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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80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6.11 16:45
조회
470
추천
8
글자
13쪽

진천 - 51화

DUMMY

“어쩌다 족발뼈를 무기로 쓸 생각을 했는가?”


“아...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어느 날 자다가 적들의 기습을 당했는데, 잠결에 제 타구봉을 던져 멀리 있는 놈의 배에 박아 넣었더니 무기가 없어서... 자기 전에 뜯던 족발뼈가 보이길래 일단 주워서 썼습니다.”


“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발상으로 형을 벗어 나는 건 대단 한거지.”


진천의 내공은 절정고수 정도였지만 무공의 이해도는 아직 일류 언저리였기에 그는 지금 진심으로 감탄하는 중이었다.


“하하. 교주님께서는 이미 아득한 옛날에 넘으신 경지 일진데... 부끄럽습니다.”


“아니다. 전대 교주도 그 독특한 발상에 감탄할 정도니. 그래서 너를 본교로 데려가는 것이고.”


“윽... 족발 덕에 깨달음을 얻고... 족발 덕에 마교로 가는군요. 크흐...”


“크크. 너무 그러지 말게. 전후 사정을 알게되면 오히려 기뻐할테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게 있네. 본교로 들어가면 알게 될거야.”


“네...”


구지근이 자신의 족발뼈를 가만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을 때, 저 앞의 산길에서 여러명의 무리가 모여 웅성대는 것이 보였다.


구지근이 경공의 속도를 줄이며 진천에게 말했다.


“산적무리가 행인들을 잡았나 봅니다.”


“산적? 아니, 전쟁이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래서 더 그렇습니다. 전란 때 군에게 전재산을 수탈당한 자들은 산적 외에는 살길이 없어서...”


“쩝...”


진천이 입맛을 다시더니 빠른 보법으로 산적무리 앞으로 돌진해 주위를 둘러봤다.


8명의 산적 앞에는 어미와 10살 남짓 한 사내아이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비는 어미와 아이 앞을 막고 앉아서 덜덜 떨며 산적들의 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네놈은 뭐냐! 남의 일에 신경 쓰지말고 꺼져라!”


산적들은 순식간에 공간을 접으며 들어온 진천을 경계 하며 칼을 겨누었지만 고수인 걸 알아봤는지 먼저 공격할 엄두는 나지 않는 듯 했다.


진천이 미간을 찡그리며 산적들을 향해 말했다.


“이자들을 보내줘라.”


“이익...”


“자, 어서 일어나 가시오.”


산적에게 잡혀있던 가족은 연신 진천에게 고개를 숙이다가 후다닥 뛰어 자리를 벗어났고, 산적들은 몸을 부들대면서도 별다른 불만표현은 못한 채 표정만 일그리고 있었다.


진천이 산적 무리를 향해 물었다.


“여기서 산적질을 한지 얼마나 되었나?”


“파, 팔개월이오.”


“흠, 그간 산길을 넘는 양민의 목숨을 해친적이 있더냐?”


“...”


“있구나.”


“바, 반항이 심해서 그만...”


“몇명이나 되느냐?”


“그것은...”


산적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 하자 진천이 낮게 시선을 깔고 중얼 거렸다.


“반항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했단 말일텐데.”


“윽...”


“지근.”


“네. 교주님.”


“이놈들을 때려 죽여라. 족발뼈 무공 좀 보자.”


“크흠. 조, 존명.”


뭔가가 부끄러운 듯 눈을 질끈 감은 지근이 족발뼈를 중단으로 들어 올리자 곧 청색의 강기가 매끈하게 족발뼈를 감쌌다.


이어 금새 차분한 표정이 된 구지근은 반개한 눈으로 조용히 산적 무리의 안쪽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스윽-


훙-


퍼걱!


“...!!”


“이익!!”


지근이 가볍게 휘두른 족발뼈에 산적 한명의 머리가 박살나며 쓰러지자, 남은 산적들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각자 무기를 들고 지근을 노려봤다.


저벅.


훅-!


쩌저적-


이번엔 지근이 횡으로 휘두른 족발뼈에 다른 산적의 턱이 찢겨져 나가며 피가 솟구쳐 올랐고, 지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산적들의 검과 도끼를 거칠게 피하고 막으며 힘차게 족발뼈를 휘둘러 댔다.


빠악!


챙!


빠가악!


진천은 지근의 싸움을 바라보며 엄청난 감탄을 하고 있었다.


멋있다. 박력있다. 거칠다. 색다르다.


지금껏 진천이 봐왔던 고수들의 싸움은 모두 일정 초식을 따르기에 우아하거나, 패도적이거나, 빠르거나, 화려한 검술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공력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시켜 사용하는 소위 ‘수준 높은’ 검의 끝을 보여줬다면 구지근은 마치 무공은 전혀 모르는 동네 왈패들이나 보여줄 법한 움직임으로 묵묵하게 한명 한명을 쳐 죽이고 있었다.


퍼걱!


후웅!


구지근은 어떤 무기는 피하고, 어떤 무기는 팔로 막고, 어떤건 죽은 산적의 몸뚱어리로 막으며 다소 둔하면서도 재빠른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한명을 때려죽일 때 뒤에서 오는 공격들은 굳이 반응하지 않고 모두 등으로 맞으며 버티고 있었다.


텁.


꽈앙!


마지막 산적의 멱살을 잡은 채 박치기로 안면을 함몰시킨 구지근이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숨을 깊게 내뱉고는 뒤돌아 진천에게 포권했다.


“교주님.”


“음.”


진천이 바닥에 널부러진 산적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지근에게 말했다.


“무공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싸움이군.”


“하하 네, 저는 초식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초식이란 결국 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수많은 움직임을 정형화 시킨 것 아닙니까. 어차피 본질은 휘두르고 찌르고 베는 것인데, 저희 개방도들은 대부분 타구봉을 주 무기로 삼기에 찌르거나 베는 동작이 없습니다. 물론 그 대신에 타격무기의 초식을 다루는 무공들이 많지만, 저는 왠지 그것들이 무용하다고 생각하여... 한번을 휘둘러도 더 빠르고 강하게 휘두르는 것에만 집중하여 수련했습니다.”


“허어. 너는 형을 깬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틀에 들어선 적이 없구나.”


“부끄럽습니다.”


진천은 무공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음에도 구지근의 말을 단번에 이해함은 물론 상당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 또한 처음부터 초식은 거의 포기하고 검을 더 빠르고 강하게 휘두르는 것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둘은 의외의 공통점을 찾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안 일대까지 이동했고, 그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한 진천이 잠시 멈춰 서고는 구지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슬슬 이동을...'


“지근, 놀라지 마라.”


“네?”


후욱!


“... 교주님? 어억!!!”


지근은 순식간에 눈앞의 풍경이 변하자 잠시 얼떨떨 하다가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신의 몸을 더듬거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그냥 이동술 중 하나다. 여기서 기다려라. 곧 네 거처로 안내해 줄 사람을 보내마. 그가 앞으로 네가 할 일도 알려줄거다.”


“네... 네. 교주님.”


약 2각 후.


진천이 사라진 자리에서 여전히 입을 쩍 벌린채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지근은 곧 들어온 사마소와 흑의무사 4명을 따라 새로운 자택과 의복 등을 전달 받은 후, 다음 날 부터 그에게 할당 된 연무장에서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했다.




***



4달 후, 아라사의 조사를 위해 떠났던 무영문과 개방, 하오문의 연합대가 속속 복귀하며 그 시기에 맞춰 사마의가 의도적으로 조금씩 흘린 북적에 대한 정보들이 무림맹으로 모이고 있었다.


사마의가 너무 비현실 적인 부분은 현실의 범주 안으로 변경해서 흘렸기 때문에, 이미 진천에게 언질을 받은 무림맹은 큰 혼란에 빠지지 않고 북적의 기이한 능력에 집중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마의가 무림맹을 오가며 전쟁대비의 기틀을 잡는 동안 마교의 모든 고수들은 30년을 스스로 봉인 할 각오로 각자의 경지를 넘어서기 위해 필살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장적소 또한 최근 단서를 얻어 마격대의 장수 몇몇과 십만대산 깊숙이 들어가 수련을 시작했고, 구지근도 처음엔 북적에 관해 듣고 크게 혼란스러워 했지만 며칠새 익숙해지자 조금씩 수련을 시작했다.


그는 개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엄청난 고수들과 매일 대련하며 무에 대해 토론하는 새로운 세상이 마음에 들었는지 처음엔 눈알이 돌아갈 만큼 환장하던 삼시세끼 진수성찬도 대부분 걸러가며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마교로 데려온 구지근 또한 아라사의 설산에 자리를 잡고 혼자만의 수련에 푹 빠져 있었다.


그는 가장 높은 봉우리의 중단 쯤에 작은 동굴을 파고는 그 안에서 명상을 하거나 봉우리를 뛰어 넘으며 기공수련에 집중 하는 중이었다.


휘오오오오오...


'음?'


구학영이 평소와 같이 동굴안에서 명상을 하고 있던 어느날, 매서운 바람소리 사이로 미약한 인기척을 감지한 구학영은 기를 갈무리하고 인기척이 난 곳으로 조심스레 신형을 날렸다.


약 2리 정도 떨어진 곳. 거대한 호수가 얼어붙은 동토의 한가운데 아라사의 전사 하나가 멀뚱히 서있었고 반각 정도가 지나자 그의 앞에 굉장히 화려한 녹색의 옷을 입은 서역인이 내려섰다.


구학영은 그간 몇몇의 서역인을 만나봤지만 지금 아라사 전사 앞에 있는 서역인은 비단 같은 금발에 하얀 피부, 선명하게 푸른 눈동자로 그가 알던 일반적인 서역인과는 달리 굉장히 고운 인상의 사내였다.


“위대한 분을 뵈옵니다!”


“...!!”


순간 아라사 전사가 넙죽 엎드리며 외친 말에 구학영의 눈이 부릅떠지며 청각을 극도로 돋우었다.


'위대한 분?'


아라사 전사의 예의 가득한 인사를 받은 서역인은 납작해진 아라사 전사를 내려다 보며 주먹만한 구슬을 내밀었다.


“자, 받아라. 그래, 어르신은 잘 계시냐?”


몸을 반쯤 일으켜 두 손으로 구슬을 받은 아라사 전사는 그대로 다시 고개를 조아렸다.


“네. 이번일로 도움을 주셔서 크게 감사하신다고 전하셨습니다.”


“됐다. 별것도 아닌 것을. 근데 저놈도 어르신 부하냐?”


“네?”


아라사 전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 하는 사이 서역인이 손을 뻗음과 동시에 구학영은 이미 그 서역인의 손에 멱살을 잡혀 버둥대고 있었다.


‘!!!’


그 날벼락 같은 적의 공격에 당한 구학영은 기겁을 하며 온몸에 자성의 강기를 잔뜩 뭉쳐 폭발시켰다.


우웅-!


꽈아아아앙!


후악!


“윽! 이놈이?”


상당한 위력의 폭발로 만든 찰나에 겨우 몸을 뺀 구학영이 시커먼 검을 뽑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젠장. 여기서 뒈질 줄은 몰랐는데.”


구학영의 검에 시뻘건 양기가 둘러 쌓이더니 곧 그 위로 새파란 뇌전이 감싸지며 주변의 공기를 모두 빨아들일 기세로 엄청난 폭풍을 만들어 냈다.


구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지직-


아라사의 전사는 구학영의 강기에 기겁을 하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지만 서역인은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구학영을 바라보며 아라사 전사에게 물었다.


“오? 이놈 봐라? 분명 인간인데 인간 같지가 않구나. 저놈이 이곳의 고수냐?”


“그, 그렇습니다. 임페라탈의 전사...”


“임페라탈? 높은거냐?”


“서양의 그랜드 마스터 보다... 한 급 위의 수준입니다.”


“뭐? 인간이 그랜드 마스터 이상으로 강해진다고?”


순간 서역인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더니 그의 손에 은빛의 검이 생겨나며 구학영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졌다.


사악!


카가가각!


구학영의 검이 가볍게 그의 검을 흘려보내며 서역인의 몸뚱이로 찔러 들어갔고 검에 엄청나게 응충된 양강과 뇌전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서역인의 복부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기우우우우웅


꾸르르르르륵


강철도 순식간에 녹이는 극강의 양강과 시퍼런 뇌전이 온몸에 쌓인 서역인은 잠시 몸을 꿈틀 대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고 구학영은 그대로 직각으로 몸을 쏘아올려 약 20장위의 하늘에서 멈춰섰다.


후우웅-


잠시 정적이 흘렀다.


구학영은 검에 시커먼 마기를 두르고 다시 그 위에 뇌전을 감싼 후, 이번엔 전신을 양강으로 뒤덮어 마치 불의 화신 같은 모습으로 검을 휘둘렀다.


후욱- 파바바박!


그의 검이 허공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초식을 펼치자 사방으로 번진 마기의 구름이 대지를 내리치는 뇌전의 형상으로 변해 엄청나게 넓은 반경을 산산조각 낼 듯 타격하기 시작했다.


꽈르르르릉-


쾅!


파지지지직!


콰앙! 콰앙!


파삭!


"...!"


그 때 뭔가를 감지한 구학영이 순식간에 몸을 한 지점으로 쏘아내 엄청난 위력의 시커먼 마기를 흩뿌렸고, 그 검격 한번 한번은 정확하게 서역인의 얇은 검을 강타하고 있었다.


꽝! 꽝! 꽝! 꽝!


후욱!


턱!!


"...젠장."


그렇게 끝없이 몰아칠 것 같았으나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 빛을 번쩍인 서역인의 검에 막혀 그대로 멈춰버린 구학영의 검.


잠시 멈칫한 구학영은 그대로 검을 놓고는 오른손에 시커먼 마기로 도끼의 형을 만들어 쥔 후, 그대로 진천의 ‘나무 패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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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진천 - 65화 22.06.12 363 6 14쪽
65 진천 - 64화 22.06.11 381 7 14쪽
64 진천 - 63화 22.06.11 373 6 11쪽
63 진천 - 62화 22.06.11 380 6 12쪽
62 진천 - 61화 22.06.11 396 6 13쪽
61 진천 - 60화 22.06.11 405 7 12쪽
60 진천 - 59화 22.06.11 426 7 16쪽
59 진천 - 58화 22.06.11 406 7 12쪽
58 진천 - 57화 22.06.11 427 6 14쪽
57 진천 - 56화 22.06.11 430 6 13쪽
56 진천 - 55화 22.06.11 427 7 12쪽
55 진천 - 54화 22.06.11 427 6 14쪽
54 진천 - 53화 22.06.11 447 6 14쪽
53 진천 - 52화 22.06.11 461 7 13쪽
» 진천 - 51화 22.06.11 471 8 13쪽
51 진천 - 50화 22.06.11 486 8 11쪽
50 진천 - 49화 22.06.11 473 8 12쪽
49 진천 - 48화 22.06.11 473 8 14쪽
48 진천 - 47화 22.06.11 471 5 12쪽
47 진천 - 46화 22.06.11 510 6 11쪽
46 진천 - 45화 22.06.11 494 8 13쪽
45 진천 - 44화 22.06.11 492 8 13쪽
44 진천 - 43화 22.06.11 516 6 14쪽
43 진천 - 42화 22.06.11 501 7 15쪽
42 진천 - 41화 22.06.03 547 7 11쪽
41 진천 - 40화 22.06.03 551 7 13쪽
40 진천 - 39화 22.06.02 568 10 13쪽
39 진천 - 38화 22.06.02 543 11 15쪽
38 진천 - 37화 22.06.01 550 8 11쪽
37 진천 - 36화 22.06.01 546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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