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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던전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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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스토마
작품등록일 :
2024.02.09 14:17
최근연재일 :
2024.03.01 18:3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222
추천수 :
2
글자수 :
105,873

작성
24.02.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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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새연그룹과 브로커 (1)

DUMMY



짹짹-!


암막 커튼은 따스한 아침 햇살은 막아도 새의 지저귐은 차단하지 못했다. 새어 들어오는 소리에 김하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아.”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인식했고, 그 순간 눈을 감기 직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김하영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곤 얼른 왼쪽 바지를 위로 걷었다.


“어······?”


다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말끔했다.


“꿈······ 인가······?”


라고 중얼거리는 찰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보기 흉해서 내가 밀어뒀다. 고맙지?”


“헉!”


김하영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침대에 옆으로 누운 유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어······.”


“너무 고마워서 말이 안 나와? 그럴 만도 하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저 말대로라면 다리에 털이 자랐던 게 꿈이 아니라는 말이잖는가?


“흐아암. 지금 몇 시지? 엥? 아직 여섯 시 반밖에 안 됐네. 참. 너 몇 시까지 출근하지?”


“다, 다른 회사와 똑같아요.”


“몇 시? 9시?”


“그보단 일찍 가야죠.”


“여기서 멀어?”


“여기라면······ 일곱 시쯤에 나가면 늦진 않을 거예요. 아마도.”


“그래? 그럼 바로 출근 준비해. 씻고, 화장하고, 옷은 일단 빨아서 말려 뒀으니까 그걸로 갈아입어.”


“······ 네?”

“못 들었어? 출근 준비하라고.”


“······.”


김하영은 무슨 말을 하냐는 얼굴로 유현을 보았다.


“일 가야 할 거 아냐. 왜? 항상 내 옆에 있고 싶어? 그럼 일단 청소부터 시작해.”


“그, 그게 아니라······ 그래도 돼요?”


“뭐가 문젠데? 햇빛? 그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잖아.”


“아······ 아니에요.”


그가 시키는 거라면 그리하면 되겠지. 김하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길, 유현의 곁에서 벗어나는 건 그녀도 바라던 바였다.


“씻을······ 게요.”


“그래. 난 다시 잔다.”


유현은 천장을 향해 몸을 돌린 뒤 이불을 목까지 올리고 눈을 감았다.


김하영은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해서 샤워실로 들어갔다. 얼른 아침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의 말처럼 옷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뽀송하게 말려져 있었다. 옷을 입은 김하영은 마지막으로 화장에 들어갔다.


어제, 손님을 만나야 하니까 화장을 진하게 하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놓고선 결국 구석에만 박아두었던 것도.


그 생각에 반발심이 일었다. 오늘은 최대한 실력을 발휘해, 옅고 자연스러운 느낌의 화장을 했다. 그에게 보여줄 건 아니었으나, 오기 때문에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화장을 진하게 하라는 말은 여자에게 있어 아줌마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이나 자존심을 긁는 말이었으니.


준비를 마치고 가방을 들었다.


“······.”


유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이대로 나가도 될까?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니었을까? 갖가지 생각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왜 그가 자신을 보내주려는 건진 모르겠으나, 이대로 그의 곁에 쭉 머무르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영은 그가 깨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이고 현관으로 나섰다.


넘어진 구두를 세워 신으려고 하는 순간,


“윽!”


갑자기 심장을 조이는 듯한 격통이 그녀를 덮쳤다.


김하영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커······ 흑······.”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벌어진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입을 다물 수 없었고, 바닥을 짚고 엎어지지 않도록 몸을 지탱하는 게 고작이었다.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고민해볼 겨를도 없었던 그때, 뒤에서 유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맞다. 깜빡하고 있었네. 서번트가 된 초기에는 불안정해서 피를 자주 마셔줘야 하는데.”


탁-!


현관 불이 켜졌다.


유현은 그녀를 지나쳐 현관에 섰다. 그녀의 신발을 밟고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었다.


“줄까? 피.”


근육을 쥐어짜고 뼈를 으스러뜨리는 고통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그래. 줄게.”


유현은 웃으며 검지를 깨물었다. 핏방울이 새어 나오는 손가락을 앞으로 내밀자 김하영은 젖먹이 시절의 강아지처럼 얼른 그것을 입에 넣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피를 빨기 시작한 직후 마법처럼 창백했던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물까지 흘려가며 피를 빠는 김하영을 보며 유현이 말했다.


“서번트는 원래 보름 간격으로 피를 마셔야 해.”


뱀파이어의 서번트는 30일마다 주기적으로 피를 마셔야 한다.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일단 그 절반 정도로 잡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몸이 적응하는 시기인 지금은 2, 3일 정도 간격으로 마시는 게 좋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유현은 김하영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이제 괜찮지?”


“네, 주인님.”


김하영은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이제······ 아니지. 잊은 게 있네.”


유현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두 가지 물건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김하영의 머리에 가발을 올리고 안경을 씌웠다.


“바를 오갈 때는 처음 왔을 때처럼 해. 기자인 거 티 내지도 말고.”


“네에, 주인님.”


김하영은 거울 앞에 서서 안경과 가발을 고쳐 썼다. 그러는 동안 유현이 말했다.


“방금 피를 마셨으니 오늘은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퇴근 후에 여기에 올 필요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김하영은 불안한 얼굴이었다.


방금 겪은 그 격통.


그걸 떠올리자 이곳을 떠나는 게 무서워졌다. 다시 그 발작이 찾아오면 어떡하는가? 그때, 유현이 곁에 없으면 자신은 어떻게 될까?


하지만 명령은 명령.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김하영은 작은 목소리로,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한 뒤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그녀가 나가는 걸 확인한 유현은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자자.”


그렇게 중얼거리기 무섭게 바로 잠들어버린 유현이 눈을 뜬 건 오후 다섯 시가 다 돼서였다.


“끄응.”


침대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부터 확인했다.


“슬슬 준비해야겠네.”


그는 한껏 기지개를 켠 뒤 냉장고를 열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샤워를 마친 뒤 바텐더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런 후 ‘문’을 열고 던전으로 들어가 알리아나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포션을 몇 병 들고 나왔다.




*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유현은 평범한 브로커였다.


일이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의 돈은 벌 수 있었다.


그렇게 평범했던 삶이 산진그룹과 어느 마술사 사이를 중개하면서 뒤틀려버렸다.


어떤 마술 도구를 거래하는 중개였다.


음지와 양지의 거래는 반드시 브로커를 통해 행해진다. 양측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물건과 돈을 모두 브로커가 전달한다.


특이하게도 산진그룹에서 먼저 전액을 선금으로 주겠다고 제안했다. 유현은 선금을 마술사에게 전달했고, 돈을 받은 마술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돈을 먹고 튄 것이다.


당연히 분노의 화살은 유현을 향했다.


그는 총에 맞은 채 던전에 던져졌다. 그러나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던전은 다른 세계와 이어져 있었다. 그는 죽어가던 이세계 사람의 피를 빨아 그의 기억을 얻었다. 순식간에 그 세계의 언어와 문화를 배웠고, 그걸 기반으로 이세계의 사람들과 거래를 텄다. 이세계의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통화(通貨)가 다른 세계인지라 일반적인 거래는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물물교환이다. 서로의 세계에 없는, 하지만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거래하기로 했다.


거래가 결정된 뒤 유현은 이 거래에 응할 거래처를 찾기 시작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산진그룹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2위 기업 집단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연그룹이었다.


그들이라면 지속적인 거래를 위해서라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몇 병의 포션을 얻기 위해 내놓는 물건의 양은 상당했다. 물건의 구입이나 보관, 정리, 이동 등을 생각하면 ‘장소’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유현에게 제공된 곳이 바로 이곳, 바(Bar) 휴브리스다.


“버진 모히또입니다.”


유현은 마지막 작업으로 민트 잎을 올린 논알코올 칵테일을 손님에게 내놓았다.


오혜진.


바 휴브리스의 유일한 단골이자 현재 유현이 브로커로서 유일하게 거래하는 상대.


새연그룹 소속으로 유현의 거래 중개를 받아준 사람이자 현재 이 바를 포함한 여러 가지를 새연그룹으로부터 제공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이다.


오혜진은 글라스에 꽂힌 빨대를 입으로 가져갔다.


음료를 한 번 마신 오혜진의 얼굴을 살짝 구겨지는 걸 본 유현이 물었다.


“술이 들어간 녀석으로 다시 내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오혜진은 빨대에서 입술을 뗐다.


술을 마시고 싶었던 게 아니다. 단지 그가 내놓은 칵테일이 더럽게 맛없었을 뿐.


분위기도 좋고 술도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 되어 있는 바지만, 단 한 가지. 가장 중요한 바텐더의 솜씨가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뭐, 위장용 가게니까 어쩔 수 없나.’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에 칵테일을 만들어 본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몇 가지를 따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아마, 가게에 비치된 술 중 이름을 외우는 건 채 열 개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애초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거래를 하기 위해 제공한 가게다. 동시에 그를 지키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가급적 손님은 적거나 없는 게 더 좋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적할 사안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의가 너무 부족하지 않나?’


자신이 아니었다면 유현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거다.


위장이라곤 해도 성심성의껏 접대를 하는 게 예의가 아니겠는가?


오혜진은 글라스를 살짝 밀어내고는 핸드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걸 본 유현은 곧장 재떨이를 꺼내 그녀의 앞에 놓고는 성냥으로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그럼 바로 물건부터 볼까요?”

“네.”


유현은 바테이블 아래에 두었던 포션병들을 꺼내 올렸다.


“경상 치료 포션 세 병. 중상 치료 포션 한 병. 질병 치료 포션 한 병입니다.”


오혜진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지난번보다 많은 물건을 보냈는데 왜 포션의 양은 지난번과 동일하죠?”


“······ 그리고 하나 더. 새로운 물건이 들어왔습니다.”


유현은 다시 허리를 숙여 바테이블 아래에 둔 주황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병을 하나 올렸다.


“신체 강화 포션입니다. 근력, 지구력, 민첩성 등 전체적인 신체능력이 상승하는······ 일종의 도핑제입니다.”


“도핑제요?”


오혜진은 그가 올린 주황색 액체가 담긴 병을 잡아 올렸다.


“어느 정도나요? 지속 시간은 얼마나 돼죠? 부작용은 어떤 게 있고요?”


“부작용은 없습니다. 지속시간이나 정도에 대해서는 직접 알아보셔서 수치화하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유현은 다시 허리를 숙여 주황색 액체가 담긴 포션을 한 병 더 꺼내 올렸다.


“그걸 위해 제가 거래처와 쇼부를 봤죠. 수치화를 위한 테스트용으로 한 병 더 얻어왔습니다.”


“그런가요.”


‘생색내기는.’


아마 그는 처음부터 두 병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이 새연그룹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런 쇼 같지도 않은 쇼를 연출한 것이고.


그렇게 생각하니 유현이 건방지게 느껴졌다.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양과 종류의 물건을 제공했는데, 추가된 건 이거 하나라는 의민가요?”


“죄송합니다. 한 병 한 병의 가치가 엄청난 물건들이다 보니······.”


유현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지만 충분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라고 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새연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포츠팀의 선수들이 복용한다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과를 낼지도──.”


“그 정돈 저도 알아요.”


“······ 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길었네요.”

“가능하면 좀 더 유용할 것 같은 물건으로 교환해주셨으면 싶네요. 그걸 위해서 중개료도 지급하고.”


오혜진은 스툴 옆에 놔둔 머니 케이스를 바테이블 위에 올린 뒤 천천히 바 전체를 눈으로 훑었다.


“이곳을 제공하는 거니까요.”


“저도 그러고 싶긴 합니다만, 그쪽도 사정이 있는지라······.”


“그럼 그 사람을 제게 소개해 주는 건 어때요? 제가 직접 흥정할게요.”


유현은 양 손바닥으로 바테이블을 짚었다.


그는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양지와 음지의 사람이 직접 거래를 하는 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제껏 내려온 규칙이라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걸 위해 저와 같은 브로커가 있는 겁니다.”


“······.”


오혜진은 2/3쯤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올리곤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유현이 바로 성냥을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잘해봐요. 아까 그랬잖아요? 테스트를 위해 한 병 더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그런 식으로 물량도 좀 조절해 봐요. 물건의 다양성도 추구할 수 있도록 해보고요.”


사실, 이 거래는 새연그룹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신비한 힘을 가진 포션과 거래하기 위해 새연그룹이 보내는 물건은 볼펜, 성냥, 그리고 몇 종류의 증류주와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다.


거기에 유현에게 주는 중개료를 합쳐도 이 거래에서 얻는 포션 한 병의 가치에도 한참 못 미친다.


그럼에도 이러는 건 지금의 갑을 관계를 견고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 관계가 시작될 때 압도적인 을을 자처하다가 조금만 인정받는다 싶으면 손바닥 뒤집듯 관계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녀가 이제껏 만난 남자들만 해도 그렇다.


언제나 공주님 대하듯 깍듯한 태도를 보이던 남자들이 잠자리에서 조금만 만족한 모습을 보이면 이제까지의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관계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다. 그녀가 자신과 만나주는 것이니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건 당연한 것이란 걸 망각한 채!


‘남자들은 금세 기어올라서 문제란 말이야.’


또한, 눈치가 없어서 직설적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알아듣질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알잖아요. 당신을 지켜줄 수 있는 건 우리밖에 없다는 걸.”


“하하. 물론입니다. 잘 알고 있죠.”


유현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웃었다.


“아신다면 됐고요.”


오혜진은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벗어두었던 겉옷을 걸치고 유현이 내놓은 포션들을 조심스레 챙겼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일주일쯤 뒤에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필요한 물건을 생각해 놓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십쇼.”


오혜진은 유현의 인사를 건성으로 받은 뒤 몸을 돌려 바를 빠져나갔다.


계단을 밟는 그녀의 발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유현은 웃음을 거두고 눈을 가늘게 떴다.


유현은 오혜진이 남기고 간 잔에서 빨대를 빼고 남은 칵테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조금 밍밍하긴 하지만 못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아깝게 시리.”


그는 잔에 약간 남은 칵테일을 재떨이에 부어 담뱃불을 껐다.


그리곤 오혜진이 올려놓은 머니 케이스를 열었다.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한 신사임당의 숫자를 세어보니, 대충 1천만 원쯤 되는 것 같았다.


거래 물량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그에게 지불되는 중개료는 동결되어 있었다.


“계집년들은 늘 처음의 관계가 쭉 이어질 거라 생각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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