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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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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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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글자수 :
176,134

작성
24.03.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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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주인공스러운

DUMMY

그때 탁 하고 화면창이 떠올랐다.


<여론이 당신과 페이드를 주시합니다.>

<여론 반응을 확인하십시오.>

-ㅋㅋㅋ 드디어 둘이 만남.

-작가 포텐 좀 올랐는데? 독자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게 뭔지 정확히 캐치한 듯.

-‘누구와 누가 싸우면 누가 이김?’ 은 오리엔탈 피테쿠스 시절부터 내려오는 떡밥이지 ㅋㅋ

ㄴ오리엔탈 피테쿠스란다.. 오스트리아 피테쿠스지.

ㄴ왜? 오스트레일리아 피테쿠스라고 하지?

-누가 이길 거 같음?

ㄴ쥔공이 이기겠지;;; 양판소 원데이 투데이 보시나.

ㄴ그렇다기엔 지금까지 산적놈한테 할당된 분량이 제법 많던데 ㅋㅋ

ㄴ양판소 운운할 것도 없이 설정상으로도 페이드가 이길 수밖에 없음. 도마뱀 꼬리도 처먹었고.

ㄴㅇㅇ 산적놈이 먹은 묘약도 남들 치유하는 것만 가능하지 자기는 못 고치잖음. 걘 오러도 못 씀

ㄴ미하르랑 에이미로 로맨스 찍었잖아~ 그럼 이긴 거~

ㄴ둘 다 딱히 뭐가 있던 것도 아닌데 로맨스 타령 ㅋㅋ 손도 안 잡았다 야. 모솔 티내나.

ㄴ댓글 삭제 부탁드립니다.



역시 지켜보고 있다.

원래는 활약상으로만 확인 가능한 여론의 시선.

하지만 그건 내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론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인 페이드만을 주목하기 때문에, 활약상을 모아 그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페이드, 주인공이 있지 않은가.

당연히 나도 주인공의 새로운 에피소드에 참가하는 인물로서 여론의 시선이 쏠리게 된 것이다.


‘저렇게 여론이 기대하는데 내가 내뺐다간......’


끝장이다.

내 호감도는 바닥으로 급전직하할 것이다.

그리고 정확히 같은 이유로, 여기서 내가 멋지게 위기를 넘기면 상당한 호감도 획득을 기대할 수 있겠지.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러다 여론의 시선에서 한 가지 힌트를 읽어낼 수 있었다.


-양판소 운운할 것도 없이 설정상으로도 페이드가 이길 수밖에 없음. 도마뱀 꼬리도 처먹었고.


‘도마뱀 꼬리? 아, 설마 그건가?’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두 팔을 들어 복싱 같은 자세를 취했다.

누가 봐도 싸우려는 기세다.

페이드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진다.

우리의 전투가 확실시되자 흥분한 주변인들이 외쳤다.


“오오. 정말 싸우려는 모양이군.”

“잠깐! 내 길드에서 이러지들 마시오. 싸우려면 나가서 싸워, 나가서.”

“길드장님. 나서지 마세요. 길드장님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고요.”

“누가 이기든 오늘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겠어.”

“형님. 이참에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맞습니다. 그때의 수모를 갚을 기회입니다! 비록 일부러 잡힌 것이었다고 해도.”


그들의 외침이 이어질수록 전투 직전의 긴장감도 고양되었다.

척.

페이드가 검 손잡이를 잡고 발도의 자세를 취했다.

그때였다.


“흠. 그만두지.”


내가 전투 자세를 풀고 팔을 내린 것은.

순간 페이드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흥분하던 좌중도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나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페이드가 짜증을 냈다.


“이봐. 이제 와서 이러기야? 김 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우리 싸움을 기대하는 여기 친구들이 뭐라 하겠어.”

“당신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은 아닐 텐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고.”

“......”

“게다가 나는 ‘아픈 사람’ 과 싸우는 취미는 없거든.”


순간 페이드의 입이 살짝 벌어진다.

우리를 에워싼 구경꾼들의 머리에도 물음표가 떴다.

나는 느긋하게 설명하듯 말했다.


“네 몸 상태가 말이 아닌 거 같아서.”

“크흐흐. 되도 않는 소리를. 내가 감기몸살이라도 걸린 것처럼 보이나?”

“꼭 병에 걸려야만 아픈 건 아니지. 어디 보자.”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페이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리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독됐군.”

“뭣?”

“입가가 살짝 보랏빛으로 변했어. 눈가가 심하게 떨리는 데다 손끝은 새까맣군. 광견의 위생 관념은 악명이 자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닐 터.”

“......”

“꽤 지독한 독이 당한 모양이오? 당신 정도로 굴러먹은 용병이라면 해독제는 항상 챙기고 다닐 텐데 그 모양인 것을 보면.”


페이드의 얼굴에 경악이 담겼다.

그건 주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봐. 넌 알아챘어?”

“그럴 리가. 난 오늘 광견을 처음 보는 거라고. 평소와 다른지 어떤지 알 게 뭐람.”

“겉으로 보기엔 별 티가 안 나는데...... 철인이 거짓말을 하는 건가?”

“아니. 듣고 보면 광견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해. 하지만 어떻게 한 눈에 그걸 알아차리는 거지?”


나는 거기서 결정타를 먹이기로 했다.


‘분명 댓글에서 도마뱀 꼬리를 먹었다고 했었지? 그건......’


내가 말했다.


“그렇군. 알 그레이인가.”

“......! 어떻게 그걸.”


알 그레이.

그건 원작에서 주인공이 해치운 도마뱀형 몬스터이다.

참고로 이름은 작업 중에 얼그레이 차를 마시고 있어서 알 그레이라고 지었다.

온몸에서 지독한 독 안개를 내뿜는 몬스터로, 특히 꼬리에 담긴 독은 저 재생 특화의 트롤마저 죽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가그릴’ 과 마찬가지로 알 그레이 역시 지금은 볼 수 없는, 신마대전에서 활약한 몬스터였다.

당연히 경천동지할 사건이었지만 가그릴 때와 달리 알 그레이는 퀘스트를 받고 해치운 몬스터가 아니라 우연히 조우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소문이 퍼질 일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페이드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는 알 그레이를 퀘스트로서 해치운 게 아니었다. 그저 운 나쁘게 녀석의 영역에 들어가서 싸웠을 뿐이야. 해치운 뒤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네놈의 뒤를 쫓았고.”

“......”

“단지 내 상태만을 보고 알 그레이까지 추측하다니. 대체......”

“뭐, 그런 것보다 몸부터 추스르시오. 이대로 가면 당신은 죽어.”


내 말은 과장이나 공갈이 아니었다.

원작에서 알 그레이를 해치운 페이드는, 녀석의 독의 정수가 모여 있는 꼬리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만독불침> 의 특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특성을 얻기 전까지 2주 간 사경을 헤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식한 페이드는 해독제 한 병 들이킨 것으로 ‘이제 괜찮겠지.’ 안심하다가 쓰러져 버린다.

지금이 바로 그 쓰러지기 직전인 것이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안다.”

“당신은 튼튼한 사람이오. 그리고 튼튼한 사람일수록 스스로의 신체를 과신하는 경향이 있지.”

“전신이 근육덩어리인 네가 할 말은 아닌데.”

“아무튼 좀 쉬도록 하시오. 나는 아파서 빌빌대는 놈과 싸우고 싶지 않으니.”

“네 놈......”


그가 이를 바득 간다.

그러나 곧 녀석의 코에서 진한 코피가 흘러내렸다.

페이드는 제 코 밑을 손등으로 훔친 뒤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 그가 하, 웃음을 터뜨렸다.


“시발. 어쩐지 오늘은 아침부터 찌뿌둥하더라니.”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주변에서 수근거림이 커졌다.


“지, 진짜로 중독됐나 봐. 알 그레이의 독에.”

“알 그레이라니. 그건 가그릴 만큼이나 전설적인 몬스터잖아!”

“아니 페이드 저 놈은 알 그레이를 잡은 것도 보고하지 않은 거야? 아무리 퀘스트가 아니었어도......”

“소문대로 명성에 집착하지는 않는 놈이로군. 그런 주제에 왜 철인에게 앙갚음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아크릴 저 놈은 어떻게 보자마자 알 그레이를 유추한 거지?”

“보통 비상한 놈이 아니라니까.”


척.

그때 페이드가 피 묻은 손가락을 내밀었다.


“너 튀지 마라. 내일 아침에 보자.”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닐 텐데.”

“이딴 건 하룻밤 푹 자면 나아. 잊지 마. 우리가 싸우는 건 내일......”


털썩.

그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픽 쓰러져 버렸다.


“시발. 졸라 춥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휙 기절해 버린다.

나는 그 기막힌 감성에 어이가 없어졌다.


‘진짜 개 미친놈이네.’


이대로 가면 페이드는 죽는다.

원작에서 페이드가 살아난 건 우연히 ‘그 녀석’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훗날 페이드 파티에 들어가서 훌륭히 제 역할을 해내는 조연급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엔 그 녀석이 없지 않은가.


‘어쩌지. 이대로 죽게 놔둘까?’


지금 페이드가 죽으면 자동으로 주인공이 교체되는 거 아니려나.

그 생각을 한 순간.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이 등골을 스멀스멀 타고 올라왔다.

나는 불쾌감의 원인을 파악하려 애썼고, 몇 초 만에 깨닫게 되었다.


‘그렇군.’


나는 페이드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

나는 페이드를 싫어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반대다.

이 녀석을 꽤 좋아한다. 어쩌면 아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첫 작품의 주인공이니까.”

“예? 형님, 방금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다.”


척척.

나는 페이드를 집어 어깨에 들쳐 멨다.

그리고 길드장에게 말했다.


“빈 방 없소?”


그러자 자기 길드에서 소란을 일으키려던 내가 못마땅했는지, 길드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여긴 여관이 아닙니다. 빈 방 따윈 없어요.”


나는 가만히 길드장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우득. 빠드득.

그리고 다시 물었다.


“차분히 생각해 보시오. 정말 빈 방이 없소?”

“......생각해 보니 여관업도 짭짤하겠지요. 이쪽으로 오시지요. 헤헤.”


길드장이 손바닥을 비비며 나를 안내했다.

나는 잠자코 그의 뒤를 따랐다.

뒤쪽에서 웅성거림이 멀어져갔다.

정확히 들리진 않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기를 죽이려 든 놈을 살리려는 건가? 철인 아크릴.”


오늘 나의 대응은 분명 주인공스러웠다.





페이드는 고아였다.

그가 어릴 적 몸을 의탁한 고아원의 원장은 결코 성품이 좋은 인물이 아니었다.

원장은 취미 생활이라도 하듯 아이들을 학대했다.


페이드는 고아원 아이들의 맏형으로써 원장의 손길을 최전선에서 방어했다.

그 결과 그의 몸에는 하루가 다르게 상처가 쌓여갔다.

하지만 페이드는 자신의 상처가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들을 지킨 훈장으로 여겨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은밀한 자랑거리는 하루아침에 무참히 깨지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고 아껴 마지않는 동생들의 소곤거림을 들었던 그 날에.


“페이드 그 새끼 좀 너무 나대지 않아?”

“그치. 우리보다 얼마나 더 먹었다고 맏형 노릇을 하려 들고 말이야.”

“원장한테 깝치는 것도 그 지랄 맞은 성격 때문인가.”

“그 놈이 원장의 기분을 더럽히니까 우리한테도 피해가 오잖아. 퉤.”

“얼른 어디 안 보이는 데 가서 뒈져 버렸으면.”


지금에 와서는 비웃음도 나오지 않는 뒷담화였지만, 어린 시절 페이드에게는 천지가 개벽하는 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 날 이후 페이드는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

어차피 이 빌어먹을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그의 깨달음은 하나의 신념이 되었다.


용병일을 시작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지금조차 결코 파티를 맺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수년이나 얼굴을 맞대고 지낸 동생들조차 자신을 비웃고 욕했다.

그런데 이익관계가 맞아 맺은 파티 따위 믿을 수가 있겠는가.


“짹짹.”


페이드는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떴다.

그는 가만히 천장을 올려보다 중얼거렸다.


“더러운 꿈을 꿨군.”


다시 만나면 반드시 찢어 죽여주겠다 다짐한 옛 동생들 얼굴이 꿈에서 나왔다.

그는 불쾌감을 억누르기 위해 사고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아크릴 그 자식은?’


벌떡.

침대를 박차고 일어선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어제까지 죽을 것 같던 중독증세가 말끔히 사라졌음을.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최근 몇 년 간 지금보다 더 좋은 컨디션은 없었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아크릴 그 자가 나를 치료한 건가?”


그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크릴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둘째 치고...... 만약 정말 구한 거라면, 대체 왜?

자신은 어제 아크릴을 죽이려 했다.

혹은 죽이지 않더라도 팔 하나는 반드시 받아갈 생각이었다. 놈도 그걸 알고 있었을 터.


‘자기를 죽이려 하던 자를 치료하다니. 무슨 성자 행세인가.’


산적 노릇이나 하던 악당 주제에.

그는 빠득 이를 갈려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페이드의 입가엔 어느새 가벼운 미소가 걸려 있었던 것이다.


“후. 정말 웃기는 놈이로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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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역전 +7 24.04.13 378 21 13쪽
26 개소리 +5 24.04.12 410 20 13쪽
25 브레스 +8 24.04.11 416 18 12쪽
24 연극 +6 24.04.10 437 19 13쪽
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3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2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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