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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샤 님의 서재입니다.

분홍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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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두샤
작품등록일 :
2008.10.09 02:41
최근연재일 :
2008.10.09 02:4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1,776
추천수 :
122
글자수 :
216,158

작성
08.09.24 18:46
조회
750
추천
2
글자
8쪽

분홍거미 - 다시 한 번 날자. 이 실을 끊어버리고 - (2)

DUMMY

2

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리고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진을 바라본다. 진영의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으며 진영의 눈은 또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시간 낭비라는 말이다. 너는 거미를 이길 수 없다. 영원히.”

진은 진영의 물음에 솔직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진영으로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분명히 일주일 안에 절 단련시켜 주겠다고 했잖아요?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하시면 그걸로 끝인가요?”

진영은 진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억울하다. 이 남자 덕에 겨우 희망이라는 것을 보았는데, 이 남자가 자신감을 죽여 놓는 이야기를 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이것은 자신을 자극하기 위한 남자의 수련법 중의 하나는 아닐까? 진영은 그렇게 생각하며 실망과 불신의 눈으로 진을 쏘아 보았다.

“그래, 그걸로 끝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너를 더 이상 가르칠 수 없다.”

하지만 진은 그러한 융통성과 능글맞음을 지닌 사람이 아니다. 진이라는 남자는 차가운 표정만큼이나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았고, 한 번 한 말은 되도록 반복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진영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적어도 진이라는 남자는 허튼 소리를 하는 남자는 아닐 테니까.

“이, 이유가 뭔가요?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라도 대어주지 않으면!”

진영은 다급하게 외친다. 궁금함이 밀려 들어와 견딜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인가. 진은 되면서 자신은 안 된다. 참을 수 없는 불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래 뵈도 성철과 희연의 자식이다. 어린 시절에는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있었고, 제법 주위에서는 천재라는 소리도 해주었다. 이런 자신이 거미를 이길 수 없다면 거미를 이기는 것은 대체 어느 동네의 자식이란 말인가.

“살아 있음을 후회하느냐.”

진의 당혹스러운 물음에 진영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다. 거미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일차적인 삶의 이유다. 그리고 복수가 끝나고 나면 부모님의, 그리고 누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을 정도의 퇴마사가 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삶이다.

“너라는 자아를 버릴 수 있는가.”

진영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진을 바라본다. 진은 작게 한 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묻는다.

“과거에는 행복했는가.”

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부터 말하지. 네게는 재능이 없다.

그 말은 진영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니, 재능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인지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본다. 진영으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재능이 없다? 그게 무슨 말이지? 자신의 나이와 자신의 힘을 생각해본다. 이 나이에 이정도의 성취는 솔직히 말해서 대단한 것 아닌가?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었다. 아버지와 현진 아저씨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은 이 진이라는 남자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았다.

“거미를 이기기 위해 공포를 지운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자신을 버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게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진을 쏘아본다.

“나는 전에도 제자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녀와 너를 어쩌면 동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는 우선 내일이 있지 않느냐.”

“내일이라면?”

“거미에게 원수를 갚고 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남기신 영능력의 정수를, 도가술의 정수를 이어받고 연구하여 부모님의 의지를 이을 것입니다.”

“그게 네게 남겨진 내일이다. 내일이 있는 사람은 지금의 자신을 버리지 못하지. 너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범인이다. 물론 네게는 재능이 있겠지. 그러니, 그 재능을 살리는 것은 어떻겠느냐. 성철님이 남기신 도가적일 주술을 익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네게 남겨진 사명일지도 모른다. 정확한 것은, 네게는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진영은 조용히 진을 응시했다.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니. 다른 것도 아니고 재능이 없어서 거미를 죽일 수 없다니, 그걸 누가 믿을까보냐.

“이제는 매일 여기 나와서 수련을 할 필요도 없다. 나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미안하지만 너도 이젠 미련을 버려라. 원래 그런 것이다. 지금이야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몸부림치겠지만 달이 가고 해가 가면 조금씩 잊어가겠지. 슬펐던 감정도 원망의 감정도 모두 사라지고 지나간 세월만이 남을 것이다. 그 세월 속에서 감정은 희석된다. 그렇게 알아 두거라. 살기 좋은 세상이 아니냐. 복수는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진영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어떤 모욕보다 진이 하는 말이 제일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느꼈다.

“꺼져라! 이 사기꾼아! 비열한 거짓말쟁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건방진 놈! 쓰레기!”

진영은 돌아서는 진에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발악을 하며 외치고 있었다.

“그래! 꺼져버려! 사기꾼 같은 자식! 누가 너에게 의지만 하고 있을 것 같으냐!”

진영은 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기까지 발악적으로 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끝내는 현진의 집 마당에 쓰러져 엉엉 울었다.

억울했다. 재능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부 받은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고, 납득할 수 없었다. 자신은 성철의 아들이다. 희연의 아들이다. 그러한 고결한 피를 이어받은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진영은 울고 또 울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받은 상처를 주체하지 못하고 울었다. 재능이 없다고?

진영은 결국 예지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났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식사도 제대로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진영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는 에스메랄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때? 오늘은 진전이 좀 있었어?”

신비로운 느낌의 소녀. 하지만 그 정체는 영령 중에서도 최고봉에 속하는, 어쩌면 신에 가까운 존재인 에스메랄다. 그들은 이 여자를 극락조라고 불렀었지. 진영은 에스메랄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흐응, 대답이 없네. 진이 널 버렸나보군.”

에스메랄다는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영은 깜짝 놀란 눈으로 에스메랄다를 바라본다. 에스메랄다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진영을 대하고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마. 어쩌면 당연한 일인걸. 그 남자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니까. 어쩌면 너를 동류로 생각한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야. 너는 조금 특별하거든.”

창밖으로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진영은 그 바람을 새로운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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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퇴고를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혹 비문이 보이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부족한 내용들은 혼자서 남 모르게 고쳐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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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 다치게 한 건 미워서가 아니야 (3) +3 08.09.20 777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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