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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66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1 16:40
조회
470
추천
5
글자
12쪽

진천 - 47화

DUMMY

진천은 모든 수하들을 십만대산으로 돌려보낸 후, 홀로 하남으로 이동해 한 객잔에 앉아 바깥의 풍경을 바라봤다.


전쟁이 끝난지 약 2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성도는 꽤나 활기를 찾은 모습이었다.


당장 먹을 곡식이 부족했기에 각 문파와 소림에서 곡식을 풀었고 백정은 연신 커다란 수레에 고기덩이를 옮기며 분주하게 오갔다.


진천은 하남에서 유명한 돼지요리를 우물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교주님.”


“음.”


진천과 똑같이 온몸을 흑색으로 두른 사내가 가볍게 포권 하고 진천의 앞자리에 앉았다.


“먹거라. 맛이 좋다.”


“영광입니다.”


장광이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었고 진천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성도를 바라보며 술을 한잔 넘겼다.


“연비대주가 교주님께서 명하신 일을 정리했습니다.”


“말해라.”


“먼저 황제는 자신의 궁에서 두문분출 하고 있다고 합니다. 3일에 한번 들던 밀실에도 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북적이 황궁을 떠났을 확률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음.”


“군사의 판단대로 동족의 수장이 어느 정도 만족한 듯 합니다. 아마 당분간 큰 변수만 없다면 직접적인 개입은 없을 것 이라 했습니다.”


“허면 내가 황제놈에게 지율대사의 복수를 해도 되겠는가?”


“... 죄송합니다. 그것은 속하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연비대주나 총군사와 논의 하심이...”


“음, 그래 고생 많았다. 가봐라.”


진천이 품속에서 황금 두덩이를 꺼내 장광에게 건냈다.


“감사합니다. 참, 혹시 몰라 저희 연비대 무사 열과 호법원 무사 열을 주변에 배치시켜 놓았습니다.”


진천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장광이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고 포권한 후 객잔을 떠났다.


그 때, 객잔의 2층에서는 5명의 무사가 진천을 바라보며 서로 전음을 주고 받고 있었다.


[저놈이 교주...]


[특별히 강한 마기나 공력은 느껴지지 않는데.]


[현경의 고수이니 그 정도야 얼마던지 숨기겠지요.]


[으음...]


그 중 눈매가 꽤나 매서운 무사 한명이 매화가 새겨진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 거리자 맞은편에 앉은 청의 무사가 그를 바라봤다.


[참아라. 지금 덤비면 바로 몰살이다.]


[...]


[기습이라면...]


[복수심에 눈이 멀어 뻔한 현실을 좋을대로 왜곡하지 마라. 저자가 현경이 아니라 화경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모두의 얼굴에 절망이 서리며 시선이 아래로 묻혔다.


[허면... 복수는 언제 이룬단 말입니까. 대에 대를 이어 복수의 유지만 남기고 눈을 감아야 합니까.]


[지금은 문파를 재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오늘 저자를 보여 준 것은 우리의 원수를 직접 눈에 새기자는 것이지 다 같이 죽고자 함이 아니다.]


[사형.]


[가자. 이대로 계속 살기를 흘리다간 화산파는 진짜 멸문이다.]


무사들은 분노로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현실을 인지했는지 비참한 표정으로 객잔을 떠났다.


진천이 화산파를 멸문 시킨지 어느새 4년.


각지로 임무나 수행을 떠나 그날 외부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화산으로 복귀한 고수 50여 명은, 언젠가 꼭 마교 교주의 목을 따겠다는 일념으로 화산파의 재건을 시작했다.




----------




진천은 며칠을 고민하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 한쪽에 풀어 두었던 흑룡검을 낚아채며 숙소를 나섰다.


‘젠장! 알게 뭐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는 며칠간 황제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까 머리를 싸메고 고민했지만, 정교한 계획이나 전략은 그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던 참이었다.


처음엔 군사나 연비대주에게 자문을 구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를 직접 때려 잡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빌어먹을 북적이고 나발이고 어차피 그놈들도 중원인 머리수만 줄이면 장땡 아니야? 옘병! 그래, 내가 거들어 주마!’


진천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무사들을 생각해 이동술을 쓰지 않고 적당한 경공으로 낙양으로 향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기에 약 한 시진쯤 지나자 광활한 낙양의 성도가 펼쳐졌고, 진천은 근처 상점에서 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폐물 몇 개를 자개에 담아 비단보자기로 감싸고는 황궁의 입구로 향했다.


철컥!


진천이 다가오자 정문 수비대 두명이 창을 교차해 길을 막고는 진천을 바라봤다.


“멈추시오.”


“...”


“무슨 일로 오셨소?”


진천이 씨익 웃으며 손의 비단 보따리를 들어 올렸다.


“천마신교에서 황제폐하께 예물과 서신을 전하러 온 사신이요.”


“음.”


수비병 중 한명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약 1각이 지난 후 문관 두 명, 군관 네 명과 함께 나타났다.


“들어가시오.”


“고맙소.”


진천은 그들을 따라 무려 30개의 관문을 통화하며 한참을 안으로 들어갔다.


‘젠장. 뭔 문하고 담벼락이 이렇게 많아?’


그로부터 약 반각을 더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진천을 안내하던 이들이 멈춰섰고 그 앞에는 100단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계단이 진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이곳에 풀어 놓으시지요. 품속에 비수나 단검도 꺼내셔야 합니다.”


“음.”


진천은 흑룡검을 건낸 후 품속에서 단검 하나를 더 꺼냈다.


“그럼 오르시지요.”


진천이 계단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대들 걸음으로는... 나 먼저 올라도 되겠소?”


문관이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진천은 곧장 계단의 끝 쪽으로 몸을 날려 거대한 황궁의 대전 앞에 섰다.


‘문도 더럽게 크네...’


진천이 못해도 4장 높이는 돼 보이는 대전의 문을 바라보고 있자 곧 옆에서 다른 문관과 장수들이 나와 대전의 문을 열어 젖혔다.


진천은 대전으로 들어서며 엄청난 크기에 또 다시 놀랐다.


‘미친, 이정도면 교주 연공실만 하잖아? 별세계구나... 별세계야...’


“이 곳에서 잠시 기다리시면 곧 폐하를 알현하실 수 있습니다.”


“음.”


원래라면 미리 기별도 없이 이렇게 바로 황제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최근의 황제는 자신감을 크게 잃은데다 안그래도 황궁 몇배의 전력을 가졌다는 소문이 자자한 마교의 사자가 오자 정말 특수한 상황으로 황제가 직접 나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진천은 별 생각없이 황좌에서 약 10장 거리에 멈춰서 멀뚱히 황제를 기다렸다.


그는 어차피 어떻게든 황제를 만날 생각이었기에, 거절 당했다면 온 궁을 헤집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가 어떻게 황제를 혼내줄까, 죽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내관의 외침이 대전을 울렸다.


“천자께서 행차하십니다!”


우르르르르


태상의의 우측 끝에서 화려한 금빛의 용포를 입은 황제와 수십의 문, 무관들이 몰려나왔고, 황제가 태상의에 앉자 마자 그 좌우로 순식간에 도열하며 자리를 잡았다.


“황제폐하께 예를 갖추시오.”


멀뚱히 서있는 진천에게 그 옆에 서있던 무관이 말했지만 진천은 가만히 서서 황제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황제는 진천의 상상과는 다르게 짙은 이목구비에 굉장히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골격 또한 떡 벌어진 것이 분명 무공을 익힌 몸으로 보였다.


‘엉? 비실비실 한 놈일 줄 알았는데 꽤 듬직하잖아? 얼굴도 남자답게 생겼네?’


“사자! 어서 황제폐하께 예를 갖추시오!”


무관이 다시 한번 진천에게 외쳤고 진천은 가만히 무사를 바라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비단 보따리를 건냈다.


“자, 본교에서 준비한 예물이오. 폐하께 올려주시오.”


“무슨!!!”


“됐다. 가져와라.”


“...!”


얼굴이 씨뻘개진 무사가 황제의 명에 진천을 죽일 듯 노려보며 보자기를 낚아채 옆의 문관에게 전했다.


잠시 후 문관이 조심스럽게 받쳐 올린 예물을 본 황제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살며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후- 짐을 조롱하는구나. 마교가 왜 황궁을 적대시 하는지...”


진천이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흐. 노발대발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착하구만.”


“...!!”


“뭣!”


“이, 이놈이!”


챙! 채채채챙!


대전에 있던 무관들이 순식간에 모두 검을 뽑아들고 진천에게 겨누고 황제를 바라봤지만, 황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검을 넣어라. 저 자는 대화를 하러 왔구나.”


“...”


너무도 침착한 황제의 반응에 오히려 진천이 당황해서는 눈알을 굴렸다.


‘어? 이게 아닌데? 황제가 저런 사람이었나? 윽. 철부지 멍청이로 알았는데...’


왠지 어른스러운 사람에겐 약해지는 진천의 표정이 변한 것을 눈치 챘는지, 황제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대는 마교의 누구인가? 단순한 전령 같지는 않구나.”


‘에라, 모르겠다.’


“꽤 눈치가 있구나. 본좌는 천마신교의 교주 백진천이다.”


“...”


“...!! 교...교주!!!”


“헙!!”


순간 어전의 모두가 속으로 경악을 내지르며 두 세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황제는 여전히 침착한 얼굴로 질문을 이어갔다.


“교주라... 그래, 짐을 알현하고자 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황제. 확실히 다르다. 내가 잠시 큰 자만에 빠졌던 것이다. 나 혼자 황궁에 와서 황제를 독대하다니... 이건 아니야. 너무 큰 일을 벌였다.’


그가 마교의 교주임을 상기시켜 주던 모든 것에서 떨어져 홀로 대명제국의 황궁에 온 진천은, 잠시 그 마음이 나무꾼으로 돌아가 눈 앞이 깜깜해 지자 탈출을 결심했다.


‘젠장! 침착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자! 바로 본교로 이동 할까? 빠른 보법? 아니면 다 죽일까? 불 질러서... 물... 번개... 어?’


진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되짚다가 순식간에 정신이 돌아왔다.


‘역시...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아. 이런 놈들 앞에서 내가 무슨...’


자신의 힘을 재차 깨달은 진천이 진심에서 나온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소림승 지율대사의 목을 자른 일로 왔다.”


“그 일의... 무엇이 궁금한가.”


“뭐, 왜 그랬는지, 어떤 놈이 그랬는지.”


“...”


잠시 천장을 바라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그의 복수를 하려 하는가?”


“그렇지.”


“마교의 교주가 소림 승려의 복수를 한다라...”


“복잡하게 생각마라. 본좌와 지율대사 간의 개인적인 관계일 뿐 이다.”


황제가 눈을 내리 깔고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 지율의 목을 벤 그자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자? 그게 누구지? 어디에 있나?”


“누구인지는 모른다. 북(北)쪽에서 왔다는 것 외에는...”


순간 진천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황제를 보는 눈에 힘이 들어갔다.


‘북적 놈들이 왜 지율대사를?’


진천이 질문을 이었다.


“그의 목을 친 것은 네가 명한 것이 아닌가?”


“흐흐... 그럴 리가. 내가 어찌 그를... 지율대사가 내게 고하는 중 북(北)적의 얘기가 나오자 그 무사가 순식간에 그를 공격했다.”


“...”


“미처 말릴 틈도 없더군. 그만한 고수들이 강격을 주고 받으니...”


황제는 정말 의외의 인물이었다. 지율의 이야기를 하는 황제의 얼굴엔 슬픔까지 서려 있었다.


‘내가... 내가 괜히 소림에 가서 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순간 진천의 마음엔 거대한 바위가 들어 앉아 그를 땅 아래로 짓누르는 듯 했다.


'나 때문에 대사님이... 내가 생각없이 북적을 꺼내고 황궁에 중재를 하라고 요청해서. 이...이... 이 찢어발길 주둥이... 한치 앞도 못보는 주제에 뭐라도 된것 마냥... 이 염병할 천놈이... '


진천은 자신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숨이 턱 막혀왔다.


우드드득


그가 꽉 쥔 주먹은 어느새 빨개지다 못해 새하얘져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어금니가 부숴질 듯 꽉 문 턱이 부풀어 올라 당장 터질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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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진천 - 60화 22.06.11 40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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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진천 - 58화 22.06.11 406 7 12쪽
58 진천 - 57화 22.06.11 427 6 14쪽
57 진천 - 56화 22.06.11 430 6 13쪽
56 진천 - 55화 22.06.11 427 7 12쪽
55 진천 - 54화 22.06.11 426 6 14쪽
54 진천 - 53화 22.06.11 447 6 14쪽
53 진천 - 52화 22.06.11 461 7 13쪽
52 진천 - 51화 22.06.11 470 8 13쪽
51 진천 - 50화 22.06.11 486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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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진천 - 48화 22.06.11 473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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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진천 - 44화 22.06.11 492 8 13쪽
44 진천 - 43화 22.06.11 516 6 14쪽
43 진천 - 42화 22.06.11 501 7 15쪽
42 진천 - 41화 22.06.03 547 7 11쪽
41 진천 - 40화 22.06.03 551 7 13쪽
40 진천 - 39화 22.06.02 568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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