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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140
추천수 :
717
글자수 :
176,134

작성
24.03.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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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인면조

DUMMY

그 사이 종업원 여성이 휙 용병을 뿌리쳤다.

그리고 내 등 뒤로 몸을 숨긴다.

살짝 패닉이 온 것인지 정신없이 몸을 떨고 있었다.

그때 여관 주인이 말했다.


“가, 감사합니......”

“감사는 일이 다 끝나면 하시오.”

“예, 예?”

“아무래도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짐승인 것 같아서.”


나는 보란 듯 용병들을 턱짓했다.

과연 그들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휙 무기를 꺼내든 상태였다.

그 기세에 놀란 여성이 꺅 하고 비명을 지른다.


“둘 다 카운터 뒤로 숨으시길.”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아마 그럴 거요.”


저들이 엑스트라인 이상.

주인과 그 딸이 후다닥 숨자 한 용병이 말했다.


“아까 전 우리가 한 얘기도 엿듣고 있었나?”

“그걸 엿들었다고 해야 할까? 워낙 목청이 커서 저절로 들리던데.”

“흐흐. 제 욕을 하는데도 나서지 않던 겁쟁이 놈이 여자 앞이라고 폼을 잡기는.”

“그게 엑스트라들의 사고 한계로군.”

“뭐?”

“기왕이면 한꺼번에 덤벼. 슬슬 자고 싶으니.”


그러자 가장 성질 급해 보이는 놈이 괴성과 함께 덤벼들었다.


“이 건방진 놈!”


녀석의 검이 내 정수리를 쪼갤 기세로 내리꽂힌다.

하지만 이미 벤자민이나 가드너의 경험이 있는 나는 눈조차 깜짝이지 않았다.


타앙! 쨍그랑.

녀석의 철검이 거짓말처럼 두 조각이 나버렸다.

그 중 한 조각은 그대로 옆 용병의 볼을 스치고 벽에 박혀버렸다.


“......”


주륵.

멍하니 제 볼을 문질러 피를 확인하는 용병 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들이다.

나는 목을 우득 풀며 말했다.


“한꺼번에 덤비라니까.”

“으, 으으.”

“싫으면 내 쪽에서 하나씩 가마.”


나는 팔을 뒤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한 놈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녀석은 황급히 양팔을 교차하여 방어하려 했지만.


콰직.

용병의 팔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인다.

내 주먹에 그대로 양팔이 부러진 것이다.

그러고도 힘이 한참 남은 공격에 복부가 그대로 가격 당했다.


“쿠억. 쿨럭.”


가만히 있으면 내장이 상하는 것만으로 끝났을 것을 공연히 양 팔마저 날려버렸다.

녀석이 스르륵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양 옆의 두 용병 놈들이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음을 내며 내 양 옆구리를 찔러 들어왔다.


카강. 카앙!

물론 그들의 검들도 거짓말처럼 박살나 버렸다.

나는 팔을 양쪽으로 뻗어 놈들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크윽. 크억.”

“사, 살려주......”


놈들은 내게 머리부터 들어 올려져 바둥대기 시작했다.

나는 손아귀에 악력을 불어넣으며 마지막 하나 남은 용병에게 말했다.


“기회 아닌가? 내가 양손을 쓸 수 없는데.”

“으, 으으. 으아아아!”


놈은 용기라기보다 패닉에 의해 몸을 움직였다.

단검을 들고 내 심장을 찔러온 것이다.

물론 그것보다는 내 앞차기가 훨씬 빨랐다.


퍼억. 휘익.

내 발차기는 녀석의 턱을 으깨고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재수 없게 혀를 깨물었는지 입에서 피를 주륵 흘리며 바닥에 착륙한다.

그 사이 내 양손에 붙잡힌 두 놈들도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는 중이었다.


추욱.

종래에 그 둘마저 완전히 기절했는지 무게가 무거워졌다.

나는 툭 자루 떨구듯 그들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자 여관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한스와 폰이 그 적막을 깨주었다.


“역시 형님입니다! 믿고 있었습죠.”

“새삼스럽지만 두목은 정말 최강이로군요. 이 미친놈들이 자기 묫자리인줄도 모르고.”


그들의 호들갑 덕분에 조금은 분위기가 풀린다.

나는 슬쩍 여관 주인과 그 딸을 바라보았다.

주인은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냥 너무 시끄러워서 나선 것뿐이오. 감사할 필요 없소.”

“아뇨!”


아뇨! 라고 외친 건 여관 주인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난처한 상황에 몰려 있던 종업원 딸이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까 전 저 쓰레기들이 손님을 욕했을 대는 나서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다 제가 곤경에 처하니까 움직이신 거구요.”

“......”

“용병 중에도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니 생각도 못했어요. 마치 기사님 같아요.”

“됐소. 그런 낯 뜨거운 말은.”

“철인 아크릴님의 소문은 저도 들었어요. 마냥 무서운 사람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분일 줄은.”


그녀가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인다.

나는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에도 이 어색함을 깨주는 건 한스와 폰이었다.


“형님이 한 따뜻함 하지. 뭘 아는 사람이로군.”

“물론 인상은 따뜻하지 않지만 말이야.”

“너보단 낫다.”

“그럼 너보단 두 배 낫겠군.”

“아니 근데 이 새끼는......”


나는 떠들어대는 둘을 내버려두고 품을 뒤적였다.

아까 전 용병 놈들이 자랑질하듯 내놓은 의뢰서이다.


“이 의뢰는 진짜요? 물론 의뢰서는 진짜로 보이지만.”

“사실이에요. 최근 이 마을에 실종자가 연달아 다섯 나왔어요.”

“흠. 아까는 무심코 내가 의뢰를 받겠다고 했지만, 이건 의뢰 양도의 절차가 필요하오. 이 영지의 용병 길드는......”

“이 마을에는 없습니다. 마차로 반나절은 가야 해요.”

“그렇군. 잠깐 다녀와야겠어.”


척.

그러자 갑자기 여성이 내 옷소매를 붙잡았다.


“나중에 사후 보고로는 안 되는 걸까요?”

“음?”

“실종자 중에는 제 친구도 있어요. 레나라고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였어요. 제발, 제발 레나를...... 실종자들을 찾아주세요. 네?”


2미터 거구에 험상궂은 얼굴의 내가 무섭지도 않은지, 그녀는 내게 매달려 연신 부탁을 해왔다.

뭐,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다.

나는 한스와 폰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이 망나니들을 데리고 용병 길드를 찾아가라. 그리고 거기서 철인 아크릴이 의뢰를 이어받겠다고 전해.”

“넵. 그런데 그 말로 길드장이 납득할까요?”

“흐음.”

“길드장도 체면이라는 게 있을 텐데...... 자기 소속 용병이 이렇게 깨지고 돌아온 걸 너그럽게 이해하고 의뢰를 넘겨줄지요.”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


나는 주인공스럽게 말을 이었다.


“보수는 포기하는 수밖에.”

“형님......!”

“두목......!”


나는 활약상과 호감도 보수만 받으면 된다.

길드에서 내어주는 금화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대답한 것뿐인데, 이 세계관에서는 내 대답이 어지간히 충격적인 것이었던 모양이다.

한스와 폰 뿐 아니라 여관 주인과 그 딸까지 아주 그냥 눈물바다다.


“정말 형님은 그릇이 크십니다.”

“자신의 명성이나 보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오직 약자를 돌보기 위해 움직이시다니.”

“철인 아크릴 님. 절대 그 이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게는 아크릴 님이 기사님이에요. 어렸을 적 동화 속에서나 봤던......”


나는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정말 낯 간지러워 죽을 것 같다.

다른 주인공들은 이 찬사를 어떻게 버티는 건지 원.


‘뭐, 지금은 저런 찬사들보다.’


<활약상 100을 획득했습니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160/500>


이쪽이 더 중요하지만.





한스와 폰은 다음 날 일찍 쓰레기 용병들을 굴비 묶듯 엮은 뒤 용병 길드로 떠났다.

용병들은 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내 부하들만으로도 충분히 통제가 가능할 터였다.

뭐, 저것들 상태가 정상이었어도 한스와 폰이 제압하는 것엔 어려움이 없었을 것 같지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틀은 걸리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라.”


둘을 보낸 뒤 나는 본격적으로 실종자 수색에 돌입했다.

어차피 사후보고를 하기로 한 만큼 길드의 허락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빨리 사건을 처리하고 활약상과 호감도를 받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쪽이에요. 기사님.”

“음. 그렇게 부르지 마시오.”

“힛. 죄송해요. 그냥 저절로 기사님 소리가 나와 버려서요,”


이상하게 여관 주인의 딸 (이름은 에이미라고 했다) 이 자처하여 내 안내역을 맡았다.

원래 마을 촌장은 별도의 안내인을 준비해 두고 있던 모양이지만...... 뭐, 상관없겠지.


“여기에요. 레나는 실종 당일 여기를 다녀오겠다고 했었어요.”


레나라는 이름의 에이미의 단짝 친구는 본래 마을 과일 가게의 딸이었지만, 부업 비슷하게 산에서 약초를 캐오는 일도 했다고 한다.

그녀가 자주 약초를 캐는 장소에 지금 내가 서 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흐트러진 흔적이 전혀 없군.”

“네. 마을에서 자체 조사를 했을 때도 같은 얘기가 나왔어요. 산짐승이 해한 거라면 피나 사, 사체......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음.”

“하지만 그런 흔적은커녕 약초들도 하나같이 멀쩡해서 나쁜 얘기도 나왔죠.”

“나쁜 얘기라면?”

“웬 다른 마을 놈팽이와 눈이 맞아서 야반도주한 게 아니겠냐는 말이요. 다들 너무 무책임만 말만 해요.”


그녀는 분하다는 듯 발을 굴렀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큰일 났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싸워 잡아넣는 일만 주로 해왔던 나다.

이런 추적이나 수색 퀘스트는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런 일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원작에 나오지도 않은 부분이라 쉬우리라고 생각했건만.’


하지만 잘 따져보면, 원작에 등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월한 임무라는 보장은 없었다.

일례로 원작 초반에 페이드 놈이 토벌한 인면조 ‘가그릴’ 사건이 있겠다.


인면조 가그릴.

이름은 내가 가글로 가글링을 한 뒤에 작업해서 가그릴로 지었다.

아무 의미 없지.


아무튼 가그릴은 자기가 잡아먹은 사람으로 얼굴을 바꿀 수 있는 희귀 몬스터다.

설정 상 꽤 뒤에 나오는 주요 스토리의 복선인 녀석인데, 지금은 상관없으니 차치하고.

아무튼 가그릴의 첫 등장을 표현할 때 이런 문장을 적은 기억이 난다.


-사실 가그릴이 노린 마을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즉 과거 네 번이나 여러 마을을 몰살시킨 존재라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작은 산골 마을들만 헤집고 다녔으며, 생존자가 단 한 명도 없어서 그 목격 정보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늘에서 먹잇감을 움켜쥐는 사냥 습성 상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점도 컸다......


......

......?


‘어. 잠깐만.’


뭔가 지금 상황과 비슷한 것 같은......

그때였다.


“에이미.”

“응? 앗.”

“에이미, 에이미.”

“레나? 기사님! 레나 목소리에요!”


에이미가 정신없이 주변을 살핀다.

곧 그녀는 한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레나! 레나에요!”


그녀가 가리킨 곳은 가히 백 년은 넘었을 법한 거목의 잎사귀 사이였다.

무성한 수풀 사이로 웬 앳된 소녀의 얼굴이 엿보였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진짜 X 됐다는 것을.


‘인면조 가그릴......’


‘과거 네 번이나 마을을 몰살시킨’ 놈.

그 네 번 중 한 번이 바로 이 마을인 것이다!


“레나! 이 바보야. 사람 걱정 끼치더니 뭐하는 거야.”

“에이미. 에이미.”

“나무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 탔대? 빨리 내려와. 어서.”


에이미가 반가운 얼굴로 나무에 달려가려 한다.

나는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멈춰.”

“앗. 기사님?”

“뭔가 이상하다.”


인면조가 꾸며낸 얼굴은 오랜 단짝친구조차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큼은 인간의 그것이라 하기엔 다소 어색하게 들린다.


“아무 말이나 걸어봐라. 아까부터 네 이름만 부르고 있잖나.”

“아...... 네, 네. 음, 레나? 마을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어.”

“에이미, 에이미.”

“아,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맨날 울고 계시고.”

“에이미, 에이미.”

“나도...... 잠깐. 다른 말을 좀 해봐. 레나. 나 무서워.”


가그릴이 대답했다.


“에이미, 에이미.”


에이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가그릴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지만, ‘뭔가 잘못됐다.’ 라는 것까지 모르지는 않을 테니.

에이미가 간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기사님......”


나는 순간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내가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건가?’


원작에서 가그릴은 페이드 놈의 ‘첫 고비’ 였다.

가그릴은 어중이떠중이 돌아다니는 일반 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뒤에 연결될 ‘그 스토리’ 의 복선이었으니까 말이다.

결국 페이드가 가그릴의 목을 자르긴 했지만, 녀석도 큰 부상을 입고 한동안 회복에 전념해야만 했다.


‘근데 내가 가능할까?’


그때 내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아직 고유능력 추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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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4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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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2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 인면조 +10 24.03.26 770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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