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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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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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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6,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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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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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약체

DUMMY

엉?

아. 그랬지.

원작에서 정령의 목소리는 오직 엘프들만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오직 엘프에서만 정령사가 나온다는 설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떻게 정령의 목소리를 듣는 거지?’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은 바로 나왔다.

미하르나 바하르를 만났을 때, 그들 바바리안의 언어를 내가 모국어처럼 이해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원작에서 필라어트가 정령과 대화하는 장면이 곧잘 나왔다.

나는 정령의 목소리는 글자 기울기를 바꿔서 표현했지만, 그래봐야 결국 한글로 표기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지금의 나도 정령의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뭐, 결국 특전 같은 거라 해야겠지.

그때 세계수의 말이 이어졌다.


-필라어트의 동행을 허가하겠는가?

“......예.”

-좋다. 그럼 필라어트여. 그대에게 한 가지 선물을 내리마.


투욱.

갑자기 허공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그나마 조금 생생해 보이는 나뭇가지였다.

필라어트가 그것을 받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설마?”

-느끼는 모양이군. 그대도 확실히 정령들과의 교감이 잘 되는구나. 과연 아이나르의 딸이다.

“......!”

-그 가지만 있으면 ‘모든 종류의’ 정령들을 자신의 몸처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나뭇가지 자체가 무엇보다 큰 증표이니 추가적인 정령과의 계약도 필요 없을 터.

“세계수 님......”

-부디 그것으로 저 영웅을 돕도록 하여라. 그리고 영웅을 뒷받침하여, 다가올 세계의 위험을 막아냈으면 좋겠구나.


필라어트가 두 팔로 나뭇가지를 감싼다.

그녀는 눈물을 주렁주렁 매단 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세계수님을 치료할 분을 모셔오도록 하겠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세계수 님.”

-하하하. 좋다. 더 이상 그 더러운 약을 뿌리지 않는다면 천 년이고 만 년이고 버틸 수 있으니.


......

천 년이고 만 년이고 버틸 수 있으면 그냥 치료가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이제 돌아가거라. 조금 쉬고 싶구나.

“네. 정말 감사합니다. 세계수 님.”


그렇게 목소리가 멀어져갔다.

필라어트는 나뭇가지를 든 채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에텔과 장로들이 서 있었다.


‘저럴 만도 하지. 필라어트는 엘프들의 모든 것인 세계수의 공인 인증을 받은 마당이니.’


지금까지 자기들이 해온 일이 있으니 X됐음을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필라어트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다녀와도 되겠죠? 세계수 님의 허락도 있었고.”

“무, 물론입니다. 그...... 필라어트 님. 지금까지 저희가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는.”

“그건 다녀와서 처벌을 생각해 볼게요.”

“......”

“그러니 그때까지 이 숲을 잘 부탁해요. 만약 제가 돌아왔을 때 숲의 질서가 엉망이 되어 있으면, 그때 미뤄둔 처벌을 배로 내릴 거예요.”


그것은 누가 봐도 자비롭게 용서해 준다는 뜻과 다름없었다.

에텔과 장로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아아. 필라어트 님. 지금까지 정말 죄송했습니다.”

“이런 분을 우리는 이용해 먹기만 하고......”

“아이나르 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이미 모든 정령들을 다루게 되신 당신은 아이나르 님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디 몸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 필라어트 님.”


나는 저들의 모습에 원래 세계의 모 만화가 떠올랐다.


‘나뭇잎...... 아니, 세계수잎 마을인가.’





그렇게 필라어트가 우리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다.

일전의 말과 마차는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엘프가 도륙해 버렸기에 새로 구매를 하기로 했다.


자일리는 자신의 금력을 강조하고 싶은지 시원스레 이번에도 내가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자일리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자일리>

-등급 : 조연

-설정 : 신마대전 시절 마계측의 사천왕 중 하나였던 에이션트 블랙 드래곤. 마계 서열 4위. 신마대전이 휴전으로 멈춘 이후에는 대륙 곳곳을 다양한 얼굴과 신분으로 돌아다니며 유희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나 아크릴과 조우하고 그의 무력에 압도당한다.

이후 물리적인 협박과 ‘협정 위반 사실을 고발하겠다.’ 는 정신적인 협박에 굴복, 아크릴을 드래곤 나이트로 삼았다.

이후 베리타 소이어라는 이름으로 얼굴을 바꿔 아크릴과 접촉했다.

여론의 시선이 볼 때는 신규 등장인물이므로, 다시 ‘엑스트라’ 로 강등됐었다.

그러나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통째로 등장하는 바람에 다시 ‘조연급’ 이 되었다.



......

자일리는 조연급이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싸우면 내가 뒤진다.


‘자일리는 마지막까지 내가 제압 가능한 엑스트라로 있어줘야 돼.’


나는 <가림막>을 활성화하고 마음속으로 대화를 걸었다.


‘자일리. 여기서 헤어지자.’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필라어트 때문에 그래?]

‘뭐?’

[그래. 솔직히 필라어트가 아이나르를 많이 닮긴 했어. 아이나르의 화사한 은발은 내가 봐도 예쁘다고 생각했고!]

‘......’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도 마음만 먹으면 폴리모프로 얼마든지 화사해질 수 있는......]

‘바로 그 얘기다. 새 얼굴로 폴리모프 해라.’


베리타 소이어로서는 네가 조연급이 되었거든.

다시 엑스트라로 돌아가 달라고.

그때 갑자기 자일리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뭔가 미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게 걸린 금제 때문이지?]

‘그래.’

[알았어. 참고삼아 묻는 건데...... 너도 은발을 좋아해?]

‘딱히.’

[알았어. 내가 적당히 알아서 바꿀게.]


그녀는 지금부터가 본론이라는 듯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이름 지어 줘.]


아 귀찮게 또 뭘.

이번 에피소드는 엘프 및 세계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세계수는 월드 트리(World Tree).

엘프는 엘프(elf).

월드 트리 엘프.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으면 프엘리 트드월.

트드월은 좀 이상하니까 드월로 하자.


‘프엘리 드월로 해라.’


자일리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한다.


[좋은 이름이네.]





자일리는 ‘베리타’ 로서 우리 일행과 작별을 취했다.


“잘 가시오.”

“이렇게 짧은 만남으로 헤어지게 돼서 아쉽네요. 제가 이 근방에 볼 일이 있어서......”


그녀는 나와 악수하고 한스와 폰을 돌아보았다.


“둘도 아크릴 씨 잘 보좌하고.”

“크흥. 네가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거다.”

“크흡. 얼른 가. 앓던 이가 빠진 듯 시원하구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시울을 붉히는 한스와 폰.

심히 안구 건강에 안 좋은 장면이지만, 부하 놈들의 인정 많음이 엿보여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둘과의 인사가 끝나자 필라어트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저도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웠......”

“그럼 안녕.”

“어?”


자일리는 필라어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뒤돌아 가버렸다.

졸지에 무시받은 꼴이 된 필라어트가 울상인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저 분께 뭐 실수한 게 있을까요?”


네 어머니 탓이다.

자일리는 필라어트의 어머니인 아이리나하고 앙숙인 설정이니까.

각각 마계와 신계 서열이 4위로 같다보니 더더욱 라이벌이 되어 버렸지 아마.

둘이 맞붙은 승패도 정확히 동률인 걸로 기억하고.

나는 손을 내밀어 필라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경 쓰지 마라. 저 녀석이 좀 까칠한 것뿐이야.”

“아, 네에.”


필라어트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인다.

그때 한스가 킁 콧물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그럼 형님. 이젠 어디로 가시렵니까.”

“일단 하루 쉰다.”

“네?”

“일전에 브레스를 뒤집어 쓴 게 아직 회복이 덜 됐어.”

“완전 멀쩡해 보이시는데...... 아니, 아닙니다. 하루 더 쉬면 저희야 좋지요.”


우리는 그렇게 마을 적당한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하룻밤은 묵은 뒤 아침을 맞이했다.

일어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웬 처음 보는 아가씨가 한스와 폰을 붙잡고 노는 중이었다.


“돌아가라고. 우리 형님은 큰 뜻을 품은 분이시다!”

“그래. 너 같은 일반 모험가가 함부로 뒤따를 수 있는 분이 아니야.”

“푸흡. 쿡쿡.”


나는 웃겨 죽겠다는 얼굴을 한 생면부지 초면의 여인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시오.”


그러자 그 여성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프엘리 드월이라고 해요. 직업은 모험가인데 아크릴 씨의 위명을 듣고 쫓아왔어요. 앞으로 당신의 모험에 동참하고 싶어요.”

“......”

“허락해 주실래요?”


그러면서 눈을 찡긋하는 프엘리...... 아니, 자일리였다.





어두운 방 안에 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블랙 후드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쓴 괴인들이다.

테이블 중앙에는 커다란 촛대가 놓여 있었다.

양초 일곱 개를 꽂아놓은 큰 촛대가.


휘익.

돌연 그 중 하나의 양초에 불이 꺼졌다.

순간 괴인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불이 꺼졌다......!”

“저 양초는?”

“케이젤의 것.”

“케이젤이 죽었다고? 이봐, 오시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나도 몰라. 나 역시 기아르에게 들은 바가 없어.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한다고.”

“드래곤 나이트인 네 질문을 회피하다니. 뭔가 일이 단단히 잘못된 모양이군.”


스윽.

그때 한 괴인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모두의 입이 다물어졌다.

손을 든 괴인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세계수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 같네. 결국 케이젤은 뭔가의 방해가 끼어들어 실패한 것이겠지. 그리고 그 방해꾼에게 죽음을 당한 것이고.”

“그렇게 태연히 말해도 되는 겁니까?”

“......”

“케이젤이 죽었다면 그의 약병도 압수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걸 통해 조사 하다보면 당신에게까지 추적의 손길이 미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당신이 ‘정령에게만 통하는’ 독약을 만든 장본인이니까요. 카르펠 디엠.”


그렇다.

이 괴인들, 즉 ‘재림회’ 의 리더는 대현자 카르펠 디엠이었다.

무려 신마대전에서 활약했던 인간 측의 영웅.

분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그였지만, 사실은 멀쩡히 살아 있을 뿐 아니라 대륙에 모종의 음모를 구미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펠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그 누구도 독약을 통해 나를 연상할 수 없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죠?”

“그 독약은 바바리안들의 성지에서만 난다는 ‘백화의 꽃’을 통해 만든 것일세.”

“그 ‘철인 아크릴’ 에게 의뢰하여 받은 것 말입니까?”

“그래. 그동안은 내 창고에 쌓인 백화의 꽃 비축분으로 독을 제조했지만, 최근에 다 떨어져서 의뢰를 낸 적이 있었지.”

“그렇다면 더더욱 위험하지 않습니까. 아크릴이 혹시라도 그게 독의 원료였음을 알아차린다면......”

“하하. 한낱 머저리 용병이 말인가? 요새 조금 이름을 날린다고 해도, 놈 역시 뇌까지 근육으로 만들어진 용병에 불과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네.”


우득.

카르펠은 두 손을 모으고 관절을 풀었다.

그 흉악한 소리에 모두가 몸을 움찔 떤다.

카르펠이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세계수가 살아남은 건 뼈아픈 일이지만 너무 그렇게 아쉬워할 필요 없네. 그건 우리 계획의 아주 사소한 퍼즐일 뿐이야.”

“으음.”

“그야 그렇지만.”

“뭐, 카르펠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더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케이젤이 죽은 원인은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질문에 카르펠은 고개를 저었다.


“엘프들의 감시를 뚫고 세계수 앞에 당도하는 건 힘든 일일세. 왜 내가 성자 행세를 하는 케이젤을 끌였겠나. 성자의 이명을 이용해 세계수에 접근하게 만들기 위해서야.”

“하지만.”

“그만. 고작 케이젤이 죽은 것으로 더 이상 호들갑 떨 필요 없네. 왜냐하면......”


카르펠은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을 내뱉었다.


“케이젤 그 자는 우리 재림회 중 최약체였으니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수시망님께서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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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개소리 +5 24.04.12 410 20 13쪽
25 브레스 +8 24.04.11 416 18 12쪽
24 연극 +6 24.04.10 437 19 13쪽
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3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1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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