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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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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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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글자수 :
176,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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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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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설의 검

DUMMY

프엘리(자일리)가 합류한 뒤 우리는 다시 여정을 계속했다.

참고로 일전에 엘프들이 박살낸 마차와 말은 다시 한 번 자일리가 구매해 주었다.

이번에도 마부석은 한스와 폰의 차지였다.

마부석과 연결된 쪽문 너머로 그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거 기시감이 드는데. 전에도 베리타가 돈자루를 풀었잖아. 그 녀석이 떠나니까 이번에는 프엘리라는 사람이 붙어서 마차와 말을 사주다니.”

“그러게. 세상엔 부자들이 너무 많아.”

“베리타 그 녀석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헤어진 지 하루 만에 찾는 거냐. 어지간히 그 녀석이 마음에 든 모양이지? 하긴 헤어질 때 펑펑 울었던가.”

“누가 할 말을. 네놈도 눈물 콧물 질질 짜지 않았냐.”


그들의 대화에 자일리가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베리타? 그게 누구야?”

“크흠! 그런 사람이 있다. 네가 알 바 아니야.”

“한 가지만 말하자면, 너보다 백배는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분이었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자일리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귀여운 것들...... 이러다 정 들겠네.”


그때 필라어트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크릴 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역시 세계수를 구할 위인을 찾아가시는 거지요?”


글쎄.

아직 나는 ‘그 녀석’ 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원작의 시간대라면 슬슬 페이드와 만났을 법도 한데...... 내 개입으로 원체 시간축이 뒤틀렸으니 원.


그때였다.

탁.

갑자기 내 앞에 화면창이 떠올랐다.


<페이드 아우트가 호감도 200을 얻었습니다.>

<아크릴 데이그의 호감도 : 1,140>

<페이드 아우트의 호감도 : 700>


......

뭐...... 라고?

갑자기 페이드의 호감도가 200이나 올랐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뭔 짓을 벌인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시간축이 원체 뒤틀려서 지금 녀석이 무슨 짓을 한 걸지 감이 잡히지가 않는다.


‘여론의 반응을 봐야 해. 보여줘!’


하지만 화면창은 묵묵부답이었다.

하긴 여론의 반응은 내가 활약상을 모아서 여론의 시선을 돌릴 때만 볼 수 있었지.

어떡한다.

기껏 호감도를 추월해 뒀더니 페이드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세 번 여론의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저걸 추월당하면 안 되는데.


“음. 음?”

“왜 그러세요?”

“아니. 잠깐.”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고유능력 1회 추가 권한을 얻었었지?

설마 이 능력도 추가할 수 있으려나?

나는 빠르게 화면창에게 마음속으로 원하는 능력을 읊었다.


<고유능력 4. 관종의 눈.>

: 아크릴 데이그는 여론의 모든 반응을 항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러자 곧바로 내용이 떠올랐다.


<이제 당신은 활약상을 모으지 않아도 언제나 여론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반응 외에도 모든 주인공, 조연급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돼, 됐다!

다급해진 나는 빠르게 다음 말을 읊었다.


‘페이드가 최근 뭘 해서 호감도를 올렸는지, 그에 관련된 여론의 반응을 보여줘.’


그러자 화면창에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떠올랐다.


<페이드의 최근 행보에 대한 여론 반응을 확인하십시오.>

-5252 페이드 믿고 있었다고!

-이거 헷갈리네. 세계수 에피소드 땜에 영락없이 아크릴이 진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ㄴ기다렸다는 것처럼 페이드가 바톤 이어서 대활약함 ㅋㅋ

-솔직히 드래곤 브레스 맞고 사는 것보다 이번 페이드 행보가 더 눈부셨음.

ㄴ그건 아니지;;; 브레스 맞고 산 건 오히려 사소한 건이었음. 아크릴이 대단했던 건 아메리인가 뭔가의 사자라는 거잖아..

ㄴ페이드는 역대급 치유사까지 동료로 맞이했는데?

ㄴ그럼 아크릴은 역대급 정령사를 동료로 맞이했잖아.

ㄴ너 아크릴 빠임?

ㄴ그러는 넌 페이드 교단이냐?

ㄴ나가서 싸워라.

-이번에 페이드가 좀 멋있긴 했지만, 그래도 신계측 절대자를 등에 업은 아크릴보단 못함.

ㄴ왜 못한데? 페이드가 얻은 검이 뭔지 벌써 까먹음?

ㄴ아메리의 검? 그게 진품인지 뭔지 어떻게 알아. 그냥 전설로만 내려오고 있는 이야기라잖아.

ㄴ그런 식으로 말하면 아크릴의 꿈 이야기도 진짠지 알 게 뭐임?

-아크릴이 페이드랑 비비기 시작하니까 슬슬 편 가르기가 나오네 ㅋㅋ

-뭐 전설로만 내려오는 아메리의 검을 뽑았다는 게 의미심장하긴 하지. 엑스칼리버 오마쥬 자체니까.



오케이.

대충 감 잡혔다.


‘시발. 그걸 벌써 뽑았어?’


그 검 이름이 뭐였더라.

나는 머리를 굴리다 중얼거렸다.


“므아로실......”

“므아로실?”


자일리가 제일 먼저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그녀는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듯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하지만 내가 가림막을 치기도 전 필라어트가 입을 열었다.


“므아로실이라면 신계측 절대자, 아메리님이 사용하시던 검이잖아요.”

“음.”

“물론 그저 전설로만 내려오는 이야기라 진실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요. 아메리나 마키아나 신마대전에서는 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까요.”


자기의 역할을 빼앗긴 자일리가 필라어트를 노려보았다.


“너무 나서지 말아줄래?”

“네?”

“방금 건 내가 할 대사였다고.”

“그, 그런 게 언제 정해졌는데요. 그보다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제가 프엘리씨보다 최소 200년은 넘게 살았어요.”

“푸하.”

“푸하? 방금 웃었어?”

“웃은 게 아니야. 비웃은 거지.”


나는 아옹대는 둘을 내버려두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므아로실을 뽑았다면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군.’


아메리가 사용했다는 전설이 담겨있는 검, 므아로실.

그건 논산 훈련소 동기와 연락이 닿았을 때 작업해서 나온 이름이다.

므아로실을 거꾸로 읽으면 실로아므.

실로암.

논산 훈련서 출신이라면 다들 한 번씩 열창하고 초코파이 받아가지 않았던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페이드가 실로암...... 아니, 므아로실을 손에 넣었다면 고작 200 호감도가 오르는 것으로 끝날 리가 없다.

원작에서도 검을 뽑은 건 오히려 사소한 일이었으니까.

그 뒤에 불어 닥칠 후폭풍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페이드는 대륙구급의 위명을 얻게 되었다.


그건 막아야겠지.

가뜩이나 나는 –50% 의 패널티가 있어.

여기서 다른 방법으로 호감도를 올리느라 애써봐야, 페이드의 활약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주인공 옆에 떨어질 빵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어가며 호감도 격차를 방어해야지.


“한스, 폰. 우리는 고어트 영지로 간다.”

“예? 예. 알겠습니다.”

“진로를 틀겠습니다. 마차가 좀 흔들릴 수 있으니 주의해 주십시오.”


곧 마차의 방향이 바뀌는 게 느껴졌다.

그때 자일리가 입을 열었다.


“한참 어린애 데리고 노는 것도 질렸어.”

“한참 어린애? 저는 엘프라고요!”

“그래서 묻고 싶은데요, 아크릴 씨. 설마 아까 말한 므아로실을 뽑으러 가는 건가요?”


그 말에 필라어트도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럴 만도 하다.

필라어트에게 있어서 나는 무려 아메리가 보낸 사자이지 않은가.

당연히 내가 아메리의 검이라는 전설이 있는 므아로실을 뽑을 거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누군가가 이미 그 검을 뽑았다.”

“뭐라고요?”

“뭐라고요?”

“야. 따라하지 마.”

“진짜 당신.”

“대체 누가 감히 그 검을 뽑아요? 그건...... 흠흠.”


자일리가 헛기침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세계수 에피소드가 다 끝나고 합류한 ‘프엘리’ 로서는 아메리의 사자 운운할 수가 없겠지.

그녀가 약속을 잘 지켜주는 것 같아 기쁘다.

그때 필라어트가 말했다.


“당연히 므아로실도 아크릴 님이 가져야 마땅할 텐데, 대체 누가 그 검을 뽑은 거죠? 게다가 므아로실을 뽑는 건 <7대 난제> 중에 하나였잖아요.”


그렇다.

일전에 해결한 악취 퀘스트와 함께 7대 난제 중 하나인 <전설> 퀘스트.

퀘스트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아메리의 검이라는 전설이 있는 므아로실을 뽑아라!


‘페이드는 7대 난제를 하나씩 깨뜨릴 생각이었다고 했지? 그래서 므아로실을 찾아간 거로군.’


그리고 녀석은 성공했다.

나는 신음성을 삼키며 대충 대꾸했다.


“그건 가서 확인해 보면 되겠지.”

“아, 네.”


그때 자일리가 말한다.


“그보다 당신은 어떻게 알았는데요? 누가 그 검을 뽑았다는 사실을.”


귀찮아진 나는 대충 대답했다.


“꿈에서 봤다.”

“......!”

“......역시.”


둘은 매우 놀라면서도, 또 한 편 납득한다는 얼굴이 되었다.

새삼 밑밥 깔아두길 잘한 것 같다.





원래 <전설> 퀘스트가 있는 고어트 영지는 여기서 2주는 걸릴 거리였다.

이야기가 원작대로 흘러간다면 다소 시간이 급하다.

내가 그 점을 말하자 필라어트가 나섰다.


“진즉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그녀는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통해 바람의 정령을 불러왔다.

실피안이라고 무려 상급 정령이다.

확실히 세상 모든 정령을 부리는 보증 수표답군.

필라어트가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쫙 피며 말했다.


“프엘리 씨는 이런 거 못하죠?”

“이 무슨 개소리.”

“그럼 바로 이동할까요? 한스 씨, 폰 씨. 말들이 놀라지 않게 해주세요.”

“예? 우아악!”


곧 우리 마차가 하늘로 떠올랐다.

마부석에서 한스와 폰의 고함이 들려왔다.


“형님! 형님! 형님!”

“두목! 두목! 두목!”

“둘 다 진정해라. 어째 말들보다 너희들이 더 놀라냐.”

“저흰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두목.”


어쨌건 그렇게 우리 마차는 하늘을 날아 이동했다.

그리고 고작 3일 만에 목적지인 고어트 영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실피안이 사뿐히 마차를 지면에 착지시키자 후다닥 한스와 폰이 뛰어내렸다.


“우우욱.”

“우웩.”


성격 좋은 필라어트가 둘의 등을 두드려준다.

자일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참 쟤네들은 어린애 같다니까.”

“......”

“아크릴 씨? 왜 그래요?”

“음.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아무것도 아니지 않았다.

나 고소공포증이 있거든.


‘그놈의 호감도 지키는 것만 아니었으면......’


나도 저기 한스와 폰에 섞여있을 뻔했다.





고어트 영지는 거의 광기에 휩싸여 있었다.


“페이드! 페이드!”

“설마 므아로실을 뽑는 사람을 보게 될 줄이야.”

“신마대전의 어떤 영웅을 갖다 놓아도 페이드를 이길 수는 없다.”

“당연하지. 므아로실은 신마대전보다도 훨씬 오래 전, 그야말로 천지창조 시대부터 그곳에 박혀 있던 검이라고!”

“어쩌면 페이드는 아메리 님의 화신이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눈치 챙겨라.”


세상에 온통 페이드 이름으로 가득하다.

필라어트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투덜거렸다.


“전 장로회에 비하면 인간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지만...... 여기 오니 없던 편견도 생길 거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멍청한 소리들을 하는 거죠?”

“......”

“물론 저들은 아크릴 님을 모르니 그럴 수도 있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난 괜찮으니 진정해라.”


나는 필라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며 웃었다.


“헤헤.”

“얘 좀 봐. 나보고는 200살 넘게 살았다고 잘난 척 하더니.”

“에헤헤......”

“안 듣네. 휴우. 그보다 아크릴 씨. 이제 어디로 갈 거죠?”


나는 대답 대신 앞서 걸어 나갔다.

이미 <전설> 퀘스트도 해결된 마당에, 내가 이 영지에서 뭘 해볼 여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공식적로는 말이지.

그리고 지금부터 비공식적인 일을 해결하려 한다.

그러려면 우선.


“목소리가 커져가는 방향을 따르면 된다. 그 끝에는......”

“페이드가 있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자일리가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나는 가림막을 활성화하고 속으로 물었다.


‘또 무슨 할 말이 있는 건데.’

[페이드라면 일전에 데스나이트 처 죽일 때 만났던 네 부하 놈이지?]

‘그래. 부하는 아니지만.’

[확실히 그 녀석도 인간치고는 꽤 능력자이긴 하더라. 그래봐야 너한테는 안 되겠지만.]

‘......’

[그런데 므아로실을 뽑았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네. 아메리가 왜 너한테 미리 경고하지 않은 거래?]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이라 대꾸할 말이 궁해졌다.

하지만 자일리는 언제나 그랬듯 저 혼자 알아서 착각을 해주었다.


[거짓말이지?]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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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성녀 +4 24.04.16 261 17 13쪽
» 전설의 검 +4 24.04.15 312 17 12쪽
28 최약체 +7 24.04.14 344 21 12쪽
27 역전 +7 24.04.13 377 21 13쪽
26 개소리 +5 24.04.12 410 20 13쪽
25 브레스 +8 24.04.11 416 18 12쪽
24 연극 +6 24.04.10 437 19 13쪽
23 악역 +10 24.04.09 447 22 14쪽
22 지진 +10 24.04.08 474 25 13쪽
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7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3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1 27 13쪽
12 재회 +12 24.03.29 696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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