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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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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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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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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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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뢰

DUMMY

나는 그의 말에 적잖이 놀랐다.

페이드가 지금까지 혼자 떠돌아다녔던 건 타인을 믿지 못해서다.

어렸을 적 ‘동생들’ 에게 입은 트라우마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그가 나에게 동행을 제안하고 있다.

이게 뜻하는 바는......


‘페이드는 나를 신뢰하고 있다!’


원래 페이드가 신뢰할 첫 조연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내가 ‘주요 조연’ 이 된 것이다!


“대답 기다리고 있다. 아크릴.”


아, 그래. 같이 다니자고 했었지?

......

미쳤냐?

이번에 너와 함께하면서 내가 얼마나 개고생 했는지 알아?

네가 주절주절 데스나이트의 유례를 읊지 않았다면 녀석은 ‘엑스트라’ 로 남아 있었을 거란 말이다.


여론의 시선은 항상 널 따라다니잖아.

그러면 언제 엑스트라가 조연급이 될지 모른다고.

아무리 이번에 내가 드래곤 나이트가 되면서 본신의 실력을 키웠어도,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단 말이야.


“거절하지.”

“그런가. 아쉽네.”

“의외로 빨리 포기하는군.”

“거절할 것 같았어. 네가 기절해 있는 동안 네 ‘동생들’ 에게 들었다. 뭔가 큰 뜻이 있어서 산을 내려왔다지? 때마침 내가 나타났고, 넌 나를 이용해 체포당한 척을 한 거라던데.”

“......”

“결국 소문이 맞았다는 거지. 네가 일부러 붙잡혀줬다는 소문.”


나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페이드는 키득이며 말했다.


“원래는 상당히 열이 받아야 마땅할 텐데...... 이상하게 너한테는 화가 나지 않는군.”

“흐음.”

“네 큰 뜻이 뭔지 모르겠지만 꼭 이루길 바란다. 나도 나대로 더욱 성장하겠어.”

“......”

“그리고 언젠가 더 큰 물에서 다시 만나자. 빚은 그때 다시 갚으마.”


빚이라면 내가 중독된 그를 살려준 걸 말하는 걸까.

덜컥.

그는 의자를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무심코 물었다.


“가려고?”

“어.”

“그럼 이 위장은 가져가.”

“뭐라고?”


솔직히 먹을 마음 뚝 떨어졌거든.

나는 잘 안 움직이는 팔로 힘겹게 위장을 집어 들어 페이드에게 던졌다.

탓. 파앗.

그는 위장을 받아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 왜 나한테 주는데. 데스나이트는 네가 잡은 거잖아?”

“그 뒤에 막타......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녀석을 죽인 건 너였잖나.”

“아니, 하지만.”

“내 꿈에 그 위장은 필요 없어. 하지만 너한테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군.”

“아크릴.”

“큰물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었지? 그러려면 그걸 먹어라. 빨리 나를 따라잡아야 하지 않겠나.”


페이드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그의 어깨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곧 그가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하하!”

“......”

“넌 정말 뭐랄까...... 아니, 내게는 너 같은 놈을 표현할 재주 따위는 없군 그래.”

“......”

“잘 먹으마. 나중에 괜히 줬다고 후회하지 마라.”


그는 위장을 자신의 자루에 집어넣었다.

솔직히 서열 4위의 힘을 받지 않았다면, 아무리 입맛이 떨어졌어도 나 역시 저 위장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게는 저 위장이 진수성찬을 실컷 즐긴 뒤 디저트라며 내놓는 민트초코피자로 보였다.


“대신 이거 받아.”


휙.

페이드가 뭔가를 던진다.

이번에도 그건 내 이불 위로 떨어졌다.

확인하니 작은 반지였다.


“이건?”

“알잖아. 악취 퀘스트의 보상은 워낙 유명하니까.”

“미가라아의 반지......”

“그래. 신마대전에서 신계측 3위였던 미가라아가 프란티아에 남긴 반지야. 코임 백작 가문이 대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녀석이지.”


참고로 미가라아는 4대천사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아우리엘의 각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나 치고는 제법 신경 써서 지었다고 할 수 있겠지.


나는 반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지? 미가라아는 협정 때문에 신계로 되돌아갔으니까.”

“......”

“그래도 신마전쟁에서 미가라아가 이걸 인간들에게 넘길 때 그랬다며. 언젠가 자신에게 반지를 내밀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는 반드시 들어주겠다고 말이야.”


확실히 그런 설정도 있었지.

본래는 신마대전 당시 제국 황제가 받았던 물건이다.

그러나 모리암 숲에서 자신이 신임하던 코임 백작이 전사하자, 황제는 진심으로 애도하며 백작의 아들에게 반지를 위로품으로 넘겨줬었다.

그게 대대손손 이어져 지금은 내 손에 있게 된 거고.

악취 퀘스트의 보상으로서.


페이드가 말했다.


“그냥 기념품으로 가져라. 원래 내가 챙기려고 했는데, 네가 위장을 줬으니 답례야.”

“음.”


......

이거 스토리 상 네가 엄청난 손해가 될 텐데?

미가라아의 반지가 크란트라의 위장보다 백배는 더 요긴하게 쓰일 거란 말이다.

물론 내가 이런 걸 말해줄 리 없다.

나는 담담하게 반지를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잘 받지.”

“어. 나 간다.”

“그래. 잘......”


쾅.

내가 대답을 끝맺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버린 페이드.

역시 싹퉁머리 없는 녀석이다.


‘뭐, 그래야 페이드답지만.’


나는 피식 세어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그때 탁 화면창이 떠올랐다.


<활약상 800을 획득했습니다.>

<다음 여론의 시선을 얻기까지 필요한 활약상 : 910/700>

<호감도 200을 얻었습니다.>

<아크릴 데이그의 호감도 : 290>

<페이드 아우트의 호감도 : 480>


어머나.

활약상이 무려 800이나 들어왔다.

호감도도 자동으로 200이 올랐어.

페이드와 함께 행동했기에 따로 활약상으로 여론의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겠지.


‘페이드도 저번보다 호감도가 200이 올랐군. 나와 똑같아.’


이번 사건에서 여론의 시선은 우리 둘을 비슷하게 평가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유일한 주인공과 동급으로 평가받았단 뜻이기 때문이다.


<여론 반응을 확인하십시오.>

-큰 거 왔다.. 꽉 잡아라..

-이게 이렇게 되네 ㅋㅋ 쥔공과 산적의 협력 퀘스트라니!

-생각보다 둘이 티키타카가 잘 되는 듯. 까칠한 페이드와 무심한 아크릴..

ㄴ아크릴도 페발놈의 인성을 참지 못하고 결국 말 놓음 ㅋㅋㅋ

-의외로 설정이 탄탄하군요. 신마대전이나 휴전협정이니.. 그냥 막 쓴 느낌은 아니네염.

-쥔공과 산적 손발 꽤 잘 맞네. 마냥 협공하는 게 아니라 차륜전 펼치는 건 제법 잼섰당

-둘의 파워도 대충 비슷한 듯?

ㄴ뭔솔. 누가 봐도 아크릴이 페이드보다 세지 ㅋㅋ 마지막에 페이드도 인정했자너

ㄴ꼭 그렇지만도 않음. 특히 이제는 페이드가 위장을 먹었으니 아크릴도 발라버릴 듯.

ㄴ그것도 맞는데, 사실 그 점이 산적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듯. 누가 봐도 파워업할 아이템을 쥔공한테 넘겼으니..

ㄴ산적은 이제 주요 조연인 게 확정이네요. 아마 쥔공이 말한 대로 나중에 더 큰 물에서 다시 만날 것 같습니다.

ㄴ조연이면서 동시에 라이벌 위치인 것 같음. 쥔공이 산적에게 자극 받은 걸 보면..

-근데 한나라는 여자는 대체 뭐임? 그냥저냥 쥔공네들에게 감탄하는 엑스트라 역할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ㄴ뭔가 대놓고 흑막 삘이 났죠. 아크릴을 보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거나.. 데스나이트 약점을 꿰고 있거나..

ㄴ앜ㅋㅋ 아르멜리아 아니었냐고 ㅋㅋ

-난 돼지 위장보다 미가라아의 반지라는 게 더 신경 쓰인다.. 페이드가 너무 큰 걸 넘긴 것 같음.



저번 여론보다도 훨씬 더 나를 인정해 주고 있다.

나는 흐뭇하게 웃다가 뒤로 갈수록 인상을 찌푸렸다.


‘한나...... 즉 자일리를 여론의 시선이 의식하고 있다.’


분명 가림막으로 가려뒀지만, 가림막 능력은 주인공이 접촉하는 순간 깨지는 약점이 있다.

아마 내가 데스나이트와 싸우는 도중 페이드와 자일리가 나눈 대화가 있나 보다.

그건 가림막이 깨졌을 테니 여론의 시선도 확인했겠지.


‘무슨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눈 거야. 젠장.’


이러시면 대단히 곤란......


“으.”


개 아프네 진짜.

나는 억지로 앓는 소리를 죽였다.

비록 지금은 페이드와 헤어져서 여론의 시선이 떠났겠지만, 언젠간 활약상을 차감하고 여론의 시선을 돌릴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지금 장면부터 묘사되면 내가 앓는 소리 내는 것도 보여지겠지.


‘지켜야 한다. 호감도!’


나는 뒤척이며 아픔을 참아냈다.

그러다 갑자기 이게 뭔 개고생인가 하는 억울함이 들었다.

혼자 남았을 때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니!

애초에 왜 이딴 개연성 똥망의 소설에 빙의되어서는!

서러움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두목.”


한스와 폰이 뛰어 들어온다.

순간 내 눈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


“음. 왔나.”





한스와 폰은 몇 시간이나 내 옆에서 재잘거렸다.


“지금 형님의 이름이 얼마나 울려 퍼지는지 아십니까?”

“두목은 무려 200년이나 미해결이었던 7대 난제 퀘스트 중 하나, 악취를 해결하신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용병 놈들이 사인이라도 받아야겠다며 여관 앞에 줄을 섰었다고요. 저랑 폰이 몰아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원.”

“코임 백작도 직접 두목의 얼굴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페이드 그 놈이 알 바 아니라며 보상이나 내놓으라고 해서 없던 게 됐지만요.”

“이 기세면 다른 영지 귀족들도...... 아니, 어쩌면 중앙의 황족들에게도 알려질지 모릅니다! 훈장이라도 받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무려 2시간이나 아픔을 참아내며 엄근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좀 나가라. 잠이라도 자게.’


현실에서 아픈 티를 못 낸다면 꿈에서라도 내고 싶다고.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결국 나는 2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꾀를 내었다.

우수에 젖은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후. 조금 피곤하군.”


그러자 한스와 폰이 호들갑을 떨며 벌떡 일어난다.


“아, 이런. 아직 상처가 회복되지 않으셨을 텐데...... 한스가 너무 눈치가 없었군요.”

“이 자식이. 지도 같이 떠들어댔으면서 왜 나만 갖고 그래.”

“이게 다 한스의 잘못입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죠.”

“야.”

“자자, 한스. 나가자. 언제까지 두목을 괴롭힐 셈이냐.”


결국 폰이 한스를 끌고 나가는 모양새로 둘은 밖으로 나갔다.

탁.

나는 문이 닫히길 기다렸다가.


털썩.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리고 꼴까닥 기절해 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어나.”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며 말한다.

나는 무심코 ‘5분만 더’를 말할 뻔했다.

하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그 말을 참아내고 눈을 떴다.


“자일리.”

“그래. 나야.”


아 제발 좀.

페이드 다음에는 한스와 폰이더니. 이번에는 너냐.

나는 힘겹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좀 쉬고 싶군. 내가 당한 부상이 가벼운 게 아니라서.”

“푸핫.”

“......?”

“개소리 말고 일어나. 너 지금 완전 말짱해졌으니까.”


엉?

나는 그녀의 말대로 일단 벌떡 일어나 보았다.

정말이다.

온몸이 상처 하나 없었다.

분명 뼈와 근육이 드러났을 만큼 중상이었을 텐데?

지금은 부상은커녕 굉장히 상쾌하고 머리가 가벼웠다.


머리가 가벼워지자 무섭게 회전한다.

자일리가 뭐라고 말하려 했다.


“그게......”

“잠깐.”


나는 그녀의 말을 멈추고 화면창을 불러냈다.


‘지금 이 장면, 가림막으로 가리겠다.’


마치 내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화면창에 문장이 떴다.


<가림막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5분 간 여론의 시선은 아크릴과 자일리를 인지하지 못합니다.>


휴우, 안심이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자일리가 인상을 찌푸린다.


“왜 사람 말을 막아놓고 한숨을 쉬는 거지?”

“네가 사람인가.”

“......”

“농담이다. 아무튼 내가 어떻게 멀쩡한 건가. 내 기적의 치유 특성은 스스로에게 걸 수가 없는데.”

“그게 드래곤 나이트의 재생력이라는 거야. 설마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드래곤 나이트도 내가 만든 설정이었고, 그 특유의 재생력도 분명이 원작에 등장한 바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놀라울 정도였다.


“여기는 왜......”


왔냐, 라고 물어보려 할 때.

탁 하고 자일리의 옆으로 화면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내 입이 떡 벌어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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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8 20 12쪽
» 신뢰 +2 24.04.05 574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2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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