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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던전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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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스토마
작품등록일 :
2024.02.09 14:17
최근연재일 :
2024.03.01 18:3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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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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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5,873

작성
24.0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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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회장님과 브로커 (3)

DUMMY



토요일 오후 9시.


유현은 자신을 맞이하러 온 오혜진과 함께 바 휴브리스를 떠났다.


가게 앞에 대놓은 차를 타고 그녀와 함께 복잡한 도로를 달렸다.


‘회장이라.’


그녀의 말은 사실일 것이다.


차에는 검은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운전수가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이 뒷좌석에 타는 것과 동시에 시동을 걸었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그와 엇비슷한 타이밍에 몇 대의 차량이 주변으로 달라붙는 게 보였다.


‘호위. 아니, 감시인가.’


정확힌 둘 다일 것이다.


새연그룹의 사람들에게 지켜진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유현은 몸에서 힘을 풀고 좌석에 편하게 기댔다.


전에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 있었던가?


호의적이기만 한 대접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절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유현은 얼굴에 힘을 잔뜩 줘 웃음이 터지는 걸 참으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한동안 그렇게 달리던 중 오혜진이 말을 걸어왔다.


“애인이랑은 즐거우셨나요?”


“네? 아, 뭐. 즐거웠죠. 늘 그랬듯이.”


유현은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하지만 속으론 조금 긴장했다. 그날, 그 타이밍에 김하영이 바에 나타난 건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최근 조금 잘해줬더니 김하영이 바를 방문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고, 그날도 그런 거였다.


아직 제대로 길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그녀에게까지 감시의 눈길이 미친다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애인이나 섹스파트너 정도로만 인식해주는 게 가장 좋다. 유현에 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접근할 순 있겠지만, 그 정도에서 그칠 테니까.


“그날은 죄송했습니다. 중요한 얘기 중인데 설마 바에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휴브리스에서 동거하시는 건가요?”


“아뇨, 아뇨. 그렇진 않습니다. 사실 말이 애인이지, 그냥 섹파 같은 거거든요. 모텔비 아낀다고 바로 오는 거예요. 술도 있고 방도 있고, 방음도 잘 되어 있으니 그만한 곳이 없잖아요?”


‘천박하긴.’


오혜진은 자신들이 제공한 바에서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지금 와서 쓸데없는 말로 일을 망칠 순 없었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건가요? 회장님을 뵙는다면 혹시 새연그룹에서 운영하는 호텔 레스토랑?”


“아뇨. 이 만남은 일반인이 봐선 안 되는 일이에요. 그러니 유현 씨가 상상하는 곳은 아니에요.”


순간적이지만 오혜진의 눈에 비웃음이 서렸다.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유현이 만족감을 느꼈다. 애초에 화제를 돌리기 위해 꺼냈던 말이었다. 그녀는 그 떡밥을 제대로 물어준 것이고.


“일반인들이 없는 장소라는 말이네요. 그럼······ 지하 카지노 같은 곳?”


“가보시면 알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오혜진은 입을 다물었다.


차는 한참을 더 달렸고, 서울을 벗어났다. 그리고 더 달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인천항이었다.


어둠이 내리 앉은 인천항에 커다란 유람선이 한 대 대어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오혜진은 유현을 데리고 그 유람선으로 향했다.


“와우. 이런 걸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저기가 우리 목적지인가요?”


“네.”


“빚쟁이들이 잔뜩 타고 있을 것 같은 배네요.”


“그보단 더 무서운 사람들이 타고 있어요. 얼른 가죠.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유현은 오혜진의 뒤를 따라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은 유현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화려했다. 부유층을 위한 도락을 제공하는 각종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은은한 클래식이 흐르는 고급 레스토랑과 고요함이 내려앉은 카지노를 지나 도착한 곳은 어떤 커다란 공간으로 이어지는 입구. 입구 앞에 서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중년 남성이 두 사람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기다리고 있었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오혜진이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사죄했다. 남자는 자신의 골반 높이까지 내려간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늦었어. 아직 준비 중이니까. 허리 펴.”


“감사합니다, 회장님.”


“고생했어. 그럼 그쪽이······.”


남자는 살짝 미소를 띤 얼굴로 유현을 보았다.


“유현입니다. 새연그룹의 회장님을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유현은 새연그룹의 회장, 조재영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유현. 그래. 그랬지. 반갑네.”


조재영이 손을 내밀었고 유현이 그 손을 잡으며 조재영의 모습을 살폈다.


새연그룹이라는 커다란 기업 집단의 총수인 조재영의 얼굴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연예인급으로 자주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TV 뉴스나 신문에 얼굴이 실리곤 한다.


그렇기에 익숙하지만,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재영을 본 유현의 첫 감상은


‘생각보다 작네.’


였다.


170cm 전후쯤 될까? 남자치고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으면 그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키높이 구두를 신거나 깔창을 넣은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늘은 이렇게 멋진 곳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갖추었다.


지금 사태는 그가 바란 게 아니었다.


오혜진의 태도로 보아 양측의 관계를 조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슬쩍 약의 정보를 흘린 것뿐이다. 조재영 회장이 자신을 직접 보려고 이런 곳에 초대한 건 그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자네를 통해 우리가 얻은 이익을 생각하면 별거 아닌 거지. 오늘은 아주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어서 자네와 공유하고 싶어 초대한 거라네.”


거기까지 말한 조재영은 오혜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서 잠깐 쉬고 있어. 끝날 때쯤 다시 오고.”


“네, 회장님.”


“자, 그럼 우린 들어가지.”


오혜진은 보낸 조재영은 유현, 그리고 주변의 수행인들과 함께 앞에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보이는 그대로네. 우리는 이곳을 콜로세움이라고 부르네. 이곳의 메인이벤트 장소이기도 하며 동시에 이 배를 부르는 별칭이기도 하지.”



*



“인간의 가장 큰 오락은 폭력이지.”


야구나 축구장처럼 관중석이 원형으로 쭉 늘어서 있고, 중앙 아래에 무대에 준비되어 있는 구조였다. 다른 팀 스포츠의 경기장처럼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그 열기는 수많은 관중이 모인 다른 경기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폭력을 거리낌 없이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아니야. 그렇기에 대리자를 내세워 폭력을 구경해. 폭력이 절대로 닿지 않는 안전한 자리에서 야생 그 자체인 싸움을 구경하는 거야.”


중앙에 있는 무대는 넓지 않았다.


복싱이나 프로레슬링 경기장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 그리고 무대의 테두리에는 감옥의 그것과 같은 굵은 쇠창살로 만들어진 벽이 세워져 있었다.


“격투기 대회 같은 건가요?”


“비슷하지만 다르네. 현대의 격투 대회는 폭력이 아니라 승부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니까. 하지만 그걸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없어. 중요한 건······ 아, 시작하는군.”


조재영의 말에 유현은 시선을 무대로 돌렸다.


마주보는 문이 열리며 한 명씩의 선수가 들어왔다.


“여자······?”

유현의 중얼거림대로 쇠창살이 쳐진 무대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모두 여자였다. 더 특이한 건, 조재영이 이제까지 했던 말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을 한 여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니, 복장을 보자면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 다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


한쪽은 검은색의 비키니, 다른 한쪽은 하얀색의 비키니다. 대비되는 두 색의 비키니 사이로 보이는 몸매는 평범한 사람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복근 대신 조금 튀어나온 아랫배.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가슴. 그리고 비쩍 마른 팔과 다리. 적어도 격투에 어울리는 몸매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여러 물건이 놓여 있었다.


놓인 물건들도 평범했다.


나무로 만든 의자, 작은 테이블, 플라스틱 도마, 사기 냄비 따위의 물건들.


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무대를 보고 있으려니, 관중석 위에 설치된 몇 개의 스피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콜로세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즐거운 여흥 거리가 시작될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앞서, 늘 그랬듯이 즐거운 미니게임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미니게임?’


[자, 그럼 게임! 시작합니다!]


스피커의 음성이 그치는 것과 동시에 비키니를 입은 두 여자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매에서 예상했듯이, 두 여자의 싸움은 격투가의 그것이 아니었다.


“아아악!”

“꺄아악!”


두 여자는 서로의 양손을 붙잡고 맞붙는 대신, 서로의 머리채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흔히 보이는 여자들의 싸움 그 자체였다.


서로의 머리를 잡아당기자 두 여자 모두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바닥을 뒹굴면서도 상대의 머리카락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


두 여자의 비명과 분노에 찬 욕설이 콜로세움에 가득 퍼졌다.


그에 회답하듯 관중석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이어졌다.


“격투기는 스포츠야. 룰이라는 이름으로 손발을 묶어두었어. 승부를 즐기고 거기에 돈을 거는 건 즐길 수 있지만, 보는 재미는 부족하지.”


조재영이 담배를 입에 물자, 그를 수행하던 남자가 재빨리 담배에 불을 붙였다.


“진짜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싸우는 모습이지. 그런 걸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길 바라는 거야. 예를 들면 그래, 공포 영화를 즐기는 것과 비슷한 감상이지. 무대에서 일어난 일이 잔인하면 잔인할수록, 흐르는 피가 많을수록 내가 얼마나 안전한 곳에 있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


“동감합니다. 확실히 저 모습은 격투기와는 거리가 멀긴 하네요.”


“하하핫.”


조재영은 작게 웃더니 담배를 유현에게 내밀었다.


“피겠나?”


“감사합니다.”


유현은 비흡연자다. 담배를 펴본 적 없는 건 아니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 데다가 주기적으로 돈이 들어가기에 피지 않는다.


조재영에게서 받은 담배를 물자, 마찬가지로 수행원이 그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그래. 격투기와는 거리가 멀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싸움은 쭉 진행되고 있었다.


하얀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새 떨어진, 머리카락이 한 움큼 뽑힌 채 피를 줄줄 흘리는 여자에게 의자를 내려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부서졌다.


“하지만 재미있지. 뭐가 재미있나? 여자가 저러는 게. 가난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여자는 늘 지켜져 왔지. 여자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모두의 머리에 박혀 있어. 그런 여자들이 누구에게도 지켜지지 못한 채 야생에 던져져서 짐승처럼 싸우니까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알 것 같네요.”


유현은 빨아들인 연기를 입에 잠깐 머금었다가 후, 하고 뱉어냈다.


“그럼 오늘은 제게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 부르신 건가요? 감사합니다. 이런 재미있는 걸 보는 건 처음입니다.”


“아니. 진짜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야.”


조재영의 시선이 무대를 향했다.


승부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흰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승리는 확정적이었다. 그녀는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의 위에 마운트 자세로 올라탄 뒤 그녀를 마구 때리고 있었다.


남자의 그것과는 달랐다.


주먹으로 때리는 대신 손톱으로 상대의 얼굴을 마구 할퀴었다. 마지막으로 콧잔등을 입으로 깨물자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항복을 선언했다.


승부가 나자 들것을 가져온 남자들이 검은색 비키니의 여자를 실어 나갔고, 승자인 흰색 비키니를 입은 여자는 양복을 입은 남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어, 몇 명의 남자들이 들어와 무대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부서진 의자를 비롯한 물건들을. 그리고 여자들의 핏자국과 머리카락 등을 깔끔하게 청소했다.


“방금 이겼던 여자를 기억하나?”


“네? 아, 네. 물론이죠.”


“새연그룹 계열사 중 한 곳에서 횡령을 한 뒤 외국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년이지. 남자친구와 작당하고 일을 벌였더군. 남자친구는 돈을 가지고 필리핀으로 도망친 뒤였지. 즉, 그 여자에겐 횡령한 돈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는 말이야. 그래서 이 무대에 선 거지. 승리할 때마다 3억을 제해줘. 패배할 때마다 5억을 늘리지. 그렇기에 저렇게나 필사적으로 싸우는 거야. 여자를 버리고 짐승이 되어서.”


“그런 짓을 저지른 직원에게까지 기회를 주신다니, 회장님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군요.”


여자의 빚은 얼마인지, 또 경찰은 어쩌고 있는지 따위의 말은 묻지 않았다.


‘경고의 의미인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게 어떤 건지 대강 짐작이 갔으니까.


그럼 단지 이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을 여기에 부른 건가?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순간, 다시금 스피커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렸다.


[애피타이저는 즐거우셨습니까? 자, 이제 여러분께서 기다리고 기다리셨던 본게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의 첫 경기! 선수를 소~~~~개 합니다! 산진그룹의 투사! 무패의 복서! 전광석화 김~~~~~ 진우!]


‘산진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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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장님과 브로커 (2) 24.02.18 7 0 14쪽
8 회장님과 브로커 (1) 24.02.17 13 0 12쪽
7 새연그룹과 브로커 (3) 24.02.16 11 0 15쪽
6 새연그룹과 브로커 (2) 24.02.13 15 0 12쪽
5 새연그룹과 브로커 (1) 24.02.12 15 1 17쪽
4 기자와 브로커 (3) 24.02.11 13 0 17쪽
3 기자와 브로커 (2) 24.02.10 18 0 16쪽
2 기자와 브로커 (1) 24.02.09 24 1 16쪽
1 프롤로그 - 던전에 떨어진 브로커 24.02.09 37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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