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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새벽 님의 서재입니다.

탐정 키아드리스의 사건일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글쓰는새벽
작품등록일 :
2017.02.01 12:20
최근연재일 :
2017.12.02 15:43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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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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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글자수 :
855,758

작성
17.1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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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File No 23. <웃는 남자.>

DUMMY

File No 23. <웃는 남자.>



05.



첼로에게 대략적인 정보를 입수한 비올린은 다시금 아벨을 찾았다. 이번에는 그녀가 아니라 아벨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의사가 뭐랍니까?”

“으음.”


비올린은 더듬더듬 말을 지어냈다.


“몸에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너무 걱정을 그, 안 하셔도 됩니다.”


비올린은 예나 지금이나 거짓말을 참 못 하는 성격이었다. 설령 아벨이 눈치가 없다 해도, 이미 자신의 꼴에 대해 잘 아는지라 그녀의 거짓말은 그를 불쾌하게 했다.


“내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압니다. 거짓말 하지 마세요.”

“그게.”

“됐고, 그래서 왜 다시 온 겁니까? 이름이 그렇게 궁금해요?”

“이름과 소재지를 알아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가 수월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답을 미루면 당신만 더 힘들어질 뿐입니다.”


아벨은 코웃음 치며 자신에 대해 설명했다. 말은 하지만 별로 믿음이 없다는 투다.


“로다지오 제국 황제의 둘째 아들.”

“······네?”

“아벨 왕자입니다. 못 믿겠지만.”


비올린은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다시금 입에 지퍼를 걸어 잠근지라 단서가 그것 밖에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올린은 바쁘게 돌아다니며 수사를 시작했다. 편지를 써서 로다지오 제국에 협조문을 보냈고, 정말로 아벨 왕자가 실종 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설마 진짜라거나?”


하지만 그에게는 아벨 왕자의 특징이 단 하나도 없었다. 공통점이라면 체구와 성별 뿐. 그 외에 눈동자 색깔과 외모, 목소리까지 달랐다. 비올린은 꼼꼼하게 지문까지 체크했다.


“어떻습니까?”

“흐음. 어디 한 번 봅시다.”


키가 작은 백발노인은 돋보기를 통해 두 종이에 찍힌 지문을 대조했다. 지문 장인이다. 지문의 경우 사람마다 모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말만 다르지 거의 똑같기 때문에 일반인은 구분하기가 힘들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 지문 장인이다. 이들은 뛰어난 시력과 미세한 차이도 꼽아내는 통찰력으로 지문 대조가 가능하다. 단순히 틀린 그림 찾기 장인이 아니라 기억력도 뛰어나서 그들은 수천 명의 지문을 기억한다.


“서로 다른 사람이군요. 동일인물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확실합니다. 지문이 달라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지문 장인은 돋보기를 통해 한 쪽 지문을 뚫어져라 살폈다.


“이 쪽 지문은 조금 이상하군요. 흐음.”

“어떻게 이상하다는 겁니까?”

“이 일을 하면서 여러 지문을 봤습니다만. 패턴이 무척 독특하군요. 이런 형태는 본 적이 없습니다.”

“특이한 지문이라는 것도 있습니까?”

“지문이라는 게 보통은 비슷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차이가 있어도 매우 미세한 차이죠. 그 때문에 그 차이를 잡아내는 지문 장인이라는 직업이 있는 거고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건 굉장히 특별해 보이는군요. 실례가 안 된다면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습니다. 혹시 그 지문을 가진 사람의 신원을 확보한 다음 저희에게 연락해주십쇼.”


비올린이 바쁘게 알아보는 동안, 아벨은 계속 병원에서 지냈다. 병원비의 경우 고아원을 운영하는 피아노가 댔기에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다. 심지어 책도 보내줬다. 책을 한 보따리 받은 아벨이 물었다.


“이게 뭡니까?”

“병원에서 지내시는 동안 심심하실까 봐요. 저희 애들이 보는 건데 가지고 왔어요.”

“주는 겁니까?”


방긋방긋 웃던 피아노는 급 정색했다.


“아니요. 잠깐 빌려주는 거예요. 그러니 깔끔하게 써주세요. 훼손하시면 안 돼요.”

“뭐, 알겠습니다.”


아벨은 끈을 풀어서 책을 이리저리 살폈다. 고개를 갸웃하며 피아노에게 물었다.


“애들한테 이런 걸 보여주시는 겁니까?”

“아, 그게.”


살인 사건이 나고 막 죽고 피터지고 하는 내용의 책이 많다.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썩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애들용 책도 있어요. 하지만 다 큰 어른한테 동화집 같은 걸 읽으라고 권유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알겠습니다. 감사히 읽을게요.”

“네. 그럼 저 가볼게요. 고아원 일이 바빠서.”


피아노는 가기 전에 허리를 숙여서 아벨과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저기, 힘내세요.”

“······.”

“아자 아자.”

“······.”


아벨이 눈썹 하나 까딱 안 하자 피아노는 얼굴을 붉히며 쓸쓸히 병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병실. 아벨은 책들을 이리저리 선별했다. 골라낸 책들은 탐정 소설이었다.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베이스의 책장에 꽂힌 책들이 탐정 소설이었으니까. 아벨은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책을 보았다. 피아노의 말은 사실이었다. 한 곳에 죽치고 있을 때 책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아벨의 상태가 많이 호전 되었다. 이제 퇴원할 때가 되었다. 첼로는 마지막으로 아벨의 얼굴을 휘감고 있는 붕대를 풀었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피아노와 비올린, 리온하트까지 와 있었다. 첼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벨의 붕대를 풀었다.


“눈 떠 보세요.”


붕대가 전부 풀리고, 아벨은 눈을 떴다. 아벨의 본 얼굴을 본 여성들은 전부 뺨을 붉히며 숨을 삼켰다. 단, 비올린은 제외하고. 첼로와 피아노는 흠흠 헛기침을 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첼로가 말했다.


“다행히도 흉터 같은 건 없네요. 그래도 조심해요. 인위적으로 손댔으니까 잘못 되면 얼굴이 뒤틀리거나 무너질 수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공인 받은 시술을 한 건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가시려고요?”


아벨은 힘없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퇴원하는 날 아닙니까? 그럼 가야죠. 신세 많이 졌습니다.”

“갈 곳은 있어요?”

“없어요.”


아벨은 추적추적 병실을 나갔다. 그 뒤를 비올린과 리온, 피아노가 따랐다. 첼로의 경우 병원을 봐야 하기에 그곳에 남았다. 리온이 말을 걸었다.


“이보게. 어딜 그렇게 가나.”

“딱히 갈 곳은 없어요. 가다 보면 머물 곳이 나오겠죠.”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무슨 말입니까.”

“거 젊은 총각이 깐깐하기는. 따라오게.”


리온은 휘휘 손짓하며 앞장섰다. 나머지 세 사람은 영문도 모른 채 거대한 등짝을 따라가야 했다. 그리하여 도달한 곳에는 나무로 지은 집이 있었다.


“내가 만든 집일세. 자네가 입원해 있는 동안 준비 좀 했지. 따라오라고.”


내부 공간은 꽤나 넓었다. 가구가 없는 이유도 있었지만 설령 가구를 들인다 해도 공간이 제법 남을 것이다.


“안에 욕실 겸 화장실도 있고 안에 방도 따로 있네. 거주 공간으로만 써도 되고, 거주 공간 겸 사무실로 써도 되게끔 신경을 썼네.”


피아노는 감탄을 연발했다.


“리온님, 대단하셔요.”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야.”

“그치만 땅 값 비쌌을 텐데.”

“이래 뵈도 내가 스코어 왕실과 인연이 조금 있잖나. 동상도 만들어주고 왕관이랑 금고도 만들어주고. 그 때 보상 받았어야 할 것들을 몇 개 안 받고 있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군.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아벨은 그다지 감동 받은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공허한 눈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를 텐데.”

“쩝. 자네를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그렇네. 나도 사고로 먼 대륙을 지나서 타지에 뿌리를 박았거든. 안단테가 볼품없어 보여도 보기보다 좋은 동네라네.”


아벨은 리온을 빤히 쳐다보았다. 나름 으쓱해져서는 의기양양하게 있던 리온이 뻘쭘해질 때까지 계속. 민망해진 리온은 슬쩍 그를 떠보았다.


“할 말 있나?”

“감사합니다.”

“어어, 그래.”


이번에는 피아노가 말을 걸었다.


“아참.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름, 말입니까?”

“네. 우리가 알고 지낸지 오래 됐는데 아직도 이름을 모르잖아요.”


이름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비올린이 괜히 긴장하였다. 자신이 아벨이라고 주장은 하는데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계속 그 이름을 밀어붙일지 어떨지 몰라 비올린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키아드리스.”

“으흠? 멋진 이름이네요.”

“줄여서 키아스라고 불러요.”


그 이름의 정체는 탐정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베이스가 보던 책에서 등장하던 탐정이다. 한 때 유행으로 비슷한 장르의 책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의 인기 없는 책이라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거 받게.”


리온은 두툼한 종이봉투를 건넸다. 돈이 든 봉투였다. 봉투를 열어 안에 잔뜩 들어 있는 돈을 확인하며 아벨 아니, 키아스가 물었다.


“이게 뭡니까?”

“보면서 묻는 건가. 돈일세. 그거면 몇 개월 간은 돈 걱정 없을 거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낼지 찬찬히 생각해 보게.”

“이걸 왜 저한테 주는 겁니까?”

“에잉잉. 아까 말했잖나. 옛날 생각이 나서 그렇다고. 어른이 주면 그냥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 거야. 잔말 말게.”

“고맙습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북쪽에서 대장간 일을 하니까 심심하면 들르게.”


리온이 나가고, 피아노도 키아스에게 인사했다.


“저도 이만 가볼게요. 고아원 일이 있어서. 기운 내세요, 키아드리스. 아자 아자.”

“······.”


이번에도 키아스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피아노는 울적해져서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밖으로 나갔다. 이제 남은 건 비올린 뿐이다.


“굉장히 좋은 분들이죠? 서로들 친하게 지내세요.”

“부탁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아, 그거요.”


비올린은 쩝쩝, 마른 입맛을 다셨다.


“알아보니까 그 베이스라는 여자애. 고아였던 모양입니다. 로다지오는 스코어와 달리 선택적 입양을 하는 곳인데, 그 아이가 몸이 안 좋아서 잘 선택받지 못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마음씨 좋은 부부에게 선택 받아서 치료 받으면서 지내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지 뭡니까.”

“그렇군요.”

“혹시,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키아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비올린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기간 조사를 했으니 그녀에게도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었다. 다만 확증할 물증이 없었기에 말을 아꼈다.


“앞으로 무슨 일 하실 겁니까? 혹시 생각해 둔 거라도 있습니까?”


키아스는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한 쪽에는 굴비마냥 밧줄로 엮은 책 더미가 있었다. 피아노에게서 받은 책이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소설들이다. 키아스의 지적을 받고는 생각이 바뀌어서 기증을 했다. 그 책 더미를 보며 가볍게 지나가듯이 말했다.


“글쎄요.”

“알겠습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거든 안단테 기사단에 연락 주십쇼. 바로 뛰어 오겠습니다.”

“고맙군요.”

“그럼 이만.”


비올린까지 나가고, 집에는 키아스 홀로 남았다. 묵직한 적막 속에서 키아스는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가구 하나 없는 빈 공간은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을 전했다.


병원에서 몇 개월을 보내면서 슬픔도, 분노도,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저 멍할 따름이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형에 대한 배신감, 테슬라가 했던 끔찍한 실험에 대한 공포, 베이스에 대한 슬픔. 그런 것들은 전부 휘발 됐다. 텅 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어차피 그런 감정의 찌꺼기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키아스는 한숨을 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진짜로 탐정이나 해볼까.”



그 후로 오랜 세월이 지났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에는 ‘키아드리스 탐정 사무소’라는 간판이 달려 있었다. 진짜로 탐정이 되었고 간판까지 내걸 정도로 동네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늘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었다.


쨍그랑!


유리로 만든 재떨이가 챙을 깨며 튀어 나왔다. 동시에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성이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왔다.


“나 도저히 못 해먹겠어요. 당신 혼자 탐정인지 나발인지 하는 놀이 열심히 해요. 난 모르겠으니까.”


뒤따라서 키아스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에게서는 어질어질한 알콜과 담배 냄새가 풀풀 풍겼다. 마침 입에는 불붙지 않은 담배가,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그만 두겠다고? 뭐 한 게 있다고 그만 두겠다는 건데. 앙? 말해봐. 네가 여기 와서 뭘 했는데? 맨날 짜증만 부리고 투정 부렸잖아. 안 그래?”

“그걸 말이라고 해요? 당신 밑에서 개처럼 고생했다고요. 근데 월급도 밀리고 인정도 못 받고. 내가 당신한테서 받은 건 뭔데요?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아요.”

“웃기고 있네. 하여간 계집애들은 근성이 없어.”


그녀는 키아스의 뺨을 후려갈겼다.


“나쁜 새끼야. 계속 그렇게 살아라. 조수를 열 번이나 넘게 갈아치웠다면서? 네가 성격이 그 따위 개차반이니까 그렇지. 평생 그렇게 살아.”

“야야.”


키아스는 휘적휘적 손을 저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비틀거리며 혀가 꼬였다.


“꺼져. 잔말 말고 가버려.”

“안 그래도 갈 거야. 평생 그렇게 살아라, 이 나쁜 놈아. 혼자 외롭게 살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콱 죽어버리라고.”


그녀는 온갖 험담을 퍼부으며 등을 돌렸다. 마침 길을 걷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아이고. 조수 아가씨가 또 그만 뒀나 보네.”

“저 양반은 왜 또 저런대.”

“쯔쯔.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키아스는 사무실 벽에 등을 기대고서 주저앉았다. 그는 사람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뭘 봐. 구경났어? 다 필요 없으니까 꺼지라고.”

“어휴. 저러다가 요절하지.”

“요절을 하든 말든.”


키아스가 돌멩이를 던지자 사람들은 걸음을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키아스는 주머니를 뒤져 하얀 알약을 몇 개 꺼냈다. 그것을 입 안에 털어넣었다. 그냥 삼키기에는 힘이 드는지라 키아스는 술병에 키스했다. 그런데 이미 다 마셔서 텅텅 비었다.


“에이 씨.”


결국 쓰디 쓴 약을 침으로 녹여 먹어야 했다. 어찌나 쓴지 오만상을 찌푸린다. 키아스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코트 주머니를 뒤져 라이타를 꺼냈다.


“젠장. 가스가 다 떨어졌네.”


엄지가 시뻘개질 때까지 부싯돌을 굴려도 불이 안 붙는다. 키아스는 짜증을 내며 라이타를 던졌다.


“피곤하다.”


키아스는 흙바닥에 대놓고 드러누우며 추태를 부렸다. 그 때 어떤 여성이 다가왔다.


“저기요.”

“앙? 넌 뭐야?”


소녀와 성인 여성 사이에 어중간하게 걸친 여자였다. 금발에 앳되고, 머뭇대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가 키아드리스 탐정 사무소 맞죠?”

“보면 몰라? 간판 있잖아.”

“그게, 그럼 혹시 키아드리스 선생님이세요? 얼굴 보니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맞아. 내 이름은 아벨······ 이 아니라 키아드리스야. 줄여서 키아스라고 불러.”

“아아,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오카리나라고 해요. 선생님의 조수가 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키아스는 팍 삭은 표정을 하고서 오카린을 올려다보았다. 오카리나는 민망한 듯 하지만 용기 내서 미소를 유지했다. 웃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키아스는 절로 코웃음을 쳤다.


“조수.”

“네! 선생님 밑에서 열심히 배울게요. 저 잘할 자신 있어요.”

“돌아가, 이 아가씨야. 어린 친구가 무슨 탐정놀이를 하겠다고.”

“잘할게요! 정말이에요.”

“나 지금 숙취 때문에 힘드니까 귀찮게 굴지 마.”

“저 요리도 잘해요. 진짜에요!”

“훠이 훠이.”


그것이 키아드리스와 오카린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안에 반찬으로 쓸 재료 있어요? 제가 해장국 끓여 드릴게요.”

“저리 가라니까. 젊은 친구가 말귀를 못 알아듣네?”

“국은 싫으세요? 그럼 스프? 아니면 피자 해드릴까요? 식은 피자가 숙취에 좋다잖아요. 근데 제가 알기로는 물이 숙취에 가장 좋대요. 술 마신 다음 날 기름진 건 좀 그렇잖아요. 물 떠올까요?”

“아잇, 나 좀 내버려 둬.”



File No 23. <웃는 남자> Fin...


작가의말

* 미국에서는 식은 피자가 숙취에 좋다는 속설 같은 게 있다네요. 정신 나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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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 No 23. <웃는 남자.> +2 17.12.02 221 2 16쪽
130 File No 23. <웃는 남자.> +1 17.12.01 158 2 13쪽
129 File No 23. <웃는 남자.> +1 17.12.01 200 2 13쪽
128 File No 23. <웃는 남자.> 17.12.01 175 2 13쪽
127 File No 23. <웃는 남자.> +1 17.11.30 205 2 13쪽
126 File No 22. <두 개의 검.> +3 17.11.30 157 1 15쪽
125 File No 22. <두 개의 검.> 17.11.27 114 2 14쪽
124 File No 22. <두 개의 검.> 17.11.27 127 1 13쪽
123 File No 22. <두 개의 검.> 17.11.27 94 0 14쪽
122 File No 22. <두 개의 검.> 17.11.27 191 0 13쪽
121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 17.11.27 129 1 14쪽
120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 17.11.27 187 1 14쪽
119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7.11.27 117 1 14쪽
118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7.11.27 169 1 13쪽
117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7.11.27 133 1 14쪽
116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 17.11.27 113 0 14쪽
115 File No 21.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17.11.27 143 1 13쪽
114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161 1 15쪽
113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 17.11.27 122 0 14쪽
112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127 1 13쪽
111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136 1 14쪽
110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72 2 14쪽
109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75 1 14쪽
108 File No 20. <파리의 왕국.> 17.11.27 70 2 13쪽
107 File No 19. <두 명의 스토커.> 17.11.27 71 2 13쪽
106 File No 19. <두 명의 스토커.> 17.11.27 83 1 13쪽
105 File No 19. <두 명의 스토커.> 17.11.27 80 2 14쪽
104 File No 19. <두 명의 스토커.> 17.11.27 83 1 14쪽
103 File No 18. <사라진 바이올린.> 17.11.27 39 1 13쪽
102 File No 18. <사라진 바이올린.> 17.11.27 53 1 13쪽
101 File No 18. <사라진 바이올린.> +1 17.11.27 49 1 13쪽
100 File No 18. <사라진 바이올린.> +1 17.11.27 64 0 13쪽
99 File No 18. <사라진 바이올린.> 17.11.27 42 1 13쪽
98 File No 17. <탐정 키아드리스의 실종> +1 17.11.27 48 1 13쪽
97 File No 17. <탐정 키아드리스의 실종.> 17.11.27 46 0 13쪽
96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2 17.07.03 94 1 15쪽
95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1 17.07.02 70 0 13쪽
94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1 17.07.02 113 1 13쪽
93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17.06.30 86 0 14쪽
92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17.06.28 73 0 13쪽
91 Secret File <말할 수 없는 비밀.> 17.06.28 86 0 13쪽
90 File No 16. <최후의 마법사.> +3 17.04.05 118 0 18쪽
89 File No 16. <최후의 마법사.> +3 17.04.04 123 2 16쪽
88 File No 16. <최후의 마법사.> +1 17.04.03 110 2 14쪽
87 <오카리나의 휴일.> +1 17.03.27 111 2 14쪽
86 File No 15. <인어의 눈물.> +1 17.03.24 81 2 14쪽
85 File No 15. <인어의 눈물.> +2 17.03.23 143 2 14쪽
84 File No 15. <인어의 눈물.> 17.03.22 76 2 15쪽
83 File No 15. <인어의 눈물.> 17.03.21 120 2 16쪽
82 File No 15. <인어의 눈물.> 17.03.20 120 2 13쪽
81 File No 14. <야만인의 숲.> 17.03.16 100 0 16쪽
80 File No 14. <야만인의 숲.> 17.03.15 120 1 16쪽
79 File No 14. <야만인의 숲.> 17.03.14 166 2 16쪽
78 File No 14. <야만인의 숲.> 17.03.13 211 3 16쪽
77 File No 13. <한밤의 불꽃놀이.> +2 17.03.12 231 2 15쪽
76 File No 13. <한밤의 불꽃놀이.> 17.03.11 135 2 15쪽
75 File No 13. <한밤의 불꽃놀이.> 17.03.09 103 1 14쪽
74 File No 13. <한밤의 불꽃놀이.> 17.03.08 132 1 19쪽
73 File No 13. <한밤의 불꽃놀이.> 17.03.07 127 0 16쪽
72 File No 12. <우린 미치지 않았다.> +2 17.03.05 150 2 16쪽
71 File No 12. <우린 미치지 않았다.> 17.03.05 139 1 14쪽
70 File No 12. <우린 미치지 않았다.> 17.03.04 138 3 18쪽
69 File No 12. <우린 미치지 않았다.> 17.03.04 174 1 14쪽
68 File No 12. <우린 미치지 않았다.> 17.03.02 170 2 17쪽
67 File No 11. <위기의 고양이.> +3 17.03.01 182 2 14쪽
66 File No 11. <위기의 고양이.> 17.03.01 182 3 16쪽
65 File No 11. <위기의 고양이.> 17.02.28 155 2 13쪽
64 File No 10. <그리운 나의 집.> 17.02.27 186 3 13쪽
63 File No 10. <그리운 나의 집.> +1 17.02.26 157 4 13쪽
62 File No 10. <그리운 나의 집.> 17.02.25 130 1 15쪽
61 File No 09. <최후의 만찬.> 17.02.25 117 2 15쪽
60 File No 09. <최후의 만찬.> 17.02.24 110 2 14쪽
59 File No 09. <최후의 만찬.> 17.02.23 112 3 16쪽
58 File No 09. <최후의 만찬.> 17.02.22 125 2 15쪽
57 File No 09. <최후의 만찬.> +1 17.02.21 169 2 14쪽
56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21 144 2 16쪽
55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20 132 2 15쪽
54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20 150 1 14쪽
53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19 133 2 14쪽
52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18 129 3 15쪽
51 File No 08. <노예의 장.> 17.02.17 166 3 14쪽
50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7.02.16 186 2 13쪽
49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7.02.16 176 1 13쪽
48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 17.02.15 136 1 15쪽
47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 17.02.15 129 1 14쪽
46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7.02.14 122 2 13쪽
45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17.02.14 167 2 14쪽
44 File No 07. <하늘로 날아간 풍선은 어떻게 됐을까?> +2 17.02.13 201 3 13쪽
43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17.02.12 134 1 15쪽
42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17.02.12 174 1 21쪽
41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17.02.11 210 2 24쪽
40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17.02.11 164 3 15쪽
39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2 17.02.11 177 4 18쪽
38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17.02.10 208 2 16쪽
37 File No 06. <저주 받은 편지.> +4 17.02.09 181 3 18쪽
36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3 17.02.09 169 2 13쪽
35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17.02.09 131 3 15쪽
34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17.02.08 150 2 14쪽
33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3 17.02.08 203 2 13쪽
32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17.02.08 144 3 13쪽
31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3 17.02.08 229 2 14쪽
30 File No 05. <명탐정은 죽지 않는다.> 17.02.07 207 2 13쪽
29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3 17.02.07 198 3 19쪽
28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2 17.02.07 183 3 14쪽
27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17.02.07 180 2 13쪽
26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2 17.02.06 240 3 15쪽
25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2 17.02.06 174 3 13쪽
24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3 17.02.06 215 2 14쪽
23 File No 04. <한 권의 책이 사람을 바꾼다.> +1 17.02.06 204 3 15쪽
22 File No 03. <책과 보석.> +2 17.02.05 242 3 18쪽
21 File No 03. <책과 보석.> +1 17.02.05 172 2 17쪽
20 File No 03. <책과 보석.> +1 17.02.05 206 3 14쪽
19 File No 03. <책과 보석.> 17.02.05 211 2 13쪽
18 File No 03. <책과 보석.> 17.02.05 190 3 14쪽
17 File No 03. <책과 보석.> 17.02.04 191 2 13쪽
16 File No 03. <책과 보석.> +1 17.02.04 183 2 14쪽
15 File No 03. <책과 보석.> +1 17.02.04 257 4 13쪽
14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 17.02.04 203 3 13쪽
13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7.02.04 203 3 13쪽
12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7.02.03 210 3 13쪽
11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7.02.03 189 3 13쪽
10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7.02.02 199 4 13쪽
9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7.02.02 231 4 13쪽
8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1 17.02.02 302 4 13쪽
7 File No 02. <라르그라드 왕자 암살 사건.> +2 17.02.01 462 5 15쪽
6 File No 01. <꽃의 의미.> +4 17.02.01 544 11 15쪽
5 File No 01. <꽃의 의미.> 17.02.01 500 9 15쪽
4 File No 01. <꽃의 의미.> +1 17.02.01 527 10 14쪽
3 File No 01. <꽃의 의미.> 17.02.01 732 9 15쪽
2 File No 01. <꽃의 의미.> +5 17.02.01 1,288 16 13쪽
1 File No 01. <꽃의 의미.> +7 17.02.01 2,711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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