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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 두목이 주인공을 먹음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언늘
작품등록일 :
2024.03.20 00:36
최근연재일 :
2024.04.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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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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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DUMMY

계속해 보라고 정말 계속할 용기는 용병들에게 없었다.


“아, 아니. 우리는 그저.”

“자유용병은 이게 단점이란 말이야. 아무래도 소문을 듣는 게 느려서.”

“그......”

“아크릴이 그렇게 강하다며? 내가 그 놈한테 이용당한 거라며?”

“우리는 그저 들은 소문을 읊은 것뿐이오.”

“그니까 그 소문을 계속 읊어보라니까?”


페이드가 슬슬 살기를 흘린다.

아크릴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용병들은 이미 자신감이라는 게 밑바닥인 상태.

당연히 페이드의 기세에 버틸 수가 없었다.


쉬이이.

누군가가 바닥에 실례를 한다.

그걸 확인한 페이드는 쳇 혀를 차며 움켜쥔 머리통을 놓아주었다.


“헉헉.”

“이봐. 아크릴이라는 자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라고 하더냐.”

“저희는 모릅니......”

“잘 생각해 봐. 어디선가 소문을 들은 거 있지 않겠어? 방금 전에 히히덕거리며 지껄인 것처럼 말이지.”


용병들의 두뇌가 비상하게 회전한다.

이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곧 한 용병이 성실한 학생 마냥 손까지 번쩍 들어가며 말했다.


“제, 제가 들은 소문이 있습니다.”

“읊어봐.”

“그, 분명 코임 영지에 간다고 했었어요. 예, 틀림없이 그렇습니다.”

“코임 영지라......”


페이드는 턱을 만지작거렸다.

평온한 척 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심사는 상당히 뒤틀려 있었다.

용병으로 활동한 뒤로...... 아니, 검을 잡은 뒤로 이렇게까지 속이 뒤집히는 건 처음이다.


“한 번 직접 만나 봐야겠군.”


그는 휙 몸을 돌렸다.

그제야 용병들은 참았던 숨을 헐떡일 수 있었다.

그 날 그들은 맹세했다.


“다시는 남의 뒷담화를 하지 마세.”


모두 사이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다음 목적지를 코임 영지로 잡았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에는 한스와 폰의 역할이 컸다.


어느 날 아침.

일정을 잘못 잡아 노숙을 하고 일어난 아침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코앞에 한스의 얼굴이 보였다.


“오, 형님 일어나셨습니까.”


이런 시발!

이라고 외칠 뻔했다.

눈 깨고 제일 먼저 보이는 게 근육덩어리 남자의 훈훈한 미소라니!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녀석을 밀쳐내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으앗. 왜 그러십니까. 형님.”


한스는 너무도 쉽게 내 팔을 피해버렸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악몽을 꿨어.”

“우와. 형님 같은 분도 악몽을 꾸시는군요.”

“나도 사람이다.”

“가끔 까먹습니다. 하하. 아침이 준비됐으니 어서 나오시죠. 엄청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으시고요. 이제 노숙하기엔 날씨가 영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한스가 간이 천막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근데 방금 저 녀석 내 공격을 피한 건가?’


작정하고 한 공격은 아니고 무심결에 손이 나간 것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엑스트라일 뿐인 한스가 내 공격을 피하다니?

나는 밖으로 나가서 한스와 폰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지난 번 추가했던 능력이 활성화 되었다.


<한스 라임>

-등급 : 조연

-설정 : 아크릴 데이그의 두 수족 중 한 명. 아크릴과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그를 형님으로 모시고 다녔다. 그 추억 때문에 아크릴을 형님이라고 호칭한다.


<폰 메이트>

-등급 : 조연

-설정 : 아크릴 데이그의 두 수족 중 한 명. 아크릴과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그를 형님으로 모시고 다녔다. 그러나 존경의 의미를 담아 아크릴을 두목이라고 호칭한다.



......

니들 왜 엑스트라가 아님?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머리를 굴리다 곧 해답을 찾아냈다.

일전에 에이미의 건에서 확인한 대로, 인물들의 등급은 원작의 기준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새로이 진행되는 지금의 이야기에서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등급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한스와 폰은 지금까지 넉넉하게 얼굴을 비췄으니까......’


현재의 여론이 볼 때 저 둘은 ‘조연’ 급이라는 건가?

......

어? 그럼 나 이제 쟤네들한테 지는 거야?


아니, 아니.

물론 순수한 아크릴 데이그로서의 완력만으로도 저 둘을 제압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미풍의(폭풍이었나?) 가드너라던가 바하르, 혹은 가그릴을 잡았을 때처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다.

신마대전의 전설의 몬스터조차 족친 내가 수하 두 명을 압도할 수 없다!


‘안 되겠다. 본신의 무력을 빠르게 키워야 해.’


내가 한스나 폰과 싸울 일은 없겠지만, 이건 비단 둘에게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재는 엑스트라이나 여론의 흐름에 따라 조연으로 바뀔 인물도 있을 터.

또한 기존 원작의 조연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자리를 굳건히 다질 것이다.


‘엑스트라 최강’ 능력만으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칠 게 자명해.

그러니 빠르게 실력을 올려야 한다.


“그래서 형님. 다음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저희는 언제나 두목만 믿고 따를 뿐입니다만, 솔직히 이제 노숙은 좀 지양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 혹시라도 저희가 독촉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오해입니다. 형님.”

“절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시면 한겨울에 맨 땅에서라도 자겠습니다. 두목.”


그렇게 고개 조아리지 마.

니들이 협공하면 내가 질지도 몰라......

나는 애써 근엄하게 대답했다.


“코임 영지로 간다.”


거기서 ‘그 퀘스트’를 해결해야겠다.

원작 설정을 빌려 실력 좀 키워야지 안 되겠어.





나는 코임 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지나친 모든 영지에서 가장 비싼 일거리를 받아 처리했다.

덕분에 돈자루는 비대해졌고, 동시에 내 이름값은 더욱 비대해졌다.

지금도 보아라.


“2미터의 신장. 왼쪽 눈가의 흉터.”

“저자가 그 유명한 철인 아크릴인가. 가그릴을 잡았다는.”

“원래부터 산적으로 유명했다던데 용병으로 전업하고는 아주 날개를 달았다지.”

“아직도 현상금 걸려있는 거 아니야? 내가 기회를 봐서 확......”

“단단히 돌았군. 질풍의 가드너조차 묵사발 낸 괴물을 네가?”

“어차피 현상금은 모드윈 영지 한정이고, 그쪽에서도 현상금을 거둬들일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원체 유명인이 되었으니 오히려 포섭할 생각이라던데.”


우리가 걸으면 좌우로 인파가 갈라진다.

그리고 꼭 양쪽에서 저런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왔다.

나로서는 저런 것들보다 여론의 시선에 호감을 얻는 게 더 중요했지만, 한스와 폰에게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엣헴. 형님, 들으셨습니까?”

“두목의 명성이 여기저기서 울리는군요. 어쩌면 이걸 노리고 산을 나오신 걸지도.”

“페이드 그 자식에게 굽힌 것도 결국 산을 내려갈 명분을 찾기 위해서였군요.”

“오호. 오랜만에 쓸 만한 말을 하는군? 한스. 생각해 보면 두목이 그런 놈에게 당할 리 만무하니까.”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한 번 봐줬다, 뭐 이런 느낌이려나.”


잘들 논다.

나 지금 페이드 만나면 순삭이야.


어쨌든 코임 영지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용병 길드부터 찾았다.

길을 물어보고 돌아온 한스 녀석이 앞장선다.

나는 그의 안내를 뒤따르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해결 불가능한 퀘스트.’


용병 업계에는 수많은 퀘스트들의 의뢰가 들어오고, 해결된다.

신마전쟁으로부터 200년 가까이 이어진 용병 업계에서 해결 못한 퀘스트는 거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곱 개의 퀘스트를 제외하면 모든 게 해결되었다.


일곱 개의 미해결 퀘스트.

그것은 용병들에게...... 아니, 일반 대중들에게도 상식이 되었을 만큼 유명한 퀘스트들이다.


소위 <7대 난제> 라고 불리는 것들.

모두 짐작하겠지만, 수학계에서 리만 가설을 위시한 7대 난제에서 따온 게 맞다.


무수히 많은 용병들이 7대 난제에 도전하고, 실패했으며 죽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용병들은 7대 난제가 인류 종말의 시기까지 영원이 해결되지 않을 거라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작 기준으로 1년 정도 뒤에 7대 난제 중 하나가 해결된다.

주인공 페이드의 손으로부터.


‘이번엔 내가 해결할 거지만.’


7대 난제 중 하나인 <악취> 퀘스트의 의뢰인은 코임 영지의 코임 백작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증조부가 첫 의뢰를 낸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코임 가문의 대를 이어 의뢰인을 역임하는 게 전통이라지.


“다 왔습니다. 형님. 들어가시죠.”


한스의 목소리에 상념이 끊겼다.

나는 길드 문을 열고 들어가 접수원에게 다가갔다.


“의뢰를 받으러 왔소.”

“자유 용병이신가요? 일단 여기 서류 작성부터...... 헉! 다, 당신은 설마?”

“왜 그러지?”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내 체구나 인상이 워낙 개성적이다 보니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접수원은 풍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더니 황급히 길드장실로 달려갔다.

곧 길드장이 두 손을 비비며 내 앞에 나타났다.


“이거 명망 높은 S급 용병, 철인 아크릴 데이그 씨가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나를 알고 있소?”

“모르면 길드장 일 때려 치워야지요. 가드너를 이기고 하인트라의 기밀 퀘스트를 해결했으며, 최근에는 가그릴이라는 전설 속 몬스터까지 해치운 분 아닙니까.”

“......”

“길드장인 제가 직접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특별히 찾는 의뢰가 있으신지요?”


나는 ‘악취 퀘스트’ 라고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다.”





길드 안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길드장도 접수원도, 일거리를 기다리던 다른 용병들도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들은 저마다 속삭였다.


“저 둘이 이렇게 만나다니.”

“하긴 최근 광견이 철인을 미친 듯이 찾아다닌다는 소문은 들었다만.”

“오늘 둘 중 하나의 전설이 끝나겠군.”

“비공식 S급 용병들이 맞붙다니. 이 자리는 돈 받고 팔아도 되겠어.”

“그게 문제야? 잘못하면 저 놈들 싸움에 우리 목도 달아날 거라고. 특히 광견은 오러까지 사용할 수 있는 놈이야.”


그들의 목소리에서 진득한 공포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안에서 나만큼 후달리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페이드 아우트.’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이 시점에는 아직 대륙을 돌면서 일거리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네가 악취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 코임 영지에 방문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1년 뒤의 일이란 말이다.


척척.

페이드는 내게 다가와 바로 앞에 섰다.

일전에...... 그러니까 프롤로그에서 마주했던 것과 똑같은 구도이다.

녀석은 그때처럼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맞네. 확실히 내가 잡아넣었던 그 산적 두목이야.”

“......”

“난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너만큼은 예외거든. 워낙 인상파니까.”


나는 남몰래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페이드 아우트로군.”

“호오. 기억하고 있나?”

“그쪽도 꽤 인상파여서.”

“크크. 칭찬으로 알아듣지. 아무튼 너.”


그는 내게 턱짓했다.


“한 판 붙자.”

“뭐라고?”

“오며가며 듣지 못했어? 내가 너를 잡아넣은 게 아니고, 네가 ‘일부러’ 붙잡혀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란 말이지. 그런 소문을 들으면 내 기분이 좋을까 안 좋을까?”

“안 좋겠지.”

“틀렸어.”


그는 으르렁거리듯 말을 이었다.


“토 나올 정도로 안 좋아.”

“......”

“그러니까 한 판 붙자고. 네 팔 하나를 잘라서 한동안 등에 메고 다니면 더 이상 그런 헛소문도 돌지 못하겠지.”


스릉. 척.

그는 엄지로 검집에서 검을 밀어 올렸다.

나는 심히 쫄렸지만, 일단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만물감별사 능력에 따라 화면창이 떠올랐다.


<페이드 아우트>

-등급 : 주인공

-설정 : 전능한 주인공이 너무 강함의 주인공. 자유 용병으로서 수많은 퀘스트를 해치우며 승승장구 중이다. 제멋대로이고 난폭한 성정 탓에 광견으로 불리고 있다.


역시 빼도 박도 못하는 ‘주인공’ 등급.

현재의 나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는 존재겠지.


‘싸우면 X된다.’


하지만 마냥 내가 지는 모양새로 물러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다.


‘지금 이 장면은 <여론의 시선> 이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발상을 전환해 보자.

이 위기를 멋지게 헤쳐 나가면 엄청난 호감도를 얻게 될지도 몰라.


‘자, 그럼......’


어떻게 대응해 볼까.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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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조전죽 +8 24.04.07 537 24 12쪽
20 착각 +10 24.04.06 537 20 12쪽
19 신뢰 +2 24.04.05 573 16 12쪽
18 인정 +8 24.04.04 575 26 13쪽
17 드래곤 나이트 +12 24.04.03 591 28 12쪽
16 꿇어라 +4 24.04.02 604 25 14쪽
15 유희 +14 24.04.01 621 21 13쪽
14 악취 +10 24.03.31 641 25 13쪽
13 주인공스러운 +16 24.03.30 661 27 13쪽
» 재회 +12 24.03.29 697 21 12쪽
11 기준 +7 24.03.28 718 27 14쪽
10 만물감별사 +10 24.03.27 737 20 12쪽
9 인면조 +10 24.03.26 769 23 13쪽
8 클리셰 +5 24.03.25 818 24 12쪽
7 고유 능력 +2 24.03.24 854 23 12쪽
6 대현자의 묘약 +2 24.03.23 843 23 13쪽
5 맥거핀 +2 24.03.22 894 22 12쪽
4 철인 24.03.21 1,038 25 13쪽
3 세상 속으로 +3 24.03.20 1,21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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