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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샤 님의 서재입니다.

분홍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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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두샤
작품등록일 :
2008.10.09 02:41
최근연재일 :
2008.10.09 02:4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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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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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글자수 :
216,158

작성
08.09.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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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분홍거미 - 사랑은 얼마면 살 수 있죠? (5)

DUMMY

5

진영의 등장에 공기는 다시 굳어졌다. 진영은 입가를 비틀며 웃었다.

한 편, 거대한 악은 당황했다. 저 힘은 수호자가 사용하는 그 힘이 아니던가. 수호자는 죽은 것이 아니었나? 그건 그렇고 이 이질감은 뭐지?

하지만 거대한 악이 생각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진영은 달려든 것이다.

효원은 그 장엄한 광경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 했다. 퇴마협회와 이 세계가 위험에 빠진 순간에 성철의 아들인 진영이 구하러 오다니. 드라마틱한 그 전개에 효원은 감동하고 있었다. 이것이 모두 진영이 꾸민 일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일일 것이다.

-건방진!

거대한 악은 팔을 휘두르며 거대한 검은 기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영은 피식 비웃는다. 자신의 생각보다 약하다. 아니, 자신이 생각보다 더욱 강해진 것이다.

진영은 검은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과거였다면 저걸 막아보겠다고 결계 치고 부적 날리고 쇼란 쇼는 다 했겠지.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진영은 날아오는 검은 기운을 한가롭게 바라보다가 눈을 부릅 뜨고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해일같은 영기를 발산했다.

그것으로 악의 공격은 끝이었다. 진영의 몸에서 발산한 거대한 영기는 거대한 악의 공격이 다가올 틈조차 허락하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켜 버렸다. 산을 뒤덮고 바다를 뒤흔들 정도의 거대한 영력. 진영의 온 몸이 번개로 둘러싸인 듯, 강렬한 기운이었다.

-흐음.

거대한 악의 체념한 것 같은 한숨이 울린다. 저 힘에는 대적할 수 없다. 몇번이나 당해본 일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에 비해서도 더욱 강하다. 대체 저 힘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 것인가. 정말 지옥의 문을 열고 악마들이라도 대동하지 않는 한 저 기운을 당해낼 수는 없다.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이미 체념해 버린 악은 진영을 노려보며 저주를 퍼부었고, 진영은 손쉽게 악을 요리하고 말았다.

"진영아, 역시 너는!"

효원은 진영의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며 진영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진영의 분위기가 변하는 것을 노련한 효원이 놓칠리가 없었다. 진영은 악을 제거하고 나서도 개운한 표정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서야 시작이라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진영은 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분홍거미가 서 있다. 누구를 먼저? 누구라도 상관없지. 진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본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누구라도 자신은 이길 수 있다. 자신에게는 이 넘치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대의명분은 역시 필요하다고 해야겠지.

"이제 전부 끝내자."

진영의 말에 진도 분홍거미도 대답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효원이었다. 진영이 예상한 대로 였다.

"진영아 그게 무슨 말이냐?"

"무슨 말이긴요, 아저씨. 복수입니다. 모든 거미의 원흉인 극락조는 이미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날의 사건을 주도한 분홍거미와 그 사건의 진행을 그저 목도한 진이라는 남자에 대한 단죄입니다."

"그, 그런!"

효원은 눈을 크게 떴다. 진영의 복수심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 진영의 힘으로 분홍거미는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진이라는 남자까지 복수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닌가? 효원은 어떻게 해서든 진영을 말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윽고 뿜어나온 진영의 거대한 영기는 효원이 말을 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진영은 천천히 진을 바라보며 다가왔다. 차가운 눈을 한 남자. 진. 자신도 처음에는 진에게 희망을 걸었었다. 저 남자가 가르치는 대로만 수행한다면 거미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부모님의 이름을 계승한 자로써 그 능력을 만천하에 과시하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 남자는 자신이 생각도 안 해봤던, 재능이라는 것으로 자신을 가르치기를 거부한 것이다. 진영은 그것을 참을 수 없었다.

"재능이라고요?"

진영은 피식 웃었다. 진은 여전히 표정을 지니지 않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고? 아니야. 당신은 틀렸어. 나에게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육체가 있었어. 그건 신의 힘 마저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었지. 알겠냐? 똘추야. 나는 선택받은 재능의 소유자라고!"

진영은 악을 쓰며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진이라는 저 남자를 완전히 부정하고 싶다.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안겨준 저 남자를 부정하는 것만이 자신에게는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진영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영의 외침에 진은 웃었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비웃는 것이냐."

진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진영의 노기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진영의 거대한 영력이 다시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은, 여전히 진영에게 안쓰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힘이 있으면 뭐가 어떻다는 것이냐. 빌려온 날개로는 제대로 날지 못하고 그저 곤두박질쳐 추락할 뿐인데."

"그건 무슨 소리지?"

"유키."

진영의 물음에, 진은 대답하지 않고 유키라고 하는 아름다운 여자를 불렀다. 당장이라도 아스라질 것처럼 위태해보이는 여자가 진영의 앞을 막아선다. 진영은 코웃음을 쳤다.

"뭐야, 직접 나서기는 무서우니, 여자를 내보낸다는 것이냐?"

하지만 진영의 말에는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유키는 천천히 검을 뽑아든다. 그와 거의 동시에, 진영의 거대한 영력이 해일처럼 유키의 작은 몸을 덮친다.

쿠쿵! 하는 굉음과 함께 먼지가 흩날린다.

"킥, 애꿎은 여자를 희생시켰군.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저 여자도 어차피 거미 사냥꾼이었지? 그렇다면 원수다."

진영은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웃음을 지으며 진에게 말했다. 하지만 진은 한숨을 푹 쉬며, 앞을 보라고 손짓한다. 진영은 놀라며 자신의 앞을 바라본다.

"아니, 저것은. 말도 안 돼!"

진영은 그렇게 외쳤다. 놀랍게도 진영의 눈앞에는 아까의 여자가 그대로 서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검에는 새하얀 검기가 흐르고 있었고, 그녀의 주위로 고강한 기운이 결계를 맺듯 퍼져 있었다.

진영은 급히 자신의 영력을 모두 발산한다. 마치 세상 모두를 덮칠 것 같은 어마어마한 영기. 그 영력의 폭풍 속에서, 유키는 천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마치 하늘거리는 꽃잎의 마지막 낙화의 춤을 연상시키는 아슬아슬한 유키의 춤사위에 진영이 쏘아내는 거대한 영력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폭풍과도 같은 영기의 한 가운데에서 나비는 춤을 추고 있었다. 애처로운 몸동작, 비틀거리는 운명, 한스러운 춤사위. 그 안에서 유키는 검과 하나가 되고, 종국에는 검마저 잊어버리고, 세계와 동화한다.

"보아라, 진영."

진은 천천히 읊조렸다. 그의 표정은 슬프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것이 바로 재능이라는 것이다."

"믿을 수 없어!"

진영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계속 영기를 발산한다. 믿을 수 없다. 저 여자와 내 나이차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이제는 에스메랄다라는 이 세계의 거대한 의지가 지닌 힘을 이어받았다. 그 거대한 힘을 저 작은 소녀가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고작 저렇게 작고,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이 거대한 의지를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고작해야 평범한 인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할 터인데! 어째서, 어째서 자신보다 강할 수 있는가.

진영은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저 여자가 하고 있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 대체 어떤 인간이 저런 검무를 출 수 잇다는 말인가. 하지만 눈앞의 소녀는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이 세계의 어떤 의지보다도 한 인간이 발하는 의지가 더욱 강하다는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춤은, 아름다웠다.

"제길, 제길!"

진영은 그렇게 외치며 발산하던 영기를 거두고 무릎을 꿇었다. 이럴리가 없는데, 이럴리가 없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단 말인가. 진이든 분홍거미든 모두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마는가.

"빌려온 날개로는 날 수 없어."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진영의 귀에 들려왔다.

"에스메랄다?"

진영은 충격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목소리가 난 곳을 향한다. 그리고 목소리가 난 곳에는 신비한 소녀, 에스메랄다가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내가 너에게 정말로 당했다고 생각한 거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는 싸우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이제 내 힘은 돌려줘야겠어."

에스메랄다는 그렇게 말하며 진영에게 손을 뻗었다.

"안 돼! 안 돼!"

진영은 발버둥쳤지만 진영의 몸에서 흐르던 거대한 힘은 그대로 에스메랄다에게 빨려 들어갔다. 마치 그리운 집을 향하는 아이들처럼 반가운 기색이다. 진영은 이내 텅 비어버리는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잇었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 몸에 넘쳐 흐르던 기운은 없었다. 그 거대한 영기는 이제는 없었던 것이다.

그 힘으로, 그 힘으로 자신은 현진과 성철과 희연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그것은 모두 거짓말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것이다. 허망했다. 자신은 지금껏 무엇을 위해서 싸워온 것인가. 무엇을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인가.

"이제는 네가 끼어들 곳이 아니야. 우리는 여기에서 결판을 내야 하거든? 이제 돌아가. 수고했어, 진영아. 분홍거미는 진과 유키와 내가 결판을 봐야 하니까, 구경이라면 해도 좋아."

진영은 망연자실한 채로 에스메랄다를 바라봤다. 그래, 저 거대한 영령을 자신은 너무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영은 웃었다.

"이제는 네가 끼일 곳이 아니라고, 조연. 이제는 주연들이 이야기를 해야겠어. 되도록이면 진과 나, 단 둘이서."

분홍거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에 에스메랄다가 반박한다.

"나도 해야할 일이 있으니 남겠어."

반면 유키는 진을 돌아보았다. 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남아도 좋다는 뜻이다. 분홍거미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찬다. 그리고 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너희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주연은 나야! 여기는 나를 위한 무대라고!"

진영은 급한 대로 부적을 꺼내며 분홍거미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진이 소리쳤다.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에스메랄다가 급히 힘을 날려보냈지만 그것도 늦다.

너무도 허망하게, 분홍거미의 실은 진영의 목을 베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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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바이 찌질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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