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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융전 - 한의 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흐후루
그림/삽화
문피아 제공
작품등록일 :
2014.06.05 20:50
최근연재일 :
2016.04.21 20:20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002,150
추천수 :
16,348
글자수 :
1,484,072

작성
15.01.22 20:00
조회
2,461
추천
55
글자
19쪽

익주 - 백제(유종-3)

재밌게 읽으셨으면 해요. 대체역사 소설이므로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DUMMY

형주 - 양양군 양양성


유종의 계획과 달리 조휴를 포함한 조조의 사절단은 짧은 시간을 머물고 돌아갔다.

먹고 마시고 여인을 품고 자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 접대계획을 담당했던 괴균이 허사가 된 계획에 연신 투덜거렸지만 유종은 그동안의 일도 충분히 피곤했던지 인상을 쓰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암만 노는 걸 좋아해야 해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될 것인데 그대의 계획으로 너무 놀지 않았는가?”

“어차피 조조의 사절이 본격적인 문제를 들고 방문했으니 주군의 앞날이 평탄치 않을 것입니다. 조조가 남부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함은 복잡했던 하북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일 것이니까요.”

“잠깐의 짬이 나 슬쩍 건드려 본 것일 수도 있지. 이참에 감사를 전한다 하며 정식으로 사람을 보내 상황을 살피는 것도 나쁜 생각이 아니야.”

“저희 쪽에서 움직이면 생각이 없던 조조도 신경을 쓰기 시작할까 저어됩니다.”

“허면 적당한 인사를 급 등용해 보내면? 나도 예의는 아니까 귀찮지만 보답형식으로 남들 이목을 신경 써서 보냈다- 는 핑계를 대고. 물론 속속들이 자세한 정황을 보고 받을 수야 없겠지만 당장 작은 정보라도 필요하다 보네. 아주 답답해~답답해.”


조조가 중원을 장악한 이후 하북과 중원의 일이 쉽사리 남부로 흐르지 않았다.

심지어 상업이 발달해 상인들로 북적이는 양양성에서도 북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탐색하는 것은 어려웠다.

혹자는 조조가 승리했다, 원상이 죽었다, 원상이 죽으며 조조 또한 끌고 갔다 말하기도 했고 혹자는 원소가 아직 살아있어 조조의 배후에서 그를 노린다 말하기도 했다.

필시 조조측의 농간임이 분명했지만 역시 북방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서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펼쳐지고 있어 조조와 유융의 어지간히 돈독한 관계만 증명하는 꼴이 됐다.

정보수집의 방법에 대해 머리를 굴리는 두 사람 앞에 방통이 나타나 말하기 시작했다.


“술집이 다 망했답니까? 이 시간에 술도 없이 두 사람 모두 인상을 쓰고 있으니 어울리지 않는군요. 아, 혹 숙취 때문이라면 이 방통의 좋은 비법차가 있는데 관심이 있으십니까?”

“정보는 많은데 사실을 가리기 힘들고 직접 정보를 잡자니 아직 여들~여들 약한 우리의 속내를 보이는 것 같아 불안해서 그것을 고민하고 있었다네. 그대는 무얼 했기에 삼일을 연달아 보이지 않았나?”

“조조만큼 중요한 세력에서 조용히 파견된 이가 있어 그 눈을 잡고 있었습니다.”

“익주?”

“정확히는 남양소속이나 뭐, 예- 주군.”


익주란 소리에 나몽의 심기가 불편한지 어깨를 몇 번 들썩였다.

그러자 방통이 나몽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당장 여유로운 이는 익주요, 승냥이들 가운데 지리적으로 우위를 점한 이도 익주입니다. 실상 사절은 남양의 인사이나 엄준이란 인물의 명성은 그리 작은 것이 아니지요. 제가 듣기로 익주자사가 남양에 터를 잡았을 때 널리 인물을 구했는데 그 일선에 앉아있던 인물이라 합니다.”

“그리 대단한 인물이 자청해 사자로 왔거늘 어찌 채모는 조용한가?”

“근래 좌천을 당했다 합니다.”

“무슨 일로?”

“강동에 투신한 인물들 중 단연 서주 출신이 많은데 엄준 또한 서주 팽성국의 사람입니다. 그의 직위가 낮지 않아 강동과 형주, 서주등지에서 나온 고위 사절들을 접대하는 일을 맡게 되었는데 마침 강동의 사절도 서주 출신이라,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후에도 사사로이 교류해 밉보인 모양입니다.”


유기가 황당한 얼굴로 물었다.


“겨우 그것 때문인가? 밉보일 것이 다 죽었나보군.”

“물론 그것이 다가 아닌 것이, 평소 왕탁과 그 측근들은 사치를 즐겨했는데 이를 고깝게 보고 증좌를 모아뒀다가 지난날 유융이 잠시 남양을 방문했을 때 그것을 공개한 모양입니다. 소인이 직접 말을 섞어보니 사람이 사담으로는 유한 가운데도 공식적인 말에는 정도가 있어 칼 같기 그지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부패한 자리에서 홀로 깨끗하면 공자가 살아 돌아와도 끝내 미움 받는 법이지요.”

“해서, 무슨 일로 행차 하셨다고?”

“겉으로는 자사님의 건강을 걱정하고 쾌유를 비는 모습을 보였으나 채씨 일가에 뇌물을 뿌리는 것을 보아 사정이 따로 있는 듯 보였습니다.”

“청렴한 인물이 어디서 재물이 생겨 누구에게 뇌물을 뿌려? 허, 사실인가?”

“예. 실은 그 행동이 빨라 소신이 갔을 때 이미 뇌물을 뿌리는 일이 끝나고 공자님을 만나 뵙길 기다리는 모양이었습니다.”


앞뒤가 다른 엄준의 속사정에 유종이 혼란스러워 할 때 괴균이 나섰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관직으로 사람을 평해서는 못쓰는 법입니다. 엄준은 공평하고 맑은 명성이 자자한 인물로 강동은 물론 형주와의 교류도 잦았던 인물이라, 뇌물은 진정한 목적을 숨겨 말 많은 이들의 눈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된 것이고 다른 의도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마침 그가 주군을 뵙길 청하니 주군께서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그의 의도를 떠봄이 옳습니다.”


----


마침내 유종을 만나게 된 엄준은 정갈한 옷차림을 다시 살폈다.

특히 근래 중앙의 관직을 받게 되었다하니 더욱 신경이 쓰였고 마량에게 전달받은 서찰에 적힌 내용을 수행하느라 정신적으로 쌓였던 피곤함도 갈무리해야했다.


“엄준 공, 만나게 되어 반갑소.”

“유종 공자님.”


엄준이 인사를 하며 살피니 유종은 여염의 명성과 달리 젊고 동그란 얼굴에 총기가 그득해 보였고 말투도 차분해 배운 티가 나는 것이 귀한 가문의 배우고 익힌 공자 그 자체였다.

엄준은 유융의 서찰을 떠올리며 곧바로 본론을 말하고자 마음먹었다.

저토록 총기가 있는 인물이면 바로 알아들을 것이고 거짓으로 총기를 두른 인물이어도 문제될 것 없는 내용의 본론이었기에.


“근래 형북에 경사가 겹겹이 일어나 매우 흥한 가운데 작은 흉사들이 경사를 덮으니 남양태수께서 형남의 분란을 걱정하시는 것이 이만저만하지 않습니다.”

“흉사라면 정사에 관심 없는 민가의 어린이도 잘 알고 있소. 허나 경사는 직접 관여하는 나도 쉬이 듣지 못했는데?”

“우선 강동의 손권과 강하를 갈라 나누고 장사를 진 듯 꾸며 넘겨주어 형북의 부를 공고히 하며 원수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훗날 지고도 이긴 좋은 예로 남음이 그 하나이며 적자가 있으나 차남의 능력이 뛰어나 경합을 붙여 세상의 이목이 좋지 않았는데 근래 이(二)공자께서 걸맞은 모습을 보여 형주의 권신인 채모의 인정을 받음이 둘이고 명성이 추락한 형주군이 여직 강성함을 보이며 대군을 강하와 남군, 신야로 보내어 지방의 치안 또한 가벼이 여기지 않으니 마지막 경사입니다.”


엄준의 말투가 진심인 듯 울려 오히려 속을 확실히 긁자 유종의 근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몽이 대노해 상석으로 뛰어 올라 침을 튀며 따졌다.


“듣고 있자니 못하는 말이 없구나! 명성이 자자한 선비라 존중해주려 친히 만나는 은혜를 베풀었거늘, 고얀 놈!”

“아, 형주 공자님의 근신인 나몽 공이 아닙니까, 그 용력과 용맹에 걸맞은 충심에 대한 명성은 저 남양까지 자자합니다.”

“흥! 끝까지 입을 나불거리누나! 강동의 손권은 명분 없이 장사군을 약탈했으니 사적으로 여직 원수요, 공적으로는 간적이고 이(二)공자께서 비록 적자가 아니나 자사님께 이미 인정을 받았는데 그 공을 채모에게 돌려 깎아내리니 불손하기 그지없다! 또 대군이 사방으로 경계함은 너희들의 속이 음흉한데 있거늘 그간 형주의 치안이 잘못되었다 탓하니 어이없구나. 정녕 네놈 따위의 머리가 남양을 대표한다면 공자께서는 능히 대군을 움직여 남양을 정벌해야 할 적기가 아니냐!”


엄준은 나몽의 대갈에 유종을 보며 물었다.


“형주 공자께서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하하하하. 그대가 좋게 보오. 이 이는 내 측근으로 조승상의 사절을 접대하며 사흘 넘도록 연일 술을 들이부었는데 그 때문에 아직 깨지 않아 헛소리가 과하오.”

“주향이 나지 않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저 좋은 술은 마실 때 향기롭고 취할 때 달콤하며 취한 후에는 무취여서 내자들의 코를 피해가는 법이오. 그래야 공무 중에도 술을 마시고 공무 후에 술을 다시 마셔도 티가 나지 않는 법이지 않겠소?”

“과연 그렇군요.”


이 기묘한 대화에 다시 대갈하려던 나몽의 소매를 괴균이 잡아끌자 나몽은 마지못해 씩씩거리며 물러났다.

눈치한번 주지 않고 없던 일인 것 마냥 유종이 말했다.


“엄준 공의 칭찬을 형주의 인사들이 들었어야 했소. 그들은 매 시기마다 위급을 말하며 태평을 모르는데 이는 과한 것이오. 손권은 땅을 얻어 만족했고 유비는 외로워 혼자 발악하는 것이며 형주는 대군이 아직 건재한데 어찌 큰 사단이 나겠소?”

“하하하하. 제 말이 그것입니다. 천하에 황은이 가득해 난적이 일어나도 얼마가지 못하지 않습니까?”

“해서 말인데 익주자사님께서는 한성의 유비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 들었소. 혹 그의 감언이설에 속아 형주와 익주의 아름다운 우의가 상하는 일이 있을까 요즘 그것이 나의 가장 큰 걱정이오.”

“소인은 비록 남양에 있어 상세히 알 수 없으나 잠시 만나본 익주자사님의 성정은 남아요, 황족 그 자체라. 크고 작은 것을 항상 구분해 경계하니 걱정될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괴균이 고개를 쳐들고 나서서 엄준에게 물었다.


“엄준 공. 듣기로 익주자사님께서는 반역의 유모를 받아준 형남을 매우 노여워한다던데 사실인지?”

“영릉의 유도는 먼 종친의 일가로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하고 유모의 행색이 불쌍한 김에 일어난 실수가 아닐까, 하셨습니다.”

“허면 어찌 그 말씀과 달리 익주자사께서 친히 대군을 이끌고 영안으로 이동하신지도 알고 계십니까?”

“영안은 백제성을 등한시한 유모가 직접 개발한 성이며 아직 그 은혜가 남아있는 곳이라, 자사께서는 대군으로 위엄을 보이시고 그들을 친히 다스리며 영안과 백제 사이에 서로 시기하는 마음을 풀도록 만들고 더한 은혜를 베푸셔서 그분을 향한 권위를 오로지 하길 바라고 있다 들었습니다.”

“또 말씀과 달리 형남의 유비와 오가는 사절이 많아 이 몸과 대다수의 형주 재사들이 보기에 익주와 형남이 서로 좋지 않은 밀약을 맺을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허! 참으로 큰일 날 일이구려! 제가 익주자사님을 존경함이 크니 이번 기회에 유종님께서 길을 빌려주시면 이 한 몸 서쪽으로 향해 마땅한 조언을 올릴 것이오.”


괴균이 만족하고 물러나자 방통이 과도한 몸짓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나섰다.


“엄준 공의 마음이 감사하나 엄준 공은 엄연히 남양의 관리가 아닙니까? 어찌 사사로이 몸을 움직이겠습니까? 진심으로 두 주를 걱정하는 마음을 알겠으나 공에게 결례가 되는 바. 무리한 부탁이 아닌가 하오.”

“방통 공의 식견은 능히 믿을만하니 제가 영광된 자리에 너무 흥분했나 봅니다. 허나 두 손 놓고 있으면 그도 배운 자의 도리가 아닌 지라, 혹 서쪽으로 향하는 상단이나 사절이 있다면 이 몸의 서찰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데.”

“역시 엄준 공의 의리는 깊어 의지할 만 하오. 헌데 익주의 대군이 여직 동부에 머무니 이 또한 보기 좋을 수 없소. 형주자사께서는 병이 깊어 사방이 흉흉한 것이 오늘날 형주의 진실이니 혹 익주의 군세가 좋지 않은 일에 쓰일까 저어되어 이 방모는 밤이 깊어도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소.”

“맞는 말씀이나 약소한 형남의 군세를 견제하는 일에 쓰이는 형주군이 많소.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남군과 파동군의 지리를 볼 때 서로 간 절묘한 때가 맞물려 서로의 군세가 대치하는 듯 보이니 서로 경계를 유지하며 군사를 훈련하는 일에 나쁘지 않다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놀리듯 형주의 곤란함과 그 이유에 유종과 유기도 상관이 있음을 꼬집어 우위에 서더니 한 수 물리듯 형남과 관계를 끊고 형북과 협상의 여지를 만들면서도 조금의 군도 물리지 않고 언제든 숟가락을 얹을 것이란 엄준의 대답에 유종이 근심을 비췄다.

동맹이란 이름의 간섭을 겪는다면 무력침탈보다 민심을 모으기 어렵고 유융 정도의 인물이 형주의 정사에 간섭한다면 형주의 백성들은 유종무리의 고통을 외면하리라.

마침내 유종이 환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손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너무 무례했나 봅니다. 어찌 삽시간에 분위기가 이리 칙칙한지! 자, 자. 엄준 공이 차를 좋아함을 알고 준비한 것이니 식기 전에 향을 음미해 보시오.”

“.........”

“익주자사님의 의지는 내 잘 알았소.”

“소인의 무례였습니다. 어찌 소인이 먼 곳의 심중을 헤아리겠습니까? 다만 소인이 아는 것을 현명하신 익주자사께서 모르리라 생각하진 마옵소서.”

“내 이미 마량의 소식을 들었소. 마량이 익주자사님과 깊은 담소를 나누었던지 그 행동이 조심스럽고 차분하나 깨인 인물인 익주자사님을 만나 사귐에 기쁜 기색을 숨길 수 없는 듯 보이더군.”

“.........”

“어찌 번거롭게 서찰이나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해 서로 얄궂은 흠을 세세히 잡겠소? 내 이름을 빌려 줄 것이니 그대가 직접 보고하시오. 자사께 큰 일이 생긴 후 동과 남이 소란스러우면 익주에 의지하겠다고. 단! 북과 서가 먼저 소란스럽다면 이 유종이 고이 하야하지 않을 것이오.”


엄준은 유융이 마량을 통해 서찰로 엄준과 소통한 것을 은근히 꼬집히니 고개 숙여 유종의 의지에 존중함을 표했고 유종과 엄준이 만난다는 소식을 들은 채모가 유종에게 사람을 보내 다시 엄준을 찾자 유종과의 자리가 곧 파해 엄준이 서운해 했다.


******


익주 - 파동군 백제성


마량이 돌아가고 유융이 다시 뱃길을 열자 이적이 유융을 찾아왔다.


“주군.”

“어서 오세요. 오늘은 무슨 좋은 말씀을 해주시려 하는지?”


이적이 공손히 읍하고 말을 이었다.


“이제 마량이 돌아감에 형주는 눈치 보기를 관두고 확실한 끈을 잡아 목숨과 세력을 보존하려 들것입니다. 주군의 명성과 세력, 그간 교류를 볼 때 민중과 재야의 선비들은 주군의 배경을 원할 것이나 형주는 채모의 권세에 휘둘리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양양군과 남군은 경제적, 전략적으로 형주의 가장 중요한 지역인데 각기 채모와 장윤의 수중에 있으니 주군에 대한 반대가 생각보다 강력할 것입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오?”

“형주 권세가의 위상은 주군의 생각보다 높고 화려해 강력합니다. 이는 현 형주자사도 이길 수 없으니 채모를 배경으로 자리에 오를 차기 자사는 채모를 견제할 시간도 없이 끌려다닐 공산이 큽니다.”

“듣기로 유종의 총기가 만만치 않다 하던데?”

“채모의 노회함에는 수천 관료세력과 수만 군마가 있는데 어찌 핏덩이 유종이 자사의 관인하나 믿고 설칠 수 있겠습니까?”


유융이 몸을 기울여 관심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허면 채모는 어디로 기울까? 그와 나는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소. 남양에서 태수를 할 때 괴량 형제는 나를 이용할 생각에 호의적이었으나 채모는 남양을 욕심내어 나와 척을 졌으며 이후로도 변변한 교류가 없었으니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채모는 괴월과 쌍으로 형주를 경영할 적에도 남양을 견제하고 욕심냄이 여전했으니 전권을 휘두르는 지금은 아마 더욱 심할 것입니다.”


이적의 단언에 마충이 물었다.


“듣기로 유종과 채모는 각기 사절을 접객했는데 강동과는 친우처럼 대접했고 조조는 형제처럼, 우리와 전우처럼 대접해 그 극진함이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들었습니다. 당장 생각해 보아도 지난 과거는 흘려보내고 조조와 아군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이득을 취하지 않겠습니까?”

“마충 공의 판단이 나쁘지 않으나 조공이 하북의 일부라도 점하면 천하에 그만한 세력이 없게 됩니다. 애매하게 큰 세력에 붙는다면 세력을 크게 만든 공훈을 잡을 수 있고 따로 꼭두각시를 세울 필요없이 독립하여 권력을 오로지 할 수 있겠지요.”

“허면 채모가 독립의 야심을 품고 있단 말씀이십니까?”

“여기서 독립이란 심오한 뜻이 아닌 간단한 뜻으로 지금 허명에 불과한 황상을 등에 두고 조공의 허락을 받아 형주의 1인자 같은 2인자가 된단 뜻입니다. 지난날 형주의 부를 손에 넣고 교만했던 유표의 행보를 기억한다면 무슨 말씀인지 아실 겁니다. 조공은 만만한 채모를 황제의 이름으로 형주의 실권자로 만들며 아군을 견제할 것이란 뜻이지요. 채모는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형주에서 군림하며 조조의 후계자들에게 줄을 대 제 2의 유종을 만들 틈을 노릴 것입니다.”


이미 유기와 유종을 경합시켜 정권을 장악한 전적이 있는 채모이기에 이적의 말이 이해되었는지 마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유융이 근심하며 물었다.


“우리가 가진 부는 중원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조조가 장악한 중원의 풍족함에 형주의 사치가 더해지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될 터인데 그대는 어떤 좋은 수가 있어 내게 근심을 만드는가?”

“이제 이 이적은 형주로 돌아가 남군에서 재야의 인재와 하급 관료, 뜻이 같은 성주를 모아 주군을 위하고자 합니다.”

“그로 충분할까?”

“조조는 일단 북쪽에 바쁘니 주군께서는 채모를 신경 쓰심이 옳습니다. 지금 조조에게 정리되지 않은 형주는 잡아도 곤란한 지경이니까요.”

“하긴. 이미 혼란한 북쪽에 국력이 기울어 있거늘 남쪽의 하북같은 형주의 정치, 군사상황에 끼어들 여력이 없겠지. 그래서 만만한 손권을 대리로 끌어들였을 테고.”


유융은 이적에게 무한한 금전적 지원을 약조하며 그를 직접 배웅했고 이적은 남군으로 돌아가 장윤에게 그간을 보고하고 자청하여 남군의 서부방비를 맡아 8천의 병력을 부리며 매섭게 훈련하고 체계적으로 방어선을 짜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이적이 배반해 일을 모두 그르쳤단 소리가 나왔으나 유융은 참소(讒訴)하는 자를 단호히 벌하는 동시에 학소를 시켜 이적에게 백금(百金)의 부를 다시 전하니 이적이 이를 곱게 받고도 다시 백금과 수십 필의 비단을 더 청해 유융 휘하들의 불안을 일소(一掃)했다.


과연 이적이 이릉성을 맡은 지 한 달 보름이 넘어가자 형주의 크고 낮은 인사들이 백제성을 방문해 유융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이로써 남군의 사분지일에 이르는 땅이 알게 모르게 유융의 아래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으며 때가 되었다 판단한 유융이 파견한 2천의 병력이 남군의 주성인 강릉성 근처를 평안히 순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엄준을 통해 유종의 의사가 유융에게 전달되니 유융은 크게 반겨 유종을 아우라 부르고 그에게 패물을 보내어 노골적인 환심을 전했다.

이로써 형주는 채모와 유종이 품은 생각의 차이로 정치적으로 양분되었고 조조와 유융이 서로 은밀히 싸우는 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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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ㅇㅅㅇ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합니다.

헉헉헉.....

괴균또한 실존 인물이라고 위키백과가 그랬어요 ㅇㅅㅇ;;

방통의 활약이 적은 이유는 유종의 정치적, 물질적 기반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가후의 활약이 적은 이유는 분량 삭제 때문입니다. ㅇㅅㅇ;;;;;

살려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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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9 RockHear..
    작성일
    15.01.23 10:46
    No. 1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부각되고 활약하는것도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그로인해 기존에 활약하던 인물들이 스킵당하는건 좀 아쉽네요.

    감사히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5.01.23 12:45
    No. 2

    ㅇㅅㅇ 역시 그렇죠.
    하지만 유융에게 속하지 않은 가후, 순욱, 주유, 노숙, 관우, 장비 등등은 앞으로도 분량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ㅇㅅ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管産
    작성일
    15.01.23 17:55
    No. 3

    뭐.. 근데 서술어투가 약간 판소리나 고전소설 느낌이 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3 흐후루
    작성일
    15.01.23 19:06
    No. 4

    제가 좋아하던 책이 정비석 선생님의 열국지, 삼국지 등등 이다보니...ㅇㅅㅇ;
    그동안 이렇게 안쓰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 이게 편하니까 그냥 그렇게 되능......
    많이 이상한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식의 서술어투를 볼 기회가 사라져서 많이 아쉽다능.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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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오랜만입니다! ㅇㅅㅇ;; +10 15.07.31 1,588 13 1쪽
177 사예 - 낙양(타(墮)-3) +6 15.07.03 2,085 27 49쪽
176 사예 - 낙양(타(墮)-2) +8 15.06.30 1,804 27 33쪽
175 사예 - 낙양(타(墮)-1) +6 15.06.16 1,979 27 45쪽
174 사예 - 낙양(천의(天意)-6) +4 15.06.03 2,114 27 38쪽
173 사예 - 낙양(천의(天意)-5) 이어서! +6 15.05.13 2,068 21 15쪽
172 사예 - 낙양(천의(天意)-5) 15.05.13 1,860 23 48쪽
171 사예 - 낙양(천의(天意)-4) 이어서 ㅇㅅㅇ♣ +4 15.04.29 2,149 33 27쪽
170 사예 - 낙양(천의(天意)-4) 15.04.29 1,900 28 39쪽
169 사예 - 낙양(천의(天意)-3)이어서 ㅇㅅㅇ★ +4 15.04.23 2,035 27 31쪽
168 사예 - 낙양(천의(天意)-3) +2 15.04.23 1,915 26 37쪽
167 사예 - 낙양(천의(天意)-2) +4 15.04.15 2,365 32 52쪽
166 사예 - 낙양(천의(天意)-1) 이어서 ㅇㅅㅇ;; +6 15.04.08 2,131 34 21쪽
165 사예 - 낙양(천의(天意)-1) +2 15.04.08 2,309 34 39쪽
164 사예 - 낙양(추(錘)-5) +6 15.04.03 2,167 33 20쪽
163 사예 - 낙양(추(錘)-4) +2 15.04.02 2,097 35 19쪽
162 사예 - 낙양(유협(劉協)) +4 15.04.01 2,292 33 19쪽
161 옹주 - 함양(마초-2) +8 15.03.27 2,215 37 16쪽
160 옹주 - 함양(마초-1) +6 15.03.26 2,418 37 17쪽
159 사예 - 낙양(추(錘)-3) +4 15.03.25 2,378 34 18쪽
158 사예 - 낙양(추(錘)-2) +4 15.03.20 2,279 30 18쪽
157 사예 - 낙양(추(錘)-1) +8 15.03.19 2,415 34 18쪽
156 사예 - 낙양(천도(遷都)-4) +4 15.03.18 2,484 33 17쪽
155 사예 - 낙양(천도(遷都)-3) +6 15.03.13 2,622 40 14쪽
154 사예 - 낙양(천도(遷都)-2) +8 15.03.12 2,374 38 15쪽
153 사예 - 낙양(천도(遷都)-1) +2 15.03.11 2,770 34 16쪽
152 형주 - 남향(공명(孔明)) +7 15.02.26 2,815 40 20쪽
151 형주 - 남향(작위(爵位)-2) +4 15.02.25 2,908 35 18쪽
150 형주 - 남향(작위(爵位)-1) +10 15.02.13 2,863 41 18쪽
149 형주 - 남향(흐르는 세월) +4 15.02.12 3,050 43 19쪽
148 익주 - 백제(유비의 추락) +4 15.02.11 2,948 45 16쪽
147 익주 - 백제(한수 너머-3) +6 15.02.06 2,693 48 16쪽
146 익주 - 백제(한수 너머-2) +10 15.02.05 2,367 43 16쪽
145 익주 - 백제(한수 너머-1) +10 15.02.04 2,586 48 17쪽
144 익주 - 백제(형산 너머-4) +12 15.01.30 2,694 41 20쪽
143 익주 - 백제(형산 너머-3) +12 15.01.29 2,265 45 16쪽
142 익주 - 백제(형산 너머-2) +4 15.01.28 2,613 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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