는 문파들이 차마 황궁을 치지는 못 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뒤 걱정 없이 밀고 들어오는 것 아닙니까?”


“...”


“밖에서 황군 십만을 죽이나 안에서 황제를 죽이나 어차피 황제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은 매한가지. 더 이상 그에게 이끌려 다녀서는 결국 끝장이오. 마교가 언제까지 우리를 도울지도 모르고.”


“구장로...”


“우리 개방과 하북팽가, 그리고 모용세가는 벌써 말을 마쳤습니다. 이미 한달전 부터 전 중원의 거지들이 흩어져 돌고 돌아 하북으로 모이고 있소. 본방 7할의 전력이 모인다면 나는 황궁으로 쳐들어가 황제놈의 목을 딸 것 이외다.”


“그, 그런... 어찌 맹과 협의도 없이...”


“아 황군도 학살하는 마당에 뭔 맹과 협의를 하오! 본방이 황군에게 당한 굴욕과 피해는 직접 갚아줄 것 이오!”


“아아...”


“끄으으음...”


장내의 모든 고수들이 침음성만 흘리며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고, 그렇게 그날의 회의는 다소 어색하게 종료되었다.



-----------



그로부터 7일 후, 마교의 천마대가 황궁의 지원군 2만을 기습해 몰살 시키고 모든 보급품을 빼앗아 돌아오자, 호북성의 황군 병력은 5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하남으로 후퇴했다.


호북성의 연합군은 후퇴하는 황군병력을 추격해 3만의 군세를 더 쓰러뜨렸고, 곧장 섬서의 전장으로 달려가 그곳의 황군을 섬서성의 병력과 양쪽에서 압박하며 산서로 후퇴 시켰다.


이 전쟁에서 황군 100만 명이 전사하고 4만기의 공성무기가 파괴 되었으며, 무림맹 또한 8만 명의 전사자를 냈다.


“한숨 돌리겠군.”


섬서성에서 재회한 당재진과 이성조, 그리고 하오문주 정덕이 성벽위에서 몇 달간 치열하게 죽고 죽였던 전장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직 갈 길이 멀지요. 하남 일대에 크고 작은 성에서 이제 우리가 공성을 해야 하니...”


“파격적인 방법이긴 해도 개방과 하북팽가의 움직임이 나쁘지만은 않소. 이남으로 집중된 황군 병력을 양쪽으로 분산시킬 수 있으니...”


“그렇긴 하지만... 허, 이 삶에서 내가 황궁에 반역을 할 날이 올 거라곤...”


하오문주 정덕의 말에 종남파의 장문인 이성조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 문주. 솔직히 말이 황궁이지... 그저 중원 땅을 공유한 다른 세력일 뿐 아니오.”


“헛! 아니 장문인. 대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였소?”


“언제겠소. 내 두 다리 잘라 먹었을 때지...”


“허...”


당문의 가주 당재진도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나도 그렇소. 평생 나라에서 녹봉을 받은 적도 없고, 관리라는 놈들은 매일 양민들을 수탈하기 바쁘니 기근이 오면 가문의 창고를 열어 겨우 굶어죽는 것만 면한 적도 많소.”


“허어...”


정덕이 아무 말도 못하고 감탄사만 내뱉자 이성조가 검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생각은 달라도 한배를 탄 우리 아니요. 기왕 싸우는거 무인답게 살살해주진 맙시다. 그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크크...”


그렇게 무림의 거두들이 황궁을 완전한 타 세력으로 인식하는 사이, 진천은 홀로 십만대산으로 돌아와 마교의 새로운 무력대, 파고 마격대의 발대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엄청나군...”


천마신교의 외성에서 치러진 파고 마격대의 발대식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로 치러졌다.


50만의 병력은 모두 흑색의 갑주와 투구, 검과 망토를 두르고 있었고 방패와 창마저 짙은 흑색으로 통일되어 그저 대열만 갖추고 있어도 엄청난 위엄이 느껴졌다.


게다가 7천의 장수 탄 말도 모두가 상당한 덩치의 흑마로, 말의 안장과 보호대마저 흑색으로 되어 있었다.


“군사. 아무리 마인들 이라지만 너무 흑색 일변 아닌가? 무슨 숯 검댕이들도 아니고...”


“하하, 마격대의 군세가 50만 이라고는 하나 이는 군대로 치면 아주 적은 소수정예입니다. 적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정도의 연출은 필요합니다. 또한 소수의 특성상 매복이나 기습작전도 많이 사용할 것이기에 달빛이 반사되지 않는 재질들로만 준비했습니다.”


“음. 확실히... 보기는 좋군. 내가 뭘 하면 되나?”


“첫 의전이니 만큼 병사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한 말씀 해주시지요. 예를 들면...”


“흠.”


사마의가 일러준 연설을 들은 진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열의 끝까지 들리도록 상당한 공력을 실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본교 역사상 최초로 창설된 마군(魔軍). 너희는 싸우다 패하는 군이 아니라 잔인하게 적을 짓밟고 유린하는 폭풍이 되어 본교의 위세를 천하에 떨칠 것이다. 마도천하의 선봉이 되어 본교 3만년 역사의 염원을 이뤄라.”


진천의 말이 끝나자 마격대 전원이 땅을 부술 듯 구르며 엄청난 기합을 내질렀다.


쿵! 쿵! 쿵!


“천마지존! 마도천하!”


“천마지존! 마도천하!”


“천마지존! 마도천하!”


50만의 군세가 외치는 울림은 외성을 넘어 내성까지 진동시켰고, 한참을 외치던 병사들은 진천이 손을 휘젓자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춰서 딱딱하게 굳었다.


“흐, 기세로만 보면 북적이 아니라 북극도 정복하겠군.”


“흐흐. 큰 힘이 될 겁니다. 그럼...”


“음. 바로 섬서로 출정하라. 그곳에서 스승님과 합류하는 김에 대장군 임명도 해드려야겠군.”


“존명.”


그렇게 마교의 파고 마격대는 발대식 날 신강을 떠나 서안을 거쳐 섬서의 성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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