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핵지뢰밭

전체 글


[택티쿨 라이프] 발음

도검 갑주류 덕질을 하다보면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고민하거나, 대충 부르다가 나중에 진짜 발음을 깨닫고 희벌떡 놀라는 일이 생긴다. 뭐 표준어라는게 없던 중세고리짝 시절에야 개발새발로 지 멋대로 써갈기는 일은 흔했지만... 그냥 외국어 잘 몰라서 대충 읽다가 딱걸려 쪽팔리는 일 자주 겪었다.


요건 나중에 냉병기 책 쓰면 풀어놓으려고 아껴두던 썰인데, 심심해서 풀어놓음.


낫에 영향받은 폴암 Fauchard는 발음이 포챠드가 아니라 포샤르 정도 된다. 프랑스 출신 무기라서 프랑스식 발음으로 읽는다. 이건 그냥 외국어 잘 모르고 대충 영어식으로 읽던 시절의 실수.

솔까말 유럽에는 워찌 발음해야 하는지 구분이 안가는 폴암 종류가 널렸다. voulge 불지? 불즈? 같은 거... 그런 것들은 무기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서 어느 동네서 주로 쓰였는지 알아보고 그 동네식으로 읽으면 대충 맞음.


할버드는 독어 계열에서 왔지만, 할베르트라고 읽는 것은 대표적인 오기. 그냥 할버드. 핼~이나 ~트 발음은 괜찮음.


보통 클레이모어라고 하면 스코틀랜드 양손검하고 나중에 나온 바스켓힐트 브로드소드 두 종류가 있다. 그런데 사실, 킬트가 만들어진 전통이듯이, 스코틀랜드 양손검에 클레이모어라고 이름붙여진 것 또한 18세기 일,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전통이다. 다시 말해 원조 클레이모어는 바스켓힐트 브로드소드 쪽임. 양손검에다 클레이모어라고 이름 붙인 원흉은 18세기 웨일스 양반. 조또 모르고 걍 스코틀랜드 칼이니까 클레이모어라고 싸잡아부른게 어찌저찌하다 굳어버린 거...


어깨 갑옷을 가리키는 스포울더의 표기. 꽤 논란이 많은 표기인데, spaulder와 spaudler와 spaudeler가 공존한다. 블레어나 오크셧도 spaudler로 표기하곤 했는데. 지금은 spaulder가 더 흔한 표현이 되었다. 중세 영어에서 spauld가 어깨를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설, 원래 spaudler가 더 먼저 쓰였다는 설, OED 사전을 거슬러올라가면 spawdeler가 최초 기원이며 그것이 변형되었다는 설 등등... 오타에서 기인했다는 설도 있음. 개인적으로 언어의 자연적인 변화로 간주한다. 사실 pauldron도 pouldron에서 변형했다는 것 같고.


훈련용 두꺼운 날 검인 페더슈베르트Federschwert. 어뤼쥐날 독어 발음은 피더슈비아트 비슷한데, 뭐 한국어에서 독어 발음 제대로 못 쓰는게 하루이틀 일인가요. 넘어가고...

페더라는 도검 자체는 중세 말 검술학교에서 많이 썼던 물건인데, 근데 당시에는 페더슈베르트라는 명칭은 안 썼던거 같다. 지금까지 찾아본 중세 사료 상에서 이 칼을 두고 페더슈베르트라고 칭하는 것을 못 봤음. 내가 못 찾은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후대에 지어낸 명칭일 가능성도 점친다.


츠바이핸더Zweihänder. ä, 움라우트 a 발음이 참 거시기한데... 한글 표기 시에 에 표기하는 일이 많지만, 애 발음하고도 유사함. 내 막귀에는 그게 그거로 들림. 애에 가까운 에로 발음하라는 멜랑꼴리한 조언도 들었음. 고로 내 꼴리는데로 쓸테야

그리고 이 도검을 가리키는 표현이 되게 많은데. Bidenhänder, Bihänder, Beidenhänder, Doppelhänder 등등... 여기에 오크셧 박사님은 또 걸치아프게 Schlachtschwerter라는 표기도 얹어주시고.

JC는 Zweihänder가 현대에 만들어진 조어라고 말하는데, 독일 사람은 우리도 모름, 독어가 원래 그런 언어니까 포기하면 편해 라고 함. 워찌 말하든 자기들도 그게 다 그거라고 생각한다고... 독어 위키에서는 Zweihänder는 양손검(투핸디드 소드) 전반을 가리키는 항목명에 쓰고, 르네상스 시대 특제 양손검은 Renaissance-Bidenhänder(르네상스 시대 양손검)이라고 항목명을 분류. 딱히 기원이 달라서가 아니라 항목 분류 편의상 쪼갰을 뿐인 거 같음.

결국 내 사료 조사 능력이 딸려서 결론은 못 지었고, JC의 권위에 기대서 비든헨더를 주로 쓰되 안전빵으로 Zweihänder 쓰더라도 태클 안 걸기로 마음 먹음.



근데 공부하면 할수록 비겁하게 중간만 가는 스스로를 깨닫고 냉병기 책은 안 쓰기로 결론내렸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77 일상잡설 | 인간의 정의(定義) 13-05-19
76 택티쿨 라이프 | 스마트 라이프 2 13-05-18
75 택티쿨 라이프 | 장비 점검 *2 13-05-18
74 택티쿨 라이프 | 스마트 라이프 13-05-18
73 일상잡설 | 여자가 달라붙는 시기가 돌아왔다 *4 13-05-18
72 작가 리빙포인트 | 라 만차의 전사들 *8 13-05-15
71 택티쿨 라이프 | 장비는 *2 13-05-14
70 작가 리빙포인트 | 생각해보니 *6 13-05-14
69 작가 리빙포인트 | 13-05-13
68 일상잡설 | 산책하다 13-05-11
67 택티쿨 라이프 | *17 13-05-09
» 택티쿨 라이프 | 발음 13-05-09
65 식도락 | 이 시기가 와버렸구나 *7 13-05-09
64 식도락 | 말 안하는 날 13-05-07
63 작가 리빙포인트 | 의성어 *1 13-05-07
62 택티쿨 라이프 | 카약 *2 13-05-07
61 택티쿨 라이프 | 택티쿨 풀하네스 *4 13-05-07
60 택티쿨 라이프 | 해보고 싶은 것 *4 13-05-07
59 작가 리빙포인트 | 대중에 영합하는 글 13-05-07
58 작가 리빙포인트 | 홍보 *2 13-05-05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