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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던전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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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스토마
작품등록일 :
2024.02.09 14:17
최근연재일 :
2024.03.01 18:3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11
추천수 :
2
글자수 :
105,873

작성
24.02.1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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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장님과 브로커 (1)

DUMMY



바텐더라는 위장 직업은 사실, 유현이 어릴 적에 잠깐 꿈을 꿨던 직업이다.


누군가는 의문을 표할 것이다.


온갖 더러운 맛을 보고 힘겹게 자라온 데다가 돈을 좋아하는 유현이 어째서 바텐더를 꿈꿔왔는지.


이유는 세 가지.


첫 번째로는 그가 본 바텐더들이 여자에게 인기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섞어서 파는 술이 잔당 만 원이 넘어가는 모습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당당하게 밤에 일하는 직종이라는 것이다.


위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가게를 영업하게 된 지금.


유현은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의 환상일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인기는 직종이 아니라 얼굴과 매너, 그리고 연봉과 사회적 지위로 만드는 것이며 그저 술을 섞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칵테일도 사실 기술과 준비가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세 번째는 생각했던 대로였다.


대낮부터 바를 찾아와 술을 팔라고 난리를 치는 손님은 없었고, 브로커로서의 그가 담피르라는 걸 아는 사람들도 해가 지기 전엔 그에게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위잉-! 위잉-!


“······.”


위잉-! 위잉-!


아주 가끔 보이는,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위잉-! 위잉-!


“옘병.”


계속해서 이어지는 진동을 견디다 못한 유현이 결국 휴대전화로 손을 가져갔다.


“······ 오혜진.”


액정 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번호.


번호 등록은 따로 해놓지 않았지만, 그는 모든 고객의 번호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으, 씨발. 잠 다 깼네.”


유현은 휴대전화를 다시 침대 옆 나이트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상체를 일으켰다.


“끄으응.”


휴대전화의 진동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길게 기지개를 켰다.


그 뒤, 목, 어깨, 팔, 손목, 허리 등 상체의 관절을 푸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슬슬 다리 쪽도 움직이려는 찰나 때마침 휴대전화의 진동이 멈추었다. 유현은 침대에 기대앉은 뒤 휴대전화를 살폈다.


부재중 전화 5건.


읽지 않은 메시지 95건.


유현은 혀를 내둘렀다.


그중 전화 3건과 메시지 38건이 한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주무세요? 전화해도 괜찮을까요?]

[유현 씨? 주무세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잠깐 통화 가능해요?]

·

·

·

[지난번엔 제가 다소 지나쳤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사과의 의미로 한 잔 살까 하는데 어때요? 시내에 괜찮은 바를 알거든요. 바텐더로서의 공부도 겸할 수 있을 거예요.]



“하.”


그녀가 남긴 문자 메시지는 모조리 한 번 만나서 얘기를 하자는 걸로 채워져 있었다. 직설적으로 묻는 다른 사람들의 문자와는 다르게.


유현은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오후 3시 반.


‘애매하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뒤 냉장고를 뒤져 대충 식사를 했다. 식사를 끝낸 뒤에도 시간이 많이 남아, 한동안은 방의 정리나 옷 정리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가게 영업 시작을 20분 앞둔 상황에서야 유현은 오혜진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죄송합니다. 요즘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아서 늦게 잠들어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휴브리스로 오시는 건 어떠신가요?]



메시지를 보낸 그는 오혜진이 그것을 읽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



“요즘 애새끼들은 말이야, 부모 곁을 떠날 때까지 엄마 찌찌를 입에 물고 놓지를 않는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새연그룹의 젊은 회장 조재영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향해 담배 연기를 깊이 뿜었다.


“후우!”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랑 아빠가 다 해결해주니까 책임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어. 뭘 하든 중간에 힘들면 놓아도 괜찮다는 마음을 은연중에 품고 있지. 일을 할 때도 위에서 시킨 대로만 하면 그걸로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그렇습니다.”


“학생 때는 그래도 돼. 눈앞에 놓인 과제만 시키는 대로 달성해도 100점이야. 아니, 120점. 아냐, 아냐! 500점이야, 500점. 하지만 어른은 달라.”


조재영은 엄지와 검지를 모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돈을 받거든. 돈은 일종의 기준이야. 무엇을 나누는 기준이냐?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누는 기준이지. 실력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돈을 받고 일하는 순간 그 사람은 프로야.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지. 살을 째는 의사든, 배를 찌르는 킬러든, 좆대가리를 빨아대는 창녀든. 돈을 받는다면 책임을 다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네, 넷. 아, 알겠습니다.”


“알긴 뭘 알아, 이 씨발년아!”


조재영은 대답을 들은 즉시 책상 위에 놓인 재떨이를 집어 던졌다.


빠악-!


재떨이는 방 중앙에 꼿꼿한 자세로 서 있던 오혜진의 이마 정중앙에 명중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꺾였고, 재떨이가 떨어지고 1초가 지난 뒤 그녀의 몸도 바닥에 넘어졌다.


쿵-!


“아, 아으······ 으으윽······!”


조재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를 붙잡은 채 꿈틀거리는 오혜진에게 다가갔다.


“네 직무가 뭐지?”


“으으······ 으, 음지의······ 마술사들 물건을······ 거래하는 것입니다······.”


머리를 세게 맞은 충격에 약간의 구토감마저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오혜진은 있는 힘을 짜내 조재영의 말에 어떻게든 대답했다.


“그래. 그렇지. 지금 이 일 시작할 때, 이런 말은 듣지 않았어? 음지는 법의 바깥에 위치한 곳이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고. 응?”


“드, 들었······ 우욱······ 습니다.”


조재영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은 뒤 오혜진의 가슴에 담뱃재를 털었다.


“들었으면 그렇게 해. 다른 거 신경 쓸 거 없어. 어떻게든 계속 거래를 하고, 가진 걸 다 내보이게 만들어.”


“그, 그럼 폭력을 동원해도──.”


“브로커를 구속해서 고문한다고? 그 뒤는? 다른 브로커들이 잘도 우리를 중개하려고 하겠네.”


조재영은 그녀의 말을 끊으며 아직 타고 있는 담배를 그녀의 얼굴 가까이, 정확히는 오른쪽 눈으로 가져갔다.


“히, 히익······.”


“뉴스랑 기사로 내보낸 광고가 무척 효과적이었어. 이미 예약 손님이 몰렸다고. 만약 그러다가 그 새끼 뒈지면? 거래처를 알아내기도 전에 그 새끼가 죽거나 도망치거나 다른 곳에 붙어서 물량을 확보 못 하면?”


“하, 하, 하지만 놈은 산진그룹에 노려지는 상황이라 우리가 없으면──.”


“그러니까 이대로도 충분하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진 결과가 이거잖아, 이거!”


“죄, 죄, 죄송합니닷!”


“무슨 짓을 해서라도 놈을 붙잡아. 다른 생각 하지 못하게 만들라고. 여자잖아? 남자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수가 있을 거 아냐. 잘 들어둬. 혹시 놈이 물량을 다른 놈에게 빼돌리거나, 이번에 소문이 도는 그 발모제. 그거까지 받아내지 못하면 담당자를 교체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 아, 아, 알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담당자 교체가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음지의 브로커를 상대할 땐 법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 말은, 음지에 발을 들인 사람도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대기업 그룹에서 그런 사람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건 절대로 새어나가선 안 될 정보. 당연히 관련된 일을 하던 사람을 정상적으로 놓아줄 리 없다.


이건 평생직장이다.


때가 될 때까지 회사를 위해 봉사하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임원자리를 하나 받을 것이다. 그것은 노력에 봉사에 대한 대가이자 동시에 비밀을 품은 채 회사를 나갈 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직? 퇴사?


그보다 먼저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압도적인 재력의 힘으로 철저하게 의문점 하나 없는 사고사가 완성될 게 뻔했다.


조재영은 발로 오혜진의 턱을 밟아 머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곤 품속을 뒤져 경상 치료 포션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툭툭-!


조심스럽게 병을 기울여 그 내용물을 오혜진의 이마에 흘렸다.


재떨이에 맞아 찢어진 상처로 포션이 떨어졌다.


치이-!


약간의 수증기가 피어나고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었다. 흉터 따윈 남지 않았다.


통증이 사라지며 묘한 쾌감마저 피어올랐다.


“시집도 안 간 처녀의 얼굴에 흉터라도 생기면 곤란하지. 아직 써먹을 곳도 많은데. 일어나.”


“네, 넷! 감사합니다!”


오혜진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어?”


“넷!”


“그리고······ 이번 토요일에 ‘배’로 초대해.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 회, 회장님께서······ 요?”


오혜진의 물음에 조재영이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무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귓구녕에도 부어줄까?”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흥. 나가 봐.”


“네, 넷!”


오혜진은 조재영에게 몇 번이고 허리를 90도 이상으로 숙인 뒤 얼른 회장실에서 나갔다. 그녀가 나간 후 조재영은 새 담배를 다시 물고 불을 붙였다.


“잘해 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니까. 대체할 놈은 널리고 널렸어.”



*



“어서 오십시오, 손님.”


띠링-!


작은 종소리와 함께 바 휴브리스의 문이 열리고 단골손님이 들어왔다.


어깨 위로 내려앉은 풍성하면서도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웨이브 헤어.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에는 세련된 진주 귀걸이를 달고 있다.


검은색 재킷 아래로 보이는 새하얀 실크 블라우스는 아슬아슬하게 가슴골이 보일 정도로 단추가 많이 풀려 있었으며, 쫙 달라붙는 검은색 타이트 스커트 아래로는 살결이 내비치는 반투명한 커피색 스타킹에 감싸인 날씬한 두 다리가 보였다.


화장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화려했다.


세월이 새긴 잡티와 울긋불긋한 피부 톤을 확실하게 감추면서도 결코 진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단한 기술과 노력이 느껴지는 화장이다.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감추기 위한 게 아니라, 그 나이의 성숙함과 농염함을 과시하는 듯한 매혹적인 차림새와 화장.


진정으로 배우자나 애인을 사랑하거나 혹은 성적 취향과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넘어가지 않는 남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매혹적인 모습이다. 아마, 그걸 노리고 한 차림새이리라. 유현은 단번에 알아챘다.


‘노선을 틀어 미인계로 간다 이건가?’


글라스를 닦던 손을 멈춘 유현과 눈이 마주친 오혜진의 몸이 잠깐 굳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테이블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 그의 앞에 앉았다.


“오셨군요. 오늘 무슨 일 있으신가요? 평소보다 더 아름다우신 것 같네요.”


유현의 립서비스를 들은 오혜진의 얼굴이 조금. 아주 조금 밝아졌다.


그녀는 옆자리에 핸드백을 올린 뒤, 입고 있던 재킷의 앞섶을 풀었다. 그러자 안에 감춰져 있던, 약간의 땀 냄새를 머금은 향기가 확, 하고 주변에 퍼졌다.


“당신과 만나기로 했잖아요.”


오혜진은 바테이블 위에 양팔을 올렸다.


“칵테일 아무거나 한 잔 부탁해요. 술 들어간 걸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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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장님과 브로커 (2) 24.02.18 7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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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새연그룹과 브로커 (2) 24.02.13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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