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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만렙 헌터가 힘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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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철인
작품등록일 :
2024.06.24 18:06
최근연재일 :
2024.07.03 20:2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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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수 :
62,084

작성
24.06.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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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하남자의 신관

DUMMY

“엔진이 식기 전에 돌아온다라.”


백무성은 성민의 말을 곱씹으며 피식 웃었다.


그렇단 건 이 던전의 클리어 타임 최고 신기록을 깨야 한다는 건데 그게 가능할까?


“뭐, 돌아오면 적당히 맞춰줘야겠군.”


백무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오랜만에 휴가를 나온 기분이었다.


* * *


[지혜의 시련을 통과하셨습니다!]


“흠.”


성민의 근처엔 처참하게 부서진 문짝과 그 잔해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성민은 그걸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설마 이 정도 망치질로 부서질 줄이야.


문이 생각보다 근성이 없었다.


이 시련을 기획한 놈도 어지간히 대충 만든게 분명했다.


성민은 그 부서진 문을 넘어 나아갔다.


“다음은 뭐냐.”


문을 넘어 일자로 된 복도를 걷자 금방 다음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성민은 시시해서 흥미를 잃기 직전이었다.


그때 알림창이 나타났다.


[정신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정신의 시련?”


호오, 정신의 시련이라.


“이제 좀 남자다운 시련이 나타나는 건가?”


정신력 훈련을 하는 시련이라면 기꺼이 치를 의향이 있었다.


남자의 근성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으니까.


“와라!”


성민이 그렇게 외친 순간 방이 어두캄캄하게 변했다.


성민은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어떤 시련일까? 어떤...


[끄어어어...]


[살려줘...]


“응?”


성민의 눈앞에 처참한 몰골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아니, 그건 이제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걸어다니는 시체.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가 죽었어...]


“...”


그들의 꼴을 보아하니 평범하게 죽은 인간들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깔린듯 다리를 절뚝이는 인간, 물에 홀딱젖은 인간, 호흡 곤란이 온 인간 등등...


[너희가! 너희가!!]


[탑을 좀 더 빨리 공략했어도!]


[너희 때문에 우리가 죽었어!! 각성자들 네놈들 때문에!]


“하, 이것참.”


그들은 탑을 공략하지 못해 발생한 재앙에 휩쓸려 죽은 인간들이었다.


정확하게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여 만들어진 환상이었다.


하지만 환상이라도 이 처참한 모습은 평범한 헌터라면 죄책감을 느끼기 충분한 몰골이었다.


하지만 성민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걸 왜 나한테 그래?”


이딴게... 정신의 시련?


“번지수 잘못 찾았어.”


[이성민이 신벌의 망치(S)를 사용합니다.]


“그 근성없는 것들한테 따져라. 이것들아.”


관계없는 사람 붙잡고 따지지 말고 말이야.


성민의 메이스를 맞은 시체들이 하나씩 붕괴하기 시작했다.


성민은 어이가 없었다.


‘이딴 걸 시련이랍시고...’


정신의 시련이라길래 극한의 고통 같은 걸 줄 줄 알았더니 기껏 한다는 게 사람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거였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무슨...’


애초에 성민이랑 아무짝에도 관계없는 인간들이 탑 공략에 실패한 걸 왜 성민에게 따진단 말인가?


같은 각성자라서?


정말 개같은 소리다.


마치 기업 회장이 비리를 저릴러서 잡혀갔는데 그 회사 평사원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달까?


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짓거리였다.


이 시련을 기획한 놈도 얼빠진 놈이 분명했다.


‘악취미까지 갖고 있고.’


이딴 환상으로 사람을 죄책감에 물들게 하려 하다니.


아주 악질이 따로 없었다.


“상판대기를 좀 보고 싶군.”


매타작을 좀 해야 정신을 차릴까 싶다.


이윽고 성민의 메이스질이 끝나자 암전됐던 방이 밝아지고 맞은편의 닫혀있던 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했다.


성민은 메이스를 붕붕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만약 이 다음에도 이런 재미없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면 실망스러울 것 같았다.


이딴게... 던전?


“이런 거에 고생하는 놈들은 대체...”


그딴게... 헌터?


성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답답한 가슴을 치던 중 어느새 발걸음은 다음 방에 도달했다.


[힘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알림창의 메시지를 받고 성민은 씨익 웃었다.


“이거...”


힘의 시련이라.


그래도 기획한 놈이 머리에 멀쩡한 나사가 조금 남아있긴 한 것 같았다.


“남자다운 시련이 나왔군.”


방에 들어서자마자 수십마리의 고블린들이 성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적의가 가득한 눈빛.


성민은 묘한 미소가 나왔다.


“설마 너희가 끝은 아니리라 믿는다.”


고작 이걸로 힘의 시련이 끝은 아니겠지.


성민은 허벅지에 힘을 응축했다 단번에 도약했다.



-쿵!


-콰직!!!


성민은 고블린 한가운데로 자신의 몸을 내던졌고 동시에 고블린 하나의 머리를 그대로 박살냈다.


고블린의 머리가 마치 수박처럼 으깨졌다.


“키에에에에엑!!”


그 모습을 본 고블린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오, 겁을 먹진 않는군.”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합격이었다.


튜토리얼 탑에선 고블린들이 하나같이 겁을 먹는 바람에 제대로 된 싸움이 되지 않았다.


갈증.


‘그래, 이건 갈증이야.’


제대로 된 싸움에 대한 갈증으로 성민은 투지를 활활 불태웠다.


“오너라.”


상남자가 굶주렸다.


“키에에에에엑!!!”


“언성을!”


-콰직!!


“높이지 마라!”


시끄럽다!


“키에에엑!!”


고블린들은 앞서 달려든 동료들이 순서대로 죽음을 맞이하자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쳤다.


한꺼번에 덮치자.


고블린들은 눈으로 신호를 교환하고 성민을 일제히 덮쳤다.


“머리를 썼구나.”


하지만.


-붕!!


협공? 그런 건 성민에게 통하지 않았다.


한 마리씩 죽어나가던 고블린들이 세 마리, 다섯 마리씩 무더기로 죽어나갈뿐!


-콰직!!!


이윽고 모든 고블린들이 바닥을 굴렀을 때 다음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이건 뭐지?”


인간처럼 서 있었지만 온몸에 털이 뒤덮혀 있는 하이에나 머리의 몬스터.


“늑대 인간? 아니 조금 다르군... 아! 놀이군!”


놀들은 고블린보다 무장이 좋았다.


두꺼운 털가죽을 자랑하느라 방어구는 입고 있지 않았지만 살벌한 무기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철 몽둥이부터 시작해서 메이스, 슬래지 해머, 거기에 커다란 도끼까지.


전부 흉흉하기 짝이 없는 무기들이었다.


“재미있군.”


성민은 다시 한번 투지를 콸콸 불태웠다.


“싸울 맛이 나겠어.”


“크륵, 크르륵...”


놀들은 성민을 먹잇감으로 인식하고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고블린들과 마찬가지로 겁대가리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사자를 몰라보는 하이에나라니.


우습지만 반가웠다.


“똥개는 매가 약이지.”


하이에나가 개과인지 고양이과인진 몰랐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성민은 천신의 메이스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며 나아갔다.


메이스에 묻어있던 핏물과 살점들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크르륵!!!”


놀들이 일제히 성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긴 혀를 낼름거리는 것이 한 입에 씹어먹겠다는 기세였다.


“무식하기는.”


손에 무기를 들었으면서도 주둥이부터 내미는 꼴이라니!


“그러니까 몬스터 꼴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성민 역시 돌진했다.


그리고 맨 앞에서 대가리를 들이밀며 전진하는 놀과 마주쳤다.


그놈이 뻗은 주둥아리를 향해 천신의 메이스가 깊숙히 박혔다.


-촤악!


마치 검으로 베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면서 메이스가 놀의 면상을 납작포로 만들었다.


“깨갱!”


놀은 겁먹은 똥개 소리를 내면서 지면을 거칠게 쓸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둥이들.


열화와 같은 성원이 성민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것들도 학습 능력이 딸리는군.”


앞에 놈이 저 꼴이 됐는데 여전히 주둥이를 내밀어?


자기는 다를 거라 생각하나?


아니면 눈이 돌아갔나?


어느쪽이든 착실하게 교육을 시켜야했다.


“수업료는 목숨으로 받겠다.”


-쿵! 콰직! 푹! 찍! 쾅!


온갖 소리가 퍼질 때마다 깨갱하는 소리도 동시에 퍼졌다.


놀들은 고블린들과 똑같이 바닥과 하나가 됐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후.”


상황을 정리한 성민은 피칠갑된 자신의 얼굴을 닦았다.


하지만 손과 팔도 피투성이라 닦이지 않았다.


“헌터 장비 중에 자동 세척 기능 있는 옷은 없나?”


아마 거울을 본다면 굉장히 야만스러울 것 같았다.


그건 상남자가 지향할 모습이 아니었다.


야만은 문명의 적이었으니까.


“근데 이걸로 끝인가?”


성민은 주변을 돌아봤다.


그런데 이 공간엔 문이 없었다.


“설마... 벌써 끝?”


[축하합니다! 시련을 모두 통과하셨습니다!]


그 순간 알림창과 함께 성민이 어딘가로 전이됐다.


성민이 도착한 곳은 처음에 석상 신관을 봤던 그 장소였다.


“돌아왔군.”


[이놈!]


그때 석상 신관이 부들부들 떨면서 성민에게 호통을 쳤다.


왜 이러실까?


“시련을 통과했습니다. 빨리 주실 거 주시죠.”


[무엄한 놈! 난 네놈을 인정할 수 없다!]


“?”


이게 무슨 헛소리지?


성민은 메이스를 든 오른손에 힘을 꽉 쥐었다.


아직도 놀의 살점과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천신의 메이스가 부르르 떨렸다.


“지혜의 시련을 그딴식으로 통과하고 정신의 시련도 제대로 통과하지 않았다! 네놈에게 보상을 줄 수 없다!”


“허.”


성민은 어이가 없었다.


“설마 네놈이 설정한 방법으로 통과하지 않았다고 트집을 잡는 거냐?”


일단 존댓말부터 때려 치웠다.


뭐 이런 얼척없는 경우가 있단 말인가?


성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관 석상을 바라봤다.


‘성직자는 원래 상남자가 많은데...?’


성민의 친구 중에 전교 1등을 하는 성적이었지만 개인의 신념으로 S대가 아니라 신학대에 진학한 친구가 있었다.


성민은 그 친구를 무척 존중했다.


상남자가 아니면 신념에 따라 행동하기 어려우니까.


그 후로 성민은 모든 종교의 성직자들을 존중하게 됐다.


‘근데 왜 이 신관 석상은 졸렬하게 행동하는 거지?’


성민은 의문이었다.


아무리 돌이어도 성직잔데?


설마...


[너에겐 아무것도 줄 수 없으니 썩 물러가라! 살려서 보내주는 걸 다행으로 여기거라!]


신관 석상은 분노를 뿜어냈다.


그러나 성민은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옹졸한 자의 목소리는 상남자에게 닿지 않는 법.


“알았다.”


성민은 손바닥에 주먹을 치며 확신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돌이라지만 성직자가 이렇게 비열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하나였다.


“이봐 신관.”


[뭐냐. 무슨 말을 해도 네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성민은 피식 석상 신관의 말을 비웃었다.


이젠 준다고 해도 성민은 받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성민은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혹시 네가 섬기는 신이 하남자인가?”


하남자가 주는 걸 상남자가 받을 순 없지.


그 반대는 몰라도.

신전이 잠시 정적으로 물들었다.


[이... 이놈!!!!!]


[오시리스의 사도 신관 석상이 분노합니다!]


[던전 난이도가 C급에서 A급으로 격상합니다!]


[위험! 위험! 위험!]


[감히 그딴 망발을!!!!]


시스템이 경고를 날리고 신관 석상이 유례없는 분노를 보였음에 성민은 덤덤했다.


오히려 성민은 분노한 신관 석상을 보며 피 묻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팠다.


“역시 맞았군.”


원래 정곡을 찔리면 화를 내는 법이다.


가엾은 신관 석상.


하남자를 섬기느라 자신도 하남자가 된 것이 틀림 없었다.


“네 비루한 삶을 내가 구원해주마.”


마침 손에 적당한 정의봉이 있었다.


천신의 메이스가 흉흉하게 빛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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