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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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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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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DUMMY

원작의 페이드는 그 땅에 뭔가 꺼림직한 기운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게 해결될 때까지 영지를 벗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만인이 쳐다보는 와중에 영지를 구해낸 위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모르는 눈치.

나는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렇군. 지금의 네게 초감각은 없지.”

“뭐?”

“아니다.”


일전에 나는 본래라면 페이드가 얻어야 할 대현자의 묘약을 가로챘었다.

그래서 기적의 치유 특성을 얻었지.

원작에서 그 묘약은 페이드에게 돌아가야 할 물건이었다.


‘대현자의 묘약으로 페이드가 얻은 특성은 초감각.’


그것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던 것이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 할래?”

“아무튼 말했다시피 나는 므아로실이 하나의 자물쇠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전설 속에 봉인된 마계측 괴물들은 전부 므아로실이 있던 땅속에 잠자고 있을 거다.”

“......”

“페이드. 너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지?”


페이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슬슬 이 영지를 뜰 생각이었지. 사실 지금까지 죽치고 있었던 것부터가 계획 밖이라서.”

“하루만 더 미뤄라.”

“뭐?”

“내가 볼 때 봉인되었던 괴물들이 내일쯤 부활할 것 같아서 말이야.”

“흠......”


페이드는 이번에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때였다.

콰앙.

갑자기 메이라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그만 좀 하세요! 아까부터 아무 근거도 없는 소리만 하다니.”

“......”

“검이 박혔던 땅을 말하셨는데, 페이드가 므아로실을 뽑을 때 저도 옆에 있었어요. 그 땅속에 뭔가가 있었다면 제가 눈치 못 챘을 리가 없다고요.”

“흠.”

“무엇보다 왜 자꾸 페이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죠? 당신이 ‘한때’ 페이드와 함께 악취 퀘스트를 해결한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례한 거 아닌가요?”


그러자 이번에는 필라어트가 발끈하여 끼어들었다.


“감히 누가 누구한테 무례하다는 건가요. 당신은 이 분이 누구인지나 알아요?”

“남들만큼은 알죠. 철인 아크릴. 페이드에게 붙어서 운 좋게 악취 퀘스트 해결에 숟가락을 얹은 전직 산적 두목.”

“뭐, 뭐라고요?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 분은 아메리의......”


거기서 슬쩍 내 눈치를 살피는 필라어트.

나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끙하며 말을 바꾼다.


“여하튼 여기 이 남자는 발끝에도 못 미치는 위인이라고요.”

“뭐? 말 다 했어?”

“바, 반말? 내가 너보다 200살은 더 먹었어!”

“엘프가 나이 많은 게 자랑이니? 그럼 드워프는 키가 작은 걸 자랑하면 되겠네?”

“아니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나도 너같이 경우 없는 엘프는 처음 봐!”


점점 개싸움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때 페이드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봐. 진정해.”

“페이드. 하지만 저 엘프가.”

“엘프는 둘째 치고, 아크릴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페이드. 진심이에요?”

“물론.”

“대체 왜 그렇게까지 더 근육 덩치를 믿는 건가요. 제가 아무 문제없다고 했잖아요. 저보다 아크릴을 더 신뢰한다고요?”


조금 성장했다고는 해도 아직 페이드는 다른 사람 마음을 읽는 게 서투르다.

그래서 그는 뭐 잘못됐냐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

“엥? 뭘 그렇게 놀라?”

“아직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됐어도...... 전 페이드의 동료인데. 동료보다 저런 근육덩어리를 더 믿다니.”


점점 나에 대한 묘사가 심해지는 거 같은데.


“내가 얘기했잖아. 데스나이트와 싸울 때 아크릴이......”

“하아. 좋아요. 마음대로 해요!”


덜컹.

메이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쿵쿵 발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마침 문 근처에 한스와 폰이 서 있었다.

메이라는 찌릿 그들을 올려보며 말했다.


“뭘 봐? 구경났어?”

“엑. 저요?”

“저리 비켜!”


끼익. 탁.

그렇게 분기탱천하여 밖으로 나간 메이라.

나는 멍한 얼굴의 페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 따라가도 되겠냐.”

“아니 대체 왜 저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네. 저런 모습은 처음인데.”

“난 알 것 같군.”

“뭔데. 말해 줘.”

“그건...... 아니다. 네가 직접 알아내야 하는 일이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내일 나와 같이 가보자고. 므아로실이 박혀 있었던 땅에.”

“쩝. 알겠다. 그때까지 메이라의 화가 풀리면 좋겠네.”

“네가 풀어줘야 풀리지.”

“자신 없는데.”

“천하의 페이드도 많이 죽었군. 홀로 데스나이트와 맞서 싸우던 네 패기는 어디 간 거지?”

“이런 일에 패기까지 동원해야 하는 거냐. ......뭐, 나도 찜찜하니까.”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적당히 달래볼게. 나 참, 이런 일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처음은 아니지 않아?”

“엥?”

“너 어린애들을 달래본 경험 많을 거잖아.”


무심코 내뱉은 내 말에 페이드의 입을 떡 벌어졌다.


“어떻게 알았지?”

“무슨.”

“내가 고아원 맏형 출신이라는 거 말이다.”


아차. 나한테 페이드가 직접 말한 적은 없었던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대답했다.


“고아원 출신인 건 몰랐다. 맏형 노릇을 한 것도 몰랐고.”

“그런데?”

“내가 한스와 폰을 부하가 아닌 동생들이다, 라고 했을 때 네가 말했잖아. ‘너도 동생들이냐.’ 라고.”

“......”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나가듯 했던 말을 잘도 기억하고 있군.”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라서.”

“그렇게는 안 보이는 면상을 하고선 말이지.”

“......”

“나쁜 기분은 아니로군 그래. 나도 네놈이 기억이 깊게 남았거든. 너도 그런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


그는 씩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메이라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걸어 나갔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그때 자일리가 필라어트에게 입을 열었다.


“고생했어. 입만 열면 나이 많음을 자랑하는 엘프 꼬맹아.”

“진짜 당신 하나하나 마음에 안 들어요.”

“페이드야 원래부터 광견으로 불렸으니 그렇다 쳐도, 녀석이 맞이한 동료도 성깔이 장난 아니네. 저런 애가 치유사라니 말세야.”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래. 저 말괄량이에 다혈질 성격을 못 이기고 도망 나온 거지.

그 수도원에서.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도 만만치 않다.”


그러자 프엘리가 대답했다.


“우리 만난지 얼마 안 됐잖아요?”

“하긴 얼마 안 됐지.”

“쿡쿡.”

“후후.”


필라어트가 중얼거린다.


“왠지 둘만 아는 묘한 비밀 기류가 있는 것 같은데요......”

“신경 쓰지 마. 애늙은이야.”

“이 사람이 진짜.”

“그보다 므아로실 얘기나 하자구. 아크릴 말이 사실이라면, 그 땅에는 신마대전 ‘이전’ 세대부터 대활약을 한 괴물들이 튀어나온다는 이야기인데.”


그녀는 손바닥을 비볐다.


“얼마나 대단한 놈들이려나?”

“별 거 없을 거다.”

“응? 갑자기 그렇게 김빠지는 소리 할래?”

“진짜 별 거 없을 거야. 고대의 존재라고 해서 다 강한 게 아니지. 오히려 정반대다.”

“......”

“세월이 흐른 만큼 마계나 신계는 세력도 강해지고 기술도 발전했어. 기본적으로 그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강해지는 존재들이다.”


그러자 세월이 많이 흐르신 자일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한 마디 덧붙였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각 세력의 서열 4위들이라던가.”

“흐흥...... 잘 알고 있네.”

“제 어머니를 말씀하시는 거죠?”

“넌 빠져 줄래?”

“이젠 당신 말은 오기가 생겨서라도 안 듣기로 했어요.”


나는 또 다투기 시작하는 둘을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 다들 별 거 없는 것들이야.’


그래서 원작에서 페이드도 한칼에 놈들을 처리했었다.

물론 페이드 본신의 실력이라기보단 므아로실의 힘을 빌린 것이지만.


‘그러나 단 하나.’


‘그 녀석’ 만큼은 좀 이야기가 다르지.

므아로실로 봉인한 최강의 괴물.

지금 시대로 환산하더라도 족히 각 세력의 100위권 안에 들어갈 괴물이다.


하지만 별 문제 없으려나.

그 괴물도 아직은 ‘엑스트라’ 에 불과할 테니까.

원작의 페이드조차 고전, 아니 거의 반죽음을 당했던 그 놈을 내가 처리한다.


‘그걸로 호감도 역전을 방어한다.’


반드시.





다음 날.

머리를 긁적이며 1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바깥 공기라도 쐴 요량으로 여관 현관으로 다가갔다.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돌아보니 메이라였다.

그녀는 조금 부운 눈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페이드와 어떤 전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

내가 말했다.


“잘 잤소?”

“그럭저럭이요. 그보다 어제는 제가 너무 무례했던 것 같아요. 사과드릴게요.”

“괜찮소. 특별히 무례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하지만 당신은 페이드보다 약해요.”

“이번 건 좀 무례로군.”

“후훗.”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악취> 퀘스트에서 데스나이트를 실제로 처단한 건 페이드였다면서요?”

“녀석이 그렇게 말하던가?”

“제가 캐물은 거예요. 페이드를 탓하지 말아요.”

“그럴 생각 없소. 틀린 말도 아니고.”

“역시.”


그녀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전 딱히 당신의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에요. 단기간에 이렇게 대륙을 울릴 만큼의 위명을 쌓은 철인 아크릴.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건 결코 아니라고요.”

“그런데?”

“하지만 페이드는 단순히 강하다 어떻다의 차원을 뛰어넘었어요. 인간이 크란트라의 위장에 담긴 힘을 벌써 100퍼센트 회수한 것만 보더라도, 그에게는 일반인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요.”

“......”

“가끔은 그가 정말 우리와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 아, 역시 이건 좀 너무 나갔나요.”


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잘도 간파하고 있군. 역시 페이드의 첫 번째 동료.

내 미소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메이라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렇게 웃어요?”

“당신이 페이드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오.”

“......네?”

“잠깐 아침 바람이라도 쐬고 오겠소. 내 일행들이 내려오면 그렇게 전해주면 좋겠군.”


나는 뒤에서 쏟아지는 메이라의 시선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갔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내 몸을 감싼다.

지금 발언 꽤 괜찮았겠지?

여론의 반응은 어떨까?


탁.

기다렸다는 것처럼 화면창이 떠올랐다.


<여론이 당신과 페이드를 주시합니다.>

<여론 반응을 확인하십시오.>

-오. 또 만났다, 또 만났어.

-그래. 니들은 같이 손을 잡는 게 어울려.

-괜히 서로 싸우지 마~ 너희들은 한 편이라고!

ㄴ싸우는 건 독자들이나 싸웠지 ㅋㅋ

ㄴㅇㅇ 정작 저 둘은 관계 양호함.

-페이드 아크릴 만났을 때 반가워서 벌떡 일어나는 거 보소 ㅋㅋ

-아크릴도 꽤 반가워하는 느낌인 듯. 기본적으로 감정 표현이 옅어서 잘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제 둘이 주인공 자리 놓고 한 판 붙으면 잼있을 텐데..

ㄴ너 같은 놈이 젤 문제;; 싸울 이유가 하등 없는데 왜 싸움 붙이냐.

ㄴ뭘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심? 너무 몰입하신 듯.

-메이라랑 필라어트 캣파 느낌 괜찮네 ㅋㅋ 서로 자기네 집사가 최고라고 자랑하는 느낌.

-그나저나 프엘리라는 엑스트라는 또 뭐임? 베리타인가 뭔가 떠나자마자 또 새로운 미녀 등장 ㄷㄷ

ㄴ아크릴이 은근히 매력 있게 생긴 건가?

ㄴ그런 묘사는 없던데..

-확실히 인품의 성숙도 측면에서는 아크릴이 우위이긴 해. 대놓고 자기를 깎아내린 메이라한테도 ‘네가 페이드의 동료라 다행이다.’ 라는 말을 할 줄 아는 것 보면.

ㄴ이것만큼은 확실히 인정. 메이라도 아크릴을 다시 봤을 듯.

ㄴ저런 성격은 그냥 고구마지;; 페이드였다면 진즉 따귀 날아갔음.

-비교질 좀 그만해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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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개소리 +5 24.04.12 410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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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극 +6 24.04.10 437 19 13쪽
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4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2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70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9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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