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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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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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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DUMMY

<자일리>

-등급 : 조연

-설정 : 신마대전 시절 마계측의 사천왕 중 하나였던 에이션트 블랙 드래곤. 마계 서열 4위. 신마대전이 휴전으로 멈춘 이후에는 대륙 곳곳을 다양한 얼굴과 신분으로 돌아다니며 유희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크릴과 조우하고 그의 무력에 압도당한다.

이후 물리적인 협박과 ‘협정 위반 사실을 고발하겠다.’ 는 정신적인 협박에 굴복, 아크릴을 드래곤 나이트로 삼았다.



설정에 몇 줄이 추가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충격적인 건 역시 그녀가 ‘조연’ 급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빌어먹을 페발놈아.’


네놈은 데스나이트에 이어 자일리까지도 조연급으로 만들고 말았구나.

여론의 시선은 이미 한나(자일리)와 주인공이 나눈 의미심장한 대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흑막스러운 그녀의 발언 때문에, 한나(자일리)는 조연급이 되었다.


‘어쩐다. 이제 싸우면 내가 끔살 당할 텐데.’


드래곤 나이트가 되면서 데스나이트마저 이길 정도가 된 나였지만, 역시나 서열 4위를 어떻게 할 방법 따윈 없다.

내가 내심 식은땀을 흘릴 때 자일리가 입을 열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뭐지?”

“네게 금제를 가한 놈은 누구야?”

“......?”

“나조차도 가지고 놀 정도의 실력자가, ‘고작’ 데스나이트 따위에 쩔쩔매야 하는 장면을 연출해야 하는 이유...... 그렇게 약한 척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놈이 누구냐고.”


......

그런 인물 따윈 없는데요.

그러나 다음 순간.

내 머리가 번뜩였다.

여기선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보단 저 오해를 이용해 주는 게 낫겠다.


나는 한숨과 함께 뭔가 있는 척 말했다.


“궁금한가?”

“......뭐, 조금.”

“흐음.”

“대충 짐작은 가. 아마 신계와 마계 측에 존재하는 ‘절대자’ 들이겠지. 안 그래?”


절대자들?

아. 걔네들?

내가 최종보스로 설정해 놨지만, 원작에서는 아쉽게 등장하지 못했던 걔네들 말이지?

등장 못한 이유는 내 소설이 절반쯤 연중 상태여서 그렇지만.


‘마지막엔 페이드가 신계와 마계측 절대자 두 명을 족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내가 이름을 뭐라고 설정해 뒀더라?

원작에 등장하지는 않았어도 이름 정도는 나왔었는데. 아, 분명......


“신계측 절대자 아메리. 마계측 절대자 마키아.”

“......!”


신계측 절대자 아메리는 아메리카노 커피에서 따왔다.

마계측 절대자 마키아는 마키아토 커피에서 따왔고.

전혀 중요하지 않지.


그러나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나에 반해 자일리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양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미, 미친 놈. 그렇게 쉽게 그 이름들을 입에 담아? 어떻게 그 이름들을......”

“응? 아.”


그러고 보니까 그랬네.

너무나 거대하고 전지적인 존재들이라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다는 설정이었지.

자일리가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며 말한다.


“넌 그 둘의...... 이를 테면 적대자 비슷한 거야?”

“글쎄. 내가 대답해야 하나?”

“......”

“만약 적대자라고 하면 어쩔 텐가. 아메리의 적대자라면 몰라도, 마키아의 적대자라면 이 자리에서 죽일 셈인가?”


그렇게 허세를 부리면서도 심장이 떨려온다.

조연급이 된 자일리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는 저 세상이다.

다행히 자일리의 머릿속에서는 ‘나=절대자’ 정도로 인지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들과 동급이라면 감히 내가 털 끝 하나 상하게 할 수 없겠지.”


살았다! 라고 외칠 뻔했다.

나는 내친 김에 목소리를 내리깔며 물었다.


“페이드에게는 무슨 말을 했나?”

“그 미친 놈 말이야? 딱히 아무 것도......”

“꽤 많은 말을 한 것 같던데.”

“새, 생각해 보면 조금은? 하지만 네 정체에 대해서 떠들진 않았어. 그땐 나도 아직 확신이 없었으니까. 그냥 크란트라 위장 챙기라고 조언 정도만 해줬을 뿐이라고.”


그녀는 명백히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나를 엿보았다.

나는 여론의 시선 반응을 떠올렸다.


‘이 녀석이 뭐라 떠들었건, 여론의 시선은 이미 자일리를 조연급으로 인지하고 있어.’


언젠가 다시 페이드를 만나면 가림막은 또 깨지게 되겠지?

그러면 여론의 시선도 자일리를 알아볼 테고.


-어? 그때 그 흑막 같았던 여자다.


이런 반응이 나올 게 뻔할 뻔자다.

이 일을 어떻게...... 응?


‘간단하잖아.’


바꾸면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 다른 얼굴로 폴리모프 해라.”

“뭐? 왜?”

“앞으로 나를 따라다녀야 할 텐데, 마을 소녀1의 얼굴과 설정으로는 함께 다닐 개연성이 없어.”

“그게 무슨 상관인데. 아, 혹시 그것도 금제 중 하나인 거야?”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일리가 다소 풀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날 놓아줄 생각은 없고?”

“두렵나?”

“......솔직히 조금은. 나는 딱 한 번 신계와 마계의 ‘절대자’ 들을 만난 적이 있었어. 그리고 그게 내가 최초로 ‘죽음’ 이 뭔지를 인지한 순간이었고.”

“......”

“얼마 전 너를 만났을 때 두 번째로 인지했지만.”


나는 침묵을 지켰다.


“너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강하지만, 그 두 절대자들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 위험한 여행에 동참하고 싶진 않다고.”

“그럼 지금 죽으면 되겠군.”

“......!”

“두 절대자는 멀리 있고, 나는 바로 네 앞에 있다.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해.”


크읍.

자일리가 입술을 깨문다.

나는 속으로 발발 떨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알았어.”

“그래.”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여 준다.

그러다 한시름 놓고 보니 자일리의 표정이 자세히 보였다.

그녀는 굴욕과 두려움, 분노와 초조함으로 한없이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쯧.’


사실 자일리는 내가 꽤 공을 들인 악역이었다.

원작에서 그녀는 그전까지 등장한 악역과는 결을 달리하는 인물이었다.

페이드의 앞을 가로막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

그것을 묘사하고 싶어서 창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애가 저렇게 초라한 모습이라니.’


원작자 입장으로서 뭔가 마음에 안 드네.

그래서 나는 무심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대신.”

“......?”

“대신 나를 따라다니면 네게 자유를 주마.”

“자유?”

“그 절대자 둘을 마주했을 때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


자일리가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나는 내친 김에 원작 설정을 빌려 계속 말했다.


“네가 마계가 아닌 프란티아 대륙을 돌아다니는 것도 그 트라우마 때문이 아닌가.”

“......!”

“마계에 있으면 절대자 마키아가 네게 흥미를 가질 수도 있으니까. 너와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너, 너는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적어도 내 곁에 있으면 더 이상 그 둘에게 떨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지켜줄 테니.”


순간 자일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화를 내는 건가? 내가 너무 건방진 소리를 했나?


“......알겠어.”


다행히 그건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 약속 꼭 지켜.”

“물론.”

“휴우, 좋아. 얼굴을 바꿔달랬지? 혹시 특별히 원하는 형태가 있어?”

“딱히 없다. 그냥 네가 좋을 대로 해. 지금의 얼굴만 아니면 된다.”

“이름은? 원하는 이름이 있으면 말해줘. 그걸로 할 테니까.”


아니 갑자기 왜 이래?

그런 건 다 네가 알아서 하라고.

게다가 나한테 이름을 지어 달라니 진심이야?

후회해도 난 모른다?


나는 잠깐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급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개 졸리네. 애초에 나 자다 일어난 거라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나는 지금 매우 피곤하다.

베리(Very) 소(So) 타이어드(Tired)하단 말이다.

베리 소 타이어드.

베리타 소이어드.

베리타 소이어.


“베리타.”

“응?”

“베리타 소이어로 해라.”


그러자 자일리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응. 좋은 이름이네.”





다음 날.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상쾌한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한스와 폰이 여관 1층의 식당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형님. 여기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두목. 아침부터 죄송하지만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나는 하품을 꾹 참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여기 이 여자 말입니다.”

“갑자기 아침부터 나타나서 귀찮게 굴고 있어요.”


둘이 가리킨 곳에는 웬 긴 흑발의 여성이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도도하고 콧대가 높아 보였지만, 동시에 얼굴은 앳되고 순수한 티가 엿보였다.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말했다.


“악취 퀘스트를 처리한 아크릴 씨죠?”

“이 녀석! 아크릴 님이라고 불러라.”

“어딜 감히 두목한테 말을 놓다니. 한참 어려 보이는데!”

“나 니들한테 말한 게 아니야. 입 좀 닥치고 있을래?”


자신보다도 10살은 밑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한스와 폰이 겁을 먹는다.

둘은 우물거리다 말했다.


“물론 우리한테 말한 게 아니긴 하지.”

“그렇군. 우리한테 말한 게 아니었어. 내가 깜빡 놓칠 뻔했네.”


잘들 논다.

나는 드륵 의자를 끌어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이오?”

“저는 마법사이고, 용병이에요. 용병 등록증은 여기.”


척.

그녀가 내놓는 증명증은 틀림없이 진품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마법사들 특유의 복장이었고, 팔찌며 귀걸이 역시 원작 속 마법사들의 아티펙트 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당신의 위명을 듣고 흥미가 생겼어요. 저도 함께 동행하게 해줘요.”

“뭐라고?”

“한 마디로 파티를 맺자는 뜻이에요. 기간은 무한으로 해서.”

“......”

“괜찮겠죠?”


뭐하는 양반이래.

나는 한숨과 함께 통성명부터 하기로 했다.

저쪽은 내 이름을 알지만 나는 모르니까.


“이름이 뭐요?”

“베리타 소이어에요.”


그러면서 눈을 찡긋한다.

베리타 소이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

탁.

그녀의 옆에 화면창이 떴다.


<자일리>

-등급 : 엑스트라.

-설정 : 신마대전 시절 마계측의 사천왕 중 하나였던 에이션트 블랙 드래곤. 마계 서열 4위. 신마대전이 휴전으로 멈춘 이후에는 대륙 곳곳을 다양한 얼굴과 신분으로 돌아다니며 유희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크릴과 조우하고 그의 무력에 압도당한다.

이후 물리적인 협박과 ‘협정 위반 사실을 고발하겠다.’ 는 정신적인 협박에 굴복, 아크릴을 드래곤 나이트로 삼았다.

이후 베리타 소이어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바꿔 아크릴과 접촉했다.

여론의 시선이 볼 때는 신규 등장인물이므로, 다시 ‘엑스트라’ 로 강등됐다.


나는 눈을 끔뻑였다.


‘진짜 시키는 대로 했네.’


스스로 기꺼이 엑스트라가 되어주었어!

기껏 조연급으로 올라섰는데 다시 엑스트라가 되어주었다고!

나는 무심코 빙그레 웃었다.

그러자 자일리가 마주 웃는다.


그녀는 드래곤 나이트인 내게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앞으로 잘 부탁해. 베리타 소이어로서.]

‘그 이름 마음에 들었나 보지?’

[어제 이미 좋은 이름이라고 감상을 남겼잖아?]


......

베리 소 타이어드에서 유례 됐다는 건 무덤까지 비밀로 하자.





자일리와 동행하게 된 나는 이후 방침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잠겨들었다.

그때 자일리가 말을 걸었다.


“무슨 생각해요?”

그녀는 왠지 모르게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살가워진 상태였다.

내가 그 이유를 고민할 때,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화면창이 떠올랐다.


<자일리와의 유대 : 1%>


오호, 이것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명확하게 수치로서 확인할 수 있다니 서비스가 끝내준다.

생각해 보면 기적의 치유 특성도 화면창이 자동 등록해 줬었지.

하기사 멀쩡히 복학 준비에 전념하던 나를 이런 막장 세계에 떨어뜨렸다면 이 정도 서포트는 해줘야 마땅하다.


아무튼 아직 갈 길이 멀군.

졸지에 드래곤 나이트가 된 나는 자일리와의 유대를 쌓는 게 곧 무력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1퍼센트의 유대만으로 서열 920위 데스나이트를 잡았다면......’


저 유대가 가득 차면 대체 얼마나 강해지는 걸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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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개소리 +5 24.04.12 410 20 13쪽
25 브레스 +8 24.04.11 416 18 12쪽
24 연극 +6 24.04.10 437 19 13쪽
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3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1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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